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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우리집 TV 끄기 프로젝트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 저자 고재학씨 가족이 들려주는 ‘꼭 알아두어야 할 TV 끄기 실천방법’

“함께 규칙 정하고 선언문 만들며 준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해요”

■ 기획·이한경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03.10 16:02:00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TV문제로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 TV를 보지 말아야 하는데…, 하지만 TV시청 습관을 쉽사리 고칠 수 없다. 최근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는 책을 펴낸 고재학씨에게 아이의 미래와 가정의 행복을 위한 선택 ‘TV 끄기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들어보았다.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 저자 고재학씨 가족이 들려주는 ‘꼭 알아두어야 할 TV 끄기 실천방법’

“요즘 사람들은 하루라도 TV를 보지 않으면 못 참아요. 별다른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TV를 받아들이면서, 기껏해야 좋은 프로그램을 고르는 안목만 기르면 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좀처럼 ‘TV가 아이의 인생을 망치고 가정을 파괴한다’는 인식을 못하고 있어요.”
한국일보 경제과학부 기자인 고재학씨(42)는 최근 TV에 중독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를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TV의 병폐를 지적하고 TV를 껐을 때 가정에서 일어난 놀라운 변화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한편, TV 끄기의 구체적 실천방법까지 꼼꼼하게 제시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과소비했던 TV를 끄는 순간 가족의 행복이 환하게 켜졌다”는 고재학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목동 그의 집을 찾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한쪽을 가득 채운 책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거실 중앙에는 책상 두 개와 의자 네 개가 놓여 있고, 거실 한쪽에는 컴퓨터가 있다. TV가 없는 그의 집 거실 풍경은 마치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한 달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데, 그 이유가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들 한대요. 그런데 TV를 끄기만 하면 책 읽을 시간은 넘쳐나죠(웃음).”
그도 예전엔 일 년에 책을 서너 권도 안 읽었다고 한다. 그런데 TV를 안 보는 요즘은 일주일에 평균 두세 권씩 읽게 됐다고. 그의 딸 연정이(중1)와 아들 원석이(초5) 또한 TV를 안 보니까 심심하다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펼쳐 저녁이면 그의 거실은 가족 독서실로 변한다고 한다.
그는 TV를 안 보고 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아이들의 어휘력이 좋아졌고, 성적도 좋아졌다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TV를 많이 보거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책을 멀리 하기 때문에 어휘력이 평균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또한 최근 문화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TV 시청이 초중고생 학습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고 한다.
그는 어휘력 저하와 학습 부진 이외에도 TV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셀 수 없이 많다고 말한다.
“지나친 TV 시청은 소아 비만과 지능발달 저해는 물론 정서 불안, 대인관계 장애 등을 초래하기도 해요. 특히 TV나 비디오를 많이 시청한 어린이는 세상을 남의 입장보다 자신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도덕성 발달도 지연된다는 게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에요. 따라서 대인관계가 원만한 아이로 키우려면 자녀를 TV에서 떼어 놓아야 하죠.”
자신의 중독 패턴 그대로 답습하는 아이들 보고 불안감 느껴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TV를 너무 많이 본다”며 걱정한다. 그런데 과연 아이들에게 “TV 좀 그만 보라”고 자신 있게 야단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집에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리모컨을 들고 TV부터 켜는 아빠, 드라마에 흠뻑 빠져 사는 엄마. 이처럼 스스로를 돌아보면 부모들 역시 TV 중독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아이에게 TV 보지 말라고 다그쳐서만 될 일이 아니에요. 부모가 먼저 TV를 꺼야 합니다. 최소한 뉴스는 봐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부모들도 있는데, TV가 아니어도 신문이나 책을 통해 얼마든지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요.”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 저자 고재학씨 가족이 들려주는 ‘꼭 알아두어야 할 TV 끄기 실천방법’

그 역시 3년 전만 해도 ‘TV중독증 환자’였다고 고백한다. 옆으로 누워 손바닥으로 얼굴을 괸 채 TV를 너무 오래 보다 손목에 이상이 생겨 한의원을 찾을 정도였다고. 집에 들어오면 리모컨부터 잡는 그에게 아내 서경희씨(39)는 “TV가 그렇게 좋으면 TV랑 살지, 왜 나랑 결혼했냐”며 바가지도 많이 긁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아내의 바가지도 ‘여덟 살 때부터 TV를 옆에 끼고 살아온’ 그의 습관을 바꾸지 못했다.
그런 그가 TV와 과감한 결별을 시도한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연정이와 원석이가 언젠가부터 저의 TV 중독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제 중독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이들 때문에 불안해지더군요. 자칫 방치했다가는 아이들의 장래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2003년, 거실에 있던 TV를 안방으로 옮기고 시청시간도 하루 1시간으로 제한했어요.”
그런데 그가 뉴스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를 켜면 안방을 들락거리던 아이들도 덩달아 TV 앞에 슬며시 붙어 있더라는 것. 그러면 그는 아이들을 내쫓기 위해 잔소리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왜 아빠만 TV를 보냐”고 투덜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부모가 TV를 보는 한 아무리 TV를 안방으로 옮기고 아이들의 시청시간을 제한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나도 보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잖아요(웃음).”
TV를 보지 않게 된 이후 그의 가족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온 가족이 함께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가 달리기도 하고,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면서 가족 모두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것. 또한 그의 본가나 처가에도 예전보다 자주 들르게 되고, 친구나 이웃과의 교류도 활발해졌다고 한다.
TV를 끄고 누구보다 좋아한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퇴근하고 와서는 씻는 둥 마는 둥하고 TV만 보던 남편이 이젠 아이들 숙제도 봐주고,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나눠요. 그리고 늦게까지 TV를 보다 늦잠을 자서 다음 날 아침도 못 먹고 나가던 사람이 지금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제 손을 잡고 구민회관으로 요가를 배우러 다닌다니까요.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죠. 또 원석이가 예전에는 무척 산만해서 제가 학교에도 몇 번 불려갈 정도였는데 TV를 안 보면서 집중력이 꽤 생겼어요.”
TV를 끄니까 여유와 행복이 찾아왔다는 게 비단 그의 집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는 지난 해 6월 한 달 동안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령기 자녀를 둔 30가구를 대상으로 ‘TV 안 보기 운동’을 실시했다. 그 결과,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성공 여부를 떠나 한결같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책을 많이 읽게 되는 등 TV를 안 봄으로써 많은 것을 얻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TV를 ‘보는 마약’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몸에 밴 TV 시청 습관을 버리기 몹시 힘들기 때문. 그는 ‘TV 끄기’에 앞서 ‘가족 간의 공감대 형성하기’, 서로를 규제할 수 있는 ‘명시적인 선언문 만들기’ 등과 같은 준비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금연과 금주는 오로지 자기 자신과 싸우면 되지만, TV 끄기는 가족 모두가 일치단결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따라서 TV 안 보기의 필요성에 대한 가족 간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죠. 가족회의를 통해 시청 시간과 프로그램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이에 대해 서로를 강제할 수 있는 선언문을 만들어 집안에 붙여 놓아야 해요.”
그는 선언문을 붙이고 안 붙이고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지만 가족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효과는 크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가족도 TV 사용에 관한 다음과 같은 규칙을 TV 옆에 붙여 놓았다고 한다.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 저자 고재학씨 가족이 들려주는 ‘꼭 알아두어야 할 TV 끄기 실천방법’

지난해 여름부터 TV를 아예 보지 않기로 결정한 고재학씨 가족은 아이들과 자주 서점을 방문한다.


‘1. 연정, 원석이는 하루 1시간 이내에서 만화영화를 볼 수 있다. 2. 엄마, 아빠는 하루 1시간씩 뉴스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 3. 규칙을 어긴 사람은 나머지 가족에게 1천원씩(총 3천원) 벌금을 낸다.’
그의 가족에게 이 선언문은 의미가 없게 됐다. 아이들이 주말에만 1시간씩 영어 만화 보는 것을 제외하고, 지난해 여름부터 TV를 아예 안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규제할 수 있는 가족 선언문을 만든 후에는 본격적으로 TV 안 보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TV를 안방이나 골방으로 옮기기, 리모컨 없애기, 가족들이 TV가 없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거실을 도서관이나 놀이공간으로 꾸미기, 자녀의 컴퓨터 이용을 함께 통제하기 등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컴퓨터와 TV의 폐해가 거의 동격이라며 컴퓨터를 개방된 장소로 옮겨 자녀들의 컴퓨터 이용을 통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TV와 마찬가지로 컴퓨터에 관한 가족 규칙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TV 끄기 성공하려면 대체 프로그램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무엇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TV 끄기를 시작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는 점. 즉 TV 보기를 대체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TV 안 보기 운동에 참여했던 한 주부가 ‘외식이나 공연 관람 등의 여가를 즐기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고, 또 매일같이 운동장에 나가 축구만 하자니 아이들이 잘 협조해 주지 않았다’면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죠.”
그는 우리나라도 경제적 부담 없이 언제든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TV 끄기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학교나 도서관, 혹은 종교단체 같은 다양한 지역단체와 연대해 TV 시청을 대체할 수 있는 집단적인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가족 단위에서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는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손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몇 가지를 제안했다. 아이들과 서점 가기, 바둑·장기·체스 등 취미생활 함께하기, 지역 단체에서 개최하는 전시회나 연주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기, 동네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정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 하기 등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제시한 방법들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TV 안 보기 프로젝트에 거의 성공한 셈이죠. 그렇다고 쉽게 방심하면 안 돼요. 잠시만 긴장을 늦춰도 그간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니까요.”
TV를 보지 않음으로써 얻은 가족의 기쁨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책을 쓰게 됐다는 고재학씨. “삶의 태도를 갑자기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삶의 방식을 바꿔 가정에 행복이 찾아온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그의 믿음이 좀 더 많은 가정에 전달되길 바란다.
‘TV안보기 시민모임’ cafe.daum.net/notvweek


여성동아 2005년 3월 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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