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여행사의 같은 나라들을 둘러보는 패키지여도 잘 보면 일정이 미세하게 다르다. 평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포함되었는지 살펴보고 취향에 맞게 고를 것.
3개국과 4개국 일정은 천지 차이
신혼여행을 프랑스 파리로 갔을 때는 자유여행이었다. 호텔만 미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로 예약해놓고 발길 닿는 대로 파리 곳곳을 돌아 다녔다. 그러나 이번엔 고민이 끝도 없었다. 자유여행으로 하자니 아이들과 그 많은 짐을 끌고 이 나라 저 나라 옮겨 다닐 자신이 없었고, 항공권도 너무 비쌌다. 게다가 중학생 아이가 결석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을 때를 찾다 보니 5월 황금연휴 기간밖에 시간이 안 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패키지여행을 가자니 팸투어 외엔 단체로 가본 적이 없어 모르는 사람들과 빡빡한 일정을 도는 여행이 어떨지 감이 오지 않았다.온갖 여행사 홈페이지를 들락거린 끝에 허무하게도 원하는 날짜에 출발 확정인 8박 10일 서유럽 4개국 패키지로 최종 선택했다. 보통 패키지 여행 상품은 최소 인원이 모이지 않으면 가능한 날로 일정을 바꾸거나 아예 취소될 위험이 있는데, 이 상품은 딱 원하는 날짜에 출발 확정 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팀에 그래서 이 패키지를 선택한 중학생 동반 가족이 우리 포함 셋이었다. 그리고 같은 패키지여도 출발 확정 전과 후 예약 시점에 따라 최종가가 서로 달랐다. 패키지 고수인 한 엄마는 최소 출발 인원 15명 중 12명 정도 찼을 때 ‘이 정도면 어그러지지 않겠다’ 싶어 예약, 우리 가족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같은 여행을 했다.

유럽 전문 인솔자에 따르면, 패키지 중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국경 이동이 많은 유럽 상품이 가장 힘든 편이다. 그래서 유럽 중에서도 가장 인기인 서유럽의 경우 4개국보단 3개국 상품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또 볼거리 많은 이탈리아가 포함되면 힘듦이 배가된다. 그 이유는 로마와 피렌체, 베니스 등 여러 지역으로 옮겨 다니기 위해 매일 버스를 서너 시간씩 타기 때문이라고. 요즘 뜨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패키지도 두 나라 사이 이동 거리가 제법 있어 일정이 11일은 되어야 여유가 있다고 했다.

‘유럽의 지붕’인 융프라우요흐에서 눈이 와 풍경을 내려보지 못한 게 아쉽다. 대신 전날 머문 인터라켄에서 귀한 쌍무지개를 봤다.
강요 없는 쇼핑과 애매한 선택관광
패키지여행에 대한 검색을 하면 “동남아 저가 패키지여행에서 원치 않는 쇼핑을 강요당했다”라든지 “선택관광을 하지 않으면 가이드가 눈치를 준다”는 등의 부정적 후기를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노 쇼핑, 노 옵션’ 상품이다.우리 가족이 다녀온 패키지상품은 쇼핑과 선택관광이 각각 6회가 포함되어 있었다. 쇼핑의 경우 매장명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에서 어떤 품목을 쇼핑하는지 사전에 고지해줬다. 그래서 나라마다 어떤 품목이 인기인지, 또 국내 판매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대략 파악해둘 수 있었다. 또 손품을 팔다 안 사실인데, 같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이 아니어도 대부분 비슷한 판매처에 들른다. 현지 가이드가 연결을 하는 데다, 한국인 점원이 있고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곳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패키지여행객을 마주치기도 했다.
어느 정도 구매 품목에 대해 선을 긋고 현지에 가보니 생각보다 더 쇼핑 분위기가 자유로웠다.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눈치를 준다거나, 숍에서 오래 머무르지도 않았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간 가죽 전문점 ‘Peruzzi(페루치)’의 경우 피렌체의 오래된 가문 중 하나인 페루치에서 1948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가죽 브랜드였다. 페루치 가방과 옷, 소품류 외에도 다른 준명품 브랜드 제품도 보였다.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하진 않지만 진짜 ‘made in Italy’ 제품이고, 각인 서비스도 있어 패키지 일행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들른 약국도 반응이 괜찮았다. 일단 프랑스 약국에서 판매하는 뷰티 브랜드들이 질 좋기로 유명하거니와 가격이 국내에서 사는 것보단 저렴해 지인들에게 줄 선물 몇 가지를 구매했다. 몇몇 나라에서는 아예 쇼핑 매장 내부에서 머무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영국 런던에서 캐시미어 가게에 들렀을 때와 파리에서 백화점에 갔을 때는 근처 카페에서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선택관광은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투어, 파리 연장 투어, 로마 벤츠 투어, 베니스 수상택시, 스위스 루체른 유람선, 런던 템스강 유람선 등 총 6가지였다. 옵션당 40~70유로로, 4인 가족이 6가지 투어에 모두 참여하면 총 1320유로다. 이를 1유로에 약 1700원 정도로 환산하면 선택관광만 224만4000원. 우리 가족은 6가지 중 2가지는 선택하지 않고 자유 시간을 가졌다. 소문처럼 인솔자 또는 현지 가이드가 불편한 기색을 비친다거나 정해진 장소에서 기다려야 하진 않았다.
다만 일부 옵션은 말만 선택이지 선택하지 않으면 관광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보였다. 예를 들어 로마 벤츠 투어의 경우, 로마는 길이 협소해 관광버스가 다닐 수 없다. 그래서 벤츠 밴을 타고 트레비 분수,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판테온 신전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건데, 선택하지 않으면 도보로 3시간 정도 알아서 다녀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박물관과 같은 로마를 가이드 없이 돌아다니는 건 손해처럼 느껴졌다. 밴에 함께 탄 다른 일행도 “걸어 다녔으면 고생했 겠다. 이게 왜 선택관광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도출한 결론은 “패키지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였다. 다녀온 패키지 상품이 인당 700만 원대였는데 4인 가족이면 약 2800만 원, 여기에 모든 선택관광 비용을 더하면 3000만 원이 넘는다. ‘99 마케팅(가격 끝을 99로 맞추는 가격 전략)’에서 알 수 있듯 2000만 원대와 3000만 원대는 심리적 방어선이 다르다. 따라서 전체 예산을 정할 때는 선택관광 비용과 현지에서 지불하는 기사 및 가이드 경비, 환율 인상에 따른 추가 요금 등 숨은 비용까지 살펴봐야 한다.


패키지마다 기본 포함 사항이 다르다. 내가 다녀온 상품은 스위스 융프라우 ‘아이거 익스프레스’와 베니스 명물 곤돌라 등이 포함이었다.
빠른 박물관 단체 입장은 최고, 식사는 2% 부족
이번 여행 일정에 대해 유럽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에게 말해줬더니 다들 깜짝 놀랐다. 예를 들어 파리에서 아침에 에펠탑에 오르고 오후에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이유 궁전을 다녀오고 밤에 센 강에서 유람선을 탄 날은 예전 신혼여행 때는 며칠에 걸쳐 다녔던 일정이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기에 더 아쉬웠던 이탈리아의 경우 매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다 보니 외관만 보며 설명 듣고 인증샷 찍은 후 이동하는 코스가 많았다. 콜로세움과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인 두오모 성당 내부를 둘러보지 못한 건 지금도 아쉽다. 그래도 현지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니 그냥 보는 것보단 재미있었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은 박물관이었다. 핵심만 쏙쏙 뽑아 아이들의 집중력이 흐려지고 체력이 바닥날 즈음이자, 어른에게는 살짝 아쉬울 때 투어를 끝냈다. 게다가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가장 만족한 부분을 꼽으라면 박물관마다 오래 줄 서지 않고 거의 바로 입장했던 점이다. 루브르 박물관과 바티칸 박물관은 특히 줄이 어마어마 하게 길었는데, 해설사를 동반한 단체 관광객 전용 입구가 따로 있어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여행에서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특식이었던 달팽이 요리 ‘에스까르고’.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에선 열심히 간식을 사먹었다.


패키지여행의 완성은 사람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패키지여행은 더욱 그렇다. 이번 여행은 우리 가족끼리 복 받았다 총평할 정도로 인솔자, 현지 가이드, 동행들이 다 좋았다. 인솔자와 현지 가이드들 대부분이 20년 이상의 베테랑이었고, 해박한 지식과 유머러스한 입담을 지닌 걸어 다니는 AI였다. 아이가 현지 가이드가 해준 설명을 듣고 집에 와 트로이 목마 책을 찾아 읽었을 때 이 여행이 돈값 했다고 생각했다. 또 경기도에서 온 노부부가 김치찌개를 먹으며 1병에 25유로인 소주를 한 턱 쐈을 때, 공항에서 헤어지면서 부산에서 온 여행객이 “아 잘 키웠다. 잘 살거래이”란 마지막 인사를 전했을 때 이런 게 단체여행의 묘미란 생각이 들었다.다만 30명이란 인원은 복잡한 관광지를 함께 걷고 멈춰 설명을 듣고 하기에는 다소 많은 편이었다. 장소에 따라서는 대규모 인원이 같이 다니는 게 불가능해 두 개의 조로 나눠 다니기도 했다. 이때는 현지 가이드가 한 명 더 나왔다. 물론 대인원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사람이 많았기에 여행객을 모객한 국내 여행사나 현지 여행사에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더 신경써 베테랑들로 배치해 줬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로마에서 마주친 다른 패키지의 한국인 가이드는 우리 가이드에게 사수라며 이탈리아 최고 형님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확률이다. 대부분의 패키지여행은 인솔자와 현지 가이드가 복불복이다. 이 부분이 걱정된다면 애초에 현지 가이드가 지정되어 있고 상품 소개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고르는 편이 낫다. ‘마이리얼트립’이나 ‘클룩’ 같은 여행 사이트에서 국가마다 반일이나 소규모 투어 상품을 찾아 나만의 패키지로 직접 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 모든 손품이 귀찮았던 한국의 귀차니스트는 결국 오전 6시 45분에 조식을 먹고 7시 30분에 집합하는 날도 있었던 현지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어야만 했다. 오죽하면 세 끼 다 먹고 ‘1일 1젤라또’를 하고, 매일 밤 와인을 마셨지만 몸무게가 전혀 늘지 않았다. 동남아 휴양지 여행은 이제 지겹다며 ‘탈 리조트’를 외치던 첫째 아이는 “나는 휴양지가 더 취향에 맞는 듯하다”고도 했다. 유럽 패키지여행은 장단점이 확실했다. 단점을 더 적자면 더 적을 수 있지만 인솔자의 얼굴이 떠올라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우리가 다녀온 여행지를 추억할 때 그곳에 함께했던 나도 기억해달라.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던 인솔자의 말처럼 여행 자료를 뒤적이는 걸로도 친절했던 그녀가 생각난다. 놀라운 경험임은 틀림없다.
#유럽 #패키지여행 #여성동아
사진 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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