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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wdonga_specialist #collaboration

Art Car

editor An Mi Eun

2017. 10. 11

명품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트 카. 패션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네 대의 자동차를 소개한다.

1 랜드로버×폴 스미스

폴 스미스와 디펜더가 만났다. 이건 분명 아이콘과 아이콘의 만남이다. 뭐가 이리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특별한 건 사실이니까.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역시 영국을 대표하는 차 랜드로버 디펜더의 오랜 팬이자 주인이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건  1990년이지만, 그 원류를 따라가면 194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나온 랜드로버 시리즈 1이 디펜더의 원조다. 랜드로버 시리즈 1은 미군이 사용하던 윌리스 지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모델이다. 영국 특유의 감각으로 새로 만든 영국 고유의 오프로더다. 그래서 이 만남이 반갑기도 하지만 조금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위트 넘치는 폴 스미스와 투박한 디펜더의 만남이 어색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중한 슈트에도 위트를 빠뜨리지 않는 폴 스미스 아닌가.

그는 색상 하나하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디펜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색감마저 고와 진짜 디펜더가 맞는지 다시 보게 된다.  실제 폴 스미스 특제 디펜더의 겉모습에 들어간 색상은 총 27가지나 된다. 지붕에는 꿀벌을, 센터 콘솔 안에는 열쇠와 동전을 그려 넣는 재치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차는 어디 있을까? 물론 폴 스미스의 집에 있다. 참고로 그는 영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에 산다. 영국의 아이콘은 둘 다 영국을 떠나고 만 셈이다.
고정식(W DONG-A SPECIALIST,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2 벤틀리×브라이틀링

원래 화끈하게 불타오르는 사랑보다 은은하게 깊어지는 사랑에 좀 더 굳건한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벤틀리 자동차와 브라이틀링 시계의 10년 넘는 ‘열애’도 마찬가지다.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2002년 벤틀리가 컨티넨탈 GT를 처음 선보일 때, 브라이틀링이 시계 공급원으로 참여했다. 이 정도 협업은 이미 종종 있어 왔다.

이들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깊어진 건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Breitling for Bentley)’라는 라인이 론칭되면서다. 브라이틀링은 벤틀리 라디에이터 그릴의 그물망 형상을 본떠 베젤을 디자인했다. 계기반 클러스터에서 영감을 얻은 모델도 내놨다. 한정판 기념 모델도 선보였다. 벤틀리가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컨버터블로 얼음 위를 시속 330.665km로 내달리자, 브라이틀링은 ‘세상에서 얼음 위를 가장 빨리 달린 자동차’ 기록 작성을 기념해 ‘벤틀리 슈퍼스포츠 라이트 보디’라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아울러 벤틀리가 컨티넨탈 GT3로 두 개의 모터스포츠 대회를 석권한 뒤, 브라이틀링은 또 ‘벤틀리 GT3’라는 컬렉션을 발표했다. 재미있는 건 당시 벤틀리가 석권한 두 대회의 메인 스폰서가 모두 최고급 시계 브랜드 블랑팡이었다는 사실이다.



브라이틀링의 오랜 구애에 벤틀리도 2015년 단 7대 한정의 ‘컨티넨탈 GT 스피드 브라이틀링 제트팀 시리즈’를 발표했다. 브라이틀링이 운영하는 곡예 비행팀 ‘브라이틀링 제트팀’에 헌정하는 모델이다. 7대 한정이라는 아이디어도 7대로 이뤄진 팀의 진용에서 나온 거다. 벤틀리는 브라이틀링 고유의 색감을 맞추기 위해 팬톤 컬러칩과 비교하며 일일이 색상을 맞췄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이 모델은 벤틀리 역사상 가장 빠른 모델인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모두 수제로 제작됐다. 마치 브라이틀링이 시계를 만들 듯 말이다.

벤틀리는 최신형 컨티넨탈 GT에도 브라이틀링의 시계를 넣었다. 브라이틀링은 3세대 컨티넨탈 GT 출시를 기념해 ‘벤틀리 GT 다크 사파이어 에디션’을 5백 개 한정으로 선보였다. 역시 손발이 잘 맞는 짝꿍답다. 앞으로도 꾸준히 영감을 나누는 단짝으로 남아주길.
고정식(W DONG-A SPECIALIST,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3 재규어×스텔라 매카트니

자동차 제조사와 패션 브랜드의 협업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가령 피아트×구찌, 인피니티×톰브라운 등 자동차의 기본 바탕 위에 패션 디자이너의 색채를 불어넣곤 한다. 그런데 재규어의 아트카는 이들과 조금 다르다. 그들이 선택한 예술가는 스텔라 매카트니다. 그는 재활용 소재로 옷과 가방을 만들어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디자이너다. 이번 2017 F/W 광고 캠페인은 스코틀랜드의 인공 쓰레기 매립지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여느 상업 광고와는 색다른 접근이다. 재규어는 그런 매카트니에게 끌렸다. 매카트니에게 주어진 밑재료는 재규어의 콤팩트 세단 XE, 프로젝트의 이름은 ‘FEEL XE’다. 그는 XE를 도화지 삼아 슈퍼히어로 패턴으로 색동옷을 입혔다. 만화 속 영웅들의 얼굴이 차체 표면을 수놓았지만 그 이면엔 XE의 지속 가능성과 교감하고 있다.

알루미늄의 장인으로 통하는 재규어는 XE의 차체 뼈대를 빚을 때 알루미늄을 80% 이상 사용한다. XE는 이 알루미늄 가운데 75%를 세계 최초로 재활용 소재(RC5754)를 사용했다. 폐차하며 얻는 알루미늄으로 다시 신차를 제작하는 셈이다. 심지어 에폭시 접합 공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80%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만남은 상업적 성격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이라는, 우리 모두가 당면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느 협업보다 멋지고 아름답다. 강준기(〈로드테스트〉 기자)




4 마세라티×에르메네질도 제냐

마세라티와 에르메네질도 제냐. 두 브랜드는 닮은 구석이 많다. 모두 1914년 창업자의 이름을 따 설립됐다. 마세라티의 역사는 ‘상남자’ 알피에리 마세라티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손으로 직접 경주차를 빚어 레이스에 참가하는 열혈 ‘자동차 마니아’. 많은 이들이 마세라티를 ‘고급 자동차’로만 알고 있지만, 실은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둔 열정적인 브랜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이탈리아 북부 트리베로에서 작은 원단 공장으로 시작했다. ‘뛰어난 품질과 착용감’을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운다. 재래식 직조기를 이용해 울 원단을 생산하는 한편, 고품질 원자재를 수입해 프리미엄 원단을 직조하는 명실상부 ‘명품’ 원단 제조사다. 마세라티는 창립 1백주년을 맞아 콰트로포르테와 르반떼, 기블리에게 제냐가 빚은 특별한 옷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름은 제냐 에디션. 앞뒤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트림에 제냐의 슈트에 쓰이는 원단을 덧씌웠다. 시트 등받이와 엉덩이 부위엔 100% 천연 섬유로 빚은 제냐 멀버리 실크를, 도어와 천장은 폴트로나 프라우 가죽으로 매만졌다. 눈을 현혹할 디자인보다 직접 만지고 느끼는 감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두 회사는 닮았다. 이탈리아 자동차와 이탈리아 패션의 완벽한 조합이다. 강준기(〈로드테스트〉 기자)

designer Park Kyung Ok
사진제공 랜드로버 마세라티 벤틀리 재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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