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랜드로버×폴 스미스

그는 색상 하나하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디펜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색감마저 고와 진짜 디펜더가 맞는지 다시 보게 된다. 실제 폴 스미스 특제 디펜더의 겉모습에 들어간 색상은 총 27가지나 된다. 지붕에는 꿀벌을, 센터 콘솔 안에는 열쇠와 동전을 그려 넣는 재치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차는 어디 있을까? 물론 폴 스미스의 집에 있다. 참고로 그는 영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에 산다. 영국의 아이콘은 둘 다 영국을 떠나고 만 셈이다.
고정식(W DONG-A SPECIALIST,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2 벤틀리×브라이틀링

이들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깊어진 건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Breitling for Bentley)’라는 라인이 론칭되면서다. 브라이틀링은 벤틀리 라디에이터 그릴의 그물망 형상을 본떠 베젤을 디자인했다. 계기반 클러스터에서 영감을 얻은 모델도 내놨다. 한정판 기념 모델도 선보였다. 벤틀리가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컨버터블로 얼음 위를 시속 330.665km로 내달리자, 브라이틀링은 ‘세상에서 얼음 위를 가장 빨리 달린 자동차’ 기록 작성을 기념해 ‘벤틀리 슈퍼스포츠 라이트 보디’라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아울러 벤틀리가 컨티넨탈 GT3로 두 개의 모터스포츠 대회를 석권한 뒤, 브라이틀링은 또 ‘벤틀리 GT3’라는 컬렉션을 발표했다. 재미있는 건 당시 벤틀리가 석권한 두 대회의 메인 스폰서가 모두 최고급 시계 브랜드 블랑팡이었다는 사실이다.
브라이틀링의 오랜 구애에 벤틀리도 2015년 단 7대 한정의 ‘컨티넨탈 GT 스피드 브라이틀링 제트팀 시리즈’를 발표했다. 브라이틀링이 운영하는 곡예 비행팀 ‘브라이틀링 제트팀’에 헌정하는 모델이다. 7대 한정이라는 아이디어도 7대로 이뤄진 팀의 진용에서 나온 거다. 벤틀리는 브라이틀링 고유의 색감을 맞추기 위해 팬톤 컬러칩과 비교하며 일일이 색상을 맞췄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이 모델은 벤틀리 역사상 가장 빠른 모델인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모두 수제로 제작됐다. 마치 브라이틀링이 시계를 만들 듯 말이다.
벤틀리는 최신형 컨티넨탈 GT에도 브라이틀링의 시계를 넣었다. 브라이틀링은 3세대 컨티넨탈 GT 출시를 기념해 ‘벤틀리 GT 다크 사파이어 에디션’을 5백 개 한정으로 선보였다. 역시 손발이 잘 맞는 짝꿍답다. 앞으로도 꾸준히 영감을 나누는 단짝으로 남아주길.
고정식(W DONG-A SPECIALIST,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3 재규어×스텔라 매카트니

알루미늄의 장인으로 통하는 재규어는 XE의 차체 뼈대를 빚을 때 알루미늄을 80% 이상 사용한다. XE는 이 알루미늄 가운데 75%를 세계 최초로 재활용 소재(RC5754)를 사용했다. 폐차하며 얻는 알루미늄으로 다시 신차를 제작하는 셈이다. 심지어 에폭시 접합 공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80%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만남은 상업적 성격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이라는, 우리 모두가 당면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느 협업보다 멋지고 아름답다. 강준기(〈로드테스트〉 기자)
4 마세라티×에르메네질도 제냐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이탈리아 북부 트리베로에서 작은 원단 공장으로 시작했다. ‘뛰어난 품질과 착용감’을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운다. 재래식 직조기를 이용해 울 원단을 생산하는 한편, 고품질 원자재를 수입해 프리미엄 원단을 직조하는 명실상부 ‘명품’ 원단 제조사다. 마세라티는 창립 1백주년을 맞아 콰트로포르테와 르반떼, 기블리에게 제냐가 빚은 특별한 옷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름은 제냐 에디션. 앞뒤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트림에 제냐의 슈트에 쓰이는 원단을 덧씌웠다. 시트 등받이와 엉덩이 부위엔 100% 천연 섬유로 빚은 제냐 멀버리 실크를, 도어와 천장은 폴트로나 프라우 가죽으로 매만졌다. 눈을 현혹할 디자인보다 직접 만지고 느끼는 감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두 회사는 닮았다. 이탈리아 자동차와 이탈리아 패션의 완벽한 조합이다. 강준기(〈로드테스트〉 기자)
designer Park Kyung Ok
사진제공 랜드로버 마세라티 벤틀리 재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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