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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베스 레빈이 말하는 여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욕망, 브런치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

입력 2015.10.20 14:13:00

1990년대 후반,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드 ‘섹스 앤 더 시티’.
뉴욕을 무대로 한 이 미드에서 네 명의 여주인공이 모여 수다를 나누던 식탁에는 언제나 풍성한 가정식 브런치가 빠지지 않았다. 뉴요커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 브런치가 한국에 상륙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2층에 문을 연 사라베스 키친에서 뉴욕 브런치의 여왕, 사라베스 레빈을 만났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베스 레빈이 말하는 여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욕망, 브런치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베스 레빈이 말하는 여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욕망, 브런치

전 세계적으로 미드 열풍을 몰고 왔던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섹스 칼럼니스트 캐리, 연하남과 불꽃 같은 사랑에 빠져 할리우드로 떠난 사만다, 남편의 외도로 결혼생활에 위기를 맞은 변호사 미란다, 드디어 임신에 성공한 샬롯. 정작 사라베스 키친의 오너 셰프인 사라베스(72)는 자신의 레스토랑이 더 이상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와 연결 지어 언급되는 것이 싫다고 했지만 그녀의 브런치를 소개하기 전, 이 이야기만은 꼭 하고 넘어가야겠다.

주인공 캐리의 결혼식을 다룬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008)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번외 편이다. 10여 년에 이르는 길고 긴 방황의 끝에 각자의 자리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사랑을 찾은 그녀들은 캐리의 결혼식 준비로 오랜만에 한껏 들뜬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캐리의 약혼자 빅은 결혼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자아를 잃어버린 듯한 캐리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결혼식장 앞에서 도망치듯 차를 돌린다. 졸지에 파혼을 당한 캐리와 신혼여행지에 동행하게 된 그녀들. 멕시코의 근사한 해변에서 매일 저녁 만찬을 즐기면서도 웃지 못하던 그녀들이 박장대소할 에피소드가 발생한다. 음식에 있어 청교도 같은 삶을 고집하던 샬롯의 설사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여긴 멕시코잖아!”를 외치며 성분과 유통 과정이 확인되지 않은 그 어떤 음식도 거부하던 그녀가 한순간의 실수로 리조트의 샤워장 물을 마신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들은 패션과 스타일뿐만 아니라 자신이 누리는 사소한 것 한 가지에도 ‘완벽한’ 가치를 두는 쪽이었다. 자신의 욕망에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담대했던 그녀들이 천박해 보이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였으리라. 브런치는 그런 그녀들이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매개였다. 그래서일까. 그녀들의 테이블은 언제나 풍성하고, 건강했다. 이것은 음식에 대한 그녀들 나름의 철학과 신뢰의 방식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작은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만찬으로 결혼식을 대신하는 캐리와 빅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그들다웠다.

2백 년 동안 이어온 가문의 레시피

그녀들의 브런치 무대였던 뉴욕의 사라베스 키친이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은 1981년이다. 원래 사라베스 레빈의 집안엔 2백 년 전부터 전해지던 오렌지 살구 마멀레이드 레시피가 있었는데, 이를 맛본 사람들이 자꾸 사업을 해볼 것을 권했다. 그래서 호텔에서 시험 삼아 한번 판매했는데, 대박을 터트린 것이 사라베스 키친이 문을 연 계기다.



국내에서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사라베스 키친은 이미 그 이전부터 셀레브러티들이 사랑하는 뉴욕의 핫 플레이스였다.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자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 폴 뉴먼 · 메릴 스트립 · 로버트 레드포드 ·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 오프라 윈프리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들이 사라베스의 팬임을 자처했으며, 이제는 드라마에 등장한 센트럴파크점을 포함해 미국에만도 11개, 일본에는 4개의 지점이 성업 중이다. 지난 8월 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사라베스 키친 한국 1호점이 문을 연다는 소문을 전해들은 미식가들은 백화점 영업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섰다.

그 때문에 몇 가지 사고 아닌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픈 첫날, 1백 명에 가까운 대기 손님이 줄을 서는 바람에 매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고, 기다림에 지친 손님들의 불만과 항의가 속출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는 블로거들의 신랄한 혹평이 이어졌다. 몇 시간을 줄 서서 기다렸지만 그토록 고대하던 사라베스 키친의 시그니처, 에그 베네딕트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모양이었고 매장 인테리어 또한 매우 현대적이어서 사라베스 키친만의 따스한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라베스의 이름만 빌려와 흉내만 낸 것 아니겠냐는 비난도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뉴욕의 매장에 비해 지나치게 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한국의 사라베스 키친 매장은 실은, 사라베스 여사가 바닥재는 물론 병뚜껑 같은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 직접 고르고 결정한 것이다. 한국의 사라베스 키친이 뉴욕의 그것과 다른 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전에 해오던 방식대로의 안일함을 전통이라 주장하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면 뉴욕의 작은 가정식 브런치 레스토랑이 이처럼 세계적인 규모와 명성의 레스토랑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베스 레빈이 말하는 여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욕망, 브런치

1 2 4 5 6 와플과 사라베스 키친의 시그니처 메뉴인 에그 베네딕트, 초콜릿 푸딩, 토마토를 통째로 갈아 넣은 듯 진한 풍미의 토마토 수프, 에그 베네딕트에 쓰이는 잉글리시 머핀. 3 사라베스 키친이 처음 유명해진 건 가문의 비법으로 만든 오렌지 살구 마멀레이드 덕분이다. 한국 매장에서는 마멀레이드를 비롯한 다양한 잼을 판매하고 있다.



뉴욕의 조리법으로 한국을 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베스 레빈이 말하는 여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욕망, 브런치
사라베스 키친이 30년 넘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비결은 훌륭한 재료에 있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은 원재료의 깊은 맛을 숨길 우려가 있는 강한 양념이나, 미각 대신 눈을 홀리는 화려한 데커레이션 같은 것들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라베스가 한국의 매장을 준비하면서 오랜 시간 고심하고 공을 들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뉴욕에서 사용하는 재료를 모조리 공수해오는 것은 그녀의 방식이 아니다. 해외 매장을 론칭하는 데 있어 그녀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재료로 사라베스 키친의 맛을 살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의 사라베스 키친에서 제공되는 에그 베네딕트에는 한국의 밭에서 난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건강한 닭이 낳은 유정란이 사용된다.

그렇게 완성된 에그 베네딕트를 한입 베어 물자 정말 제대로 고른 재료로 정갈하게 조리한 음식을 먹고 있다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토마토를 통째로 갈아 넣은 듯한 수프에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더해져 지금껏 맛보지 못한 독특한 풍미가 느껴졌다. 초콜릿 푸딩은 단맛을 전혀 좋아하지 않던 입맛마저도 스르르 녹여버릴 만큼 근사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녀는 주방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진열대에 올려진 머핀의 배열까지도 깐깐하게 체크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들의 브런치 문화에 담긴 의미를 되새김질해보았다. 어쩌면 뉴요커들의 브런치는 직접 기른 재료를 정성껏 다듬고 손질해 나눠 먹던 우리네 전통 식문화와도 많이 닮아 있는 것이겠구나 싶었다. 우리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화려한 요리보다 소박하고 따스한 ‘집 밥’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사라베스, 뉴욕의 브런치를 말하다

▼ 한국 1호점 오픈에 맞춰 방한했는데 소감을 말해달라.

머나먼 한국에까지 사라베스 키친의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한국 매장에서도 많은 분들이 음식으로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 뉴욕의 여성들이 사라베스 키친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라베스는 여성들에게만 인기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보는 것이 맞겠다. 우리가 뉴요커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 때문일 것이다. 뉴욕의 경우, 여러 지점들이 각각의 개성을 지켜나가면서도 사라베스 키친만의 공통된 이미지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는 고객들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 당신의 요리 철학도 궁금하다.

특별한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상의 맛과 경험이란 적정한 가격이면서 최고의 재료와 엄선된 조리 과정, 그리고 즐거운 마음과 정성이 조화를 이룰 때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요리와 함께 고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누리길 바란다.

▼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토마토 수프는 미국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먹는 전통 요리 중 하나인데, 사라베스 키친에서는 우리만의 고유한 레시피로 더욱 특별한 맛을 낸다. 뉴욕에서는 에그 베네딕트보다 더 인기 있는 메뉴다.

▼ 에그 베네딕트의 역사는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라베스 키친의 시그니처가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나?

에그 베네딕트의 시초는 1894년 뉴욕 월가의 주식 중개인 르뮤엘 베네딕트가 맨해튼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의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아침식사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는 왕관 모양의 잉글리시 머핀과 유정란으로 만드는 수란, 그리고 매시간마다 셰프가 직접 조리해내는 신선한 홀랜더스 소스로 조화롭고 훌륭한 맛을 완성해낸다.

▼ 지금은 고인이 되신 당신의 어머니도 오랫동안 사라베스 키친에서 함께했던 것으로 들었다.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

어머니는 강하고 현명한 분이셨다. 뉴욕에서 모피사업을 하셨고, 내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사라베스 키친의 총괄 매니저로 활약하셨다. 요리를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숫자를 좋아해 비즈니스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셨고, 특히 처음으로 매장을 개업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어머니의 응원과 용기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사라베스 키친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한국의 음식 문화를 접해본 적이 있나? 소감을 말해달라.

한국의 음식 문화는 한 냄비에 담긴 음식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패밀리 스타일’ 요리가 많은 듯하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유명한 고깃집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가족이나 친구들이 둘러앉아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소통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즐겁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다면?

팥빙수는 정말 환상적인 디저트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매일 저녁식사 후, 팥빙수 가게를 찾아다니며 종류별로 먹어봤을 정도다. 여러 종류의 팥빙수를 주문해 동료들과 다 같이 나눠 먹은 적도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의 음식 문화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에 좀 더 자주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한국에서의 2호점, 3호점 오픈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너무 바빠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그 점이 아쉽다. 다음에는 꼭 한국의 강산을 둘러보고 싶다.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라고 들어서 더 기대가 된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베스 레빈이 말하는 여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욕망, 브런치

뉴욕 메디슨 스퀘어에 자리 잡은 사라베스 키친(왼쪽)과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모던한 분위기의 한국 1호점(오른쪽).

사진 · 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사라베스코리아 제공

디자인 · 김수미

여성동아 2015년 10월 6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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