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연예인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개그우먼 김미려(35)였다. 그녀는 3년째 펫케어페스티벌의 MC로 참여하며 출연료의 절반을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반려인이다. 작년 김미려·정성윤(34) 부부의 가족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그들의 집을 찾았을 때, 두 마리의 푸들이 가장 먼저 나와 연신 꼬리를 흔들며 반겨줬던 기억도 떠올랐다.
당시 두 돌이 채 되지 않았던 부부의 딸 모아(3)는 자신의 몸집만한 강아지들과 친남매처럼 지내는 모습이었다. 모아가 잠깐 우는 소리라도 내면 두 마리의 반려견들은 부부에게 쪼르르 달려가 왕왕 짖었다. 꼭 모아가 울고 있으니 지금 당장 가보기라도 하라는 것처럼 말이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오후, 꼭 1년 만에 모아네 가족을 다시 만났다. ‘개들의 놀이터’라 불리는 서울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 근처에서다. 모아는 몰라보게 훌쩍 자랐고, 두 마리의 푸들 ‘나나’와 ‘쪼’는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반려인들이 살기엔 이 동네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산책할 수 있는 경의선 숲길은 주말마다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인파들로 가득하죠. 근처에 애견 동반 출입이 가능한 카페들도 많고요. 저희 가족도 종종 이곳으로 산책을 나오곤 하는데, 얼마 전부터는 모아가 직접 목줄을 잡고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시작했어요. 수컷인 쪼는 힘이 너무 좋아서 힘들지만 암컷인 나나는 꽤 얌전한 편이라 모아와 발을 맞춰 곧잘 걷더라고요. 모아도 나나와 함께 산책하는 게 재밌었나 봐요. 한번 산책시켜보고 난 후로는 늘 자기가 하겠대요.”(정성윤)
모아네 가족이 키우는 푸들, 나나와 쪼는 김미려가 결혼 전부터 함께하던 반려견들이다. 암컷인 나나는 오는 7월 7일이 열 번째 생일이고, 수컷인 쪼는 4월 26일이 다섯 번째 생일이란다. 사실 나나와 쪼는 다섯 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이다. 김미려는 자신의 반려견을 소개하며 “다섯 살 연하랑 사는 나나가 정말 복 받은 거죠”라며 웃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십수년 전쯤에 연예인들에게 개나 고양이를 협찬해주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반려동물이 일종의 ‘증정 상품’이었던 거죠. 사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반려동물을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사진 한 장 찍어주고 받은 개나 고양이를 부모님 댁에 보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직접 키우고 싶었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강아지보단 혼자 집에서도 잘 지내는 고양이가 낫겠다 싶어서 고양이를 기르게 됐어요.”(김미려)
그렇게 만난 고양이 ‘희야’는 그녀의 둘도 없는 친구가 돼줬다. 한번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졌는데, 멀찍이 있던 희야가 한달음에 달려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울었다. 그때 비로소 실감했다. 반려동물이 나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사실을. 김미려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고양이 얘기를 늘어놓는 애묘인이 됐다.
사실 희야는 개그맨 양세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양이 집사가 된 김미려를 놀려주고 싶었는지 “내가 어떤 점쟁이를 만났는데, 누나 고양이 이름을 희야라고 바꾸지 않으면 얼마 못 가 죽는대”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밤새 고민한 그녀는 이튿날 결국 고양이의 이름을 ‘희야’로 바꿨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양세형은 정작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양이 희야를 통해 반려인의 행복을 누리고 있던 김미려에게 또 다른 행복이 찾아왔다. 갈색 빛깔의 푸들 나나다. 애묘인의 삶을 살던 그녀는 당시 홍대에 있는 애견 카페를 자주 찾았는데, 나나는 그곳 주인의 반려견이 낳은 새끼 강아지였다. 그녀는 원래 강아지를 입양할 생각이 없었지만, 단짝 친구이자 하우스메이트였던 개그우먼 이경분의 적극적인 권유로 나나까지 한 식구가 됐다.
“반려동물과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긴 하지만, 저는 사실 고양이나 개를 보며 ‘너무 예쁘다’고 유난을 떠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건 모아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죠. 감정 표현을 격하게 하는 법도 없고 매사에 무던한 편이라고나 할까요.”(김미려)
검은색 푸들 쪼를 키우게 된 것도 당시 남자친구였던 배우 정성윤의 권유 때문이었다.
“애견 숍 앞을 지나는데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눈에 띄더라고요. 강아지의 눈이 꼭 저를 부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뭔가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 감정이었어요. 나나에게도 친구가 생기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내에게 살짝 말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이미 희야와 나나가 있으니 식구를 한 마리 더 늘리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가자’고 했죠.”(정성윤)
그런데 이번엔 김미려의 마음이 묘하게 동했다. 그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단다. “저 강아지가 나쁜 주인을 만나면 어떡해요. 우리처럼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김미려는 정성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쪼를 가족으로 입양했다. 이후 그녀는 정성윤과 결혼을 했고, 모아라는 예쁜 딸도 낳았다. 축하할 일은 엄마가 된 것이 김미려뿐만이 아니라는 것. 수컷 쪼의 적극적인 구애로 나나는 두 마리의 새끼를 건강하게 출산했고 그 새끼들은 정성윤의 친형에게 입양돼 또 다른 행복을 전하는 중이다.
선반을 밟고 올라 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반려묘 희야는 불어난 세간살이 탓에 옆 동네에 사는 친구에게 입양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희야를 너무나도 사랑한 김미려는 요즘도 술을 마시면 희야를 보겠다며 친구 집을 찾아간다. 물론 그 친구는 그런 그녀를 돌려보내느라 괴로워하지만 말이다. 집에 아이가 생기고 나면 반려인들 입장에선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혹시라도 아이의 건강을 해치진 않을까, 예전만큼 반려동물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이들 부부 역시 모아가 태어나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결혼 후 반려동물과 같이 살아보니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키우는 건 천지차이더라고요. 부부만 살 땐 괜찮았는데 모아가 태어난 후엔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정성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좀 더 부지런히 살자’였다. 부부는 모아를 위해 나나와 쪼를 더 자주 목욕시키고, 더 자주 미용을 해주기로 했다. 덕분에 모아는 별 탈 없이 건강히 자라주었고, 요즘은 가끔 입에 들어간 개털을 모아가 직접 손으로 골라내며 “아이, 쪼 오빠 털!”이라고 투덜대기도 한단다.
가장 뿌듯한 건 나나와 쪼가 우리 가족이라는 걸 모아도 알고 있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모아가 엉엉 울면서 잠에서 깼는데 왜 우냐고 물었더니 ‘나쁜 아저씨가 모아를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나가 나타나서 그 아저씨를 향해 짖었대요. 말로 유창하게 감정을 표현할 순 없을지라도 모아가 반려견을 통해 충분히 안정감을 얻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죠.”(김미려)
부모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반려견들과 남매처럼 자란 모아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나누는 데 익숙하다. 반려견에게 간식을 주고 사료 챙기는 것을 즐거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석해본다.
“모아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눠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하긴, 엊그제 모아가 혼자 구석에서 꼬물꼬물 뭔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모아 뭐 하니?’ 하고 물으니 수줍게 웃으면서 뒤를 돌았는데 보니까 강아지 간식에 붙은 치즈를 떼어 먹고 있더라고요(웃음). 어찌 됐건 모아가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양보’를 배우고 ‘이타심’을 체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김미려)
더할 나위 없이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이별을 겪어야 할 순간이 오게 마련. 특히나 모아처럼 어릴 적부터 반려견과 함께 자란 경우,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슬픔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나나의 나이가 어느덧 열 살. 아직은 모아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엄마 김미려는 아이에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는 타입이다.
“전 일부러 설명을 해요. 아이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모아야, 나나 언니가 지금 열 살인데 강아지들은 사람만큼 오래 못 살아. 어쩌면 많이 아플지도 몰라. 그때 모아는 조금만 슬퍼해야 해’ 하고 말해요.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제가 더 많이 울 것 같아요.”(김미려)
“아이도 이런 일을 겪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거잖아요. 반려동물이 아이들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닌 것 같아요. 결국 모아는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자신과 다른 이들을 포용하는 방법을 아는 아이로 성장할 거라 믿어요.”(정성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장소협조 JUST FRUIT(02-703-9596)
당시 두 돌이 채 되지 않았던 부부의 딸 모아(3)는 자신의 몸집만한 강아지들과 친남매처럼 지내는 모습이었다. 모아가 잠깐 우는 소리라도 내면 두 마리의 반려견들은 부부에게 쪼르르 달려가 왕왕 짖었다. 꼭 모아가 울고 있으니 지금 당장 가보기라도 하라는 것처럼 말이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오후, 꼭 1년 만에 모아네 가족을 다시 만났다. ‘개들의 놀이터’라 불리는 서울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 근처에서다. 모아는 몰라보게 훌쩍 자랐고, 두 마리의 푸들 ‘나나’와 ‘쪼’는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반려인들이 살기엔 이 동네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산책할 수 있는 경의선 숲길은 주말마다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인파들로 가득하죠. 근처에 애견 동반 출입이 가능한 카페들도 많고요. 저희 가족도 종종 이곳으로 산책을 나오곤 하는데, 얼마 전부터는 모아가 직접 목줄을 잡고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시작했어요. 수컷인 쪼는 힘이 너무 좋아서 힘들지만 암컷인 나나는 꽤 얌전한 편이라 모아와 발을 맞춰 곧잘 걷더라고요. 모아도 나나와 함께 산책하는 게 재밌었나 봐요. 한번 산책시켜보고 난 후로는 늘 자기가 하겠대요.”(정성윤)
모아네 가족이 키우는 푸들, 나나와 쪼는 김미려가 결혼 전부터 함께하던 반려견들이다. 암컷인 나나는 오는 7월 7일이 열 번째 생일이고, 수컷인 쪼는 4월 26일이 다섯 번째 생일이란다. 사실 나나와 쪼는 다섯 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이다. 김미려는 자신의 반려견을 소개하며 “다섯 살 연하랑 사는 나나가 정말 복 받은 거죠”라며 웃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행복
나나와 쪼를 키우기 전 김미려는 고양이를 기르던 애묘인이었다. 어떤 계기로 고양이를 키웠었는지를 묻자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연예인 협찬이었다”며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조심스레 털어놨다.“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십수년 전쯤에 연예인들에게 개나 고양이를 협찬해주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반려동물이 일종의 ‘증정 상품’이었던 거죠. 사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반려동물을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사진 한 장 찍어주고 받은 개나 고양이를 부모님 댁에 보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직접 키우고 싶었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강아지보단 혼자 집에서도 잘 지내는 고양이가 낫겠다 싶어서 고양이를 기르게 됐어요.”(김미려)
그렇게 만난 고양이 ‘희야’는 그녀의 둘도 없는 친구가 돼줬다. 한번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졌는데, 멀찍이 있던 희야가 한달음에 달려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울었다. 그때 비로소 실감했다. 반려동물이 나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사실을. 김미려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고양이 얘기를 늘어놓는 애묘인이 됐다.
사실 희야는 개그맨 양세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양이 집사가 된 김미려를 놀려주고 싶었는지 “내가 어떤 점쟁이를 만났는데, 누나 고양이 이름을 희야라고 바꾸지 않으면 얼마 못 가 죽는대”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밤새 고민한 그녀는 이튿날 결국 고양이의 이름을 ‘희야’로 바꿨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양세형은 정작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양이 희야를 통해 반려인의 행복을 누리고 있던 김미려에게 또 다른 행복이 찾아왔다. 갈색 빛깔의 푸들 나나다. 애묘인의 삶을 살던 그녀는 당시 홍대에 있는 애견 카페를 자주 찾았는데, 나나는 그곳 주인의 반려견이 낳은 새끼 강아지였다. 그녀는 원래 강아지를 입양할 생각이 없었지만, 단짝 친구이자 하우스메이트였던 개그우먼 이경분의 적극적인 권유로 나나까지 한 식구가 됐다.
“반려동물과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긴 하지만, 저는 사실 고양이나 개를 보며 ‘너무 예쁘다’고 유난을 떠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건 모아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죠. 감정 표현을 격하게 하는 법도 없고 매사에 무던한 편이라고나 할까요.”(김미려)
검은색 푸들 쪼를 키우게 된 것도 당시 남자친구였던 배우 정성윤의 권유 때문이었다.
“애견 숍 앞을 지나는데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눈에 띄더라고요. 강아지의 눈이 꼭 저를 부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뭔가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 감정이었어요. 나나에게도 친구가 생기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내에게 살짝 말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이미 희야와 나나가 있으니 식구를 한 마리 더 늘리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가자’고 했죠.”(정성윤)
그런데 이번엔 김미려의 마음이 묘하게 동했다. 그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단다. “저 강아지가 나쁜 주인을 만나면 어떡해요. 우리처럼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김미려는 정성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쪼를 가족으로 입양했다. 이후 그녀는 정성윤과 결혼을 했고, 모아라는 예쁜 딸도 낳았다. 축하할 일은 엄마가 된 것이 김미려뿐만이 아니라는 것. 수컷 쪼의 적극적인 구애로 나나는 두 마리의 새끼를 건강하게 출산했고 그 새끼들은 정성윤의 친형에게 입양돼 또 다른 행복을 전하는 중이다.
선반을 밟고 올라 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반려묘 희야는 불어난 세간살이 탓에 옆 동네에 사는 친구에게 입양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희야를 너무나도 사랑한 김미려는 요즘도 술을 마시면 희야를 보겠다며 친구 집을 찾아간다. 물론 그 친구는 그런 그녀를 돌려보내느라 괴로워하지만 말이다. 집에 아이가 생기고 나면 반려인들 입장에선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혹시라도 아이의 건강을 해치진 않을까, 예전만큼 반려동물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이들 부부 역시 모아가 태어나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결혼 후 반려동물과 같이 살아보니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키우는 건 천지차이더라고요. 부부만 살 땐 괜찮았는데 모아가 태어난 후엔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정성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좀 더 부지런히 살자’였다. 부부는 모아를 위해 나나와 쪼를 더 자주 목욕시키고, 더 자주 미용을 해주기로 했다. 덕분에 모아는 별 탈 없이 건강히 자라주었고, 요즘은 가끔 입에 들어간 개털을 모아가 직접 손으로 골라내며 “아이, 쪼 오빠 털!”이라고 투덜대기도 한단다.
아이 있는 집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
“나나와 쪼에게 모아는 ‘보호해야 할 대상’인가 봐요. 제 침대는 척척 올라오는 녀석들이 모아 침대에는 올라가지 않아요. 올라간다 해도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죠. 한번은 제가 모아 배에 대고 ‘부우우’ 하며 바람을 불었는데 모아를 해치기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나나가 제 옆으로 달려와서는 그르렁거리며 주시하고 있더라고요.가장 뿌듯한 건 나나와 쪼가 우리 가족이라는 걸 모아도 알고 있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모아가 엉엉 울면서 잠에서 깼는데 왜 우냐고 물었더니 ‘나쁜 아저씨가 모아를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나가 나타나서 그 아저씨를 향해 짖었대요. 말로 유창하게 감정을 표현할 순 없을지라도 모아가 반려견을 통해 충분히 안정감을 얻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죠.”(김미려)
부모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반려견들과 남매처럼 자란 모아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나누는 데 익숙하다. 반려견에게 간식을 주고 사료 챙기는 것을 즐거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석해본다.
“모아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눠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하긴, 엊그제 모아가 혼자 구석에서 꼬물꼬물 뭔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모아 뭐 하니?’ 하고 물으니 수줍게 웃으면서 뒤를 돌았는데 보니까 강아지 간식에 붙은 치즈를 떼어 먹고 있더라고요(웃음). 어찌 됐건 모아가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양보’를 배우고 ‘이타심’을 체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김미려)
더할 나위 없이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이별을 겪어야 할 순간이 오게 마련. 특히나 모아처럼 어릴 적부터 반려견과 함께 자란 경우,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슬픔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나나의 나이가 어느덧 열 살. 아직은 모아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엄마 김미려는 아이에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는 타입이다.
“전 일부러 설명을 해요. 아이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모아야, 나나 언니가 지금 열 살인데 강아지들은 사람만큼 오래 못 살아. 어쩌면 많이 아플지도 몰라. 그때 모아는 조금만 슬퍼해야 해’ 하고 말해요.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제가 더 많이 울 것 같아요.”(김미려)
“아이도 이런 일을 겪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거잖아요. 반려동물이 아이들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닌 것 같아요. 결국 모아는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자신과 다른 이들을 포용하는 방법을 아는 아이로 성장할 거라 믿어요.”(정성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장소협조 JUST FRUIT(02-703-9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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