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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040 여성 건강 위협하는 암

김명희 기자

2024. 05. 07

40대에 불과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의 암 진단 소식은 의학계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40 여성 암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트 미들턴(42) 영국 왕세자빈의 암 진단 보도 이후 영국에서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급증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드라마 ‘뉴스룸’ ‘테일스 오브 더 워킹 데드’ 등에 출연한 배우 올리비아 먼(44)도 유방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2040(20~49세) 여성 사이에 암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실제로 젊은 여성들의 암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은 2040 여성은 1999년 1만3789명에서 2021년 3만7072명으로 20여 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40 여성 암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은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30~40대 여성 중에는 일, 출산, 육아 등으로 바빠 건강검진을 미루거나 증상이 있어도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건강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도 ‘설마 아직 젊은데’라는 생각으로, 또 ‘바쁘다’는 핑계로 정확한 진단을 미뤘다가 병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는 젊은 여성 암 환자가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출산력 저하를 꼽았다. 송 교수는 “매달 생리를 하는 것이 자궁내막암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 중 하나다. 난소암도 출산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학계에서는 유해 물질 노출 등 환경적인 요인도 여성 암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40 젊은 여성이 특히 주의해야 할 암에 대해 알아본다.

2040 여성 암 1위 갑상선암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암 등록 통계를 보면 1999~2021년 암 진단을 받은 2040 여성 환자 수는 64만7501명이다. 이 가운데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전체의 37.6%인 24만3711명으로 압도적 1위다. 유방암, 위암, 대장암, 폐암 등 거의 모든 암에서 40대 이후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갑상선암은 20대 환자 수가 다른 암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배우 엄정화와 오윤아, 개그우먼 안영미 등 유명 스타들도 방송에서 갑상선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갑상선에 생긴 결절(혹)은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는데, 전체의 5~10%에 해당하는 악성 결절이 암이다.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하게 된다.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아 흔히 ‘착한 암’이라 불린다. 5년 상대 생존율(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99.9%.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암이 커져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를 일으켜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하며 손으로 만졌을 때 종괴가 딱딱하거나 급격하게 커졌을 때, 목소리가 쉬었을 때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유방암

거의 모든 암이 환자 수는 늘어도 증가율은 감소 추이를 보이는 데 반해 유방암은 여전히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2007년 이후 연평균 4.8%씩 증가한 것. 특히 젊은 여성의 유방암은 공격적인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 유방암의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과 함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꼽힌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출산 횟수가 적고, 초산이 늦을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음주와 흡연, 비만, 방사선 노출, 식습관 등 환경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한쪽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다. 통증은 없고 단단하며, 모양이 불규칙하고 만졌을 때 잘 움직이지 않는다. 유방암은 유방의 상부 외측 4분의 1 부위에서 주로 발견된다. 통증은 초기 유방암의 일반적 증상이 아니지만, 한쪽 유방에서 일주일 이상 날카로운 통증이 월경 주기와 관계없이 나타난다면 유방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피가 섞인 유두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방 주위가 붓고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두꺼워질 수 있다.

조기 발견 어렵고 치명적인 난소암

1999~2021년 2040 여성 난소암 환자 수는 1만7358명, 5년 상대 생존율은 65.9%로 갑상선암(99.9%), 유방암(93.8%), 자궁체부암(89.6%)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난소암은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암이라는 얘기다. 전체 여성 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8.2%이며,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은 췌장암(17.2%)이다.



난소암은 90% 이상이 난소 표면의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상피성 난소암이다. 난소암은 증상이 별로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송재윤 교수는 “배가 나온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환자들이 살이 쪘다고 생각하고 무심히 넘기거나 소화불량이라 여겨 다른 과를 전전하다가 산부인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난소암 환자의 50% 이상이 3기에 발견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다른 암에 비해 환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 및 신약 개발이 부진한 점도 상대 생존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난소암 역시 유전의 영향을 받으며, 출산 경험이 없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난소암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만큼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이 난소암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송재윤 교수는 “젊은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난소암은 산부인과 초음파(질초음파)로 확인해야 한다. 장에 있는 가스 때문에 복부초음파로는 난소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건강검진을 할 때 산부인과도 빼놓지 말고 꼬박꼬박 받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자궁경부암 줄고 자궁내막암 증가

1999~2021년 자궁경부암과 자궁체부암(자궁내막암 포함) 2040 여성 환자 수는 각각 4만1059명, 1만5411명이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예방접종이 활성화되면서 발생률이 낮아지는 반면 자궁체부암은 증가하는 추세다. 자궁체부암 역시 모유수유, 임신 및 출산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거나 초경을 빨리하고 폐경이 늦을 경우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궁체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비만도 주요 원인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비만일 경우 지방세포가 증가하고 여기서 여성호르몬이 많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자궁 근종은 암과 많은 관련이 없지만 용종은 내막암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사이즈가 크거나 모양이 좋지 않을 경우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송재윤 교수는 “용종이 있는데 부정출혈을 보이거나 월경량이 많고 생리 기간이 길 경우 주의해야 한다. 자궁 용종이 있으면 착상 부위가 줄어들어 임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트미들턴 #난소암 #자궁암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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