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거리를 둘러보는 재미가 ‘Good’
자유여행의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거리를 둘러보며 원하는 장소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점. ‘거리를 보면 그 나라가 보인다’는 생각으로 베이징 시내를 열심히 돌았다.
다산쯔798(大山子798)은 과거 군수품 공장이었으나 폐허가 된 지역을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개방한 뒤 상전벽해가 된 예술 특구다. 특색 있는 가게와 찻집, 갤러리가 있는 모습이 서울의 인사동과 홍대 주변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 난다. 골목마다 개성 만점의 조형물이 있어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재미가 있다. 좌판을 펼쳐놓고 예술품을 파는 이들과 초상화를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도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걸어가면 과거 군수 물자를 실어 날랐음직한 751기차역과 공장 지구가 나온다.
왕푸징(王府井)은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 패키지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다. 이곳에서는 꼬치를 파는 거리와 각종 간식을 파는 거리를 구경하자. 꼬치 거리에서는 지네, 전갈, 해마 등 특이한 재료 외에도 과일과 중국 전통음식을 꼬치에 꿰어 파는데 흥정해서 사먹으면 더 맛있다. 단 오후 5시가 넘어야 북적거리므로 시간을 잘 맞춰가야 한다. 이곳과 혼동하기 쉬운 곳이 간식 거리. 이곳에서는 특이한 먹을거리와 전통 기념품을 판다. 변검처럼 십 단위, 백 단위로 휙휙 변하는 가격과 판매상의 흥정 기술을 구경할 수 있다. 새콤달콤한 입가심거리가 필요하다면 중국 전통 과일 꼬치인 탕후루(糖葫蘆)를 추천한다. 이 밖에도 백화점과 서점, 보석상, 10위안 숍, 차가게, 노천카페 등 즐길거리가 많다.
톈안먼광장 건너편 첸먼다제(前門大街)는 청나라 말 베이징의 상점을 재현해놓은 테마 거리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새로 단장하면서 과거의 모습을 복원했다. 중국 황제가 이 길을 따라 천단으로 향했다 해서 ‘천자의 길’로도 불리며 상점과 공방이 몰려 있는 최대 번화가다. 1백 년 이상 된 식당과 상점이 즐비하다. 대부분 전통식 건물 형태이나 사이사이 스타벅스, 맥도날드, 유니클로, 자라 등 외국 업체들도 눈에 띈다.
베이징카오야부터 마라샹궈까지 맛 기행 ‘Best’
베이징은 맛 기행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 3명이 ‘배 터지게’ 먹어도 1백 위안(약 1만8천원) 정도면 충분하다. 속뿐 아니라 주머니까지 든든해서 더 매력적이다. 단 중국 특유의 향신료에 거부감이 있다면 메뉴를 시키기 전 미리 말해서 강약을 조절할 것.
베이징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 중 하나는 베이징카오야(北京鴨), 바로 북경오리다. 북경오리 전문점으로 여행 서적에 가장 많이 소개된 곳은 ‘취엔쥐더(全聚德)’. 베이징 곳곳에 체인점이 있지만, 지인의 말에 따르면 베이징 어느 식당에 가도 웬만큼 맛있는 북경오리를 맛볼 수 있다고. 일부 식당에서는 주문하면 즉석에서 오리를 손질해 접시에 담아주는데, 바삭한 오리 껍질과 살을 특유의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입 안 가득 고소함이 퍼진다.
중국에서는 와와차이(娃娃菜)라고 하는 작은 배추를 먹는다. 끓는 물에 넣어 살짝 숨을 죽인 뒤 기름과 간장에 볶아낸 와와차이는 아삭아삭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맛이 좋다. 깍둑썰기 한 닭고기와 마른 고추, 땅콩 등을 함께 볶아 만든 궁바오지딩(宮保鷄丁)과 볶음밥을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샤브샤브로 잘 알려진 훠궈(火鍋)는 중국어를 모르면 시키기 어려운 음식. 육수와 재료, 소스 등을 일일이 선택해야 해서 당황스럽다. 2~22위안까지 재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잘 선택해야 한다. 한국 관광객이 늘면서 메뉴에서도 ‘코리안 스타일’ 육수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김치 맛이 나는 매콤한 국물이었다.
중국 사천요리 마라샹궈(麻辣香鍋)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맛보면 후회하지 않을 음식. 마라샹궈는 ‘얼얼하고 매우며 향기로운 가마솥’이라는 뜻. 훠궈와는 반대로 국물 없이 먹고 싶은 재료를 매운 양념에 볶아서 만든 음식이다. 고기와 채소, 각종 해물, 참새, 개구리까지 재료를 고를 수 있다. 깔끔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
올림픽까지 치렀지만 시민의식은 ‘So So’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베이징 자유여행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베이징 거리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택시비가 싸다는 생각(베이징 택시 기본료 11위안·약 1천9백원)에 명소 간 이동을 택시로 하려고 했던 생각은 안일했음을 현지에서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승차 거부는 기본에, 택시 기사는 한자도 읽지 못하는 문맹이 다수였기 때문. 아무리 길을 설명해도 모르면 아무 데서나 그냥 내리라고 한다. 바가지요금도 횡행해 같은 거리인데 택시 요금이 많게는 4배나 차이 나기도 했다. 한국 물가와 비교하면 많은 요금은 아니었지만, 유쾌하지 않은 경험인 것은 분명하다.
버스를 타자니 마냥 기다려야 한다. 특히 퇴근 시간에 버스를 타려는 모험을 했다가는 사지가 납작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이 너무 많이 탔으니 내리라는 버스 기사의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승객들 탓에 운행이 자꾸 지연됐다. 버스 문에 승객의 가방이 낀 채로 차가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자 지인은 “여기선 일상적인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초록 불에 건널목을 건너는데 차가 되레 빵빵대는 곳”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어를 읽을 줄 알고 지리에 밝다면 지하철도 현명한 선택이다. 웬만한 관광 명소는 역으로 연결돼 있다. 지하철 타기 전 개찰구에서 짐을 검색대에 통과시키는 것을 잊지 말 것. 하지만 깨끗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게다가 서울의 출근 시간 신도림역처럼 지옥의 환승 구간을 거칠 경우에는 인파에 밀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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