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doctor #interview

산부인과 전문의 박경의 원장

“난임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editor 김명희 기자

2017. 04. 27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저출산의 이면에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난임의 고통이 있다.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에게 희망을 전하는 난임 전문의 박경의 원장을 만났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나들이하는 가족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난임 부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디온여성의원 박경의 원장은 아이를 간절히 기다려온 부부들에게 생명 탄생의 기적을 선물해온 주인공이다.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전공의, 임상강사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은 그는 환자들 사이에서 실력과 섬세함, 친절함을 모두 갖춘 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

난임은 1년간 정상적으로 부부 관계를 했음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원인은 여성의 자궁이나 난관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정자 수나 활동성이 문제가 있는 경우, 사정이나 발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부부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심리적인 원인 등 다양하다. 그중 난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큰 원인은 나이다. 특히 여성은 만 35세 이후 가임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여성은 날 때부터 평생 사용할 난자를 모두 갖고 태어납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질이 떨어지고 생식세포 분열 시 염색체 이상이 발생해 착상이 되지 않거나 유산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때 배아 단계에서부터 염색체 이상 여부를 체크해볼 수 있는데, 35세가 넘으면 절반 이상의 배아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임 치료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난임 치료,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아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부부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 환자 상태에 따라 호르몬을 교정하고 약물 요법으로 배란을 유도해 자연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 다음으로 시도하는 것이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이다. 인공수정은 여성의 배란 시기에 맞춰 남성의 정액을 인위적으로 자궁 내로 주입하는 것이고, 시험관아기 시술은 여성 월경 주기에 맞춰 배란 유도제를 투입한 뒤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해 연구실에서 정자와 만나게 한 뒤 2~5일 동안 키워 질적으로 우수한 배아를 골라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흔히 자연 임신이 불가능할 경우 그 대안으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박경의 원장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난임 부부의 경우 평균 주기당 임신율(자연 임신율)은 1~4% 정도로 아예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임신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죠. 그럴 때는 가임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중요해요. 저는 이것을 야구의 타율과 타석에 비유해 환자들에게 설명하곤 하는데, 3할 타자가 4타석이 남았다면 이번 경기에서 안타를 칠 가능성이 높지만 1할 타자가 4타석 만에 안타를 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그럴 땐 대타를 내보내야 하는 것처럼, 남아 있는 가임 기간에 비해 자연 임신 확률이 낮다면 빨리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하는 게 좋습니다.”



난임은 다른 치료와 달리 기약이 없기 때문에 지치고 좌절하기 쉽다. 하지만 박경의 원장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새 생명이 찾아오는 일을 종종 경험한다. 야구로 치면 9회 말 2사 후 역전 끝내기 홈런이랄까.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명언은 난임 부부에게도 유효하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14번 실패하고 찾아온 여성분이 있었어요. 15번째는 시술에 성공했는데 자궁외임신으로 유산됐죠. 그 후 피검사를 해보니 호르몬 수치가 폐경으로 나와서 사실상 임신이 힘든 상태였어요. 그럼에도 그분은 15번 시술을 하는 동안 임신 호르몬 수치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죠. 다음 진료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난포가 큰 게 하나 보이기에 그걸 채취해 수정을 했는데 임신이 됐어요. 우리나라의 난임 치료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겁니다.”

국내 난임 진단자 수는 2006년 17만여 명에서 2015년 21만여 명으로 10년 새 24% 급증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난임 해소를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일환으로 보건복지부는 난임 시술 지정 기관별 시술 성공률과 각종 난임 치료 실적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기관별 성적이 공개되면 환자들은 실적이 높은 병원을 선택해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박경의 원장은 “환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정보 공개가 마땅하고, 개인적으로도 임신율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공개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환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적을 우선하다 보면 병원이 환자를 가려 받을 수도 있고, 안정성보다 효율성을 중시해 필요 이상으로 배란 유도 주사제를 남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난임 시술은 안전과 효율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시술입니다. 효율을 강조하다 보면 안전과 비용 측면이 간과되기 쉬운데 정보 공개에 앞서 그런 부분까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생명 탄생의 현장을 지켜온 박경의 원장에게 임신을 계획중인 부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요즘 부부들을 보면 경제적 여건이나 육아 문제 때문에 임신을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정작 아기를 원할 때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아이를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소유물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난임 부부들이 아이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왔지만, 한 번도 ‘내가 아이를 갖게 해줬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 것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지, 감사할 뿐이죠. 사랑의 결실인 아기와의 조우를 부부들이 미루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기쁘게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또 사회적으로도 맘 편히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나 보육 및 교육 여건이 좀 더 개선되길 바랍니다.”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최정미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