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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손미나의 우리 길 걷기 여행

EDITOR 손미나

입력 2018.04.26 14:15:26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푸른 산에 호랑이가 살았다

한낮의 대기가 뜨겁게 바뀌기 시작하면, 그 섬을 늘 떠올리곤 했다. 온통 초록으로 풍성했고, 이를 두른 바다의 진하고 맑은 기운이 우리의 시간조차 바꿔 놓던 섬, 청산도. 오늘, 청산도행 페리에 다시 올랐다. 청산도는 매년 4월 한달 슬로걷기축제가 열려 배편 등을 이용하기 더 편하다. 에게해와 지중해에 별처럼 뿌려진 고향 그리스의 섬들에 머물렀던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안드레아스 바르사코풀로스가 봄바람 난 남도 바다를 내 옆에서 즐기고 있었다. 

“정말 운이 좋네요!” 

보적산 8부 능선 범바위에 오르니, 만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한다. 제주도가 가물하게 보일 정도로 하늘도 바다도 푸르러서다. 호랑이가 다리를 뻗은 형상을 한 범바위는 오랜 풍상과 싸우느라 철 성분만 많이 남아 자석이 붙을 정도다. 청산도 길 중에서도 가장 우아한 슬로길5코스에 이 용맹하고 우락부락한 범바위가 있다.


우주적 시공간, 풀등해변.
너무나 낯설고 너무나 아름다웠던.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짙푸른 바다를 품어주는 범바위 해안이 있는가 하면 모래 해변을 한참 걸어 들어가도 투명한 바닷물이 찰박찰박하게 차오를 뿐인 온순한 신흥리 풀등해변 같은 곳도 있다. 섬 서쪽에 길게 이어진 지리청송해변의 노을은 빈틈 하나 없이 완벽하다. 섬 이편과 저편에 이토록 다른 길이 펼쳐지고 그 길을 걷는 동안 차곡차곡 쌓인 수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섬을 떠나온 뒤에도 한동안 청산앓이를 겪는 이유가 여기 있다.


청산도가 아름다운 이유가 바다에만 있는 건 아니다.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청산도가 아름다운 이유가 바다에만 있는 건 아니다.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돌은 지천이되 흙은 귀했고, 늘 물이 말랐다. 청산도 사람들은 아슬아슬한 비탈에 돌을 계단처럼 쌓고 흙을 덮어 논밭을 일구었고, 온돌 바닥에 온기가 돌듯 논밭 아래로 물을 머금게 했다. 이 구들장 논밭에 봄이면 청보리가 초록을 피우고 가을이면 실한 낟알이 오른다. 구들장논이 대한민국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라는 말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 아름다운 초록의 픽셀들이 바람에 따라 순간 순간 변하는 파노라마는 죽기 전 꼭 한번 봐야할 장관이다.


진도아리랑의 숨막히는 롱테이크는 바다로 이어지고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청산도 인증샷은 역시 영화 ‘서편제’ 촬영지다. 이곳은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여객터미널에서 바닷가로 걸어오면 호젓하게 롱테이크 걷기가 가능하다.

청산도 인증샷은 역시 영화 ‘서편제’ 촬영지다. 이곳은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여객터미널에서 바닷가로 걸어오면 호젓하게 롱테이크 걷기가 가능하다.

봄동을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유채꽃보다 크고 진한 노란 빛깔 꽃송이를 피워낸다. 올해 청산도엔 유채 대신 봄동이 가득이다. 유채든, 봄동이든 연초록과 샛노랑이 서로 제 곁을 내어주는 사이 화려한 봄 축제를 제 스스로 준비하는 섬. 안드레아스와 영화 ‘서편제’에서 5분 10여초의 롱테이크로 진도아리랑이 울려 퍼지던 슬로길 1코스 ‘서편제길’ 속으로 판소리꾼 부녀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들어갔다.


청산도 파시에 개들도 돈을 물고 다녔다

1949년 동아일보를 옮긴 벽화. 고등어 성어기의 들뜬 분위기가 읽힌다.

1949년 동아일보를 옮긴 벽화. 고등어 성어기의 들뜬 분위기가 읽힌다.

청산도 여행은 뭍으로 가는 배의 승선 시간에 맞춰지기 마련이지만 바다와 바람과 이국적인 논밭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것 하나 지나칠 수 없어 늘 예정된 시간을 지나고, 다음 배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이것도 청산도가 여행자에게 가르쳐주는 바다. 

여객터미널로 가는 길에 전국 3대 파시(波市) 중 하나였던 청산도의 번화함이 남아있는 도청리 골목을 만난다. 1940년대 서울의 명동이 이러했을까. 청산도의 또 다른 시간에 닿는 길이다.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청산도엔 정말 돌이 많다. 논밭에서 캐낸 돌 위로 담쟁이가 지나고, 여행자들은 그 돌담길을 보기 위해 마을을 오간다.


슬로길의 시작과 끝 완도-청산도 페리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완도연안여객터미널은 청산도와 주변 섬으로 떠나는 여행자들로 늘 붐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청산도행 페리는 평일 약 8회, 주말 약 15회 운항하는데 늘 정원을 가득 채운다. 청산도까지 소요 시간은 50분 정도.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하고, 신분증 지참이 필수다. 여기서 모두 나이가 밝혀지니 이것도 주의하시도록.


또 하나 명품 청산도전복과 김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우리나라에서 얻는 전복의 80%는 본적을 완도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바다 깨끗하기로 으뜸가는 청산도 완복을 최고로 친다. 그 청산도에 왔으니 전복을 맛봐야 한다. 특별한 요리보다는 풍미를 최대한 살린 회나 죽, 물회 등이 더 어울린다. 

완도의 명물인 김도 청산도에서 싱싱하게 걷어진다. 그리스에선 먹지 않는 김을 한국에서 먹어보고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됐다는 안드레아스는 상서마을에 열린 작은 장터에서 청산도의 일명 ‘곱창김’을 발견하고 단번에 지갑을 열었다. 그리스 인인 그가 조미하지 않은 김을 먹으라고 우리에게 당부한다. 단단하고 건강한 질감이 청산도와 닮은, 자꾸만 손이 가게 하는 맛의 김이다.


손미나 작가가 추천하는 청산도 슬로길 여행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청산도 슬로길은 11개 코스 42.195km로 각 코스가 모두 짧아 구석구석 섬을 한 바퀴 돌기 좋다.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슬로길1코스 (서편제길)
미항길-화랑포길

슬로길5코스 (범바위길)
권덕리-범바위 전망대-용길

슬로길 6코스 (구들장길-다랭이길)
청계리-부흥리-원동리

슬로길7코스+슬로길8코스
(들국화길-돌담길-해맞이길)
상서리-동촌리-신흥리

슬로길10코스 (노을길)
지리-도청리


청산도, 삶은 이렇게 푸르다

손미나 작가와 안드레아스는 해파랑길 걷기에 두루누비(durunubi.kr) 사이트를 활용했습니다.


기획 김민경 기자 작가 남기환 사진 김성남 조영철 기자 동영상 연출_김현우 PD 디자인 김영화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매니지먼트 이승택 곽상호 스타일리스트 최소영 어시스트 마은주


여성동아 2018년 5월 6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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