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영 아나운서(26)가 MBC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뉴스데스크’로 진출했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최일구 기자와 함께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은 것. 2001년 11월, MBC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 합격해 불과 2년 만에 ‘9시 뉴스 앵커’가 된 것이다.
“제가 예상한 것보다는 빠르지만 이례적인 건 아니에요. 백지연 선배나 정혜정 선배는 수습 때부터 ‘뉴스데스크’를 진행했거든요.”
그는 “아나운서 시험을 볼 때부터 뉴스를 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며 마침내 오디션을 통해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를 따냈을 때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뿐 뉴스는 오락이나 교양 프로와 달리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이 많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전달해야 할 뉴스에 덧붙이는 한 문장 정도의 앵커 멘트를 작성하며 중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이제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개인 최윤영이 아닌 MBC가 말하는 것과 같은 무게를 지니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더군다나 9시 뉴스의 전파력을 실감하고는 바짝 긴장을 하게 됐다고.
“방송이 나간 2주 뒤부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최윤영이다’가 아니라 ‘9시뉴스에 나오는 최윤영이다’ 하시더라고요(웃음). 9시 뉴스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걸 몸으로 실감했죠.”
KBS와 MBC 아나운서 시험에 동시 합격
그는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하기 전 이미 여러 방송사의 MC와 리포터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99년 EBS 리포터로 방송에 입문한 그는 SBS ‘한밤의 TV연예’ ‘금요컬쳐클럽’, KBS ‘생방송 오늘’ ‘TV내무반 신고합니다’ 등을 진행하며 연예인 뺨치는 외모와 밝은 미소, 차분한 음색으로 주목받았다. 그가 MBC 공채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리포터와 MC로 활동하며 다져놓은 방송국 인맥을 등에 업고 아나운서가 된 게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서부터 꿈꿨던 아나운서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에 어렵게 기회를 잡아 프리랜서 생활을 했던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참 이상하죠. 제겐 ‘백’이라고는 핸드백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왜 제가 남들보다 쉽게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처음 아나운서의 꿈을 가슴에 품은 건 대원외고 합격 선물로 사촌오빠가 사준 전 KBS 아나운서 신은경씨의 자서전 ‘9시 뉴스를 기다리며’를 읽으면서라고 한다. 막연히 아나운서를 꿈꾸던 중 99년 마침내 방송과 인연이 닿았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동네 언니로부터 ‘방송 경험이 있으면 아나운서가 되는 데 유리하다더라’는 말과 함께 EBS에서 리포터를 뽑기 위해 오디션을 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래서 이력서를 써서 오디션에 응모했죠. 요즘 가만히 앉아서 되는 게 있나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죠.”
그야말로 발로 뛰고, 땀흘려 노력한 끝에 일궈낸 수확이었다. 그가 직접 이력서를 들고 방송국에 찾아갔다고 얘기하면 처음엔 친구들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의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그토록 간절하게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얼굴 가득 연하게 미소가 번지며 “여러가지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어려서 품었던 꿈을 놓치고 싶지 않은 특별한 뭔가가 있지 않나요?” 하고 반문한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디딤돌로 프리랜서 리포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방송의 매력에 푹 빠졌다.
“저는 방송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요. 방송하기 전에 우울한 일이 있어도 일단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찝찝’ 했던 기분이 금세 사라지죠. 그리고 방송이 끝나고 나면 전과 달리 흥분을 가라앉히고 문제를 훨씬 객관적으로 보게 돼요.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방송을 하고 싶을 만큼 방송의 매력은 무궁무진해요. 그런 점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죠.”
방송과 자신이 찰떡궁합이란 걸 확인하자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그의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막상 시험에 닥쳐서는 오히려 ‘프리랜서 이미지가 강해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마저 생겼다고 한다. 심지어 “만약 시험에 떨어지면 프리랜서도 제대로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이야기들을 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그래서 그는 일부러 주위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시험 준비를 했다. 2년반의 방송경력 덕분에 실기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지만 필기 시험을 위해 밤잠 줄여가며 공부한 건 여느 취업 준비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매일 일찍 귀가하는 탓에 ‘범생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라고.
그 결과 그는 2001년,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아나운서 시험에서 KBS와 MBC에 동시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합격자 발표 당시 그는 KBS ‘TV내무반 신고합니다’와 ‘연예가 중계’ 등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결국 MBC를 선택한 건 당시 그가 출연하고 있던 LG생활건강의 치약 광고 때문이다. 계약기간이 다음해 3월까지 남아 있었는데 KBS에는 ‘아나운서는 광고에 나갈 수 없다’는 내부 규약이 있었던 것.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터라 그는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자유로운 MBC를 선택했는데 한편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부터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한다.
손석희 아나운서처럼 시사 토론 프로 진행하고 싶어
그는 입사하자마자 시사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TV와 라디오를 오가며 종횡무진 일했다. 아침방송 ‘아주 특별한 아침’과 ‘와 e멋진세상’ ‘스포츠매거진’, 라디오 ‘최윤영의 영화음악’ 등 모두 4개 프로를 한꺼번에 진행할 때도 있었다. 이중 ‘아주 특별한 아침’은 그가 MBC에 입사한 뒤 처음 맡은 프로로 2년 가까이 매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지만 힘든 줄 모른다고 한다.
“‘아주 특별한 아침’을 통해 그동안 전혀 들여다보지 못했던 사회의 단면을 보게 됐어요. 이른 아침부터 방송국에 나와 자료를 수북하게 쌓아놓고 준비하시는 패널들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고요.”
어찌 보면 그는 아침방송으로는 드물게 시사문제를 다루는 ‘아주 특별한 아침’을 통해 2년 가까이 뉴스 앵커를 위한 예행연습을 해온 셈이다. 10월에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로 발탁되면서 그는 ‘아주 특별한 아침’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프로그램에서 물러났다. 마이크를 놓으며 어느 하나 아쉽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뉴스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잘된 일이라고.
“프로그램들을 정리하면서 아쉬웠지만 그동안 사실 힘에 부쳤어요. 이제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두개 프로그램에만 주력하면 되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주일 내내 방송국에 출근해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미는 그는 방송 외에 시간은 뉴스와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중앙일간지와 인터넷 신문을 샅샅이 훑고, 시사잡지까지 빼놓지 않고 챙겨 본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엄기영·김주하 앵커의 자연스럽고 정확한 전달력과 날카로운 멘트를 보면 자신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보고 배울 사람이 많다는 것 또한 아나운서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말하는 그는 ‘100분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아나운서를 존경하는 선배로 꼽았다. 먼 장래에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해 ‘대가 세지 않은 사람도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그에게 손석희 아나운서는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제가 본 손석희 선배는 늘 회의 아니면 뉴스 검색을 하고 있어요. 언젠가 제게 ‘한가지 아이템이 정해지면 네가 덧붙일 멘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고, 생각이 안 나면 밤을 새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잘 안되더라고요. 토론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선배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다 그만한 노력이 뒤따르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죠.”
그의 주변에선 벌써 “주말에 잘해서 주중으로 가야지” 하는 격려의 메시지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늘 그랬듯이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MBC 뉴스’ 하면 시청자들이 최윤영을 떠올리게 만들겠다고.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게 가능할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걸 알거든요.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실현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인터뷰를 끝내며 그의 휴대전화를 살짝 들여다보니 ‘1inch’라는 문자가 떠있다. 맡은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1인치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의 표시라고. 그가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계속 정진해 간절히 원하는 꿈을 이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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