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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star

박서준은 어떻게 대세 배우가 됐나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08. 29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 이어 영화 〈청년경찰〉까지 달려 요즘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올랐다. 지난 5년 동안 쉼 없이 연기 내공을 다진 박서준의 질주기.


국내외 대작들이 쏟아져나온 올여름 극장가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영화가 있다. 현장경험 전무한 두 경찰대생이 눈앞에서 벌어진 납치 사건을 쫓다 조직적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청년경찰〉이 그것. 제작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짜임새 있고 흥미로운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개봉 일주일 만에 3백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성공을 거뒀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는 바로 대세 청년 배우 박서준(29). 불의를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의욕충만한 경찰대생 기준 역을 맡은 그는 과학고 출신 경찰대생 희열로 분한 강하늘과 함께 보는 이들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2015년 드라마 〈킬미 힐미〉와 〈그녀는 예뻤다〉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올해도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인기몰이를 스크린에서 이어가는 그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까칠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츤데레’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그는 작품 속 이미지보다 서글서글하고 매너가 깍듯한 상남자였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흥행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소속사에서 먼저 작품을 검토하고 최종 결정은 제가 해요. 누군가의 권유가 아닌 자의로 작품을 선택하면 그 결정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고, 행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더라고요.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잘할 수 있을지,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지를 봐요. 이번에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출연했어요. 실제로도 촬영하면서 대본을 거의 안 봤어요. 그만큼 본능적으로 캐릭터에 몰입이 되더라고요.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 많던데 그런 신들도 직접 연기했나요.
대부분 직접 소화했어요. 액션 신은 대역을 쓰면 제 모습이 버스트까지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욕심을 좀 냈죠. 저의 단짝으로 나온 강하늘 씨도 마찬가지고요. 합을 계속 맞추다 보면 몸에 익는 순간이 와요. 하늘이도, 저도 몸치가 아니어서 오래 걸리진 않더라고요. 다행히 촬영하면서도 큰 부상은 없었고요.

강하늘 씨와의 케미가 돋보였다는 평이 많아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하늘이가 성격도 좋고, 연기도 잘하고, 착하더라고요. 또 하고 싶은 얘기도 앞에서 바로바로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면들이 저와 비슷해서 코드가 잘 맞았어요. 평소 하늘이가 저를 형이라고 부르는데 현장에서는 나이 차를 개의치 않고 친구처럼 지냈어요. 극에서도 친구 사이고 서로 대화가 잘 통해서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영화에 웃긴 상황들이 많아서 저희뿐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킥킥거리며 찍었죠.



어떤 순간이 가장 웃겼나요.
저희가 한 대사 중에 애드리브가 많아요. ‘야, 이거 어떰?’ ‘헐, 동묘 시장임?’ 같은 대사가 대표적이죠. 빵빵 터지는 웃음 때문에 NG가 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였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이거 뭐야? 한국 사람이 쓴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랬어요(웃음). 한국인의 탈을 쓴 외국인들의 언어 플레이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런 면이 되게 신선하더라고요. 영화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님이 실제로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셔서 서양 문화 특유의 자유로운 정서가 작품에 그대로 반영됐어요.

실제로도 영화에서처럼 생각을 끝내기 전 몸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인가요.  
감정을 표현하는 일을 하는 배우는 감정이 무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남이 봤을 때는 사소한 감정도 섬세하게 받아들이려면 항상 날이 서 있어야 하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감성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우게 돼요.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을 바로 행동으로 드러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를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니 속내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두려워지더라고요. 좋은 의도로 얘기하더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의도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도 조심하게 돼요.

구체적으로 어떨 때 그런 두려움을 느꼈나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한 인물을 저와 동일시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길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저를 작품 속 이미지로 생각하고 편하게 다가오시는데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하시지?’ 싶은 분들도 있어요. 한번은 운동하러 갔다가 좀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어요. 어떤 분이 저한테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제 코앞에 갖다 대고 사진을 찍으시더라고요. 제가 반가워서일 수도 있고 신기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건 정말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됐어요.

그래서 “죄송한데 이건 좀 아닌 건 같아요”라고 했더니 “왜, 뭐가 어때서? 좀 찍을 수도 있지!” 하시더라고요. 그럴 땐 감정이 격해져 ‘내가 정말 참아야 하나?’ 싶어요. 하지만 제가 한마디를 더 하면 그걸로 또 시비를 걸 것 같아 속으로 삭이죠. 그렇게 극도로 참기 힘든 상황을 많이 겪다 보니 스스로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문제는 그 때문에 저도 모르게 모든 낯선 사람에게 방어적이 됐다는 거예요. 그런 제 자신이 달갑지 않아요. 원래는 그런 성격이 전혀 아니었는데, 지금은 처음 본 사람이 같이 사진 찍자고 하면 ‘내 팬이구나’가 아니라 무서운 생각이 먼저 들어요.

잘 모르는 분이 다가오면 행동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해요. 낯가리고 방어적인 자세를 보이면 성격이 안 좋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은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나를 이해시키려 애쓰지 말고,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을 더 열심히 충족시키자’예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촬영 강행군을 계속했는데 건강 상태는 괜찮은가요.
제가 체력이 좋은 편인 것 같아요.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어요. 건강 보조제를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 확실한 약발을 느끼고 있어요. 하하.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나요.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은 운동을 해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운동을 하면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밥도 먹고 몸도 좀 푼 다음 운동을 하죠. 운동을 오랫동안 꾸준히 한 사람은 안 하면 오히려 몸이 아파요. 스트레칭도 계속하다가 안 하면 몸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하는 게 중요해요.

취미가 운동인가요.
이제는 운동이 취미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졌어요. 취미를 넘어 직업상 꼭 해야 할 일이 돼버렸거든요. 제겐 특별한 취미가 없어요. 취미를 가질 만한 시간이 없었어요. 지난 5년 동안 가장 오래 쉰 기간이 한 달이거든요.  

그 한 달 동안 뭘 했나요.
2주 정도는 다 내려놓고 빈둥거렸어요. 일에 빠져 있다가 아무것도 안하고 2주를 쉬었더니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커홀릭은 아니지만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막상 여가가 생겼을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연애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하는 여성상은 어떤 타입인가요.
예전에는 외모를 많이 봤어요. 되게 끌리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제 마음을 표현했고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를 사귀는 게 조심스러워져요. ‘과연, 이 사람이 나랑 잘 맞을까’라는 생각이 앞서 계속 지켜보게 되고요. 오래 보면 볼수록 대화할 기회가 많잖아요.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요. 그래서 지금은 대화가 잘 통하고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 좋아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진지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배우는 연기로 평가받는 사람이니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걸 주저한 이유도 그런 생각과 맞닿아 있어요. 제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작품 속 캐릭터에 공감하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우려와 두려움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연기만 고집했는데 최근에는 그게 다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연기만큼이나 평소 생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어요.

준법정신이 투철한 편인가요.
저는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전혀 없어요(웃음). 술 마시면 무조건 대리운전사를 불러요.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진 않아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는 게 좋아요. 지금 하는 인터뷰라든지 영상 인터뷰, 팬 미팅 같은 게 다 저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해요.

‘박서준표’ 멜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최근 ‘멜로 장인’ ‘멜로 불도저’ 같은 애칭도 생겼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다른 장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멜로 신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정말 중요해요. 아무리 강렬한 눈빛을 쏴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요. 제 멜로 연기가 좋았다면 그건 제가 보내는 감정을 상대 배우가 잘 받아준 덕분이에요. 연기 호흡이 좋지 않으면 멜로 감성이 절대 살지 못하거든요.

차기작은 어떤 장르인가요.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멜로 장인’이라는 표현은 부담스럽지만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팬들을 만나는 일도 놓지 않을 생각이고요. 지금은 영화 홍보 활동이 줄줄이 잡혀 있어서 당분간은 무대 인사에 집중할 거예요. 〈청년경찰〉에 따뜻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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