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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성학교 vs 남녀공학 성적·학습 여건·학부모 의견 꼼꼼 비교

남녀공학 아이들은 정말 공부를 못할까?

글·허운주 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입력 2013.05.07 11:05:00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남자학교, 여자학교인 ‘단성(單性)학교’가 남녀공학보다 국어·영어·수학 성적이 모두 높다는 것. 이 보고서는 김희삼 연구위원이 2005년 중학교 1학년(1992년생)이었던 학생(전국 1백50개 중학교) 6천9백8명이 고교에 들어가 수능 시험을 칠 때까지 6년간 성적을 추적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본 학부모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입시교육전문기관 (주)하늘교육과 함께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고교를 단성학교와 남녀공학으로 나눠 성적을 분석했다.
단성학교 vs 남녀공학 성적·학습 여건·학부모 의견 꼼꼼 비교


중학교 | 학업성취도 평가 남녀공학 싹쓸이
‘전교 1등부터 10등까지 절반 이상이 여자.’ 이런 ‘여풍(女風) 소문’ 때문에 아들을 둔 부모는 대부분 남녀공학 중학교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예상과 좀 달랐다. 남녀공학 학생들의 성적이 여중이나 남중 등 단성학교보다 우수했다.
2012년 국가수준 전국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가지고 서울 중학교 상위 30개교와, 전국 상위 30개교로 나누었다. 서울 지역 중학교는 모두 3백75개다. 30개교는 상위 10%에 가까운 수치. 학업성취도 시험은 우등생을 가리는 시험이 아니라 학업성취도가 낮은,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을 알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우수 학교를 가리는 지표 노릇을 하기에도 충분하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1백 점을 기준으로 90점 이상은 ‘우수’, 80점 이상은 ‘보통’, 60~ 70점은 ‘기초’, 60점 이하는 ‘미달’이다. 80점 이상자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예상대로 국제중과 강남·서초·양천 지역의 중학교가 뚜렷하게 우수했다. 특히 대원과 영훈 국제중은 8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98% 이상을 차지했다.
상위 30개 학교를 구별로 나누면 강남 10개교, 서초 6개교, 양천 4개교, 송파 3개교였다. 노원과 광진이 각 2개교였고, 강북·종로·용산이 각 1개교씩 포함됐다. 이들 중 단성학교는 진선여중, 세화여중, 단국대사범대부속중, 상명대사범대부속여중, 휘문중 5개교뿐이었다. 그나마 단성학교 중에서도 여중이 강세를 보였다. 서울 지역은 전통적으로 여중-여고 강세가 뚜렷하다. 전국 상위 30개교를 보면 남녀공학 집중 현상은 더 뚜렷하다. 하지만 여학교는 전혀 없었고, 남학교 5개가 순위에 포함돼 있다. 지방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남학교가 있다는 뜻이다. 엄마들의 남녀공학 기피 현상은 일단 중학교에서는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 그럴까.

초등학교와 큰 변화 없는 것이 남녀공학 중학교의 장점
“남녀공학 중학교가 성적이 좋다고요? 당연한 얘기예요.”
박민주 씨는 올해 딸을 남녀공학인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에 보냈다. 박씨는 처음부터 아이를 여학교에 보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일단 아이들은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교복도 입어야 하는데 여자들만 오글오글한 곳이 딸에게 오히려 낯설 것이라고 생각했죠. 아직까지는 남녀공학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박씨는 중학교 진학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입학할 학교의 학업 수준과 학교폭력의 심각 정도라고 설명했다.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공부야 그렇지만 학교폭력이 공학보다 여학교가 더 심하다고 해요. 그럴 것 같아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니까 남자아이들과 섞어놓으면 상대적으로 조심하는 부분이 있겠죠.”
아들을 남녀공학에 보내고 있는 김민성(서울 서초구) 씨의 반응도 비슷하다.
“남학생들이 남녀공학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이 줄었어요. 내신과 입시가 지필고사만 잘 치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평가도 잘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김씨는 수행평가는 무조건 여학생이 잘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준비를 꼼꼼히 하는 것은 남학생이 여학생을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 그럼에도 아들 둔 부모가 남녀공학 중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학생은 여학생의 꼼꼼함을, 여학생은 남학생의 순발력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수행평가를 잘하려면 중학교 때 훈련이 돼야 하는데 엄마들이 그걸 생각해 중학교 때는 공학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과거 남학생 엄마들이 성적 때문에 남녀공학을 기피했는데 그렇다면 현재 학교 성적 분포는 어떨까.
“여전히 여학생이 잘해요. 전교 10등 안에 드는 남학생은 2, 3명에 불과해요. 그건 어느 공학이나 비슷할 거예요.”
김씨는 초등학교와 달리 꼼꼼히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이 늘면서 수학, 과학만 잘하는 남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 부모의 기대치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수능은 국·수·사·과를 집중적으로 보기 때문에 길게 보면 남녀공학의 장점이 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고등학교 | 수능, 단성학교 성적 확실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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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의 수능 표준점수는 여고와 남고 같은 단성학교가 남녀공학보다 4~7점가량 높았다. 언어 영역 평균 표준점수는 여고 여학생(103.4점), 남고 남학생(100.7점), 공학 여학생(99.4점), 공학 남학생(95.0점) 순이었다. 외국어 영역도 언어와 같은 추세로 여고 여학생 성적이 가장 높고 공학 남학생이 가장 낮았다. 수리 영역의 경우 남고 남학생(101.7점), 여고 여학생(99.8점), 공학 남학생(96.8점), 공학 여학생(95.9점) 순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여성동아가 분석한 2012학년도 수능 결과와도 일치했다. 언어·수리·외국어를 모두 1등급을 받은 서울 상위 10개교에서 남녀공학은 강남구 중앙대사대부고와 광진구 광남고 2곳이었다. 남학교는 1위 휘문고를 비롯해 5곳, 여학교는 4곳이었다. (표1 참고)
2등급 상위 10개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녀공학은 강남구 중앙대사대부고와 서초구 반포고 단 2곳만 포함됐다. 남학교, 여학교는 나란히 4곳으로 조사됐다. (표2 참고)
단성고는 ‘남고 강세’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울만 여고 강세가 여전했다. 특히 강남 빅3(숙명·은광·경기)의 대결은 1, 2등급 분포에서 순위가 확 달라졌다. 1등급에서는 숙명이 3.8%(24명)로 3위를 차지하고, 경기여고와 은광여고는 2.1%(13명)로 공동 8위를 나타냈다. 간단하게 말하면 숙명여고의 경우 전교 24등 안에 들면 언어·수리·외국어 과목이 수능에서 1등급을 찍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2등급을 포함할 때는 순위가 달라졌다. 은광여고가 25.8%로 1위를 차지했다. 숙명여고 22.1%로 3위, 경기여고가 19.8%로 6위를 차지했다.

단성학교 vs 남녀공학 성적·학습 여건·학부모 의견 꼼꼼 비교


“1, 2등급 상위 10개 학교에 진학하는 순간 서울 주요 대학 입시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의 분석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위권 고교 중 단성학교에 진학하면 좋다는 말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수능 등급은 보통 2등급으로 본다. 중학교까지는 분명 남녀공학 쏠림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김희삼 연구위원은 이 같은 성적 변화의 원인으로 여가 활동을 지적했다. 남녀공학 학생들은 단성학교 학생들에 비해 휴대전화 통화·문자, 컴퓨터 채팅·메신저, 개인 홈페이지·블로그 관리 등에 소비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
김 연구위원은 “남녀공학의 경우 이성교제의 기회나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때문에 여가 활동도 이런 방향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녀공학 학생들은 모든 과목의 자습 시간이 단성학교보다 짧았다. 이와 함께 중학교 성적이 높았던 학생이 처음부터 남녀공학을 꺼리는 현상도 성적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녀공학 고등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이성교제
“공학은 절대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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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을 모두 SKY 대학에 입학시킨 문자영 씨(서울 영등포구)는 단호하게 말한다. 문씨는 두 아들의 성적만큼이나 이성교제 관리도 꼼꼼하게 했다고 한다. 문씨의 두 아들은 중·고교를 모두 남학교를 다녔다. 문씨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의 고교 시절 경험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과외 선생님을 좋아했다가 대학 입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남학생들이 공부와 여자 친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요. 저희 아이들은 가능하면 학원도 여학생이 적은 곳으로 골라서 보냈어요.”
최상위권 남학생과 여학생이 교제를 해도 성적이 떨어질까. 문씨의 생각은 확고했다.
“당연히 둘 다 떨어지지요. 남들 공부할 때 둘이 영화 보고, 밥도 먹고 할 것 아니에요? 그러다 보면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거고요.”
교사들도 문씨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최근 학교에는 ‘학교폭력 왕따 신고함’ 외에 다른 신고함이 생겼다. 제목은 ‘이성교제 신고함’. 이성교제를 하는 친구를 신고할 수 있는 제도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이성교제 신고함에 신고되면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징계를 받는다. 징계 수위는 교내 봉사 활동부터 전학·퇴학 등 다양하다.
“딸이 여중을 다녔는데 그때는 아무리 깨워도 아침 7시가 넘어서야 일어났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아침 6시에 일어나요. 왜 그랬을까요?”
이정숙 씨의 딸은 남녀공학 고교로 진학했다. 6시에 일어나는 이유는 머리를 감기 위해서라고. 두발 자율화 덕분에 등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1시간 동안 말리고 다듬느라 아침을 굶고 가기도 한다.
“학기 중에는 그러려니 하는데, 시험 기간에도 아침에 1시간씩 머리를 말리고 있으면 속이 상하죠. 옛날처럼 머리도 짧게 자르고 여학생은 여고에만 보내면 좋겠어요.”
이씨는 이런 자신의 반응이 시대착오적인 것을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생이 걸린 수능을 앞두고 외모 가꾸기나 이성교제에 빠지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숨지었다. 학교 사정도 비슷했다.

단성학교 vs 남녀공학 성적·학습 여건·학부모 의견 꼼꼼 비교


‘남녀 학생이 같은 교실을 이용할 경우 남녀가 다른 분단에 앉는다.’
‘남녀 학생이 학교 내외에서 짝을 지어 다니는 것을 금한다.’
조선시대가 아닌데도 남녀공학에는 이런 교칙을 가진 학교들이 있다. 어떤 학교는 교내에서 남녀 학생이 손만 잡고 있어도 징계 대상으로 삼는다. 이성 간 신체 접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남녀공학의 교장은 “이성교제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이런 일들이 면학 분위기를 해치기 때문에 징계한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대구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녀공학 21.2%, 남학교 18.6%, 여학교 13.2%의 학생이 이성 친구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성교제로만 본다면 남녀공학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단성학교보다 무서운 강남
그러나 서울의 강남 vs 비강남의 성적 비교는 단성학교 vs 남녀공학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수능 3개 영역 1등급 기준 상위 10개교 중 양천구와 광진구 각 1개교를 제외하면 전체 11개교 중 9개 학교가 강남권이다. 2등급을 포함하면 아예 강남권이 모두 싹쓸이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강남 집중 현상은 훨씬 심각했다.
하위권 성적은 어떨까. 서울 일반고 2백14곳의 2012학년도 수능 성적을 분석하면 재학생 3분의 1 이상이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에서 평균 7∼9등급을 받았다. 7∼9등급은 전국 백분율 석차로 최하위 23% 이내이며 4년제 대학 진학이 어려운 수준이다. 7∼9등급이 재학생의 40% 이상인 일반고는 15.9%(34곳)였고, 중랑구나 중구 일부 학교처럼 절반이 넘는 학교도 나타났다. 하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중에는 송파 2곳, 강남 1곳만 포함됐다. 서초구는 아예 1곳도 없었다. 하늘교육 손기현 실장은 “이번 조사는 결국 어릴 때부터 강도 높게 공부한 강남권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1998년부터 신설되는 중고교를 남녀공학으로 개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 학교도 가능한 한 남녀공학으로 바꾸었다. 현재 전국 중학교의 70% 이상, 고등학교의 50% 이상이 남녀공학이다. 중·고교 변화의 큰 흐름은 남녀공학으로 가고 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성적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다양성이나 남녀평등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남녀공학의 장점도 많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를 선택할 때 성적만 고려한다면 답은 매우 확실하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아이가 갖춰야 할 도덕적 가치나 패기, 균형 잡힌 시각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면 선택은 다양해질 수 있다.

여성동아 2013년 5월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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