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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newface #designer_interview

낯설게, 끝까지 가보기 디자이너 한현민

EDITOR 안미은 기자

2018. 07. 19

한현민이 이끄는 ‘뮌’의 브랜드 철학은 ‘낯설게 하기’다. 익숙한 것들을 스스로 끊어내고 새로운 것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디자이너 한현민에게 ‘패션 변태’라는 별명은 더없이 완벽하다. 

뮌(MU¨NN)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면 독일어로 이름을 짓고 싶었다. MU¨NN은 한현민의 마지막 글자 ‘민’을 독일식으로 발음한 거다. 철자를 늘어놓고 보면 멋진데, 아무래도 움라이트가 있다 보니 불편함이 따른다. 이를테면 포털 사이트에서 정확한 검색이 어렵다는 것? 그런데 그게 또 뮌답게 느껴진다. 

‘뮌답다’는 건 어떤 의미라고 설명하나. 

뮌은 브랜드 철학이 확고하다. ‘낯설게 하기’라는 큰 틀을 가지고 매 시즌 컬렉션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반면 뮌은 다르다. 옷의 기본이 되는 소재, 패턴, 봉제 등의 요소를 새로운 감각으로 비틀어 작업한다. 그 다름에서 오는 차이에 뮌다운 매력이 숨어 있다. 

제작 과정이 만만치 않겠다. 

시간과 노력이 두 배 이상으로 든다. 원단 선정부터 디자인, 단추 다는 것과 박음질까지 세세하게 신경 쓴다. 잘 보이지도 않는 디테일에 온갖 정성을 쏟기도 한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건 몇 안 되는 나의 특기다. 그럴 때면 친구들은 변태 같다고 놀린다.

패션보다 사진을 먼저 시작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했다.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스무 살 이후부터다. 교복에서 해방되면서 사복 입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국내외 패션 잡지들을 볼 때면 사진보다 옷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대 남자의 숙명인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패션 디자이너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SADI에서 3년간 공부하고, ‘우영미’에서 1년, ‘레이’에서 2년 일한 다음 2013년 뮌을 론칭했다.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많은 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옷이 잘 팔리면 좋겠지만 안 팔려도 상관없다는 홀가분한 마음가짐으로 일한다. 너무 뻔한 말처럼 들리나? 



하이엔드 브랜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 

워낙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뮌을 시작하면서 우영미나 준지처럼 ‘Made in Korea’에 자부심을 가지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키워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도 열심히 노력 중이고. 요즘 트렌드는 키츠네, 아페쎄, 코스같이 편안한 감성의 브랜드인데, 이미 나와 있는 옷들을 뮌이 만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트렌드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는 않나. 

아직까지는 즐겁다. 예전에는 박음질을 하다 어느 한 부분이 울면 불량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울거나 올이 풀리고 심지어 시접이 튀어나와도 쿨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기쁘다. 

해체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지난 S/S 시즌과 달리 이번 F/W 시즌에는 어떤 ‘낯섦’을 택했나. 

차분하고 담백해졌다. 톤 다운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하고 다양한 체크 패턴을 군데군데 배치해 클래식 무드를 더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소매 디테일이다. 아우터의 어깨와 소매가 만나는 암홀 부분을 여러 번 드레이핑한 뒤 집어내 완전히 새로운 실루엣을 연출했다. 이외에도 시그니처인 셀비지를 그대로 노출시킨 팬츠와 거꾸로 뒤집어 입은 것 같은 재킷 등으로 다름을 추구했다. 

몇몇 피스들은 여성복을 보는 것처럼 우아하다. 

뮌이 남성적인 테일러드 위주의 브랜드이기는 하나, 여성이 입었을 때 더 파워풀해 보이는 옷들이 있다. 실제 뮌의 남성과 여성 고객 비율이 7:3 정도 된다. 컬렉션에서 조금씩 여성복을 선보여왔는데 앞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인 ‘텐소울’에 선정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컬렉션이 마무리되고 난 뒤 해외 바이어들과 프레스들의 투표로 텐소울이 선정된다. 선정된 디자이너에게는 해외 활동을 지원한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뮌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째 텐소울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캐스트가 점차 늘고 있어 나로서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은 물론 룩북 촬영에 편집까지 직접 한다고 들었다. 국내 디자이너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전공은 어떻게든 써먹어야 하니까(웃음). 개인적으로 디자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룩북 비주얼 작업이다. 전부 내 손으로 작업한다. 전문 포토그래퍼를 기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만큼 옷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휴일에는 뭐 하면서 지내나. 

하루 24시간 옷에 푹 파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주말은 제외다. 영화나 전시를 보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술 마시러 다니며 인풋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 휴식이 영감으로 이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람인가. 

타고난 노동자, 애주가. 

디자이너 한현민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을까. 

사실 옷 만드는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다. 브랜드를 하려면 디자인 외적인 업무도 해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를테면 바이어와의 미팅이나 세일즈, 서류 업무 같은 것. 특히 엑셀 작업에는 젬병이다. 

뮌이 가지는 의미가 특별할 것 같다. 

내게는 이상향 같은 거다. 뮌에는 내가 입지 못하는 옷들이 수두룩하다. 분명 내 성격이 녹아 있는 브랜드지만 나와는 많이 다르다. 뮌이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신사라면 나는 좀 더 털털하고 편안한 아저씨 같은 사람이다.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나. 

국내에는 뮌 사이트와 W컨셉, 29cm에서 판매하고 있다. 해외 고객들은 파리 쇼룸과 세계 각지의 스타캐스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알다시피 이 인터뷰는 지목 토크다. 다음 인터뷰이를 추천해달라. 

유저(Youser)의 이무열 디자이너를 추천하겠다. 서로 다른 것들의 대비와 조화로 유저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다. 동갑내기지만 존경한다.

#mu˙˙nn_seoul #한현민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했다. 다시 SADI에 입학해 패션을 공부한 뒤 남성복 디자이너 레이블 ‘우영미’, ‘레이’를 거쳐, 2013년 ‘뮌(MU¨NN)’을 론칭했다. 2014년부터 매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며 3년 연속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 지원 사업 ‘텐소울’에 선정되는 역량을 보였다. 국내뿐 아니라 이탈리아, 파리, 홍콩 등 해외 컬렉션에도 꾸준히 참가해왔다. 이외에도 기아자동차, 삼성물산 빈폴, 코오롱 레코드, 애경 쿤, ABC 마트 등 국내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뮌이 가진 다양한 색과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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