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SSUE

money

동학 개미들의 멘토 박세익 “지금은 손절 아닌 추매 기회”

글 이현준 기자

2021. 10. 08

주식시장에 가득했던 장밋빛 전망이 무색해지고 연일 하락하는 주가에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은 위축되고 있다. 불안한 시장에서 현명히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전무에게 해법을 들었다.



올해 1월 7일 한국 주식시장은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 3031.68을 기록하며 역사적인 ‘코스피 3000’ 시대를 열었다. 이후 수개월간의 크고 작은 등락이 반복됐지만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는 3100선, 3200선을 돌파하더니 6월 25일엔 마침내 3300선 고지를 밟았다. 유례없는 상승장에 투자자들은 열광했고 증권업계에선 ‘코스피 4000’ 시대를 예견하는 등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그러나 3분기에 접어들자 이러한 전망은 무색해졌다. 계속 이어진 상승에 대한 부담감과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중국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그룹과 미국 디폴트 이슈 등 악재가 중첩되며 주가는 하락세로 바뀌었다. 8월 3000선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던 코스피 지수는 결국 10월 5일 3000선을 내줬고 하루 만인 6일엔 2908.31로 마감했다. 이는 코스피 지수 고점(3316.08) 대비 12.3% 떨어진 수치다.

2900선 사수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주가의 하방을 받쳐왔던 개인 투자자들도 시장을 떠나고 있다. 10월 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분기 24조5천억원, 2분기 20조2천억원에서 3분기 19조3천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2분기(16조8천억원) 이후 최소 규모다.

그럼에도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전무는 “강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전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를 독려하고 코스피 3000 시대를 예견하는 등 명확한 논리와 분석으로 ‘동학개미의 스승’ ‘여의도의 현인’이라 불리는 증권 전문가다. 미국 콜로라도 덴버대학에서 MSF(재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T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제일저축은행, 인피니티투자자문 등을 거치며 국내와 해외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운용했으며 지난 8월엔 ‘투자의 본질’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하락장에서 대처를 잘해야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공포를 이겨낼 것을 당부했다.




현재 주가 하락은 일시적 조정

3분기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제 약세장에 접어들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약세장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구조적 약세장은 오랫동안 지속된 거품이 붕괴되면서 나타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나 한국의 IMF 사태를 예로 들 수 있죠. 하지만 최근 3년간 세계의 실물경기엔 거품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중 무역 분쟁 문제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었죠. 두 번째는 경기 사이클에 의한 순환적 약세장입니다. 경제 상황이 좋았다가 둔화되며 나타나는 약세장인데, 지난해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기에 이 또한 아니라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같은 특정 이벤트로 인한 약세장입니다. 불과 1년 만에 또 같은 현상이 벌어지진 않죠(웃음). 또 미국 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고점 대비 약 5%밖에 빠지지 않았어요.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약세장이 시작됐다는 말은 근거가 없어 보이고, 강세장 중에 나타나는 일시적 조정에 불과하다 보는 게 타당하죠.

하지만 여러 요인들로 인해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헝다그룹 디폴트 이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2008년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사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어요.

이 또한 강세장이 진행되는 가운데 불거지는 부분적인 악재에 불과해요.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모두 망가뜨리는 사건이었어요. 당시 리먼 브라더스를 비롯해 월가의 투자기관들이 다뤘던 파생상품들의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지금 헝다그룹의 부채는 약 3백50조원으로 규모가 정해져 있어요. 주식시장에서 악재는 어느 정도 피해인지만 가늠되면 그 이상의 문제로 불거지진 않습니다. 설령 정말 파산한다 해도 문제는 없을 거예요. 재계의 다른 그룹들이 헝다의 자산을 헐값으로 인수하며 그들 사이에서 부의 이전이 이뤄질 겁니다.

10월 18일까지 연방정부 부채 한도 적용 유예를 연장하지 않을 시 발생할 수 있는 미국의 디폴트 위기는요.

과거를 살펴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요.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부채 한도 조정을 앞두고 종종 마찰은 있었지만 한 번도 디폴트 사태가 일어난 적은 없어요.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해서 상향 조정으로 끝날 문제예요. 다만 주식시장이 불확실성을 워낙 경계하다 보니 영향을 받는 건데, 시장이 흔들리는 일은 늘 있어왔죠.

그럼에도 이번에 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은 그만큼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인 듯해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양적완화를 시행하다 보니 부채가 급증했어요.

부채가 많다 해도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만 높으면 괜찮아요. 정부의 부채든, 기업이나 가계의 부채든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 되죠. 예컨대 자본금 1억원에, 이율 2%로 9억원을 빌려 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면 이자 1천8백만원을 내도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한국만 해도 가계 대출의 70%가 부동산 대출인데, 오른 가격을 생각하면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산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던 사람보다 훨씬 큰 이득을 얻었고요. 미국은 만성 적자에, 막대한 정부 부채가 있지만 왜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그만큼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스,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디폴트를 겪은 나라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고요. 즉, 부채 대비 수익의 문제지 부채의 양 자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올해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고 미국도 금리 인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는데, 금리 인상으로 인한 문제는 없을까요.

금리 인상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죠. 하지만 물이 100℃가 돼야 끓는 것처럼 투자에 신중해야 할 금리의 수준, 즉 임계점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합니다. 2018년 주식시장에 충격이 있었는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에 이르니 S&P 500 지수가 15%가량 하락했어요. 때문에 저는 임계점을 3%로 보는데, 현재 금리는 1.4~1.5% 수준이라 걱정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해요. 한국 주식시장의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를 15로 잡는다면 평균 수익률은 약 6.7%가 나오는데, 여전히 금리보다 좋잖아요.

현재 주가 하락이 일시적인 조정이라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먼저 ‘주가의 변동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약세장이 아닌 강세장 속에서도 지수가 10%, 우량주가 30%씩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원래 주식의 속성이에요. S&P 500 지수를 예로 들면 지금까지 약 30년간 평균적으로 연 9%씩 올랐어요. 2019년에는 28.8%, 2020년에는 20%, 올해도 20%까지 올랐다가 최근 조정을 받았거든요. 지금과 같은 조정이 나오는 게 당연하고, 오히려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거예요. 때문에 올해 하반기는 변동성이 심할 수 있으니 신중히 투자해야 해요. 그리고 주가의 변동성을 이해한다면 지금과 같은 조정을 추가 매수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죠. 강세장은 내년에도 쭉 지속될 거라고 보고요.

지난해부터 주식에 입문한 ‘주린이’들이 많은데, 이들 중엔 이러한 조정을 처음 겪어보는 사람이 많아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을 듯해요.

주식에 투자하며 수익을 내기 위해선 하락장에서 대처를 잘해야 해요.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운용한 ‘마젤란 펀드’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간 자산이 6백 배 커졌는데, 연평균 수익률이 약 30%에 달했어요. 그런데도 이 펀드에 투자한 사람의 과반이 돈을 잃었다고 해요. 시장이 폭락할 때 펀드를 환매하고 좋아지면 다시 가입하길 반복했기 때문이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때도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주가가 떨어졌을 때 현금화하고 인버스에 투자해 실패한 투자자들이 많았어요. 내가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의 주식 가격이 적정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생각한다면 더 사는 게 올바른 대응 방법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최근 한국의 우량주를 보면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회사가 많은데, 이런 주식을 사면 확률적으로 유리해요.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기업,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이라면 손절할 게 아니라 더 사야 하는 겁니다. 주식 대 현금 비중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면, 흔히 말하는 6:4, 7:3 등 기계적으로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해 같은 경우엔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식을 사야 했고요. 요즘처럼 코스피 지수가 2000대 후반에서 3000대 초반이라면 현금 비중은 10% 미만으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투자의 본질’을 출간하셨는데,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한다면 투자의 본질은 뭘까요.

흔히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 등의 말을 하죠. 그래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는데, 삼성전자 9만6천원에 사고 SK하이닉스 15만원에 사고…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이러지?’ 싶을 수 있어요(웃음). 주식투자는 기업이 성장하는 가치에 투자하는 건데, 이를 먼저 발견할수록 수익이 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거인이라면 어깨에 올라타도 떨어질 수 있죠. 타인이 모르는 기업의 가치를 발견해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대량 득점에 성공하고, 변동성이라는 주식의 속성에서 실점을 줄이는 것이 투자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요? 박세익 전무의 풀 인터뷰는 여성동아 11월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사진 조영철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