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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koreatrails #jincheon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editor 최은초롱 기자

작성일 | 2017.05.25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걸음이 느려졌을 때, 오래도록 머물렀던 바람이 불었고 천년의 시간을 발견하게 되었다. 깊숙한 자연에 둘러싸인 진천이란 낯선 도시와 친해지는 건, 그렇게 순간이었다. 생거진천(生居鎭川). ‘살려거든 진천에 사는 게 좋다’는 말을 알게 된 건,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였다. 독일에서 온 청년 닉에게도 낯선 매력에, 한 번쯤 머무르고 싶은 도시였으리라.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독일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 그는, 진천에 하루이틀 더 머무르고 싶다며 걸음을 늦춘다.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닿는 그곳. 온통 초록이었던 진천에서의 짧은 여름나기는 충만한 계절을 온몸으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롱길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초평호 수변데크에서 하늘다리까지를 잇는 1km의 친환경 나무 데크로 꾸며진 초롱길은 휠체어와 유모차를 끌고 걷기 좋은 무장애길이다. 그 풍광 또한 진천에서,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길이다. 걷는 내내 한편엔 무성한 숲이, 반대편엔 숨결 고요한 호수가 자리한다. 걸을 채비를 시작할 무렵, 반갑게도 송기섭 진천군수가 산책길에 동행한다며 찾아왔다.

“초롱길은 주말에 1만 명 정도가 찾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걷다 보면 진천의 속살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진천은 예부터 물이 많고 평야가 넓으며 비옥했습니다. 매년 풍년이니 인심도 후덕하지요. 그러니 생거진천, 즉 ‘살려거든 진천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에요.”

“그 말 많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진천에 살아야지, 했고요.”
굽이굽이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초평호가 너르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하늘다리 아래로 카누 선수들이 물바람을 헤치며 나아간다. 초롱길 위에서 금세 여행 동행자가 된 우리. 소슬한 바람을 나누고, 꽃 핀 순간을 나누고, 아름다움에 달뜬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천년의 숨결을 이어온 농다리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농다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간다.

진천은 천년의 아득한 시간을 품고 있는 도시가 맞다. 농다리 앞에 섰을 때, 묵직함이 그러했다. 세금천에 놓인 농다리는 투박하면서도 강인한 멋이 있다. 돌들이 대바구니(籠)처럼 얽히고설켜 ‘농다리’라 이름 붙여졌는데 멀리서 보면 하나의 돌무더기처럼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네가 구불구불 물을 건너는 것 같다고 하니,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독일 청년 닉도 신기한지, 농다리 앞에서 오래도록 서성인다. 

“다리인데 그냥 툭툭 놓아진 돌 같아요.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요!”
“교각에 놓인 28개의 돌은 하늘의 기본 별자리인 28숙과 같아. 더 신기하지?”

돌이 별이라고 설명하고 보니, 서로 다른 자연과 자연이 맞닿은 이치가 신비롭기만 하다. 닉은 별 사이를 걷는 듯, 사뿐사뿐 돌을 밟는다.  

농다리를 건너면 왼쪽 농암정으로 이어지는 1.7km의 트레킹 코스가, 직진 방향의 언덕길 너머에서는 탁 트인 초평호의 전망이 펼쳐지는 수변탐방로가 시작된다.

평 소에도 버스 2~3정거장 정도 거리는 가뿐하게 걸어 다닌다는 닉은 오늘 여행이 너무 즐겁단다. 고향인 독일 함부르크 근처에도 223km에 이르는 기나긴 도보 여행 길이 있는데, 시간 날 때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걸었다고. 그래서일까, 길에서 느끼는 낭만을 이 청년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추억 그득한 시골장터에서 놀다, 생거진천 전통시장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진천 꿀수박은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시골 장날의 푸근한 인심이 느껴지는 국밥. 국물 맛이 깔끔한 잔치국수. 진천의 세련된 여사장님이 파는 도넛. (왼쪽부터)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꽃미남 채소 가게 주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장날’이라는 말만 들으면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마트도, 편의점도 없던 어린 시절 엄마 손잡고 다녔던 오일장은 세상 가장 신나는 놀이터였다. 설탕 잔뜩 묻힌 도넛과 호호 불어가며 먹었던 국수까지,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여행 짐을 꾸리면서 꼭 확인하는 것은 장날이 언제인지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생거진천 전통시장은 1백1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충북 지역에서 가장 큰 장이라니! 마침 날의 끝자리 5, 10일에 열린다고 해서 이것저것 담아올 바구니도 챙겨뒀다.

오래된 역사만큼 시골장터 풍경이 완연하다. 산이나 들에서 직접 캔 나물을 파는 할머니, “뻥이요!” 소리로 장터를 들썩이게 하는 뻥튀기 아저씨, 그리고 마음 애잔하게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도 꼬물거린다. 큼직한 수박이 덩이덩이, 윤기 반지르르한 쌀이 좌르르르, 계절의 냄새와 볕을 한껏 품은 채소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도시보다 싸니 싼 맛에 사고, 반가워서 사고, 옛 생각나서 사고. 그렇게 바구니가 그득해지는 순간 마음이 불룩해진다.

누구에게나 행복한 마음을 전하는, 보탑사와 대한성공회 진천성당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보탑사.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대한성공회 진천성당.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보련산 자락에 자리한 보탑사는 고려시대 절이 있던 터다. 지금은 42.7m에 이르는 거대한 3층 목탑이 우뚝하다. 1996년에 만들어진 목탑은 황룡사 9층 목탑을 본뜬 것이란다. 단 한 개의 못도 쓰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기술과 정성이 대단하기만 하다. 이 목탑이 수백 년, 천 년을 고스란히 이어나가 후손들에게 물려줬으면, 그리고 그 행복한 마음까지 함께 남겨지길 바라며 탑 안을 둘러본다.

비구니 스님들과 차 한잔으로 마음도 말갛게 닦는다. 보탑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대한성공회 진천성당까지 둘러보기로 한다. 1900년대 충청도에서 전도 활동을 한 W.N.거니에 의해 지어진 충북 지역 최초의 한옥 성당은 화재로 소실되고 1923년 다시 복원, 등록문화재 제8호로 지정됐다. 자그마한 성당은 적벽돌과 기와가 어우러져 독특하다. 고아한 멋, 고요한 마음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1백여 년 동안 술을 빚은 덕산양조장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덕산양조장.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등장한 덕산양조장.

정겨운 나무 건물의 양조장은 외관에서부터 술 냄새가 솔솔 나는 것 같다. 지금은 까마득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술 주전자를 들고 심부름을 다녔다. 무려 1929년에 지어진 양조장이 이곳에 있다니! 보물을 발견한 것 같다. “우리 효재, 술 뜨러 다녀오거라.”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랫동안 술을 빚어온 목조 건물에는 집 곳곳마다 효모가 자라고 있어요. 그래서 효모를 별도로 사서 넣지 않고요. 지금 이 공기에도 우리만의 천연 효모들이 살아 움직이니까요. 덕산양조장만의 독특한 술맛도 이 과정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3대째 술을 빚고 있는 이방희 대표는 자연스러운 술맛을 고집하고 있었다. 설명을 들으며 술 빚는 과정에 살짝 동참해본다. “맛있게 익어라!” 속삭이며.

시간과 자연이 천천히, 고요히 움직이는 진천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배티성지.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생거진천자연휴양림.

오후의 배티성지는 고운 볕이 보드랍다. 이곳의 역사는 1830년대 비밀 신앙 공동체가 생겨나면서 시작되었단다. 천주교 순교지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자, 한국인으로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저술 활동이 이루어진 곳이다. 이름 없는 순교자 무덤이 골짜기마다 놓여 있는데, 닉의 걸음이 느려진다. 마음이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4년을 한국에서 살았는데, 보석 같은 곳을 발견한 느낌이에요. 특히 효재 선생님과 함께 걷던 이 길을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오고 싶어졌어요. 아마 시골장터에 가시면 하루 꼬박 있으실 분이거든요!”
닉의 말을 들으니 가족과 나들이 코스로 더없이 좋을 것 같다.

더욱이 서울 지척에 있는 시골 풍경 완연한 도시라니.
생 거진천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나무의 고요한 숨 안에서 자고 일어나면 이슬을 머금은 풀처럼 싱그러워진다. 밤사이, 숲이 한 뼘 자랐나 보다. 창밖에는 애기똥풀이 지천이고, 망초 떼가 막 올라오며, 하얀 이팝나무 꽃이 어찌나 많이 피었는지 가지가 찢길 정도다. 무엇이든 넘치는 계절이라 다행이다. 

맛있는 진천

배 타고 들어가야 먹을 수 있는 매운탕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초 평호 너머에 있는 식당, 쥐꼬리명당까지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손맛 좋은 사장님이 1975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으니 ‘쥐꼬리명당에 와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유명한 음식은 매운탕과 닭볶음탕. 커다란 냄비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매운탕을 보니 저절로 침이 고인다. 쌀과 기본 반찬 재료는 물론 고추장과 된장 등 각종 장류도 직접 담근다는데, 시골에서 할머니의 손맛으로 만들어주는 딱 그 맛이다.

진천쌀밥 정식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진천 식도락 여행의 필수 메뉴는 쌀밥이다. 평야가 넓고 토지가 비옥한 진천은 쌀이 유명하다. 진천 쌀로 지은 밥은 겉으로는 윤기가 흐르고 밥알은 찰기가 넘친다. 쌀밥과 다양한 밑반찬이 함께 나오는 쌀밥정식으로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붕어찜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진천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은 바로 붕어찜. 초평호 주변으로 붕어찜을 전문으로 조리하는 ‘붕어마을’ 음식촌이 조성돼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3대를 이어 붕어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송애집의 붕어찜은 칼칼한 맛이 일품. 커다란 붕어에 칼집을 낸 뒤 갖은 양념과 무, 파, 시래기 등을 넣어 조리하는데 비린 맛이 전혀 없다.


연잎밥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연꽃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인 ‘보련’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보련마을은 ‘연꽃 보존 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마을 대표 먹거리는 연잎밥. 찹쌀, 은행, 밤, 대추. 잣, 콩 등을 마을에서 직접 기른 연잎에 고이 싸서 쪄낸 윤기 넘치는 연잎밥은 깊은 맛은 물론이거니와 몸에도 좋은 별미다.

물 맑고 땅 좋은 생거진천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백곡호에서 즐기는 수상 스포츠. (왼쪽),  초평호 수변을 따라 데크로 조성된 초롱길은 어린 자녀와 함께 걷기에도 그만이다. 마침 유모차에 탄 아기와 산책을 즐기는 가족을 만나 함께 걸었다.(오른쪽)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1박 2일 코스  
길상사 → 김유신 탄생지 및 태실 → 보탑사 → 대한성공회 진천성당 → 숙박 → 농다리 → 초롱길 → 덕산양조장 → 종박물관 → 배티성지


2박 3일 코스  
길 상사 → 김유신 탄생지 및 태실 → 만뢰산 자연생태공원  → 보탑사 → 대한성공회 진천성당 → 숙박 → 농다리 → 초롱길 → 진천공예마을 → 마차박물관 → 정송강사 → 이상설 생가 → 숙박 → 덕산양조장 → 종박물관 → 백곡호 → 배티성지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진천에 대한 추가 정보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국내 여행 정보 포털 사이트. 추천 테마 여행, 관광 명소, 교통, 숙박, 맛집 등 지역 관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korean.visitkorea.or.kr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여성동아〉 6월호 ‘그곳에 살어리랏다, 진천’ 기사에  실린 진천 농다리와 초롱길을 걷고 ‘코리아둘레길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oreadullegil)’에 후기와 인증샷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5분께 프로스펙스 워킹화를 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코리아둘레길 페이스북을 참고해주세요.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홍태식 이상윤 디자인 김영화 취재협조 진천군청 의상협찬 리바이스(02-3785-0502) 코치(02-772-3133) h&m(1577-6347) 헤어&메이크업 비아이티살롱 스타일리스트 류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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