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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issue #asiana

‘안 되는 일 되게’ 하려던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8.07.30 17:00:01

기내식 대란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능함을 민낯으로 드러냈다. 원인에 대한 아시아나의 해명과 기내식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은 엇갈렸다. 그러나 대란의 뒷수습을 하청업체들이 떠맡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내식 대란 이후 아시아나항공에서 제공되고 있는 기내식들. 10월 이후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내식 대란 이후 아시아나항공에서 제공되고 있는 기내식들. 10월 이후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2위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의 기내식 대란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정점을 이뤘다. 해외여행 성수기인 이 기간에 한국을 떠난 아시아나 소속 여객기는 모두 3백10편. 이 가운데 1백31편이 기내식 없이 운항했다. 65편은 기내식 수급이 늦어져 1시간 이상 이륙이 지연됐다. 이 일로 7월 4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5성급 호텔 수준의 기내식 서비스를 자랑하던 아시아나가 그동안 쌓은 이미지와 신뢰를 한꺼번에 추락시킨 기내식 대란,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1천6백억원 투자 유치 #여성동아에 상반되게 답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월 4일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대란으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월 4일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대란으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아시아나는 7월 1일부로 기내식 공급업체를 2003년부터 함께해온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에서 게이트고메코리아(이하 GGK)로 바꿨다. GGK는 2016년 말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계열의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스위스와 아시아나가 만든 합자회사다. 아시아나와 GGK의 기내식 공급 계약 기간은 30년에 이른다.  

LSG의 지분을 20% 갖고 있던 아시아나는 2016년 말 GGK의 지분을 40% 취득했고, 하이난항공그룹은 2017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1천6백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앞서 LSG도 금호홀딩스의 BW를 인수하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LSG 관계자는 7월 1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15년 하반기부터 1년 넘게 거액을 투자하라고 집요하게 강요했다. 액수는 1천6백억원일 때도 있고 2천억원일 때도 있고 US 달러일 때도 있었다. 투자하면 계약이 연장된다는 뉘앙스였다. 그때는 회사 이름이 금호홀딩스가 아닌 금호기업이었다.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배임의 소지가 있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측은 이에 대해 “LSG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사실무근”이라며 “LSG가 기내식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공급업체를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LSG 측은 “우리가 표준 원가를 조사해 6개월에 한 번씩 제출하면 아시아나에서 승인해줬다. 그리고 아시아나는 승인한 대로 우리에게 금액을 지불해줬다. 우리가 승인을 못 받으면 아시아나가 돈을 안 줘도 되는 조항이 계약서에도 있는데, 우리가 원가를 공개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7월 4일 기자회견에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를 되찾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 중국 자본을 투자받고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 “하이난항공그룹 투자 유치는 기내식 공급업체 교체와는 별개”라며 “기존 협력사인 LSG보다 현재 협력사인 GGK와의 계약 내용이 아시아나에 훨씬 유리해 양사의 여러 신규 프로젝트 등을 염두에 두고 계약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기내식 공장 화재 #책임은 하청업체에게 #예고된 대란
3월 25일 화재가 발생한 GGK 기내식 공장 신축 공사장(아래). 7월 19일 여성동아가 이곳을 찾았을 때 그 사이 모든 공사를 마치고 준공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3월 25일 화재가 발생한 GGK 기내식 공장 신축 공사장(아래). 7월 19일 여성동아가 이곳을 찾았을 때 그 사이 모든 공사를 마치고 준공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LSG는 계약 만료일인 2018년 6월 30일까지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공급했다. 이튿날인 7월 1일부터는 GGK가 그 일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에 앞서 3월 25일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GGK가 짓던 인천 중구 기내식 공장에 큰불이 난 것이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용접 부주의로 인한 이 사고로 5명이 부상을 입고, 약 55억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기내식 공급 지연이 불가피했다. 

사고 직후 LSG는 아시아나에 연장 계약을 제안하며 “원하는 기간만큼 협조하겠다”고 했다. 아시아나는 LSG에게 GGK와 계약해 기내식을 납품하라고 했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LSG가 아시아나가 아닌 GGK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것은 관세법에 저촉된다. LSG는 기내식 보세 공장(정부가 세금을 내지 않고 기내식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가한 지역에 있는 작업장) 특허를 가진 업체로 제품을 국내에 유통할 수 없다. 작업을 외부에서 해서도 안 되고, 하청을 받을 수도 없다. 

결국 아시아나는 6월 15일 샤프도앤코코리아(이하 샤프도앤코)와 3개월 임시 계약을 맺고 7월 1일부터 기내식 공급을 맡겼다. 저비용항공사 등에 하루 3천 식(최대 1만5천 식)을 공급하던 샤프도앤코가 수행하기엔 아시아나가 소비하는 기내식 규모는 너무 컸다. 아시아나는 하루 평균 2만5천 식을 소화하지만 7~8월 성수기에는 수요량이 3만 식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15일의 준비 기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협력업체 대표의 죽음 #열악한 작업 환경
그럼에도 아시아나와 샤프도앤코는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기내식 공급 작업에 돌입했고, 이는 결국 기내식 대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7월 2일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인 화인CS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됐다.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들은 LSG의 협력사였다. 이 업체들은 LSG에 이어 GGK의 협력사가 됐고 GGK를 대신해 기내식을 공급하는 샤프도앤코를 임시로 돕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이 협력사들은 밤낮 없이 힘을 보탰음에도 기내식 공급 지연에 따른 위약금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였다. 화인CS 대표는 유명을 달리하기 전 지인에게 “내가 다 책임져야 할 것 같다. 도대체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라고 한다. 회사에서는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화인CS는 기내식에서 포장 용역을 담당한다. 포장은 포장할 제품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작업이다.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 업체의 직원은 “우리 인력은 충분히 동원됐는데 (샤프도앤코) 작업장에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너무 좁고 열악한 환경이었다. 포장할 물건들이 들어와 있지 않아 직원들이 대기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많은 직원들이 오전에 와서 심야 2~3시까지 일하다 퇴근했다. 사장님은 계속 밤새우고,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밤 11시 50분에 나갔다”며 억울해했다.


#정상화에 시간 걸린다
현재 샤프도앤코는 도시락 납품업체인 CSP의 도움을 받아 기내식을 공급하고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기내식 없이 운항하거나 기내식 공급이 1시간 이상 지연되는 일은 없어졌다”면서도 “아직 완전한 정상화는 아니다”라고 했다. 승객들의 기내식 선택권과 음식의 가짓수가 예전보다 줄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아닌 1회용 식기에 간편식이 제공되고 있어서다. 또한 기내식을 생산하는 공장은 폐수처리 용량, 전기 사용량 등이 정해져 있어 갑자기 과도한 물량을 떠안은 샤프도앤코가 9월 말 계약이 끝나기 전 또다시 기내식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나는 GGK가 기내식 공급을 시작하는 10월 1일부터 예전의 서비스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이미 기내식 공장의 준공 허가가 났다”며 “기내식 사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허가를 9월 말까지 받기 위해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사진 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디자인 이지은
사진제공 인천소방본부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18년 8월 6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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