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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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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 치킨게임

EDITOR 여현우 에너지경제 기자

2018. 12. 31

한 식구였던 국내 2, 3위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 bhc와 BBQ의 1조원대 소송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이유.

치킨게임(Chicken Game).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경제학 이론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서로를 향해 차를 몰며 돌진하는 게임을 즐긴 데서 유래한 말로 알려졌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충돌을 불사하고 상대를 향해 달려야 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진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BBQ는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bhc와 박현종(56) bhc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해킹으로 자사 정보통신망에 몰래 들어와 사업 매뉴얼과 레시피 등 영업자료를 빼갔다는 것이다. BBQ는 자체 산정한 손해배상액 7천억원 중 1천억원을 우선 청구했다. 이에 앞서 2017년 4월에는 BBQ가 bhc와의 물류서비스 계약을 파기했고, bhc는 BBQ에 2천3백억원 규모의 물류용역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BBQ는 계약 파기 원인이 ‘bhc의 영업비밀 침해 때문’이라며 bhc 임직원을 검찰에 형사 고소했고, bhc도 5백37억원의 상품공급대금 청구 소송을 추가로 내는 등 3천억원대의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사실 BBQ와 bhc는 10여 년간 한식구였다. BBQ는 2013년 해외 진출을 위해 자회사였던 bhc의 매각을 추진했다. 알짜 회사였던 bhc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당시 CVCI)에 팔렸다. 매각 금액은 1천1백50억원. 이듬해 로하틴그룹이 소송전의 포문을 열었다.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원에 BBQ를 제소한 것이다. 매매 계약서에 가맹점 수가 허위로 기재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어지는 양측 ‘감정싸움’의 중심에는 박현종 bhc 회장이 있다. 해외 사업 확대에 주력하던 BBQ는 지난 2012년 박 회장을 자사 글로벌 부문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그랬던 그가 2013년 bhc 매각과 동시에 bh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매각을 진두지휘한 박현종 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윤홍근(64) 제너시스 BBQ 회장은 크게 격노했다고 전해진다.

전쟁의 발단은 회장님?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판도 변화는 양사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치킨 업계를 주름잡던 BBQ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은 사이 bhc는 눈부신 성공 스토리를 써나갔다. 매각 당시 매출액 기준 업계 10위권에 머물던 bhc는 2017년 교촌치킨에 이어 2위 자리까지 꿰찼다. 8백여 개였던 점포 수도 1천5백여 개로 급증했다. 3위로 밀려난 BBQ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윤홍근 회장이 난처한 처지에 놓인 점도 갈등을 증폭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 가맹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며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윤 회장은 최근 회삿돈 유용 의혹에도 휘말렸다. 윤 회장은 유용한 자금을 자녀 유학비에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BBQ가 이슈를 이슈로 덮기 위해 bhc와 소송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가맹점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쟁이 길어져 시장에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될 경우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양사의 소송이 장기화되고 규모가 커질 경우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치킨게임이 남의 일만은 아닌 이유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셔터스톡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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