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business

패션의 완성은 얼굴 이라서

editor 정희순

2017. 08. 03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패션 기업들이 뷰티 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의 또 다른 버전이다.

요즘 패션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사업 다각화’다. 패션계 오랜 불황의 해결책을 다른 사업군에서 찾겠다는 얘기다. 패션 부문 매출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LF의 구본걸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점검과 신규 사업 검토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며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을 향한 사업 방침을 천명했다. 다른 패션 기업들의 동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패션 기업들이 말하는 다각화의 방향은 바로 화장품이다. 최근 1~2년 새 패션 기업들이 국내에 새로 론칭한 코즈메틱 브랜드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패션 업계의 코즈메틱 시장 진출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1913년 코르셋과 원피스 등을 선보이는 부티크로 시작해 현재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샤넬은 1921년 첫 번째 향수인 ‘N°5(Number Five)’를 출시했다. 이 성공에 힘입어 1924년엔 레드 립스틱을 선보였고, 같은 해 향수와 화장품 라인을 제조·판매하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고 1929년 스킨케어 제품군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디올은 1947년 첫 컬렉션과 함께 향수 ‘미스 디올’을 발표했고, 1953년 ‘루즈 디올’을 선보이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샤넬과 디올에 비하면 후발 주자지만 버버리, 구찌, 마크 제이콥스, 토리버치, 마이클 코어스, 톰포드, 끌로에 등의 패션 하우스들도 일찍이 코즈메틱 라인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앞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패션 기업이 존재한다. MLB와 디스커버리를 보유한 패션 전문 기업 에프앤에프가 계열사 에프앤코를 통해 2005년 론칭한 브랜드 ‘바닐라코’다. 당시 에프앤에프가 전개하던 여성복 바닐라비는 사업의 쇠퇴로 다른 회사에 인수됐지만, 바닐라비에서 파생된 바닐라코는 지속 성장했다. 어찌 보면 요즘 국내 패션 기업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뷰티 산업 진출이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미다.



해외 뷰티 브랜드 들여와 국내에 판매 

패션 업계 빅 3 중 한 곳인 LF는 해외 뷰티 브랜드를 들여와 아예 국내에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해 6월엔 네덜란드의 화장품 브랜드 ‘그린랜드’를, 8월엔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 1803’을 들여왔다. 지난 3월엔 프랑스 브랜드 ‘그라네 파스텔’까지 론칭했다. LF는 세 브랜드 모두 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추세다. 



한섬과 삼성물산은 편집숍 형태로 해외 뷰티 브랜드를 취급 중이다. 타임, 마인, 시스템, 더캐시미어 등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한섬은 자신들이 보유한 패션 브랜드 ‘더캐시미어’에 라이프스타일 관련 제품들을 취급하는 ‘더캐시미어 띵스’를 더했다. 패션 브랜드에 뷰티 라인을 추가한 케이스다. 더캐시미어 띵스에서 선보이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패션 브랜드 더캐시미어가 추구하는 절제된 디자인을 갖췄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도 자사 편집숍인 10꼬르소꼬모, 비이커 등에서 수입 뷰티 제품들을 판매 중이다.



제조에 뛰어든 신세계인터내셔날·코웰패션

신세계 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앞선 회사들보다 뷰티 시장에 한발 더 나아간 모양새다. 1996년부터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수입, 판매해오다 2012년엔 국내 최초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했고, 이어 2014년에는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를, 2015년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판권을 가져와 뷰티 사업을 강화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판매하는 뷰티 편집숍 ‘라 페르바’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업 중 하나다. 그러다 재작년부터는 아예 화장품 제조까지 추진했다.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인 인터코스와 손을 잡고 합작 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한 후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한 것이다.

푸마·아디다스·리복·캘빈클라인 등 해외 유력 브랜드의 제조 판매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코웰패션도 작년 메디컬 뷰티 케어 플랫폼 기업 서울리거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 씨에프 코스메틱을 설립했다. 뷰티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코즈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브랜드 론칭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초석이다. 씨에프 코스메틱은 스페인의 천연 보디 제품 브랜드 ‘내추럴리움 이모션스’를 들여왔으며 코즈메슈티컬 브랜드 ‘리거톡스’를 선보였다.

30년 전통의 스포츠 패션 브랜드 ‘니코보코’도 남성 기능성 화장품 MUH를 출시하고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유명 화장품 제조사인 코스맥스와 공동 연구 개발한 제품으로, 클렌징폼, 올인원, 크림, 마스크팩 등 피부 타입별 13종을 내놨다. MUH 관계자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2년간 연구 개발과 수십 차례 테스트를 통해 제품을 검증했다”며 “백화점, 면세점, 온라인 종합몰 등 점차적으로 판매처를 확대해 남성 화장품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뷰티를 입을 차례

이렇게 패션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뷰티 업계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오랜 기간 지속돼온 패션 산업의 불황 때문이다. 한 패션 기업의 관계자는 “고가 명품 브랜드와 저가 공세를 펼치는 SPA 브랜드로 인한 소비의 양극화가 패션 산업의 불황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십 년 전통을 자랑하던 한 패션 전문 기업은 지난해 말 부도를 맞았고, 다른 기업들 역시 판매 실적이 저조한 브랜드들을 속속 정리하는 추세다. 패션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바로 옆 동네 화장품 회사들은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2013년부터 해마다 50% 안팎의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뷰티 업계의 매력은 또 있다. 우리나라는 ODM(제조사개발생산) 생태계가 탄탄해 원천 기술을 보유하지 않아도 화장품 시장에 쉽게 진출이 가능하다. 화장품 연구 개발 전문 업체인 한국콜마나 코스맥스 같은 업체의 기술력을 빌리면 얼마든지 화장품을 론칭할 수 있다는 것. 의류에 비해 유행에 덜 민감하고 원가가 낮으며 재고 소진이 쉽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기존에 패션 기업이 갖추고 있는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만 덧씌우면 얼마든지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패션 기업의 뷰티 시장 진출은 이제 막 시작됐다. 화장품이 패션 기업들을 살리는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레드오션이 될 것인가. K-뷰티 시즌3는 이미 시작됐다.


사진제공 3CE 그라네파스텔 바닐라코 바이레도 불리1803 산타마리아노벨라 아가타코스메틱 이세이미야케 제이에스티나뷰티 디자인 박경옥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