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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에서 푸근한 말솜씨로 인기 끄는 탤런트서승현

”출연 부부들의 희로애락 통해또 다른 인생을 배워요”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5.09.12 18:05:00

매주 화요일 아침 방영되는 KBS ‘아침마당’ ‘부부탐구’ 코너에서 이 시대 문제 있는 부부들의 카운슬러 역을 맡고 있는 중견 탤런트 서승현. 60평생 살아온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출연자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는 출연 부부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또 다른 인생을 배운다고 말한다.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푸근한 모습을 지닌 그에게 부부사랑 유지하는 법 & 사돈지간인 탤런트 최불암·김민자 부부와의 오랜 인연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침마당’에서 푸근한 말솜씨로 인기 끄는  탤런트서승현

“출연부부들에게 좋은 얘기를 해준다는 것이 그만 주책 맞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내가 이래요. 조그만 것에도 눈물이 나고 얘기하던 중에도 세상 뜬 남편이 생각나면 감정이 더욱 격해지거든요.”
KBS ‘아침마당’ 생방송을 마치고 방송국 로비에서 만난 중견 탤런트 서승현(62). 그는 방금 전 방송 중 눈물을 보인 것이 영 마음에 걸리는 듯 눈을 찡긋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예순 나이에도 여전히 중견배우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종영한 KBS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에서 김영애, 이보희와 함께 여고생 연기를 선보여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넉 달 전, ‘아침마당’ ‘부부탐구’의 터줏대감이던 엄앵란으로부터 패널 자리를 넘겨받았는데 방송이 있는 날이면 새벽 5시에 일어나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도 직접 챙기며 다시금 생활의 활기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며 울화가 치밀 때도 있는데 아직까지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부부간의 문제는 부부만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무리 방송에 나와 솔직하게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제 3자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매번 조심스러워요. 혹시라도 제 감정에 너무 치우쳐 출연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하고요. 함께 출연하는 김병후 박사님은 전문가다 보니 직설적으로 ‘두 분은 악연입니다’ 하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심하게 질책도 하시지만 저는 아직 그 단계까지 오르지 못했어요(웃음).”
그는 매일 아침 전국의 주부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모을 정도로 흡인력 있는 ‘아침마당’에 출연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 여든셋인 그의 친정 어머니는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청하고 계신데 그가 어느 드라마에 출연할 때보다 ‘아침마당’에 출연하는 걸 무척 흐뭇해하신다고 한다. 그 역시 연기하는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진솔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요즘 그는 방송을 통해 각양각색의 부부들을 접하면서 부부간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고 한다. 성격차이, 경제적 어려움, 고부갈등 등 대부분의 부부들에게 산재해 있는 이 같은 문제들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지난 97년 KBS PD였던 남편 황은진씨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으면서 부부간 사랑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남녀의 사랑으로 맺어진 게 부부인만큼 사랑 없이는 부부관계가 지속될 수 없어요. 아무리 힘든 일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서로가 사랑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참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 부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쉽게 서로를 포기해버린다는 거예요. 제 경우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1년 반 넘게 병원 신세를 졌는데 그 당시 아픈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홀로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크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저 사람과 얼굴 부비고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지금 잠깐의 고통도 참지 못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참고 견뎠어요. 주변에 보면 정년퇴임하고 집에 있는 남편을 구박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는데 저는 ‘남편한테 잘 해줘’ 하고 친구에게 큰소리를 치기도 해요. 나이 들어 이야기를 주고받을 상대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아침마당’에서 푸근한 말솜씨로 인기 끄는  탤런트서승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 병 수발 들 때 힘들었지만 서로 얼굴 부비고 살아온 세월 생각하며 견뎌냈어요”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그는 “남편이 떠난 지 8년이 됐지만 오히려 해가 갈수록 그리움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아생전 그에게 더없이 다정한 남편이었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고. 유난히 키가 컸던 남편은 점퍼 차림에 편안한 바지를 즐겨 입었는데 가끔 외출을 할 때면 남편의 옷차림 때문에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기 원하는 아내와 달리 남편은 평소 모습을 고집했기 때문. 하지만 소소한 다툼 외에 부부싸움이란 걸 모르고 지냈다는 그는 남편과 함께 방송일을 해오면서 언제나 말이 잘 통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말한다. 평생 그의 연기활동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은 그가 대본연습을 하러 방에 혼자 틀어박혀 있을 때는 아무리 딸아이가 엄마를 찾아도 “쉿! 엄마 내일 녹화잖아” 하고는 그가 연습하는 데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해줬다고 한다.

‘아침마당’에서 푸근한 말솜씨로 인기 끄는  탤런트서승현

혹시라도 병이 나 자식에게 짐이 되길 원치 않는다는 그는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부부가 서로의 일을 이해하는 게 무척 중요해요. 오늘 방송에 출연한 부부를 봐도 그래요. 석사학위를 내던지고 피에로 분장을 한 채 웃음치료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과 집 전세금을 빼 남편이 웃음치료센터 차리는 데 도움을 준 아내의 이야기였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넉넉지 않은 살림에 아이 둘 키우면서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아내가 남편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함께 봉사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정말 부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처럼 행복한 부부들의 모습을 통해 저 역시 또 다른 인생을 배우는 것 같아요.”
지난 2002년 10월 그의 외동딸 유선씨(32)와 최불암(65)·김민자(63) 부부의 외아들 동녘씨(34)가 결혼식을 올리면서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료 탤런트 부부와 사돈지간이 됐다. 당시 부모들의 유명세 때문에 자식들의 혼사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던 그는 지금도 공식석상에서 자식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고 한다. 이는 최불암·김민자 부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유선씨와 동녘씨의 만남은 97년 미국 뉴욕대학 랭귀지스쿨에서 시작됐는데 본격적으로 가까워지기 전까지 두 사람은 서로의 부모에 대해 몰랐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 부모들의 친분으로 인해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서로 기억하지 못했던 것.
“정식으로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사부인이 ‘승현아, 너랑 내가 이런 관계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 하더라고요. 저 역시 오랫동안 서로 반말하며 친하게 지내온 동료 배우와 사돈지간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죠. 우리 아이들이 정말 인연이긴 인연인가보다 싶었어요.”
그는 한때 아버지가 투병 중인데도 유학을 선택한 딸이 괘씸하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천생배필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마냥 흐뭇하다고 한다. 매년 어버이날이면 딸이 양가 부모를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데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다 부리며 혼자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 없다고.
“모양은 아주 그럴듯해도 맛은 별로인 때가 많아요. 그런데도 사돈어른들은 뭐든 맛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하세요. 친정 엄마로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시집 어른들에게 예쁨 받는 걸 보면 다행스럽고 감사해요. 딸아이 역시 시부모님을 잘 따르는 편이에요. 매일 전화로 잔소리하는 저보다 오히려 시어머니와 말이 잘 통한다고 할 정도죠. 딸아이 표현대로 하자면 사부인은 ‘쿨’한 시어머니래요(웃음).”
명절 때면 혼자 지내는 그를 배려해 명절 당일 아들과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는 최불암·김민자 부부는 자녀들의 신혼집도 친정과 시집 중간에 있는 곳으로 정해주었다고 한다. 지난해 추석 때는 안사돈이 직접 만든 떡갈비와 생선 등을 딸의 손에 들려서 그에게 보내주었다고. 결혼하고 처음 맞은 설날에도 아침 차례만 지내고 딸 내외를 바로 친정으로 보내는 바람에 그는 결국 구정 대신 신정을 쇠기로 했다고 한다. 사돈의 배려가 고맙지만 시집간 딸이 친정보다는 시집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는 친정 엄마의 입장에서 명절날 딸 내외가 찾아오는 것이 그리 마음 편치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딸 내외와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는데 사위가 좋아하는 청국장이나 만두국을 자주 끓여준다고 한다.

“요즘 가장 큰 소원은 하루빨리 ‘할머니’ 소리 듣는 거예요”
“딸아이가 결혼하고 변한 것 중 한 가지는 전화로 ‘엄마 밥 먹었어?’ 하고 물어본 뒤 ‘뭐해서 먹었어?’ 하고 물어봐주는 거예요.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저에게는 무척 특별하게 들리거든요. 친정 엄마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섞인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져요(웃음).”
혼자 지내면서부터는 건강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는 그는 ‘딸과 사위를 위해서라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한다. 혹시라도 병이 나 자식에게 짐이 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집에 있는 러닝머신 위에서 빠른 속도로 한 시간 정도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20년 전과 비교해 몸무게 차이가 거의 없고 건강에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건강유지 비결로 꾸준한 걷기와 뭐든 골고루 잘 먹는 식성을 꼽았는데 평상시 음식에서 많은 영양소를 얻으려 노력한다고.
요즘 들어 그의 가장 큰 소원은 하루빨리 ‘할머니’ 소리를 듣는 것. 하지만 그는 얼마 전 딸이 일부러 임신을 미뤄왔다는 사실을 알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를 늦게 갖는 것도 그렇지만 소중한 생명을 자신들의 마음대로 조정한다는 것이 못마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딸 내외의 계획도 모르고 매일같이 딸이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그는 “올 가을부터 정말 열심히 기도해 달라”는 딸의 말이 얄밉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딸에게 ‘열심히 노력하기’로 약속을 받아낸 그는 벌써부터 아이의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들뜨고 흐뭇하다고 말한다.
그는 체력이 받쳐주는 한 꾸준히 연기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며 ‘달려라 울엄마’에 버금가는 재미있는 시트콤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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