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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 #look

또 유정 선배보다 박해진

editor 김명희 기자

2018. 04. 18

박해진이 아니었더라면 ‘만찢남’이라는 단어는 빛을 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완벽한 비주얼의 남자 배우는 어떻게 살까. 

#영화_치인트 #싱크로율 #만찢남

새로움이 하나의 종교처럼 추앙받는 요즘, ‘또’라는 단어는 왠지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다. 배우 박해진(35)이 영화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주인공에 낙점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라는 의문이 머리를 스친 것도 그 때문이다. 장르를 바꿔가며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건 상당한 모험이다. 그럼에도 박해진은 밀려드는 수많은 시나리오 속에서 결국 ‘치인트’를 집어 들었다. 애정, 의리, 어쩌면 애증? 자신도 모를 감정에 이끌렸다고 한다. 

“‘치인트’는 워낙 많은 사랑을 받은 웹툰이잖아요. 드라마에서처음 유정 역을 제안받았을 때는 ‘지금 이 나이에 내가 입어도 되는 옷인가’란 고민을 했어요. 입고 보니 나름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고요. 영화를 촬영하면서는 ‘철 지난 옷을 또 입어도 될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내 옷이구나 싶더라고요.” 

2016년 웹툰이 tvN 드라마로 제작될 당시 그는 시청자들로부터 ‘만화 주인공의 실사화’라는 평을 받았을 정도로 유정과 비주얼이 비슷하다. 그 자신이 생각하는 유정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유정이랑 비슷해요. 낯을 가리기도 하고, 따뜻하고 살가운 성격은 아니거든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 쉽게 보여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유정을 보고 이중적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단순한 인물이에요. 우리도 어디 가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잖아요. 과연 유정에게 잣대를 들이밀어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에요. 오히려 유정이 솔직하다고 봐요. 외모적으론 계속 싱크로율이 높으면 좋겠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꾸 유정에게서 멀어지고 있어 안타까워요(웃음).”

#연애스타일 #운동화2천켤레 #직업만족도

영화에선 “설아, 밥 먹자” 한마디로 팬들을 심쿵하게 하고 관객들의 연애 세포를 깨우는 박해진이지만 실제 연애 스타일은 딱 고구마 1백 개 먹은 부산 남자다. 



“답답하고 무식하게 연애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분명하게 잘못한 일도 제가 사과하고 넘어가요. 대화로 풀면 되는데, 그럴 자신도 없고 불편하니까 피하는 거죠. 어떤 지점이 문제인지는 알겠는데, 잘 고쳐지지 않아요.” 

박해진은 일이 없는 날엔 조카들과 알콩달콩 시간을 보낸다. 오븐에 빵을 굽기도 하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땐 수플레나 머랭 같은 고급 베이커리 기술도 구사한다. 누나 가족과 함께 사는 그는 조카들이 태어난 후 그토록 ‘애정’하던 운동화 컬렉션도 정리했다. 

“집에 신발이 2천 족이 넘으면 어떤 일이 생기냐면요. 방과 거실, 주방까지 신발로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신발 상자가 창문을 가려서 햇빛도 안 들어오고요. 한마디로 사람 사는 집이 아니에요. 한동안 운동화 수집이 제 유일한 즐거움이었어요. 달리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으니까 운동화를 모으는 걸로 풀었던 건데,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운동화 대신 요즘 그를 사로잡은 건 디자이너 가구와 조명이다. 그는 프리츠 한센, 에일린 그레이, 클래시콘, 엠파티아 같은 가구와 조명 브랜드의 역사를 꿰고 있었다. 

“운동화처럼 사 모으는 건 아니고요, 디자인이나 브랜드의 역사를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요. 엠파티아 조명은 1958년에 출시됐는데, 처음엔 플라스틱이었다가 백화현상 때문에 글라스로 바뀌었고, 요즘은 다시 플라스틱 재질로 생산되고 있죠. 제가 쓸데없이 이런 걸 자꾸 찾아봐요(웃음).” 

박해진의 차기작은 드라마 ‘사자’다. 사전 제작으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어머니의 의문사를 파헤치던 한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인간을 하나 둘 만나면서 음모에 휘말리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박해진은 주인공을 맡아 1인 4역을 연기한다. 

“가끔 제 연기를 눈빛, 손짓 하나까지 꼼꼼하게 분석해서 리뷰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렇게까지 계산하고 한 연기는 아닌데. 그걸 보면서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구나, 싶어 많이 배우게 돼요. 다른 한편으론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시나 싶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버겁게 느껴진 적도 있지만 지금은 좋아요. 과분한 혜택과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그분들에게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designer 김영화
사진제공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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