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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자만추가 어려울 땐, 앱만추 하세요” 데이트 앱 탐색기

정세영 기자

2025. 02. 19

디지털 친화적인 잘파세대는 소개팅도 플랫폼에서 한다.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내게 꼭 맞는 사람을 찾아준다는 데이팅 플랫폼 트렌드.

데이트 앱 트렌드는 콘텐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 다큐 ‘Watch 데이트 앱 사기:당신을 노린다’, U+tv 드라마 ‘실버벨이 울리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 하드’(왼쪽부터).

데이트 앱 트렌드는 콘텐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 다큐 ‘Watch 데이트 앱 사기:당신을 노린다’, U+tv 드라마 ‘실버벨이 울리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 하드’(왼쪽부터).

“괜찮은 사람은 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 송년회에서 만난 후배 A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이제 곧 앞자리가 바뀔 ‘위기에 처했다’고 넋두리를 하던 터였다. 누구보다 센스 있고 똑똑한 데다 패션, 뷰티 감각도 남부럽지 않은 그의 문제는 딱 한 가지. 여자만 있는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잡지사 에디터고 절친은 패션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가장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이들은 홍보 담당자들이란다. 업계 특성상 여성 비율이 90%가 넘는대도 과언이 아니다. 퇴근 후 향하는 곳도 별다르지 않다. 일주일에 두 번은 필라테스, 주말에는 네일 숍에 가고 가끔은 아이돌 콘서트도 챙긴다. 심지어 로망은 ‘자만추’란다. 여길 봐도 여자, 저길 봐도 여자인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안타깝지만 ‘희박’하다.

“데이팅 앱은 어때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후배 B가 물었다. 제법 괜찮은 남자들과 끊임없이 연애를 이어가 무리 사이에선 능력자로 불리는 친구였다. 데이팅 앱이라니…. “그거 안전해?” “이상한 사람 많지 않아?” “AI가 답변하는 거 아냐?”라는 밀레니얼들의 질문에 젠지는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좋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요. 그 안에서 열심히 찾는 거죠.” 잠시 생각에 잠겼던 A의 다음 질문은 “그래서, 어떤 앱이 제일 괜찮은데?”였다.

누적 다운로드 5억3000만 회에 달하는 데이팅 앱 시장

글램, 틴더, 위피(왼쪽부터)는 MZ에게 인기가 많은 데이팅 앱이다.

글램, 틴더, 위피(왼쪽부터)는 MZ에게 인기가 많은 데이팅 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이팅 앱 시장은 과도기를 거쳐 안정기로 접어든 추세다. 세계 시장에서 데이팅 앱의 다운로드 수는 5억3000만 회에 달한다. 데이팅 앱의 대표 주자 ‘틴더’의 경우 전 세계 가입자 수가 1040만 명을 육박한다. 틴더 코리아의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21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1만 명이나 된다. 데이팅 앱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유료 소비자 숫자도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데이팅 앱 시장에서 유료 서비스를 결제한 액수는 57억1820억 달러(약 7조6910억 원)로 집계됐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data.ai)가 발간한 ‘2024년 모바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데이팅 앱 이용자의 유료 결제액 규모는 1억2020만 달러(약 1614억 원)를 훌쩍 넘는다.

글로벌 조사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 역시 전 세계 데이팅 앱 시장 규모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매해 1~2월에는 데이팅 앱의 사용자가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틴더에서는 새해 첫 번째 일요일을 ‘데이팅 선데이(Dating Sunday)’라고 부른다. 유저들의 활동이 급증해서다. 앱 내에서 새로운 사람을 찾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는 ‘스와이프(Swipe)’ 활동은 연평균보다 약 20% 증가했고, ‘좋아요(Like)’를 누른 사용자 수도 15% 많아졌다. 본격적인 만남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도 유의미하게 늘었다. 마음에 든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전송량은 20%, 대화를 주고받은 수는 12%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까지 꾸준하게 이어진다는 게 틴더 측의 설명이다.

틴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데이팅 앱이다. 190개국에서 45개 이상의 언어로 서비스하는 만큼, 사용자 경험에 집중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프로필 이미지와 400자 이내의 자기소개를 보고 마음에 들면 Like 버튼을 눌러 의향을 표시할 수 있다. 서로가 Like를 누르면 매칭되는 구조다. 이용자의 60% 이상이 만 18세부터 30세까지로 젊은 이용자가 많다. 그만큼 캐주얼하고 핫한 분위기라는 게 이용자들의 평가다. 글로벌 플랫폼이다 보니 해외여행 중에 짧은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외국인 이용자가 많다는 후기도 종종 보인다. 가벼운 만남에 집중되는 분위기를 경계해서인지 틴더는 ‘친구를 발견하는 새로운 방법’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는 유저를 위해 아예 안전을 전면에 내세운 플랫폼도 있다. ‘위피’는 ‘동네 친구가 필요할 때 좋은 사람들과 위피에서 안전하게’라는 문구를 앞세운다. 접속 지역을 기준으로 동네 친구와 가벼운 만남을 주선하는 콘셉트다. 내 주변 친구, 이 동네 여사친, 오늘 접속한 동네 친구 등의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맞춤 추천을 제공한다.

좀 더 데이트에 초점을 맞춘 앱은 ‘글램’이다. ‘매력적인 이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만남’을 모토로 내걸었다. 소개팅 앱에 따라붙는 의혹, 예를 들어 도용한 프로필 사진으로 계정을 생성한다거나 AI가 답변을 대신한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직원과 AI가 철저하게 프로필을 교차 검증한다고. 사진을 업로드한 후 프로필 인증을 통해 실물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인증 배지를 부여해 신뢰도를 높이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본인이 프로필 사진을 업로드한 만큼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프로필 사진을 1장 업로드한 유저는 상대방의 사진도 1장, 6장 업로드했다면 상대방의 사진도 그만큼 볼 수 있는 공평한 구조다. 이처럼 사진을 꼼꼼하게 선별하기 때문일까? 데이트 앱 중 글램의 분위기가 가장 훈훈하다는 평이 대다수다.

서울대 졸업생, 직장인 커뮤니티가 만든 ‘결혼’을 위한 앱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스카이피플, 골드스푼, 블릭(왼쪽부터).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스카이피플, 골드스푼, 블릭(왼쪽부터).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을 갖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앱도 성업 중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서 론칭한 ‘블릿’은 재직하고 있는 회사 또는 보유한 자격증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신원이 확실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게 강점. 회사 이름을 걸고 있는 만큼 혹시라도 동료나 지인에게 공개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회사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회사 회원을 차단할 수도 있고,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지인을 차단하는 기능도 있다. 블릿을 사용해본 유저 대다수는 “틴더나 글램 등의 데이팅 앱보다 매칭은 느리지만 연령이나 직장 등에서 좀 더 신뢰도 높은 매칭이 가능한 것 같다”고 평가한다.

‘스카이피플’은 서울대 졸업생이 만든 소개팅 앱이다. 여러 가지 조건을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국내 데이팅 앱 중에서는 최초로 학교, 직장 인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재직증명서, 자격증, 졸업장 등의 서류를 증명하거나 직장, 학교 이메일을 인증해야만 프로필 작성이 가능하다. 혹시라도 자기소개나 학력을 허위로 작성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용 후기에서도 가입 절차가 꼼꼼한 만큼 좀 더 진지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보다 좀 더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데이팅 앱 ‘골드스푼’도 호기심의 대상이다. ‘인증, 경제력, 바른 만남’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연 매출 50억 원 이상의 사업가, 벤처기업가 등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려졌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등과 제휴를 맺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와인 파티, 골프 모임, 재테크 모임 등 관심사에 맞는 만남을 주선한다.

이처럼 소셜데이팅이 화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을 거치는 복잡한 절차가 없고, 주선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또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며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의 프로필과 반응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소셜데이팅 앱으로 만난 이성과 6개월 교제 후 올해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김정인 씨는 “우연히 관련 뉴스를 읽다가 앱까지 깔게 됐다”면서 “점심시간에 재미 삼아 사용하다 인연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주선자를 통해 소개팅을 하면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난감했는데 앱을 이용하니 그런 고민 없이 이성과 접촉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사람이 나처럼 좋은 결과만 얻진 않는다”며 데이팅 앱 이용 시 주의 사항에 대해서도 어필했다.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신상 정보가 악용되거나 앱을 이용하는 목적 자체가 가벼울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한 데이팅 앱 제작자는 “공신력이 높은 업체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서로의 프로필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면 실제 만남을 가질 때는 개방적인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트앱 #여성동아

사진출처 넷플릭스 틴더 블릿 위피 스카이피플 골드스푼 블릭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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