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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스페셜

김용림·이민우·남규리 릴레이 인터뷰

글 박혜림 기자 사진 이기욱 기자

2010. 07. 15

‘인생은 아름다워’는 대가족이 나오는 가족 드라마다. 촬영현장에서 할머니 김용림, 사위 이민우, 막내딸 남규리를 만났다. 맡은 역할만큼이나 연기경력, 개성도 다른 이들이 전하는 드라마 촬영 뒷얘기.

01 무뚝뚝하지만 속 깊고 강인한 시어머니 김/용/림
“드라마 통해 사람 사는데 기본이 되는 가치 알리고 싶어요”

김용림·이민우·남규리 릴레이 인터뷰


촬영장에서 김용림(70)을 만난 날, 제주도 바람이 매서웠다. 그는 “제주도 날씨가 정말 변덕스럽다. 모두 열정을 가지고 하기 때문에 견뎌내는 것이지 정말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김용림이 맡은 역할은 시어머니다. 젊은 시절 남편(최정훈)이 집을 나가 다섯 살림을 차렸지만 홀로 삼형제를 뒷바라지하며 대학도 보내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키워낸 반듯하고 강인한 사람이다. 김용림은 “며느리가 시모에게 ‘보살’이라고 하는데 딱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상대조차하지 않던 그가 요즘은 남편과 한 방을 쓴다. 마음이 누그러지고 있는 것일까.
“아유, 절대 예뻐서 받아들인 게 아니에요. 자식들의 아버지니까, 또 며느리가 고생할까봐 받아들인 거죠. 마음에 앙금은 있지만 삭이고 삭여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지요.”
드라마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등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온 그는 “항상 반듯하고 생활력이 강하고 자식들의 교육은 어떻게든 시키고 마는 어머니를 연기했다. 과부이든 대가족의 엄마든 늘 정도를 가는 엄마였다”고 김수현 작가가 그리는 어머니상을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나도 강인한 편이다. 물론 시모만큼은 강하지 못하다(웃음)”고 덧붙였다.
그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연기할 때마다 감탄한다. 대사 하나하나가 금쪽같고 가슴에 와 닿아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면 눈물이 절절 흐른다고.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동성애에 대한 편견도 김수현 작가 때문에 바뀌었을 정도다.
“거부감도 있었고 이해도 안됐는데 드라마를 통해서 정말 다르게 보게 됐어요. 이건 선택이나 취미가 아니구나. 또 그 부모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김용림은 올해로 일흔이 됐지만 연기자로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 탓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는 “요즘 드라마를 찍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자주 생각한다”며 “가족은 울타리고 버팀목이다. 어떤 외로움, 괴로움이 있어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견디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족이야기가 나오니 아들 남성진과 며느리 김지영에겐 어떤 어머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용림은 “따로 살고 각자 바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모여 밥 먹기도 어렵다”며 “우리 아들, 며느리는 물론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이 드라마를 꼭 좀 보고 가족 간의 사랑, 어른에 대한 섬김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가치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바꿔 말해 ‘가족이 사랑한다’예요. 가족이라는 단체 안에 개인의 삶이 있는 것, 그게 아름다운 것 같아요. 큰아들도 첫 결혼에 실패하고 며느리도 그랬지만 부부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요. 비록 할아버지가 바람을 피웠지만 다들 따뜻하게 받아들여주잖아요. 손주들은 할아버지가 거동만 해도 다 일어나 인사하고 예의범절이 확고하죠. 정말 이 가족을 보면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요.”

02 아내에게 순종하는 공처가 이수일 이/민/우
“수많은 캐릭터 연기했지만 착한 수일이 좋아요”

김용림·이민우·남규리 릴레이 인터뷰




이민우(34)는 촬영현장에서 만난 날에도 아내 지혜(우희진)에게 꼼짝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말이라면 볼일도 앉아서 보고 터져나오는 웃음까지 참는 공처가 이수일을 연기한다. 평소 이미지와 다르다고 하자 “의외로 비슷한 면이 많다. 결혼을 하면 집안이 아내 위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실제 집에서도 앉아서 소변을 본다(웃음)”고 말했다.
그는 81년 여섯 살 때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에서 단종역을 맡으며 연기자로 데뷔했다. 그간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는 “수일이가 좋다. 이렇게 착해본 적도 드물다. 나는 복잡한 성격인데 수일이는 복잡하지가 않고 가정에 충실하고 어른을 공경한다”며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연기 베테랑답게 공처가 수일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양복바지도 짧게 수선하고 헤어스타일도 2대8 가르마로 바꿨다.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김수현 작가의 작품 출연은 이번이 처음인 이민우는 “대사가 살벌할 정도로 살아 있는 데 대해 기분 좋은 섬뜩함을 느꼈다. 대사 외우는 게 힘들긴 하지만 신기하게 대본을 반복해서 보면 저절로 머릿속에 입력된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고 독특한 수일이만의 말투로 재미있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끊어 읽기, 호흡 등 미묘함이 어렵지만 김수현 선생님께서 진심 외에는 길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술적으로 하다 보면 과장돼 보일 수 있으니 진심으로 하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절로 될 거라고요.”
늘 아내의 말이라면 몇 초 내로 수긍하던 수일이가 아내의 오빠 태섭(송창의)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라는 요구에는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이민우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실제로 숨이 많이 막혔다고 한다.
“수일이가 병걸 삼촌처럼 앞에서 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있겠지만 마음으로는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잖아요. 그럼에도 아내는 마음을 바꾸라고 강요하죠. 저는 대화를 통해 이해가 되면 지금까지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르더라도 수긍해요. 하지만 주관이 강한 편이라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강압은 힘들어요.”
실제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 그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동성애자들과 작업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경우라면 달라질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촬영하면서 배우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가족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았는데 약간은 ‘띵’ 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요. 드라마다 보니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오히려 경수 가족 같은 반응을 거치고 난 후, ‘얼마나 외로웠을까’하고 보듬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민우는 요즘 촬영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지난 4월 종영한 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 악역을 연기했던 그는 “촬영 기간이 한 달 정도 겹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매일 악을 쓰다 보니 힘든 점도 있었다. 이번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사람 냄새가 나서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화목한 가족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이민우는 “가족은 죽을 때까지 내 편이 돼 줄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고 전했다. 한때 결혼설이 나돌기도 했던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다. 그는 “8년 동안 만나온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회사 여직원과 다정하게 영화를 보다 아내 지혜에게 된통 혼나는 장면을 촬영한 직후 인터뷰에 응한 이민우는 “바람을 피운 건지는 아직 모른다. 다음 대본이 나와야 확실해지겠지만, 시청자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느낌일 것”이라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란 말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에게 마지막 각오를 물었다.
“김영철·김해숙·윤다훈·김상중 선배 등 대선배들과 제가 역할을 소화하는 것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쉽게 가려 하지 않고 시청자에게 하나라도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03 사랑스러운 막내 양초롱 남/규/리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해 배운 점이 많아요”

김용림·이민우·남규리 릴레이 인터뷰


남규리(25)와 인터뷰를 하려는데 아빠 병태(김영철) 다가와 “우리집 보배”라며 딸 자랑을 했다.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자란 막내딸 양초롱을 연기하는 남규리는 촬영장에서도 사랑받는 막내였다. 그는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다른 작품을 하더라도 가족으로 끝까지 가자고 한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양초롱은 즐겁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많은 남자들을 오빠라고 부르며 적절하게 ‘어장 관리’를 하는 영리한 아이기도 하다. 그는 “설거지를 잘하는 점이나 가끔 까불거리는 면이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이 더 많다. 나는 초롱이처럼 툴툴거리고 속마음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화가 나도 꾹꾹 누르는 성격이다. 무엇보다 초롱이처럼 어장 관리하는 타입은 아니고 일편단심형이다(웃음)”고 말했다.
남규리가 김수현 사단에 입성했을 때 대중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3인조 여성 그룹 씨야를 탈퇴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고 연기 경력이라곤 영화 ‘고사’ 출연이 전부였기 때문.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연습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선배들 앞에서 긴장해서 떨고 부담감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해 배울 점도 많다. 송창의·이상우 선배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빠 태섭이가 경수(이상우)와 안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우는 양초롱을 보고 감동받은 시청자가 많았다. 남규리는 “초롱이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오빠를 가장 빨리 안아준 것 같다”면서도 “내 가족이라면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마음 한편으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이니 결국 받아들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잘 읽지 않는데 날이 선 말들에 상처받는 것이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는 최근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대중의 호평도 잘 알지 못했다.
“매니저가 드라마 홈페이지를 보다가 팬들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초롱이의 모습을 캡처해 올린 게시판을 보여줬어요. 칭찬과 사랑을 많이 해주셔서 감동받았죠. 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 같이 있는 선생님, 스태프가 칭찬해줄 때 감격스럽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규리는 촬영장에서 정을영 감독이 호통을 칠 때도 주눅 들지 않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며 다부진 표정으로 다시 연기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정 감독과 김수현 작가의 조언을 메모장에 적어놓고 늘 마음을 다잡는다.
“감독님께서 가끔 제가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셔요.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고, 휙 지나가는 장면을 찍더라도 자신이 가장 돋보이는 연기를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김수현 선생님께서는 대본 리딩을 할 때 진심으로 하라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감정신을 찍을 때 도움이 됐어요.”
남규리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서 가족이 곧 행복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큰일이 생겨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는데 드라마 덕분에 늘 감사하게 됐다. 요즘은 큰 양푼에 비빔밥을 만들어 온 가족이 수저를 같이 꽂아놓고 먹고, 아침마다 엄마가 만들어준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며 한 뼘 더 커진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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