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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공개된 우리나라 최고 부자 1백명의 신상명세 입체 분석

■ 글·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2.10.08 09:52:00

대주주 지분정보 제공업체인 미디어에퀴터블이 주식과 공개된 재산을 합산해 추정한 ‘2002년 한국의 1백대 부호’ 명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 이건희 회장과 롯데 신동빈 부회장의 재산이 1조원을 넘어 한국 최고의 부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1백대 부자 리스트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4대 재벌의 재력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새로 떠오르는
신흥 갑부는 어떤 이들인지, 우리나라에서 돈 많은 여성들은 누구인지 상세히 살펴보았다.
첫공개된 우리나라 최고 부자 1백명의 신상명세 입체 분석
누구나 한번쯤 부자를 꿈꾼다. 그럼 도대체 얼마의 재산이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부자를 일컬어 ‘백만장자’라는 말을 쓴다. 재산이 1백만달러(약 12억원) 이상인 사람을 이르는 칭호다. 최근 한 외국 컨설팅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백만장자는 5만∼8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재산이 1억달러(약 1천2백억원)가 넘는 초특급 부자인 ‘억만장자’는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월급을 한푼도 안 쓰고 평생 동안 모아도 1백만달러를 모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우리네 보통 사람들로서는 도대체 얼마나 큰돈인지 감조차 오지 않는 액수인 ‘1억달러’. 그런데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우리나라 억만장자의 리스트를 발표해 세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주주 지분정보업체인 미디어에퀴터블(www.equitable.co.kr)에서 발표한 ‘2002 한국의 100대 부자 리스트’가 그것인데, 이 자료는 3년 동안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개인들의 주식과 예금, 기타 공개된 재산을 합산해 추정한 명단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억만장자는 최소한 54명인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이 리스트가 완벽한 우리나라 부호들의 순위라고는 할 수 없다. 사채업을 하는 지하의 큰손들과 막대한 부동산을 주무르는 땅투기꾼, 기타 비자금을 은닉한 사람들의 재산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리스트는 주식과 공개된 현금을 기준으로 한 금융자산이 가장 많은 부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은 물론 비상장기업의 지분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과학적으로 평가한 금융자산을 근거로 작성한 명단이어서 우리나라 최상류층의 면면을 살펴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에서는 미디어에퀴터블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 1백명의 명단을 철저히 분석하여 부의 흐름을 짚어보았다(참고로 미디어에퀴터블이 발표한 금융자산은 주식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장 및 등록 주식은 5월30일 주가를 기준으로, 비 상장기업은 2001년 결산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해 객관적으로 주가를 추정한 것임을 밝혀둔다).

2002년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는 역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60)이다. 그의 재산 추정액은 1조7천3백70억원. 연봉 3천만원을 받는 회사원이 5만7천9백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액수이고, 1억5천만원 정도인 서울 강북지역 24평형 아파트 1만채를 사고도 남는 액수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재벌인 삼성그룹의 오너가 한국 최고의 부자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디어에퀴터블은 한국 최고 부자의 자리는 수년 내에 현재 2위인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47)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 신동빈 부회장의 추정 금융자산은 현재 1조1백억원. 이건희 회장과는 약 7천억원의 차이가 나지만 이 격차는 금세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건희 회장의 금융자산 중 가장 큰 부분은 3백만주 가량 되는 삼성전자 주식. 5월말을 기준으로 주당 37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전체 금액이 무려 1조1천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회장은 이 중 약 10%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난 9월6일 출범한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삼성그룹은 현재 2세 승계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이미 승계작업은 삼성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 자리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34)에게 내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재산이 더 이상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롯데 신동빈 부회장은 앞으로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80)의 롯데 주식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신부회장은 비상장기업인 롯데쇼핑 4백30만주(약 4천3백억원)를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롯데쇼핑이 상장되면 주가는 더욱 올라갈 것이 확실해 재산이 수천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첫공개된 우리나라 최고 부자 1백명의 신상명세 입체 분석

롯데 신격호 신동빈 신영자 가족.


“한국 최고의 부자가 누구냐”를 놓고 벌이는 삼성과 롯데의 경쟁은 “한국 최고의 부자 가문이 어디냐”를 놓고서도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가족의 재산은 이회장 외에 부인 홍라희 호암미술관장(57)이 4천4백억원, 장남 재용씨 7천7백20억원, 장녀 부진씨(32·호텔신라 기획팀 부장대우)와 차녀 서현씨(29·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 3녀 윤형씨(23)가 각각 8백70억원씩 총 3조2천1백4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 신격호 회장 가족의 재산은 차남 신동빈 부회장 외에 신격호 회장 8천7백60억원, 장남 동주씨(48·롯데알미늄 이사) 9천7백10억원, 장녀 영자씨(60·롯데백화점 부사장) 1천4백10억원 등 총 2조9천9백8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가와의 차이는 2천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쇼핑의 상장만 이루어지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액수인 셈이다.
이렇듯 신격호 회장 집안이 한국 최고의 부자 자리를 넘보는 것은 롯데그룹이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어서라기보다는 삼성과 LG, 현대그룹의 경우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부가 분산된 데 비해, 롯데는 아직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을 중심으로 부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를 중심으로 가족 범위를 확산하여 금융자산을 계산해보면 역시 최고의 부자 집안은 삼성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공개된 우리나라 최고 부자 1백명의 신상명세 입체 분석

◁ 구본무 LG그룹 회장 ▷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집안 전체로 보면 삼성은 이건희 회장 가족 6명 외에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5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59)이 6천4백70억원, 이명희씨의 남편인 정재은씨(62)가 3천5백20억원, 이명희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34)이 2천3백80억원, 그리고 이병철 회장의 손자인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42)이 4천8백10억원 등 총 4조9천3백20억원의 재산을 보유, 국내 최대 부호 가문의 명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한 2위는 롯데 신격호 회장 일가를 제치고 3조7천7백7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LG 구인회-허준구 일가가 차지했다. 구씨와 허씨 집안은 부를 상속받은 가족이 많아 개개인의 추정재산액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집안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삼성 이병철 회장 일가에 못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1백대 부호 안에 드는 고(故) 이병철 일가의 숫자가 10명인 반면, LG 구인회-허준구 일가는 5천1백7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구본무 LG그룹회장(57)을 비롯해 무려 21명에 이른다.
한편, 삼성과 함께 과거 우리나라 최고의 그룹으로 손꼽히던 현대는 어떨까?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92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재산 규모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3조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니 현재 가치로 치면 5조원은 훨씬 넘는 규모다. 그러면 그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들의 현재 재산은 얼마일까?
정주영 회장 자녀 가운데 1백대 부호에 든 사람은 차남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64)이 8천9백80억원,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60)이 4천7백10억원, 6남 정몽준 의원(51)이 2천2백30억원, 7남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47)이 1천1백30억원으로 총 4명뿐으로 모두 1조7천50억원에 불과하다. 한때 정주영 회장의 후계자로 불리던 5남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54)조차 명단에서 탈락했다.
현대가의 재산은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상영·세영·순영씨의 가족들까지 포함해도 1백대 부자 안에 든 사람은 총 9명으로 합계 2조5천9백20억원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이 결과는 1백대 부자 안에 포함된 사람들의 재산만 합산한 것이어서 전체 가족의 재산을 합산하면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대그룹의 침체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의 1백대 부자 가운데 삼성, LG, 현대, 롯데 등 4대 재벌가 사람들이 44명에 이르는 등 부의 편중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자 부자는 고현정 시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 1백명의 명단을 살펴보면 8명의 여성 이름이 눈에 띈다. 이들은 모두 4대 재벌가의 딸들로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 가운데 최고의 부자는 고현정의 시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삼성 이병철 회장의 5녀인 그녀는 6천4백7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희 회장 외에도 남편 정재은씨가 3천5백20억원, 아들 정용진씨(고현정 남편)가 2천3백80억원을 가지고 있어 딸을 제외하고 가족이 모두 1백대 부자 명단에 올랐는데, 가족 재산을 모두 합하면 1조2천3백70억원에 이른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호암미술관장이 4천4백40억원, 이회장의 세 딸 부진·서현·윤형씨가 각각 8백70억원씩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 이건희 회장은 아들 재용씨를 비롯한 가족 6명 모두 1백대 부자의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특히 이회장의 막내딸인 윤형씨는 23세로, 가장 나이 어린 1백대 부자로 꼽히고 있다.

여성 부자로는 이외에도 LG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50)가 8백억원, LG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녀 박미나씨(42)가 7백70억원, 롯데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백화점 부사장(60)이 1천4백10억원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가에서는 1백대 부자에 든 여성이 한명도 없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현대그룹의 가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에퀴터블의 리스트를 분석해보면 1백명 가운데 77명이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되어 있어 부가 세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머지 23명 가운데 11명은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인 60∼70년대에 부를 축적한 사람들로 조사되었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이 억만장자가 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일까?
리스트를 보면 80∼90년대 이후에도 젊음과 도전정신으로 사업에 도전, 막대한 부를 축적한 젊은 기업인들이 눈에 띈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벤처열풍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1백대 부자 명단에 오른 벤처기업인으로 우선 방송인 황현정의 남편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34)을 들 수 있다. 그의 금융자산은 1천20억원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신흥 부자로 손꼽히는 황현정 남편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첫공개된 우리나라 최고 부자 1백명의 신상명세 입체 분석

이재웅 다음 사장과 황현정 부부.

또한 컴퓨터 게임시장을 석권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35)이 3천2백50억원, 인터넷 보안시스템을 개발한 정소프트의 한동원 사장(48)이 1천2백50억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안연구소의 안철수 사장(40)이 1천2백20억원, 모바일시스템을 개발한 모디아의 김도현 사장(34)이 1천1백억원, 컴퓨터게임 스타크래프트시리즈로 유명한 한빛소프트의 김영만 사장(41)이 8백80억원으로 1백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교육사업으로 재산을 모은 부자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9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서 교육시장이 얼마나 팽창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육사업으로 최고의 부자가 된 사람은 ‘눈높이’로 유명한 대교그룹의 강영중 회장(53). 추정 재산액이 5천1백60억원으로 우리나라에서 9번째 부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강회장은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박물관에 전해오는 일화에서 이름을 따온 ‘눈높이’라는 학습지를 바탕으로 교육사업 한 우물만을 파오면서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우리나라 교육열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강회장 이외에도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아카데미 장평순 회장(51)이 2천7백30억원, ‘스스로 학습법’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57)이 1천20억원, ‘신기한 00나라’ 시리즈로 붐을 일으킨 한솔교육 변재용 사장(46)이 7백80억원의 재산을 형성, 학습지 시장을 점령한 4인방이 모두 1백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학습지와 어린이 도서로 유명한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57)이 2천2백40억원, 인터넷을 통한 과외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루넷의 정해승 사장(39)이 1천1백억원, 엠씨스퀘어와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대양이앤씨 이준욱 사장(50)이 1천2백30억원으로 부자 명단에 올랐다. 이루넷 정해승 사장은 한국 최대의 입시학원으로 유명한 종로학원 정경진 회장의 차남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의 남편인 최태원 SK 회장(42)이 3천8백40억원, 막대한 부동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박석훈 세안개발 사장(41)이 1천70억원, 이랜드신화를 창조한 박성수 이랜드 사장(49)이 1천50억원으로 명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여성동아 2002년 10월 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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