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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healing

혜민 스님의 자기 돌보기

editor 정희순

작성일 | 2017.03.03

선글라스를 끼고 SPA 브랜드 점퍼를 입는다. 음악 방송 DJ를 하고 SNS를 한다.
혜민 스님의 수행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혜민 스님의 자기 돌보기
아직은 쌀쌀한 2월의 어느 날. 혜민 스님과 서울 북촌의 골목길을 걸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스님을 바라본다. 그를 알아보는 이들에게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화답한다.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혜민 스님은 베스트셀러 서적의 저자이자 SNS상에서 활발히 소통하는 힐링 멘토로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1월 출간한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출간 7개월 만에 1백만 부가 넘게 팔렸고, 4년 만에 출간한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역시 지난해 베스트셀러 종합 1위(2016년 YES 24 기준)를 차지했다. 트위터 팔로어만 1백24만, 카카오스토리 팔로어는 1백30만 명이 넘는 SNS 스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친근한 승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과정 중 출가를 결심한 그는 프린스턴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7년부터 미국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리고 2015년엔 교수직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비영리단체인 ‘마음치유학교’를 설립했다. 스님이 갑작스레 교장이 되기로 한 건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란다. 혜민 스님은 그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했다.

혜민 스님을 만난 곳은 마음치유학교 가회동 캠퍼스. 마음치유학교의 윤성옥 교감도 함께였다. 승려복 위에 입은 그와 같은 색상의 SPA 브랜드 점퍼가 인상적이었다. 햇살이 따가운 날이면 여기에 선글라스도 쓴단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동네 스님’이란 말이 괜한 수식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민 스님과 윤성옥 교감은 꼭 오랜만에 만난 단짝 친구 같았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부터 학교 운영에 관한 논의까지, 웃음소리와 함께 대화는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기회를 보다 이들의 대화에 살짝 끼어들었다.



▼ ‘스님’이라고 하면 엄청 근엄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스님은 오히려 반대네요.

혜민 스님(이하 혜민) 저도 절에 가면 근엄해져요(웃음). 매년 가을에 경북 문경 희양산의 봉암사로 수행을 하러 가는데 거기선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자기 수행’에 몰두하죠. 불교에는 ‘자기 수행을 통해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라’는 가르침이 있어요. 자기 수행과 중생을 구제하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한데, 자기 수행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은 ‘근엄한 승려’의 모습만을 떠올리곤 하죠. 하지만 요즘 스님들 중에는 외국 생활을 경험하신 분들도 많으세요. 그분들은 전통적인 자기 수행의 틀에 갇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죠. 저 같은 경우는 대중과의 만남 속에서 훨씬 깨닫는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저의 적나라하고 솔직한 모습들을 발견하곤 하죠. 혼자 조용히 수행만 하면 오히려 자기 성찰의 기회가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스님 역시 외국 생활을 오래 하셨죠.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있으신가요.

혜민 한번은 외국인 친구가 “뭐 먹으러 갈래?” 하고 물었는데 “난 아무거나”라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왜 매번 아무거나 먹자고 하니? 넌 지금 책임을 회피하는 거야”라고 지적을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해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식이죠. 항상 주변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살다 보니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잃어버리게 돼요. 결정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스스로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죠.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 교수직을 그만두고 한국에 오신 후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혜민 요즘은 스마트폰 전용 BTN불교 라디오 방송 〈마음의 선율 혜민입니다〉에서 평일 아침 8시마다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SNS상에서 사람들이 보낸 메시지에 답을 해주기도 하고 때때로 강연을 나가기도 하죠. 또 제가 조계종단 승려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거나 법문을 할 때도 있고요. 법학 연구를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할 일이 정말 많아요(웃음). 제 일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마음치유학교 일이에요. 학교가 잘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치유 문화가 확산되는 길이고, 그게 제 소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마음치유학교를 설립하신 계기가 있나요.

혜민 제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러면서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그걸 나누고 치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참 없다는 걸 절감했죠. 예를 들어 세월호 사고로 인해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이 황망하고 힘들겠어요. 미국만 해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을 위한 ‘애도’ 모임이 참 많아요.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이미 겪었던 분들과 어울리며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공동체를 찾아보기 힘들까를 고민하다가 만든 게 마음치유학교예요.

▼ 스님이 교장 선생님인데, 종교색은 전혀 없나요.

혜민 전혀 그런 건 없어요. 종교를 설파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죠. 함께하는 선생님들도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계세요. 수채화 수업 선생님은 독실한 기독교고, 상담 선생님은 가톨릭신자시죠. 심지어 옆에 계신 윤성옥 교감 선생님은 무교예요(웃음).

▼ 두 분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신가 봐요. 쉴 새 없이 대화를 하시더라고요.

혜민 제가 권위주의적이지 않아서 그래요(웃음).

윤성옥 교감
(이하 윤) 스님이 워낙 주변 사람을 편하게 대해주시죠(웃음). 스님을 마음치유학교에서 처음 만났어요. 저는 심리 상담 전문가로 복지관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등 상담 관련 기관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마음치유학교에 합류했죠.

▼ 스님은 일하는 스타일이 어떠세요. 두 분이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있나요.

스님은 종교인이시잖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빨리 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신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실무자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안 된다고 할 때가 많을 수밖에 없죠. 보통 그럴 땐 스님께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아직 안 된다고(웃음).  

▼ 혜민 마음치유학교 교장 일을 하면서 저도 많이 배우게 돼요.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는 법 같은 것들요.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내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건가, 스님 말씀처럼 일단 해보면 될 텐데 스스로를 너무 틀에 가둬두고 있나 싶을 때가 많죠.  

▼ 스님도 화를 내시나요.

그래도 보통 사람들처럼 화를 내는 편은 아니세요(웃음).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시는 수준이죠. 예를 들면 그런 거예요. 실무자들이 마음치유학교를 찾는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을 때, 제가 어려운 용어를 쓰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할 때 스님이 답답해하시죠. 스님은 대중과 소통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어떤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필요하고, 어떤 방식이 가장 적합한지 잡아내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혜민 소통의 기본은 그들의 용어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들께 ‘너무 어렵다, 모호하다, 정확히 말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혜민 스님의 자기 돌보기

“메뉴판에 나와 있는 음식에 대한 묘사를 읽은 것과 음식을 직접 맛본 것은 다르잖아요. 다양한 관계 속에 자신을 내던져서 경험해보는 거예요. 교회, 성당, 절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영성을 탐구해도 좋고 동호회에 참여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도 있어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래야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어요.”


▼ 스님께선 현대인이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혜민 ‘단절’이죠. 기댈 곳이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은데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위로도 받을 수 없는 거예요. 제가 마음치유학교를 세운 이유도 그거예요. 그래서 학교의 모토가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예요. 이곳에서 여러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아픔을 나누고 나중엔 그 공동체가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려고 하죠.

지난해 2월엔 명절이 두려운 싱글 남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요즘 30대 싱글 직장인들은 생각보다 연애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자연스러운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게 그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죠. 5월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을 위한 프로그램을, 12월엔 미혼모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난 설 직전엔 명절이 두려운 며느리를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했어요. 사람들의 현실적인 요구들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즉각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게 기존에 있는 상담 센터와의 차이점이죠.

▼ 그분들은 마음치유학교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알고 오시나요.  

혜민 스님의 책을 통해 팬이 되신 분들이 SNS에서 팔로를 하다 마음치유학교의 문을 두드리시는 경우가 많죠. 다른 곳에선 말하기 어려운 문제도 왠지 스님께는 편안하게 이야기하게 되잖아요. 문턱이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낮은 셈이죠.

혜민 주로 40~50대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시부모와의 갈등,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갱년기, 빈둥지증후군 등이 맞물리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잖아요. 나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결국 마음치유학교를 찾는 거죠.  

▼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혜민 저는 치유의 시작은 ‘자기 돌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의 눈치는 많이 보면서 정작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나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지, 내가 원하는 걸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몸을 쓰면서 자기 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아요. 마음치유학교에는 ‘춤 치유’ 클래스가 있는데 처음엔 어색해하던 분들도 마지막엔 “정말 잘한 것 같다”고들 하세요.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사실 우리 몸은 상처의 기억들을 신체 마디마디에 저장해두고 있거든요. 춤은 각각의 부분을 움직이면서 몸으로 풀어내는 거예요.

우울이나 불안, 중독, 분노와 같은 마음의 문제를 겪고 있진 않지만 삶의 활력을 찾고 싶은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요즘은 마음치유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따로 모임을 갖거나 봉사활동을 가시는 경우들도 생겼어요. 단절을 극복하고 이제는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갖게 된 셈이죠.

▼ 요즘 시국 때문에 우울하다는 사람이 많다는데 뭘 해야 힐링이 될까요.

‘우울’보단 ‘분노’에 가까운 감정 아닐까요. 세월호 참사 때 집단적인 트라우마를 겪었죠. 지금은 오히려 ‘변화에 대한 기대’와 ‘연대를 통한 자부심’ 같은 것이 생기면서 분노를 자연 치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광장에 나가보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기표현을 하고 있잖아요. 분노를 혼자 쌓아두고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함께 모여 표출을 하는 거죠. 오히려 사람들이 생기를 찾은 것 같아요. 오랜만에 광장에서 동창도 만나면서요(웃음).  

사람들이 이번 일로 ‘허탈감’을 느낀 건 맞지만, 흙탕물이 뒤집어지면서 생기는 역동성 같은 게 분명 있는 것 같아요.

▼ 마음치유학교도 3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나요.

3월 중순부터 학기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하는 수업을 개설하고 신체, 심리, 예술, 영성 등의 주제를 전부 다루려고 해요. 자기 성찰을 하면서 몸을 편안하게 하고, 예술로 감정을 표현하고, 영혼의 자유를 공부하는 성장 지향적인 프로그램이죠. 함께 MT도 가고 발표회도 가질 거예요.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게. 우리의 키포인트니까요. 아, 물론 스님도 이곳에서 강의를 하실 예정입니다(웃음).

혜민 무엇보다 3월 4일에 있을 〈마음치유콘서트〉가 가장 큰 일정 중 하나예요. 박찬호 전 야구 선수, 김창옥 휴먼컴퍼니 대표와 함께 ‘세 남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여는 토크 콘서트죠. 사실 두 분 다 저와 동갑내기 친구 사이예요(웃음). 아카펠라 그룹 솔리스트의 초청 공연도 있을 예정이에요. 감사하게도 좋은 취지의 행사라면서 모두 재능 기부로 참여해주셨어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든지 오셔서 힐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관계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던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마음치유학교에는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형성해 그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는 오늘도 이곳에서 수행하며 세상을 치유한다. 이게 혜민 스님의 삶의 방식이다.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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