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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에서 어수룩한 ‘안어벙’으로 사랑받는 개그맨 안상태

■ 글ㆍ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ㆍ조영철 기자

입력 2005.03.03 11:35:00

KBS ‘개그콘서트’에서 2대8 가르마에 촌스러운 양복을 입고 나와 ‘마데 전자’‘빠져~ 봅시다’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신인 개그맨 안상태. ‘갈갈이’ 박준형과 ‘옥동자’ 정종철의 뒤를 이어 ‘개그콘서트’의 간판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안어벙’ 안상태를 만났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어수룩한 ‘안어벙’으로 사랑받는 개그맨 안상태

매주 일요일 저녁 방송되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촌스러운 양복과 2대8로 가른 머리, 어수룩한 말투의 ‘안어벙’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신인 개그맨 안상태(27). 지난해 3월 선발된 KBS 공채 19기인 그는 데뷔한 지 채 1년도 안돼 지난 연말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현재 ‘개그콘서트’ 최고의 인기 코너인 ‘깜빡 홈쇼핑’은 ‘바보가 홈쇼핑에서 물건을 판다’는 설정을 제안한 ‘김깜빡’ 김진철의 아이디어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안상태의 의견을 더해 ‘안어벙’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것. 이들은 CD 플레이어나 스탠드 같은 물건을 들고 나와 물건에 새겨진 ‘Made in Indonesia’를 보고 “마데 전자 제품으로 인도에서 네시에 만들었다”는 식으로 우기며 물건을 파는 홈쇼핑 쇼호스트를 연기한다. 안어벙의 촌스러운 헤어스타일과 의상, 세상을 다 안다는 듯한 느린 말투는 모두 안상태의 기억에서 나온 산물이다. 바로 그의 친할아버지가 모델이기 때문.
“어릴 때 부모님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를 키워 주셨어요. 사실은 잘 모르시면서 무조건 아는 척 하시던 할아버지 모습을 본떠 안어벙을 만들었죠. ‘이게 뭐니, 이게~’ 같은 유행어는 할아버지가 저를 혼내실 때 많이 쓰시던 말이고요. 사람들과 시선을 잘 맞추지 않지만 들을 건 다 듣고 온갖 참견을 다하는 안어벙은 다른 바보들하고는 다르죠. 리얼리티가 있다고나 할까요?”
그는 충남 아산 출신. 그래서인지 ‘안어벙’ 특유의 느린 말투가 평소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두 누나 아래에서 막내 아들로 자라 어렸을 땐 누나들을 ‘언니’로 부르기도 했다는 그는 원래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심남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단국대 전자공학과 재학 시절 과대표였던 친구가 “MT에서 오락시간을 진행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 일은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어수룩한 ‘안어벙’으로 사랑받는 개그맨 안상태

“평소 둘이서 이야기할 때 제가 말도 잘하고 재미있었대요. 그 말을 듣고 일단 해보겠다고 했는데 막상 사람들 앞에 서서 떠들려니 죽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어요. ‘야, 너 너무 이상했다’가 아니라 ‘수고했다, 잘하던데’라고들 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소질이 있구나, 연예인해 보면 어떨까, 얼굴이 안 되니까 탤런트는 못하겠고 개그맨을 하자, 이렇게 결심했죠(웃음).”
그는 방송에 데뷔하기 전 4년간의 무명 시절을 보냈다. 현재 ‘개그콘서트’에 함께 출연 중인 김대범, 황현희 등의 동료들과 ‘오장육부’라는 팀을 결성해 처음 3년은 길거리에서, 나머지 1년 동안은 소극장에서 공연을 계속했는데, 그 기간 동안 생계를 위해 일당 7만원을 받고 신장개업한 가게 앞에서 코믹한 내레이터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고.
방송 데뷔 전 4년 동안 무명의 설움 겪어
“재작년에는 하루에 여덟 번씩 무대에 섰는데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이걸 계속해야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도 참 대단하신 거 같아요. 4년 동안 한 번도 그만두라는 말씀을 안 하셨거든요. 그냥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면 열심히 해라’ 하고 격려해 주셨죠. 지난 연말 상 받을 때도 부모님 생각이 가장 먼저 생각나면서 ‘그 4년 덕분에 내가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KBS ‘개그콘서트’에서 어수룩한 ‘안어벙’으로 사랑받는 개그맨 안상태

안상태는 요즘도 매일 저녁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얼마 전 한 TV 토크쇼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 아버지는 고등학교 시절 그가 가장 두려워한 분이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남자는 공대’라고 못박으신 아버지 때문에 전자공학과를 선택한 것.
“고등학교 때 말썽을 부리기는커녕 얌전한 축에 속했는데도 무슨 일만 하려고 하면 엄포를 놓으셔서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죠.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아버지께서 ‘너 귀 안 뚫니?’ 하고 먼저 물어 오셔서 많이 놀랐어요. 그때서야 ‘아버지도 나름대로 날 옳은 방향으로 가게 하려고 그러신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아버지랑 사이가 좋아요.(웃음)”
그는 그림 그리기와 독서, 랩, 운동 등 다양한 취미를 가졌다. 특히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운동 중독증’일 정도로 운동을 즐긴다고 한다. 중학교 때 별명이 ‘터미네이터’였던 덩치 큰 친구가 못된 아이들을 때려 눕히는 것을 보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멈출 수 없었다고.
올해 그는 ‘안어벙’의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최근 촬영을 마친 한 가족 영화에 단역으로 우정 출연한 그는 기회가 닿으면 시트콤에도 출연해 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또 힙합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 2월에는 한 힙합그룹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해 멋진 랩 솜씨를 보여 주었다. 지난 설 연휴대선배인 배삼룡씨의 쇼에도 출연했던 그의 최종 목표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 것.
수년 전 유재석이 메뚜기 탈을 쓰고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부터 팬이었다는 그는 유재석의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말솜씨와 마음씨’를 본받고 싶다고 한다.
“제가 개그를 하면 사람들이 즐거워하잖아요. 관객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웃는 그때만큼은 주변 사람들이 다 착해 보이고 세상도 다 좋아 보이죠. 저는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웃음으로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어요.”

여성동아 2005년 3월 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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