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인파로 붐비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 한편에 지난 5월 5일 도시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정원이 조성됐다. 보랏빛 라벤더 화분이 놓인 담장을 지나 ‘ㄱ’자로 형성된 카페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장자리를 둘러 진분홍의 장미, 노란 해바라기, 둥글넓적한 선인장까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환하게 밝혀주는 식물들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흙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키가 큰 자작나무 열 그루.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꽃말을 지닌 이 자작나무에는 팬들의 간절함이 담겼다. 가수 강다니엘의 활동 복귀를 바라는 팬들이 기다림과 응원의 의미를 담아 카페 안에 작은 숲을 직접 조성한 것이다. 이름하여 ‘다니엘 포레스트’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건 강다니엘의 유명 팬 블로그 ‘스토리블라썸’ 운영자였다. 카페 인근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그는 도심 속에 강다니엘을 위한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평소 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카페 ‘피키파파’ 이종호 대표의 도움을 받아 숲을 만들었다.
“워너원 그룹 활동을 마친 다니엘이 원래는 올 4월 솔로로 컴백할 예정이었는데 소속사와의 분쟁 때문에 무산됐죠. 가장 화창한 계절에 화려한 컴백을 기대했는데 팬들에게는 오히려 슬픈 계절이 된 것 같았어요. 다니엘의 복귀를 응원하고 고생한 팬들도 언제든 와서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숲을 만들었어요. 노래 실력은 물론 예쁘고 선한 인성까지 갖춘 다니엘이 팬들에게는 나무 같은 존재이기도 하거든요.”
팬 10여 명의 참여로 시작된 강다니엘 숲 조성 사업은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며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조만간 자작나무 열 그루를 더 심을 예정이며 매일 누가 가져왔는지 모를 색색의 꽃이 숲을 더욱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 하루 이틀이면 시들어버리는 뿌리가 잘린 꽃 대신 화분이나 다년생 야생화, 나무로만 공간을 조성하려는 팬들의 세심함도 돋보인다. 팬들은 출퇴근길에 꽃나무에 물을 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숲 가꾸기에 열심이다. 그런 정성에 카페 인테리어를 전담하던 플로리스트도 감동을 받아 함께 숲을 일구고 있다.
곳곳에는 강다니엘의 사진과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 버려질 뻔한 카페의 고목을 활용해 팬 카드를 만들어 걸어둔 장식들도 눈에 띄었다. 며칠 전 수술 후 세상을 떠났다는 팬은 생전 ‘너만 생각하면 이까짓 껏 훗~’이라고 적은 편지와 함께 새하얀 국화꽃 화분을 놓고 갔다. 백발의 할머니 팬이 놓고 갔다는 하트 모양 선인장에는 ‘양양에서 ♡’라고 쓰인 쪽지가 꽂혀 있고 ‘천천히 너의 걸음으로 돌아와줘’ ‘수많은 위로를 주고 뜨거운 열정을 알려준 강다니엘’ ‘동시대에 살아줘서 고마워’와 같은 메모가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집이 먼 탓에 자주 올 수 없어 자작나무를 심는 데 동참했다는 팬 김소영 씨는 처음으로 숲에 와본 소감을 전했다.
“나무가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힐링이 돼요. 바쁜 일상으로 지친 심신이 여기 오니 편해지는 느낌이죠. 다니엘은 워낙 팬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이라면 그도 좋아할 거라 생각해요. 실제로 다니엘을 본 적이 없는데 혹시 여기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있어요.”
이곳을 찾는 사람은 학생, 직장인, 주부, 남성 팬, 가족 팬, 외국인 등 경계가 없다. 단순히 카페에 들렀다가 숲을 보고 강다니엘에게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많다고 한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왔다 꽃내음에 이끌려온 사람, 회사 점심시간에 들러 잠깐 콧속 공기를 정화하고 가는 이들 등 팬이 아닌 사람도 이곳에 와 잠시나마 행복을 느낀다. 이건 공간을 조성한 팬들의 의도이기도 하다. 인근 주민이라는 팬 최희선 씨는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하루에 두 번씩 올 때도 있어요. 이곳에 오면 다니엘과 함께 있는 기분이 들어요. 다른 팬들을 만나 서로 굿즈 교환도 하고 무료 나눔도 해요. 스타를 혼자 좋아하는 것보다 함께하면 좋잖아요. 여기선 하루 종일 다니엘 이야기만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고요(웃음).”
다니엘 포레스트는 당분간 기한 없이 계속해서 운영될 예정이다.
ADD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35
ADD 서울 성동구 살곶이길 69 청계천 생태학교 옆
ADD 서울 강남구 대치동 늘벗근린공원
ADD 서울 중구 청파로 432 서울로 7017
EDITOR 정보라 기자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건 강다니엘의 유명 팬 블로그 ‘스토리블라썸’ 운영자였다. 카페 인근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그는 도심 속에 강다니엘을 위한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평소 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카페 ‘피키파파’ 이종호 대표의 도움을 받아 숲을 만들었다.
“워너원 그룹 활동을 마친 다니엘이 원래는 올 4월 솔로로 컴백할 예정이었는데 소속사와의 분쟁 때문에 무산됐죠. 가장 화창한 계절에 화려한 컴백을 기대했는데 팬들에게는 오히려 슬픈 계절이 된 것 같았어요. 다니엘의 복귀를 응원하고 고생한 팬들도 언제든 와서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숲을 만들었어요. 노래 실력은 물론 예쁘고 선한 인성까지 갖춘 다니엘이 팬들에게는 나무 같은 존재이기도 하거든요.”
팬 10여 명의 참여로 시작된 강다니엘 숲 조성 사업은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며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조만간 자작나무 열 그루를 더 심을 예정이며 매일 누가 가져왔는지 모를 색색의 꽃이 숲을 더욱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 하루 이틀이면 시들어버리는 뿌리가 잘린 꽃 대신 화분이나 다년생 야생화, 나무로만 공간을 조성하려는 팬들의 세심함도 돋보인다. 팬들은 출퇴근길에 꽃나무에 물을 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숲 가꾸기에 열심이다. 그런 정성에 카페 인테리어를 전담하던 플로리스트도 감동을 받아 함께 숲을 일구고 있다.
곳곳에는 강다니엘의 사진과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 버려질 뻔한 카페의 고목을 활용해 팬 카드를 만들어 걸어둔 장식들도 눈에 띄었다. 며칠 전 수술 후 세상을 떠났다는 팬은 생전 ‘너만 생각하면 이까짓 껏 훗~’이라고 적은 편지와 함께 새하얀 국화꽃 화분을 놓고 갔다. 백발의 할머니 팬이 놓고 갔다는 하트 모양 선인장에는 ‘양양에서 ♡’라고 쓰인 쪽지가 꽂혀 있고 ‘천천히 너의 걸음으로 돌아와줘’ ‘수많은 위로를 주고 뜨거운 열정을 알려준 강다니엘’ ‘동시대에 살아줘서 고마워’와 같은 메모가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집이 먼 탓에 자주 올 수 없어 자작나무를 심는 데 동참했다는 팬 김소영 씨는 처음으로 숲에 와본 소감을 전했다.
“나무가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힐링이 돼요. 바쁜 일상으로 지친 심신이 여기 오니 편해지는 느낌이죠. 다니엘은 워낙 팬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이라면 그도 좋아할 거라 생각해요. 실제로 다니엘을 본 적이 없는데 혹시 여기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있어요.”
이곳을 찾는 사람은 학생, 직장인, 주부, 남성 팬, 가족 팬, 외국인 등 경계가 없다. 단순히 카페에 들렀다가 숲을 보고 강다니엘에게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많다고 한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왔다 꽃내음에 이끌려온 사람, 회사 점심시간에 들러 잠깐 콧속 공기를 정화하고 가는 이들 등 팬이 아닌 사람도 이곳에 와 잠시나마 행복을 느낀다. 이건 공간을 조성한 팬들의 의도이기도 하다. 인근 주민이라는 팬 최희선 씨는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하루에 두 번씩 올 때도 있어요. 이곳에 오면 다니엘과 함께 있는 기분이 들어요. 다른 팬들을 만나 서로 굿즈 교환도 하고 무료 나눔도 해요. 스타를 혼자 좋아하는 것보다 함께하면 좋잖아요. 여기선 하루 종일 다니엘 이야기만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고요(웃음).”
다니엘 포레스트는 당분간 기한 없이 계속해서 운영될 예정이다.
ADD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35
우리 동네 연예인 숲
연예인 숲은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유한 부지에 팬들이 기금을 마련해 조성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전국에는 60개 이상의 연예인 숲이 있는데 최근 빅뱅의 승리(서울 강남구 도성근린공원 승리 숲), 로이킴(서울 강남구 달터근린공원 로이킴 숲), 박유천(인천 계양구 박유천 벚꽃길) 등 불미스러운 사태에 휘말린 스타들의 경우 그들의 이름을 딴 숲도 몸살을 앓고 있다. 로이킴 숲은 이미 철거됐으며 승리 숲, 박유천 벚꽃길 등도 존폐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연예인 숲을 소개한다.엑소(EXO) 레이 숲
2014년 10월 7일 레이의 생일을 기념해 서울 청계천 시민의 숲 내에 만들어졌다. 숲 옆으로 청계천이 흐르고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좋은 곳이다. 또한 청계천 생태학교 옆에 위치해 생태학교에 조성된 연못과 조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ADD 서울 성동구 살곶이길 69 청계천 생태학교 옆
하정우 숲
배우의 이름을 따서 조성된 숲은 하정우 숲이 최초다.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이지만 곳곳에 철쭉과 단풍나무가 배치돼 알록달록한 아름다움이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3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하정우 숲 주변에는 엑소 백현, B1A4, 소녀시대 써니, 틴탑, 2PM 준케이 숲도 함께 있다.ADD 서울 강남구 대치동 늘벗근린공원
서울로 7017
서울로 7017에는 젝스키스 데뷔일을 기념해 2017년 4월 15일 조성된 젝스키스 반려나무를 비롯해 엑소 수호·첸, 트와이스 사나, 소녀시대 등의 나무가 있다. 곳곳에 족욕탕과 전시관 등이 설치돼 있어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해가 저문 후에는 화분 밑에 설치된 조명이 켜져 야경이 아름답다.ADD 서울 중구 청파로 432 서울로 7017
EDITOR 정보라 기자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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