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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나눔 체험

이선희 주부의 노인대학 수학교실 자원봉사

“배움을 향한 할머니들의 열정에 전염돼 모든 일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게 됐어요”

기획·강현숙 기자 / 구술정리·안소희‘자유기고가’ / 사진·지재만 기자

2006. 07. 28

사회복지관 노인대학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선희씨(46). 숫자와 수학을 진지하게 배우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한 자세를 새롭게 다지게 된다는 그의 자원봉사 체험기를 들어본다.

이선희 주부의 노인대학 수학교실 자원봉사

나의 할머니는 한글과 숫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까막눈’이셨다. 어릴 적 까막눈 할머니를 볼 때면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가 생활에서 겪는 불편함과 가슴에 품고 있던 한스러움이 안타깝게 느껴지곤 했다.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밑반찬 만들기 봉사를 하기 위해 서울 사당동에 자리한 동작이수사회복지관에 다니던 나는 우연히 ‘노인대학 수학교실’ 강사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어릴 적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앞뒤 가리지 않고 선뜻 나서게 됐고, 그렇게 시작한 수학교실 강사활동이 어느덧 1년 반이 넘어간다. 나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이면 복지관을 방문해 여덟 분의 할머니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드리고 있다.
목요일 아침 9시30분, 교실에 들어서니 한 분도 빠짐없이 먼저 와서 연습문제를 풀고 계신다. 할머니들은 각각 진도와 학습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1대 1로 지도를 해드려야 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서 오세요. 이리 와서 빨리 답 좀 맞춰 줘.”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김덕례 할머니(67·가명)가 내 소매를 잡아끈다.
“아이고, 어제 보고 오늘 보는데 왜 이렇게 보고 싶데? 님보다 더 반갑네 그려.”
김할머니의 너스레에 교실이 웃음바다가 된다. 농담처럼 말씀하시지만 할머니의 마음은 진심이다. 늦깎이 배움의 시간이 그만큼 소중하고 즐거운 모양이다.
할머니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는 “10원짜리 10개가 모이면 얼마지요?”라는 식으로 돈을 예로 많이 든다.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수 개념이 돈이기 때문에 돈을 예로 들면 쉽게 이해를 하신다.
김할머니와 연습문제를 푼 뒤 다음 순서는 이순자 할머니(74·가명). 처음에는 숫자를 읽지도 못하셨는데 이제는 간단한 덧셈과 뺄셈은 거뜬히 해내신다. 얼마 전에는 은행에서 혼자 힘으로 예금을 인출했다며 상기된 얼굴로 자랑을 하셨다. 숫자를 알지 못하던 할머니에게 은행은 그야말로 ‘공포의 장소’에 가까웠는데 이제는 수학공부를 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 됐다고 한다.
수학을 배우며 세상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열정’ 그 자체다. 할머니들이 고단하게 살아온 거친 손으로 또박또박 써내려가는 숫자를 볼 때면 숫자가 마치 흐트러진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주는 인생의 지침서처럼 느껴진다. 또 할머니들의 열정에 전염돼 모든 일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게 되니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이 자원봉사임을 깨닫는다.
할머니 여덟 분과 연습문제를 풀고 새로운 과제를 내드리고 나니 벌써 11시10분이다. 오늘도 쉬는 시간 잡아먹는(?) 선생님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지만 교실을 나서는 나와 할머니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노인대학 자원봉사 여기서도 할 수 있어요
사회복지관 노인대학에서는 한글·수학 교실을 개설하고 있는데 강의는 물론 진행 등 대부분의 활동이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한글이나 수학 교실 강사는 고졸 이상 학력의 주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강의 외에 다양한 수업보조 봉사도 가능하다.

▼ 평화종합사회복지관 서울시 노원구 중계3동 02-9490-123
▼ 동작이수사회복지관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02-592-3721
▼ 종로종합사회복지관 서울시 종로구 창신3동 02-766-8282
▼ 하남시종합사회복지관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031-790-2900
▼ 우만종합사회복지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1동 031-254-1992
▼ 춘천효자종합사회복지관 강원도 춘천시 효자2동 033-262-2390
▼ 산너머종합사회복지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1가 063-232-0334
▼ 청곡종합사회복지관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053-793-9411

※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의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real1life@ 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61-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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