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리라’는 프랑스 한 미식가의 말은 적어도 여배우들에게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당신이 무엇을 입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리라’라고. 11월 중순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MBC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 기자간담회는 주인공을 맡은 젊은 배우들보다 중년 여배우 장미희(54)와 이휘향(52)에게 더 많은 눈길이 쏠렸다. 두 사람 모두 다작을 하지 않는 배우들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평소 자신들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의상으로 관록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미희는 우아한 블랙 원피스를 선택했다. 단색 원피스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지만 장미희는 독특한 네크라인과 파격적인 앞트임으로 패셔니스타다운 센스를 발휘했다. 반면 이휘향은 섹시한 누드톤 원피스 차림이었다. 그가 몸매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파격적인 옷차림으로 등장하자 회견장이 순간 술렁이기도 했다. 장미희가 색조를 거의 쓰지 않은 메이크업으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면 이휘향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도 최대한 화려하게 꾸미려 애쓴 흔적이 보였다.
극 중 캐릭터도 극과 극
‘오자룡이 간다’는 처가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큰사위 진용석(진태현)의 음모에 맞서 아내 공주(오연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처가를 위기에서 구하는 백수 오자룡(이장우)의 역전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여기서 장미희는 공주의 엄마이자 우아한 재벌가 안주인 장백로를 연기한다. 백로는 딸들이 기대치와는 한참 떨어지는 사위를 데려와 못마땅하지만 그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보며 인생에 대해 새롭게 눈뜬다. 그는 “일일드라마는 처음이라 새로운 시청자들을 찾아뵌다는 느낌이 든다. 낯설기는 하지만 친근성이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물이 단조롭지 않고 굴곡이 있어 선택하게 됐어요. 상류층의 삶을 누리다가 새로운 계층과 세계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하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번 드라마가 삶의 건강성을 다룬 작품이라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이휘향이 맡은 인물은 백로의 여고 동창생 이기자. 기자는 겉은 화려하지만 알고 보면 빈털터리인 미용실 원장이자 아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부추기는 철없는 엄마다. 이휘향은 “누구나 자식을 사랑하지만 내가 맡은 배역은 특별히 아들을 징그럽게 사랑하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못할 짓도 할 것 같다. (그 역을 소화하면서) 반드시 동기 부여와 합당한 이유를 만들 것이고, 보는 분들도 악역으로 단정 짓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휘향은 활발하고 시원한 성격답게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는 희비가 엇갈리는 인물들이 나와야 흥미진진한데 이기자가 그런 인물이에요. 스스로 업시켜야 하니까 현장에서 오버하고,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같이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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