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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이영표·송종국의 감춰진 러브 스토리 & 결혼식 현장

“결혼에 ‘골인’하니 구름 위에 뜬 기분이네요”

■ 기획·최미선 기자 ■ 글·최규정 ■ 사진·정경택 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7.09 14:15:00

지난해 6월, 온 국민을 열광시킨 태극전사들이 연이어 웨딩마치를 울렸다. 경기마다 좌우 날개에서 맹활약하던 ‘초롱이’ 이영표와 ‘황태자’ 송종국이 그 장본인.
두 사람 모두 네덜란드 리그에서 활동중인 해외파 선수로 국내에 잠시 들어와 초특급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과 팬들의 환호 속에서 치러진 두 선수의 결혼식 현장 스케치 &러브스토리 공개.
태극전사 이영표·송종국의 감춰진 러브 스토리 & 결혼식 현장

‘초롱이’ 이영표(26·PSV 아인트호벤)가 그동안 꼭꼭 숨겨놓았던 신부를 공개했다. 지난 6월6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온누리교회에서 신부 장보윤씨(24)와 백년가약을 맺은 것. 이날 예식은 예배의 경건함과 10대 팬들의 환호성이 어우러진 가운데 치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신부를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초롱초롱하고 믿음직한 이영표 선수지만 결혼식 당일에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년간 함께 사랑을 키워온 장보윤씨를 신부로 맞이하는 이선수는 신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마냥 행복한 새신랑의 모습이었다.
이날 결혼식은 양가 친지들과 이선수의 전 소속팀인 안양LG 조광래 감독 등 축구 관계자와 팬들을 포함, 1천5백여명의 하객이 참석해 성황리에 치러졌다. 또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선수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의 축하 메시지가 동영상으로 전해졌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처럼 결혼생활도 잘 해나가길 바란다”는 말로 이영표 선수의 행복을 기원했다.

인터넷 방송국에서 일하던 장보윤씨가 이영표 선수 동영상 자료 만들면서 가까워져
태극전사 이영표·송종국의 감춰진 러브 스토리 & 결혼식 현장

아울러 6개월 만에 고국을 찾은 이선수를 보기 위해 식이 열리기 두시간 전부터 몰려든 10대 소녀팬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이는 바람에 식전 손님맞이를 위해 로비로 나왔던 새신랑 이영표 선수가 결국 대기실로 다시 들어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두고 있던 코엘류호의 대표선수들은 축전으로 축하를 대신해야 했다. 이영표 선수는 “결혼식 날짜를 먼저 정하고 난 후에 경기 일정이 잡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장 친한 설기현 선수는 꼭 오겠다고 했는데…. 설기현 선수에게는 내일 훈련소에 가면 응당의 처분을 하겠습니다” 하며 서운한 마음을 애교 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의 또 다른 주인공인 신부 장보윤씨는 그간 이영표 선수의 말처럼 차분함이 돋보이는 동양적인 미인이다. 특히 언제나 초롱초롱한 눈을 자랑하는 이영표 선수 못지않게 신부 장씨 또한 맑고 따뜻한 눈매가 인상적이라는 것이 하객들의 한결같은 의견. 장씨는 지난해 서울여대 정보영상학부를 졸업하고 얼마전까지 인터넷 방송국에서 PD로 일해온 재원이다.
이영표 선수가 말하는 신부 장보윤씨의 매력은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예의 바르고 순수한 심성을 가졌다는 것. 또 모태신앙을 이어받은 장씨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영표 선수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배려심이 많은 장씨의 성품은 결혼식 이후 잡혀 있던 국가대표전을 위해 신혼여행을 미룬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코엘류 감독이 신혼여행을 허락했음에도 경기 출전을 고집한 이영표 선수의 열정을 새신부가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빠가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배운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신혼여행은 잠깐 미루는 거니까 그리 섭섭하지 않아요.”
줄곧 말을 아끼는 신부였지만 이 대목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 이영표 선수를 지원했다.
이영표 선수 역시 결혼식 발표 이후 각별히 신경을 쓰며 새신부를 챙겼다. 장보윤씨가 가능한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씨가 사는 동네에서조차 신랑이 이영표 선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이선수의 어머니 박정순씨(65) 역시 “차분한 막내 며느리감이 맘에 든다”며 “어른을 대하는 태도나 식사 끝나면 하는 일하며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여자답고 착해요. 또 뭐든 열심히 하고요”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극전사 이영표·송종국의 감춰진 러브 스토리 & 결혼식 현장

2002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세계적인 축구스타 루이스 피구를 따돌리며 볼을 따내고 있는 이영표 선수.


개인사업을 하는 부모 밑에서 2남1녀 중 장녀로 곱게 자란 장보윤씨. 집안의 첫 결혼식인데다가 하나뿐인 딸을 곧 타지로 보내야 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장씨의 어머니 박혜숙씨는 식전부터 두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결혼준비도 별로 한 게 없는데 며칠 동안 아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사위가 잘돼서 떠나니 기쁘고 앞으로 계속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랄 뿐이죠” 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 당시 대학 3학년이던 장씨가 축구전문 인터넷 방송국에서 AD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영표 선수 동영상 자료를 만들면서부터다. 인터뷰를 위해 서너 차례 만나면서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진지한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장씨는 축구선수로서는 물론 사회인으로서도 이영표 선수의 성실함과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 그리고 가끔은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고 예쁜 마음에 끌렸다고 한다. 그러나 인기 있는 축구스타라는 이영표 선수의 평범치 않은 위치 때문에 여느 연인들처럼 맘 편히 연애할 기회는 없었다고. 게다가 지난해 월드컵이 끝난 후 이선수가 네덜란드로 건너 간 이후로는 전화와 인터넷 메신저로 사랑을 나눠야 했던 터. 그래서 두 사람은 “결혼 후 네덜란드에 가면 그동안 못해본 연애를 실컷 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두 사람 관계는 지난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이영표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급진전됐다. 매일 아침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 힘을 불어넣어주는 과정에서 믿음과 애정이 더욱 확고해진 것. 월드컵이 끝난 직후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고 이선수가 네덜란드로 떠나기 전인 지난해 말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에도 결혼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은 이영표 선수가 초기 6개월을 임대선수 신분으로 아인트호벤에 갔기 때문. 그러다 지난 5월 이영표 선수의 완전 이적이 결정되면서 서둘러 결혼일정을 잡고 결혼했다.
두 사람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공한 최고급 스위트룸에서 신혼 첫날밤을 보냈다. 결혼식 직후 열린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국가대항전으로 잠시 미뤄두었던 신혼여행은, 6월15일 치러진 후배 송종국 선수 결혼식까지 참석한 이후 송종국 부부와 함께 제주도로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는 아인트호벤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벨기에 안더레흐트에 살고 있는 설기현 선수도 부인 윤미씨와 함께 동참했다. 평소 셋이 친하게 지내다 보니 신혼여행도 자연스럽게 같이 가게 되었다는 것. 또 출국 이후 근방에 모여 살게 될 세 선수의 부인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세심한 배려에서 나온 제안이기도 하다.

신혼여행을 송종국, 설기현 부부와 다녀와
신접살림은 그동안 이영표 선수가 거주하던 아인트호벤의 20평 아파트에 꾸밀 계획이다. 지난 몇 개월간 이국땅에서 홀로 지내면서 시간이 나면 혼자 성경책을 읽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보냈던 이영표 선수는 아내와 함께할 생활이 무척 기대되는 눈치다. “식사도 그동안 아침은 빵으로 저녁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박지성 선수 집에서 먹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아내가 건강관리를 위해 매일 아침 생과일 주스를 만들어주기로 했다”며 자랑하는 이영표 선수의 얼굴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두 사람은 안양에 있는 본가에 머물다가 7월 중순경 네덜란드로 떠난다.


태극전사 이영표·송종국의 감춰진 러브 스토리 & 결혼식 현장

축구스타 송종국(24·폐예노르트) 선수도 새신랑이 됐다. 지난 6월15일 김포공항 스카이시티 컨벤션센터에서 2년간 사귀어 온 김정아씨(21)를 신부로 맞아 화촉을 밝힌 것.
아르헨티나전을 마치고 치러진 태극전사 송종국 선수의 결혼식엔 양가 친지들과 지인들 그리고 송종국 선수의 팬클럽 회원 등 1천여명의 하객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송종국 선수는 올초 발목 부상과 그동안의 무리한 일정으로 피곤한 데도 불구하고 평소 그라운드에서처럼 시종일관 당당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신부를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구 출신으로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갖춘 김정아씨는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러운 듯 그저 “너무 쑥스럽다”는 말로 행복한 심경을 대신했다.
두 사람은 2001년 3월 김정아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당시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이후 둘만의 사랑을 조용히 키워왔다. 김씨는 송선수의 팬들조차 홈페이지를 통해 칭찬 할 정도로 서글서글한 성격에 친구도 많아 무엇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음악적인 재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정아의 모든 것이 다 좋지만 무엇보다도 저만 바라보고 저를 너무 사랑해주는 점이 좋습니다” 하며 송종국 선수 역시 신부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여느 스타 커플들처럼 두 사람이 편안하게 데이트할 시간은 늘 부족했다. 특히 송종국 선수가 현 소속팀인 폐예노르트로 진출함에 따라 네덜란드로 떠나고부터는 서로 만날 기회가 극히 적었다. 두 사람은 작년에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했지만, 결국 청혼도 전화로 해야 했다고 한다.

데이트할 시간이 부족해 청혼도 전화로
태극전사 이영표·송종국의 감춰진 러브 스토리 & 결혼식 현장

이번 결혼식은 송종국 선수의 일정상 잠시 짬이 나는 6월에 급하게 날짜를 잡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만 않았을 뿐 정작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다고 한다.
양가 부모들도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두 사람을 축복했다. 막내아들을 장가보내는 송종국 선수의 어머니 김성자씨(51)는 “나이는 어리지만 가르치는 대로 잘 하고 잘 따라주어서 너무 예쁘다. 특히 며늘아이가 마음이 착하고 우리 아들한테 잘 해주니까 더 바랄 게 없다”면서 네덜란드에 돌아가서도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하고 두 사람 모두 운동이나 공부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열심히 임해주기를 당부했다.
어린 딸을 시집 보내는 신부측 부모도 시종일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부의 어머니 황분출씨(48) 또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를 사위로 맞은 것에 대해 흡족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결혼식에는 오래간만에 여유시간을 가진 국가대표 선수들과 축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일찌감치 식장을 찾아 “앞으로 선수생활도 잘하고, 가정도 행복하게 잘 꾸려갔으면 좋겠다”는 축사를 건넨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해, 이영표, 설기현, 최성용, 조재진 선수도 아낌없이 축하를 해주었다.
특히, 신혼생활 열흘째를 맞이한 이영표 선수 신혼여행에 동참하기로 한 설기현 선수는 부부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설기현 선수는 “신혼여행에 같이 가는 것이 좀 미안하지만 함께 가서 더 많이 축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며 “내일 일찍 일어나 설악산에 가고 싶은데 종국이가 피곤해서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여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이날 인기 영화배우 설경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설경구는 지난해 한일월드컵 당시 송종국 선수와 맺은 인연을 계기로 이번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

태극전사 이영표·송종국의 감춰진 러브 스토리 & 결혼식 현장

지난해 월드컵 때 유럽리그에서도 거칠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선수를 거침없이 막아내고 있는 송종국 선수.


송종국 선수의 결혼식은 팬들과 함께한 자리이기도 했다. 송종국 선수의 팬클럽 대표들이 직접 축가를 불렀는가 하면, 한정된 공간으로 인해 입장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이벤트 홀에 자리가 따로 마련됐다. 멀티큐브(16개 스크린으로 구성된 대형 화면)로 지난 월드컵을 비롯해 그동안 송종국 선수가 출전했던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결혼식 모습도 ‘생중계’로 선보였다. 또 이날 결혼식 장면은 해외 팬들을 위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결혼식을 마친 후 신부와 함께 직접 팬들을 찾은 송종국 선수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유부남이 되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사랑해주실 거죠? 앞으로 더 노력해서 발전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는 재치있는 말로 팬들의 환호에 보답했다. 더불어 참석한 팬들을 위해 팬 사인회도 열고 무료 영화티켓(2백장)도 선물로 나눠주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송종국 선수는 이영표, 설기현 선수 부부와 제주도를 찾아 신혼여행을 즐긴 후 현재 성남 본가에서 휴식을 취하며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다. 네덜란드에는 7월 중순경 돌아갈 예정. 신혼집은 네덜란드에서 그동안 송선수가 형님 부부와 함께 지내던 집을 새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형님 부부는 송종국 선수 부부가 네덜란드 생활에 적응할 때까지 함께 머물다가 자리가 잡히면 귀국할 예정이라고. 한편 신부 김씨는 결혼 후 그동안 미뤄왔던 성악 공부에 전념할 계획이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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