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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주 솔직한 고백

개그맨 임미숙·김학래 부부

남편의 무관심,여자문제로 인한 갈등 극복하고 행복 찾은~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6. 11. 23

한때 불화설이 나돌았던 개그맨 임미숙·김학래 부부가 지난 결혼생활의 갈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남편의 무관심 때문에 신혼 초부터 우울증을 겪은 임미숙은 남편의 도박과 여자문제까지 겹쳐 공황장애까지 앓을 정도로 결혼생활이 힘들었다고. 지금은 어느 커플보다 사이좋은 이들 부부가 들려주는 지난 시절 이야기.

개그맨 임미숙·김학래 부부

90년 개그맨 선후배로 만나 아홉 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 화제를 모은 김학래(52)·임미숙(43) 부부. 오래전부터 연예계에는 이들 부부의 불화설이 나돌았다.
“제가 방송출연을 안 하니까 ‘남편과 별거 중이다’ ‘이혼했다’ 이런 소문이 돌았나봐요. 결혼생활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별거까지 간 적은 없는데…. 남편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소문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임미숙은 불화설을 솔직하게 시인했다. “별거나 이혼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신혼 때부터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오랫동안 남편을 미워하고 증오했다”고 털어놓은 것. 그러나 그는 “지금 와서는 고통의 순간들을 잘 참고 견뎌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저는 괜찮았는데 아내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신혼 초에는 아내가 힘들어하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요. 결혼 당시 제가 무척 바빴거든요. 방송과 각종 행사, 그리고 밤무대에서 활동하느라 집에 들어가서는 겨우 잠만 자고 나왔어요. 저는 돈만 벌어다주면 가장의 임무를 다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아니 제대로 가장 노릇을 했다고 자부했죠.”

돈만 벌어다주면 만사가 해결될 거라고 믿던 남편에게 “내가 돼지냐”고 따지기도
아내가 꿈꾸는 결혼생활은 남편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남편과 마주 앉아 도란도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즐거움과 아픔, 생각을 공유하면서 사는 게 그가 바라는 결혼생활이었다고.
“결혼하고 나서 돈을 제법 많이 벌어다줬어요(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돈을 세는 것조차 귀찮고 싫어지더라고요. 남편에게 그랬죠. ‘내가 돼지냐. 먹을 것(돈)만 갖다 주면 행복한 줄 아느냐’고요. 도대체 한집에 사는데 남편의 얼굴을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저는 ‘돈이 아니라 남편을 원한다’고 울부짖었어요. 그런데도 남편은 제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더라고요. 신혼 초부터 가슴이 답답한 생활의 연속이었어요. 외롭고 힘들었지만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고요.”
남편의 무관심은 아내에게 마음의 병을 안겼다. 임미숙은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무기력해지고 모든 게 귀찮았다. 당시는 살고 싶은 생각도, 살아야 할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그맨 임미숙·김학래 부부

“일할 때는 일하느라 늦고 시간이 나면 새벽부터 골프장에 가고…. 신혼 초부터 외박하는 날이 부지기수였어요. 어떤 날은 동료 개그맨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느라 늦는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카드놀이(포커)를 하느라 안 들어온 것이더라고요. 사흘씩 외박한 적도 있어요.”
김학래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했다. 결혼 직후 카드에 빠져 가정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고.
“보통 자정이나 새벽 1시에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술 마시고 포커 치면서 놀았어요. 처음엔 할 줄 몰랐는데 ‘그림 맞추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카드를 하면서 ‘수업료’도 톡톡히 지불했어요. 돈을 많이 잃었거든요. 거기에 빠지다보니까 집에 안 들어가게 되고 몸은 몸대로 상하고요. 동료 개그맨과 친구의 부모님, 친척까지 둘러댈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둘러대서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하고 카드에 빠졌어요.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하는데 끼는 정도였는 데 나중엔 일부러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하게 되더군요.”

“남편의 여자문제로 정신적 충격받은 후 생긴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어요”
임미숙은 남편이 ‘카드’에 빠져 자신에게 무관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부부싸움을 한 적도 적지 않았다고. 김학래는 “아내가 집을 나가라고 하면 정말 짐을 싸서 나간 적도 몇 차례나 된다. 막상 집에서 쫓겨난 뒤 갈 곳이 없어 차 안에서 몇 시간을 보내다가 슬며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아내가 말려도 콧방귀도 안 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카드가 재미없어졌어요. 몸이 축나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아내는 제가 돈 잃은 것은 아깝지 않은데 노름에 남편을 빼앗긴 시간이 몹시 아깝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필요하고 그리울 때 아내 곁에 있어주지 못한 거, 지금 생각하니 그게 가장 미안해요.”
그러나 결혼생활 중 여자를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게 하는 건 배우자의 ‘부정’이 아닐까 싶다. 임미숙은 남편의 여자문제 때문에 적잖이 고통을 받으면서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제 주변 사람이 귀띔해줘 처음 알게 됐는데 그 때문에 혼자 많이 울었어요. 친구나 친정식구들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매일 울기만 했죠. 하루는 어린 아들이 ‘엄마, 왜 우느냐’고 묻더군요. ‘너무 행복해서 운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임미숙은 그 일로 인해 마음의 병이 더욱 깊어졌다. 결혼 초 생긴 우울증 증세가 심해지고 대인기피증에 공황장애까지 생겼다고 한다. 공황장애란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극심한 불안 상태에 빠져 갑자기 자제력을 잃거나 공포감에 시달리는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자살까지 이를 수 있다.

개그맨 임미숙·김학래 부부

결혼생활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중국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제2의 신혼’을 살고 있는 김학래·임미숙 부부.


“그 일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사실은 몇 번 더 있었어요. 그러니 제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가세요? 그런데 남편은 그걸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는 것 같더라고요. 여자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잠시 호기심에 그랬을 뿐이라는 거죠. 남자들한테는 그게 사소한 문제일지 몰라도 아내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충격이잖아요. 남편은 제가 고통받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도,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것도 몰랐어요.”
결혼 후 6년째에 접어들었을 무렵 임미숙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정신과 의사를 찾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공황장애 사실을 알리고 주변 사람에게도 자신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임을 고백했다고 한다.
“방송을 하던 사람이니까 아무리 우울하고 힘들어도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지냈더니 남편을 포함해 아무도 제가 우울증과 공황장애 때문에 힘든 줄을 모르더라고요. 주변 사람에게 제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그거 비행기 못 타는 병이니?’라고 묻더라고요. 공황장애는 한마디로 정신적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병이에요. 아무 일 없이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지죠.”



“남편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달라지면서 신뢰와 사랑 회복하게 됐어요”
김학래는 “아내의 병을 제대로 알고 가장의 진정한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 깨닫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고백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챙길 줄만 알았지 아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몰랐어요. 어쩌면 애써 외면하려 했을 수도 있고요. 아내가 정신적으로 혼란스럽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잘하겠다’고 제가 쓴 반성문과 각서가 아마 책 3권은 될 거예요(웃음).”
병원 치료와 남편의 도움, 그리고 신앙의 힘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극복한 임미숙은 “4년 전부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상태”라고 한다. 그는 “우울증은 약과 병원 상담으로만 치료되는 게 아니라 가족, 특히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제가 마음을 바꿔 먹었어요. 남편에게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제가 더 사랑을 베풀기로 한 거죠. 그랬더니 그동안 미워하고 증오하느라 감춰졌던 남편의 장점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의 잘못을 온전히 용서했어요. 노름과 여자문제 등 제게 고통을 안겨줬던 일을 진심으로 용서한 거죠. 두 번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만큼 마음을 비워버렸더니 오히려 제 마음이 편해졌어요. 남편도 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기 위해 애썼고요.”
뒤늦게 아내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제야 남편 노릇,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김학래는 “남자의 행복은 남자 하기 나름임을 깨달았다”며 “지금까지 내 허물을 감싸며 참고 견뎌준 아내가 고맙다”면서 옆에 앉은 아내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살아보니 ‘세상에 내 아내만 한 여자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외출할 때 아내가 조금만 늦어도 ‘왜 이렇게 굼뜨냐?’고 버럭 화를 냈는데 요즘에는 아내가 화장할 때 제가 설거지하고 집안 정리도 해요. 그랬더니 아내와 제가 현관문을 나서는 시간이 같아지더라고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도와줬는데도 아내가 무척 고마워하더라고요. ‘뭘 이런 걸 갖고 저렇게 감동받고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아내가 저에게 바라는 것은 결코 큰 게 아니었는데 그걸 전 깨닫지 못했던 거죠.”
중학교 2학년인 외아들을 둔 김학래·임미숙 부부는 다시 찾은 신뢰와 사랑으로 뒤늦게 신혼처럼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행복한 웃음은 힘든 시절을 지나왔기에 더욱 값진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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