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일상을 찬찬히 돌아보니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필환경((必環境: 환경을 필수로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이제 미뤄서도, 미룰 수도 없는 당면 과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환경보호를 위해 지속 가능한 소비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개인뿐 아니라 이를 실천하며 사업 모델로 제시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봉제 공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자리한 ‘000간’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이다. 이곳을 이끄는 신윤예(35) 대표는 필환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확산되기 전인 2012년부터 지역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셜 디자인(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원단 폐기물이 나오지 않게 디자인한 의류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이런 그의 활동은 국제적으로도 공감을 얻어 2017년에는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가 주최하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종 후보 3인에 선발되기도 했다.
젊은 예술가,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창업하셨더라고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졸업 후 예술가로 1~2년간 활동했어요. 미술관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작품으로만 전시하는 예술 활동이 다소 답답하더라고요. 제가 가진 예술적인 재능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없을지 고민하다 지역 아동센터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2011년, 지금 회사가 터를 잡은 창신동에 예술 강사로 파견을 나왔답니다.
골목마다 봉제 공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생경한 풍경이 신기했어요. 생산되는 에너지가 있는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조 지역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보이더라고요. 특히 충격을 받은 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자투리 천이에요. 100L짜리 쓰레기봉투에 담긴 자투리 천이 산처럼 쌓여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옷을 만들 때 그렇게 많은 천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거든요. 처음에는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쿠션 안에 넣는 솜 대신 자투리 천을 충전재로 활용해 자투리 쿠션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봉제 공장 사장님들이 합류하면서 아예 생산 과정에서 자투리 천이 버려지지 않게 디자인하면 어떨지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고민하게 됐지요. 패션 문외한이던 제가 창신동의 패턴 및 봉제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퍼즐 맞추듯이 연구해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을 완성했고, 그게 ‘000간’의 주된 밑거름이 됐습니다.
‘000간’이라는 회사 이름이 특이해요.
000간은 도심 제조업의 환경, 사회적인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며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어요. 그 결과물이 어떨 때는 제품으로, 어떤 경우에는 디자인 서비스로 나오지요. 특이한 이름은 ‘공공공간’ ‘영원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읽혀요. 사실 초창기에 공공미술 성격의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공공성이나 공동체라는 단어가 어렵고 모호하게 느껴졌어요. ‘어떤 질문이나 문제에 대한 답을 정해놓지 말고 비워놓고 시작하자’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아 000간이라고 회사명을 짓게 됐지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답니다.
실천하고 계시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은요.
생산 폐기물을 줄이면서 지역에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시키고 이 과정에서 창작자와 제조자가 공생하길 바라요.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는 좋은 물건이 돌아가고요. 이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프로젝트면 다 열어두고 저희의 제로 웨이스트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어요. 현재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는 의류&리빙 브랜드 ‘제로 디자인’, 창작자들의 예술 작품을 담은 나만의 굿즈를 파는 플랫폼 ‘위드굿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인 ‘위드굿즈랩’을 운영 중입니다. 소셜 디자인부터 브랜딩, 제품, 교육까지 다루는 분야도 다양하고요. 그동안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배달의민족, 서울시, 서울광역자활센터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혼자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파급력이 훨씬 크더라고요.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공유하고 스케일이 커질 때 결국 변화의 속도도 빨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도 ‘제발 제로 웨이스트 하세요’라고 외치며 협력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어요.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해요.
저희는 제로 디자인 브랜드의 의류와 리빙 제품을 통해 구현하고 있어요. 보통은 패션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면 패턴사가 이에 맞춰 패턴을 짜고 봉제 과정에 들어가요. 저희는 거꾸로 패턴을 먼저 만들어요.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큰 구성 요소를 넣고 남은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 디자인을 완성합니다. 원단 한 장에서 디자인 요소가 다 나오도록 고심하는 덕분에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요. 원단을 최대한 살리려다 보니 독특한 디테일도 더해지고요. 친환경이나 자연 소재 원단을 주로 사용하며, 편안하면서 베이식한 디자인을 추구해요.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했는데, 40대 이상 주부들도 많이 구입해요. 의류뿐 아니라 앞치마도 인기예요.
제로 웨이스트 상품이라도 재고는 문제잖아요.
맞아요. 환경을 위한 제품을 만들지만 팔리지 않으면 쓰레기가 되지요. 수요가 있는 만큼만 만들면 좋겠다는 고민이 반영된 게 ‘위드굿즈’ 플랫폼이에요. 모듈화 시스템을 통해 디자이너와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일러스트나 그림 등을 컵, 텀블러, 쿠션, 포스터 등 원하는 아이템에 넣을 수 있어요. 아이 그림이나 직접 쓴 글씨를 활용해 나만의 굿즈도 제작 가능하고요. 1개부터 필요한 양만큼만 주문 제작에 들어가므로 재고 걱정이 없답니다. 창작자들은 자신만의 콘텐츠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소상공인들에게는 고부가가치의 일거리가 되고 있어 양쪽 모두에게 윈윈이랍니다.
아이디어가 넘치는데, 2017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도 이런 점을 높이 산 거 같아요.
2006년에 시작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가 취약한 여성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주최하는 행사예요. 여성 스타트업 CEO가 대상이지요. 제가 지원했을 당시에는 세계 6개 대륙에서 3명씩 예비 후보를 뽑고, 최종적으로 대륙별 1인씩 총 6명을 선발했어요. 저는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에 대한 비즈니스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총 8천여 명의 지원자 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종 후보 3인에 들었어요. 열흘 정도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분야의 여성 CEO들과 지내며 아이디어와 영감을 많이 얻었고, 인맥 네트워크도 구축했어요.
후보에 선발되면 혜택이 많을 것 같아요.
우선 후보 3인에 들면 3만 달러(3천5백66만원)의 상금을 줘요(웃음). 싱가포르에 있는 명문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사회적 기업가 단기 과정도 지원받았고요. 사실 미술 전공자 출신이라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SK그룹의 지원을 받아 카이스트에서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한 2년 과정의 ‘SE MBA’를 밟으며 경영의 인사이트를 알게 됐지요. 까르띠에가 지원한 인시아드의 수업을 통해 온라인상의 플랫폼 같은 확장 모델도 고민하게 됐고, 사업 노하우도 가득 배웠습니다.
함께 후보로 선발된 참가자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넥카는 MIT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일했던 친구예요. 저의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좋다고 칭찬하며 패션에서 다른 영역까지 확장하라고 조언해줬어요. 홍콩에서 온 자냐는 리크루팅 회사를 운영하는데, 제로 디자인의 옷을 직접 구매하고 홍콩에 입소문도 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딱히 롤 모델은 없지만, 영국의 업사이클링 회사인 ‘엘비스 앤 크레세(Elvis & Kresse)’를 좋아해요. 버려지는 소방 호스로 가방과 벨트 등을 만드는데 튼튼하고 디자인도 예뻐요. 10년 넘은 제 지갑도 여기 제품이랍니다. 폐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도 애정하는 브랜드예요. 이런 회사들을 보며 환경과 함께하는 비즈니스의 영감을 얻었고, 노하우도 연구하게 됐어요.
회사가 아닌 일상에서의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도 궁금해요.
예전에는 옷장에 옷이 터질 듯이 있어도 별 고민 없이 옷을 샀어요. 의류 생산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폐기물이 나오는데 자각 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패션업계에서 소비만 하고 있었던 셈이죠. 자투리 천이 산처럼 쌓인 광경은 제게 큰 충격이었고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하고 바꿔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쉽게 생각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행위를 의미해요.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텀블러를 갖고 다닌다면 벌써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특히 물건을 살 때 제로 웨이스트를 키워드로 떠올려요. 구입 전 얼마큼 사용할 수 있는지, 정말 필요하고 잘 활용할지 세심하게 고민합니다. 그 덕분인지 웬만해선 물건을 사지 않아요. 요즘 렌털 서비스도 훌륭해 자주 활용한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은요.
모두가 메이커가 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해요. 사실 소비와 생산이 너무 분리돼 있다 보니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잘 모르잖아요. 이로 인해 쉽게 소비하고 빨리 버리고요. 사용 가능한 물건을 만들며 폐기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등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길 추천해요. 그러다 보면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풍성해지고, 자연스레 삶에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요. 손재주가 없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어요. 전국 곳곳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가득하니 방문해 배워보세요. 창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메이크올에 들어가면 전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곳도 많고, 나라에서 지원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에요.
요즘 마음이 가는 관심사는요.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나중에는 건강을 위해 어떤 식의 라이프 사이클을 만들어야 하는지, 영양학적으로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등을 연구해 제안하는 푸드 큐레이션을 하고 싶어요. 또한 유기 동물에도 눈길이 가요. 사무실에서까지 늘 함께하는 반려견 ‘엄버’ 역시 유기견이었거든요. 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고민 중이에요. 유기 동물과 관련한 소셜 벤처들도 열렬히 응원하고 있고요. 또 1년에 한 가지씩 운동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체력이 떨어지면 의지도 약해져 쉬운 길로 가려고 하더라고요. 수영과 요가를 했었고, 올해에는 클라이밍을 배울 계획입니다.
000간의 다음 스텝도 궁금해지네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매진할 생각이에요. 현재 회사에는 생산관리 매니저, 개발자, 제품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마케터 등 저를 빼고 11명 정도의 구성원이 있어요.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플랫폼 회사를 확장된 규모로 만들면서 큰 공간이 필요해졌어요. 지금껏 사무실을 임차했었는데, 이제는 건물을 소유해 좀 더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싶어요. 함께하는 창작자 그룹이 활용 가능한 코워킹 스페이스, 규모를 넓힌 메이커 스페이스를 꿈꾸며 부동산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빚은 많아지겠지만요(웃음).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000간
봉제 공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자리한 ‘000간’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이다. 이곳을 이끄는 신윤예(35) 대표는 필환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확산되기 전인 2012년부터 지역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셜 디자인(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원단 폐기물이 나오지 않게 디자인한 의류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이런 그의 활동은 국제적으로도 공감을 얻어 2017년에는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가 주최하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종 후보 3인에 선발되기도 했다.
젊은 예술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을 이끌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창업하셨더라고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졸업 후 예술가로 1~2년간 활동했어요. 미술관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작품으로만 전시하는 예술 활동이 다소 답답하더라고요. 제가 가진 예술적인 재능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없을지 고민하다 지역 아동센터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2011년, 지금 회사가 터를 잡은 창신동에 예술 강사로 파견을 나왔답니다.
골목마다 봉제 공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생경한 풍경이 신기했어요. 생산되는 에너지가 있는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조 지역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보이더라고요. 특히 충격을 받은 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자투리 천이에요. 100L짜리 쓰레기봉투에 담긴 자투리 천이 산처럼 쌓여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옷을 만들 때 그렇게 많은 천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거든요. 처음에는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쿠션 안에 넣는 솜 대신 자투리 천을 충전재로 활용해 자투리 쿠션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봉제 공장 사장님들이 합류하면서 아예 생산 과정에서 자투리 천이 버려지지 않게 디자인하면 어떨지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고민하게 됐지요. 패션 문외한이던 제가 창신동의 패턴 및 봉제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퍼즐 맞추듯이 연구해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을 완성했고, 그게 ‘000간’의 주된 밑거름이 됐습니다.
‘000간’이라는 회사 이름이 특이해요.
000간은 도심 제조업의 환경, 사회적인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며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어요. 그 결과물이 어떨 때는 제품으로, 어떤 경우에는 디자인 서비스로 나오지요. 특이한 이름은 ‘공공공간’ ‘영원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읽혀요. 사실 초창기에 공공미술 성격의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공공성이나 공동체라는 단어가 어렵고 모호하게 느껴졌어요. ‘어떤 질문이나 문제에 대한 답을 정해놓지 말고 비워놓고 시작하자’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아 000간이라고 회사명을 짓게 됐지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답니다.
실천하고 계시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은요.
생산 폐기물을 줄이면서 지역에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시키고 이 과정에서 창작자와 제조자가 공생하길 바라요.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는 좋은 물건이 돌아가고요. 이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프로젝트면 다 열어두고 저희의 제로 웨이스트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어요. 현재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는 의류&리빙 브랜드 ‘제로 디자인’, 창작자들의 예술 작품을 담은 나만의 굿즈를 파는 플랫폼 ‘위드굿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인 ‘위드굿즈랩’을 운영 중입니다. 소셜 디자인부터 브랜딩, 제품, 교육까지 다루는 분야도 다양하고요. 그동안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배달의민족, 서울시, 서울광역자활센터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혼자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파급력이 훨씬 크더라고요.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공유하고 스케일이 커질 때 결국 변화의 속도도 빨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도 ‘제발 제로 웨이스트 하세요’라고 외치며 협력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어요.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해요.
저희는 제로 디자인 브랜드의 의류와 리빙 제품을 통해 구현하고 있어요. 보통은 패션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면 패턴사가 이에 맞춰 패턴을 짜고 봉제 과정에 들어가요. 저희는 거꾸로 패턴을 먼저 만들어요.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큰 구성 요소를 넣고 남은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 디자인을 완성합니다. 원단 한 장에서 디자인 요소가 다 나오도록 고심하는 덕분에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요. 원단을 최대한 살리려다 보니 독특한 디테일도 더해지고요. 친환경이나 자연 소재 원단을 주로 사용하며, 편안하면서 베이식한 디자인을 추구해요.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했는데, 40대 이상 주부들도 많이 구입해요. 의류뿐 아니라 앞치마도 인기예요.
제로 웨이스트 상품이라도 재고는 문제잖아요.
맞아요. 환경을 위한 제품을 만들지만 팔리지 않으면 쓰레기가 되지요. 수요가 있는 만큼만 만들면 좋겠다는 고민이 반영된 게 ‘위드굿즈’ 플랫폼이에요. 모듈화 시스템을 통해 디자이너와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일러스트나 그림 등을 컵, 텀블러, 쿠션, 포스터 등 원하는 아이템에 넣을 수 있어요. 아이 그림이나 직접 쓴 글씨를 활용해 나만의 굿즈도 제작 가능하고요. 1개부터 필요한 양만큼만 주문 제작에 들어가므로 재고 걱정이 없답니다. 창작자들은 자신만의 콘텐츠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소상공인들에게는 고부가가치의 일거리가 되고 있어 양쪽 모두에게 윈윈이랍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창업자로 주목받다
1 ‘위드굿즈’ 플랫폼을 통해 판매 중인 제품들과 ‘제로 디자인’의 인기 아이템인 앞치마. 2 ‘위드굿즈’에서는 1개부터 필요한 양만큼만 주문 제작할 수 있어 재고 걱정이 없다. 3 4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이 구현된 브랜드 ‘제로 디자인’의 옷과 앞치마, 가방.
2006년에 시작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가 취약한 여성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주최하는 행사예요. 여성 스타트업 CEO가 대상이지요. 제가 지원했을 당시에는 세계 6개 대륙에서 3명씩 예비 후보를 뽑고, 최종적으로 대륙별 1인씩 총 6명을 선발했어요. 저는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에 대한 비즈니스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총 8천여 명의 지원자 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종 후보 3인에 들었어요. 열흘 정도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분야의 여성 CEO들과 지내며 아이디어와 영감을 많이 얻었고, 인맥 네트워크도 구축했어요.
후보에 선발되면 혜택이 많을 것 같아요.
우선 후보 3인에 들면 3만 달러(3천5백66만원)의 상금을 줘요(웃음). 싱가포르에 있는 명문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사회적 기업가 단기 과정도 지원받았고요. 사실 미술 전공자 출신이라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SK그룹의 지원을 받아 카이스트에서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한 2년 과정의 ‘SE MBA’를 밟으며 경영의 인사이트를 알게 됐지요. 까르띠에가 지원한 인시아드의 수업을 통해 온라인상의 플랫폼 같은 확장 모델도 고민하게 됐고, 사업 노하우도 가득 배웠습니다.
함께 후보로 선발된 참가자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넥카는 MIT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일했던 친구예요. 저의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좋다고 칭찬하며 패션에서 다른 영역까지 확장하라고 조언해줬어요. 홍콩에서 온 자냐는 리크루팅 회사를 운영하는데, 제로 디자인의 옷을 직접 구매하고 홍콩에 입소문도 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모두가 메이커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롤 모델로 삼거나 좋아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나요.딱히 롤 모델은 없지만, 영국의 업사이클링 회사인 ‘엘비스 앤 크레세(Elvis & Kresse)’를 좋아해요. 버려지는 소방 호스로 가방과 벨트 등을 만드는데 튼튼하고 디자인도 예뻐요. 10년 넘은 제 지갑도 여기 제품이랍니다. 폐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도 애정하는 브랜드예요. 이런 회사들을 보며 환경과 함께하는 비즈니스의 영감을 얻었고, 노하우도 연구하게 됐어요.
회사가 아닌 일상에서의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도 궁금해요.
예전에는 옷장에 옷이 터질 듯이 있어도 별 고민 없이 옷을 샀어요. 의류 생산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폐기물이 나오는데 자각 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패션업계에서 소비만 하고 있었던 셈이죠. 자투리 천이 산처럼 쌓인 광경은 제게 큰 충격이었고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하고 바꿔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쉽게 생각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행위를 의미해요.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텀블러를 갖고 다닌다면 벌써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특히 물건을 살 때 제로 웨이스트를 키워드로 떠올려요. 구입 전 얼마큼 사용할 수 있는지, 정말 필요하고 잘 활용할지 세심하게 고민합니다. 그 덕분인지 웬만해선 물건을 사지 않아요. 요즘 렌털 서비스도 훌륭해 자주 활용한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은요.
모두가 메이커가 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해요. 사실 소비와 생산이 너무 분리돼 있다 보니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잘 모르잖아요. 이로 인해 쉽게 소비하고 빨리 버리고요. 사용 가능한 물건을 만들며 폐기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등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길 추천해요. 그러다 보면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풍성해지고, 자연스레 삶에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요. 손재주가 없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어요. 전국 곳곳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가득하니 방문해 배워보세요. 창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메이크올에 들어가면 전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곳도 많고, 나라에서 지원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에요.
요즘 마음이 가는 관심사는요.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나중에는 건강을 위해 어떤 식의 라이프 사이클을 만들어야 하는지, 영양학적으로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등을 연구해 제안하는 푸드 큐레이션을 하고 싶어요. 또한 유기 동물에도 눈길이 가요. 사무실에서까지 늘 함께하는 반려견 ‘엄버’ 역시 유기견이었거든요. 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고민 중이에요. 유기 동물과 관련한 소셜 벤처들도 열렬히 응원하고 있고요. 또 1년에 한 가지씩 운동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체력이 떨어지면 의지도 약해져 쉬운 길로 가려고 하더라고요. 수영과 요가를 했었고, 올해에는 클라이밍을 배울 계획입니다.
000간의 다음 스텝도 궁금해지네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매진할 생각이에요. 현재 회사에는 생산관리 매니저, 개발자, 제품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마케터 등 저를 빼고 11명 정도의 구성원이 있어요.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플랫폼 회사를 확장된 규모로 만들면서 큰 공간이 필요해졌어요. 지금껏 사무실을 임차했었는데, 이제는 건물을 소유해 좀 더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싶어요. 함께하는 창작자 그룹이 활용 가능한 코워킹 스페이스, 규모를 넓힌 메이커 스페이스를 꿈꾸며 부동산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빚은 많아지겠지만요(웃음).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000간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