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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암 극복 체험기①

탤런트 홍여진이 말하는 ‘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

“암 수술 후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법 달라졌어요”

기획·이남희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ㆍ박해윤 기자

입력 2006.05.08 17:36:00

1979년도 미스코리아 선 출신 탤런트 홍여진은 이제 유방암에 관한 한 박사가 됐다. 지난해 10월 ‘0기 유방암’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고 수술로 완치하면서 유방암 전문가가 된 것. 최근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홍여진의 암 극복기.
탤런트 홍여진이 말하는 ‘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

탤런트 홍여진(49)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여긴다. 유방암을 0기에 발견, 수술 후 나흘 만에 드라마에 출연할 만큼 건강을 빨리 되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방암 통보를 받던 당시를 떠올리면 그는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지난해 10월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주최하는 핑크리본 유방암 캠페인에 참가해 유방암 검진을 받았어요. ‘내가 유방암일 거다’ 하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검사에 임했죠.”
촉진검사에서 그는 왼쪽 유방에 새끼 손톱만한 몽우리가 잡힌다는 진단을 받고 유방 엑스선 촬영에 들어갔다. 자각 증상이 전혀 없었기에 그는 자신이 암에 걸렸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흘 후 나온 검사결과도 신경 써서 챙기지 않았다. 다만 후배들이 “이번에 건강진단이나 해보자”고 권유해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고.
“후배들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제가 충격을 받을까봐 말을 안했더라고요. 그런데 유방암 전문의인 노동영 교수님이 저를 불러 ‘가슴에서 몽우리가 발견됐다. 내일 수술을 하는데 암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는 20대 시절 헬스클럽에서 살다시피하며 운동을 했고, 30대에는 친한 지인들과 2~3일이 멀다 하고 전국의 명산에 올랐다. 40대에 들면서부터는 주 2회 골프를 치고 틈틈이 헬스클럽과 수영장에 다니며 체력을 다졌다. 이렇듯 건강관리에 철저한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1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게다가 운동으로 다져진 기본체력 덕분에 1주일 넘게 입원하는 관례를 깨고 그는 사흘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한 달만 늦게 발견했어도 1기 암으로 진행됐을 것”
“스트레스가 모든 암의 원인이라고 말하잖아요. 제가 미혼이라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기도 했지만, 그 무렵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나이가 들며 혼자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엄습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저를 괴롭혔죠. 기본체력이 있다지만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았어요.”
홍씨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힘들다는 것. 또 예전에는 일이 많아 밤샘촬영을 해도 다음 날 끄떡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자정 무렵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와도 2~3일간 힘겨웠다고. 45세가 되자 폐경 전조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가서 호르몬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2년여 동안 매일 호르몬 약을 먹은 그는 “아마 이런 요인들이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두 절개를 통해 암 조직만 제거하고 유방의 원형을 보존하는 수술법을 택해 가슴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았다고 한다. 떼어낸 암 덩어리를 조직검사한 결과 상피내암 단계인 0기로 판명됐다고. 0기 암이란 암 세포가 기저막을 뚫기 전단계다.
“그때 처음 암에 0기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0기란 상피 내에서 암 세포가 막 자라기 시작하는 단계죠. 저도 한 달에서 3개월만 늦게 발견됐다면 암 세포가 기저막을 뚫고 나와 1기로 넘어갈 뻔했대요. 참 아슬아슬한 시기였지요.”

탤런트 홍여진이 말하는 ‘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

홍여진은 운동으로 다져진 기초체력 덕분에 수술 후 사흘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암 세포 전이가 전혀 없는 0기여서 그는 수술 후 항암제 투여를 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만 받았다. 수술 후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암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28회에 걸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것. 홍씨는 한 달간 매일 병원에 가서 수술 부위에 5~6분 정도 방사선을 쬐었다.
“상태가 경미해서 방사선 치료만 받았는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만일 항암제 치료까지 받았다면 너무나 힘겨웠을 거예요. 방사선을 쬐면 1도 화상을 살짝 입어요. 이렇게 세포를 죽이는데, 환부가 벌겋게 붓고 쓰리고 아파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홍씨는 방사선 치료를 하며 우울증이 왔다고 한다. 가슴, 겨드랑이 부분이 아프고 부종이 나타나서 하루에 10분씩 환부를 주무르고 마사지해줘야 했다. 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기에 그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했다. 감기라도 걸리면 폐렴으로 발전하기 쉬우므로 면역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자유롭게 씻을 수 없는 것도 불편함 중 하나였다. 방사선을 쏠 지점을 표시한 선이 지워지면 안 되기 때문. 가슴에 선을 긋는 데만도 20여 만원이 넘어 선이 지워지면 돈을 내고 다시 그려야 했다. 자신은 그래도 겨울에 치료를 받아 그나마 견딜 만했는데, 여름에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땀이 흘러도 씻지를 못해 정말 고역이라고 한다.

수술 후 육류는 가급적 삼가고 잡곡밥, 해조류 즐겨 먹어
암에 걸린 이들은 다니던 직장이나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집에서 쉬는 것이 다반사. 하지만 그는 수술을 받고 나흘 뒤부터 드라마 촬영에 임했다.
“KBS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곽기원 PD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어요. ‘일할 수 있어요?’ 하고 물은 뒤 ‘출연하세요. 단역이라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약값이라도 보태야지요’ 하고 말해줬어요.”
홍씨는 일을 재개하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도 생겨났다고 한다. 홍씨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4박5일간 태국에서 골프 레슨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가족오락관’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치료가 끝난 후에는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탤런트 홍여진이 말하는 ‘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

그는 암에 걸린 후에야 자신의 식생활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버터가 많이 들어간 느끼한 음식과 육류를 즐겨 먹고 야채, 과일 등을 거의 섭취하지 않았던 것. 그는 163cm의 키에 53kg의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뱃살이 좀 있었다고. 그는 “뱃살은 호르몬의 과잉 분비를 일으켜 유방암 발생을 촉진시킨다”며 “뱃살이 많은 중년여성은 유산소 운동을 통해 꼭 뱃살을 빼야 한다”고 당부했다.
“요즘은 식생활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매일 아침 검은콩으로 만든 청국장 가루를 요구르트나 우유에 타 먹고 조, 보리, 현미, 검은콩 등을 넣은 잡곡밥을 먹어요. 반찬으로는 물미역, 파래, 김 같은 해조류나 생선류를 많이 먹고, 간식으로 삶은 브로콜리를 먹죠. 토마토도 꼭 챙겨 먹어요. 지금도 야채나 과일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약으로 생각하고 먹어요.”
건강을 생각해서 웬만하면 육류 섭취는 피하고 있다. 프라이드치킨같이 기름에 튀긴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식습관만 바뀐 게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법도 달라졌다.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인데, 예전에는 남들을 배려하다 보니 제가 많이 참는 편이었어요. 속으로는 끙끙거려도 ‘내가 참지, 내가 맞춰주지’ 하며 지나갔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마냥 참지만은 않아요. 서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싫은 소리를 할 때는 하게 됐지요. 그러고 나니 삶이 한결 가벼워졌어요(웃음).”

탤런트 홍여진이 말하는 ‘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

홍여진은 유방암 환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암 수술 후 재활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요즘 그는 매일 운동을 하고, 이틀에 한 번씩 지압과 마사지를 받으러 다닌다. 암 수술 후 6개월에서 1년까지는 등, 팔, 어깨, 겨드랑이 등에 생긴 부종을 풀어야 하기 때문. 부종을 그냥 내버려두면 오십견이 빨리 오고 담이 들린 듯 신체가 무거워진다고 한다.
“암에 대해 누구나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유방암에 걸려 보니 비로소 유방암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중 가장 힘든 것이 수술 후 관리예요. 병원에서는 매일 충분히 마사지를 하라고 할 뿐 더 이상 자세한 지침을 주지 않아요. 유방암 환자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는 이왕 유방암 환자가 된 이상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암 수술 후 재활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제작할 계획도 갖고 있다. 유방암 환자들이 전문가를 찾아가지 않고도 집에서 혼자 쉽게 부종을 풀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수익금은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을 위해 쓸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암이 오히려 새로운 삶을 여는 ‘약’이 됐다”고 털어놓는다. 건강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것. 그는 위, 대장, 갑상선, 골밀도 등 신체 전반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했고, 앞으로는 6개월에 한 번씩 꼭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제 주위에서 유방에 종양이나 섬유종이 발견돼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세 명이나 돼요. 제 또래 중년여성을 만나기만 하면, ‘암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거든요. 몸에 조금 이상이 있다 싶으면 꼭 병원에 가보라고 권합니다. 암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서울대병원 유방암센터장 노동영 교수로부터 듣는 ‘0기 암 발견의 중요성’
“0기 암은 아직 퍼지지 않은 암을 뜻합니다. 암 세포가 상피 내에 국한된 것으로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아 암 특유의 성질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지요. 그렇기 때문에 치명적이지 않고 제거하기도 쉽습니다. 0기 암은 수술 후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국내 유방암 치료의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유방암센터장 노동영 교수(50)는 0기 암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방암을 0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 0기 암은 조금 지나면 진행성 암으로 발전하는데 암이 진행될수록 생존율이 떨어져 2기에는 70%, 3기에는 50%, 4기에는 20%가 된다고 한다.

“유방암은 젖을 만들어내는 유선과 유관에서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0기 암일 경우에는 암 종양과 주변 조직 일부만을 제거하고 임파절을 검사하는 정도로 치료를 끝낼 수 있습니다.”

유방암을 0기에 발견하면, 유방을 보존하는 부분절개술을 쓸 수 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유방의 모양과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200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유방암 발생률은 16.1%로 국내 여성 암 중 1위를 차지한다. 식생활과 체형의 서구화, 출산율 및 수유의 감소, 만혼, 조기 초경 및 폐경기 지연 등으로 인해 유방암 발병이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최근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고. 그런 면에서 암의 조기 발견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 된다고 한다.

본인이 촉진을 통해 유방에 뭔가 만져져서 병원을 찾았다면, 암은 이미 0기를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손에 만져질 정도의 암은 그 크기가 2cm 정도인데, 기수로 따지면 2기 이상 진행된 상태라는 것. 1cm 미만의 0기 암은 증상도 없고 손으로도 만져지지 않아 유방촬영술이나 유방초음파 같은 영상검사를 통해서만 발견될 수 있다.

그러므로 30세 이후에는 매달 유방 자가검진을,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의사에게 임상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임상진찰을 받고 유방 엑스선 촬영을 해야 한다.
여성동아 2006년 5월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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