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뮤지컬 ‘이블데드’로 돌아온 조권

윤혜진 객원기자

2024. 06. 17

데뷔 16년 차 조권은 그룹 2AM 멤버로, 뮤지컬 배우로 쉼 없이 활동했다. 아무리 극강의 E(외향형) 캐릭터라지만 매일 재미있을까. 6월 뮤지컬 ‘이블데드’를 선보이는 조권에게 요즘 고민이 무엇인지 물었다. 

차에서 내리는 조권의 눈에 졸음기가 가득했다. 올 상반기 신곡 ‘사랑은 먼 길을 돌아온 메아리 같아서’로 2AM 완전체 활동을 달렸고 연이어 4월부터 뮤지컬 ‘이블데드’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마치고 바로 연습에 합류해야 한다”며 “저, 밥 먹을 시간 있나요?”라고 공연 관계자에게 물었다.



요즘 조권은 정말 ‘밥심’으로 살고 있다. 6월 20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이블데드’는 배우들이 객석에 내려와 관객들에게 피를 뿌리는 파격적인 이벤트와 화려한 군무로 유명한 작품이다.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B급 공포영화 시리즈를 무대로 옮겨 지난 2017년 초연했고, 제작사 랑의 새 프로덕션으로 7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2017년 ‘이블데드’에서 유난히 여자를 밝히는 스캇 역할을 했던 조권은 이번에도 같은 배역을 맡았다. 조권의 딱 10번째 출연작이다.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조권은 특히 ‘프리실라’ ‘제이미’ ‘렌트’ 등에서 드래그 퀸(여장 남자) 캐릭터를 통해 넘치는 끼를 발산해왔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6월 20일부터 9월 1일까지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한다. 2017년 공연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6월 20일부터 9월 1일까지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한다. 2017년 공연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공연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준비는 잘돼가고 있나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밤낮없이 연습하고 있어요. 제가 원래 뮤지컬을 할 때는 최대한 다른 스케줄을 잡지 않으려 해요. 예전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살았는데, 이제는 뮤지컬과 가수 활동으로 카테고리를 나눠놔야 둘 다 잘할 수 있겠더라고요. 특히 ‘이블데드’ 팀은 초반부터 강행군이라 할 정도로 연습량이 많아요. 또 제가 이사를 해서 이것저것 챙기느라 정말 바쁘고 피곤한 요즘입니다. 몸이 하나라서 아쉬워요.

‘이블데드’의 스캇 역이 두 번째인데, 2017년과 2024년의 스캇은 다른가요.
많이 달라요. 일단 제 체력이 달라요(웃음). 그때는 20대였고 지금은 30대 중반이에요. 많은 분이 저를 동안으로 봐주시지만 체력은 속이지 못합니다(웃음). 첫 안무 연습 다음 날 저를 포함한 모든 배우가 파스를 붙이기 시작했고 도수 치료, 한의원에 다니고 있어요. 사실 그래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어요. 지난 공연 커튼콜 영상을 보면 제가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처럼 몸을 뒤집고 정수리가 바닥에 닿은 채 기어 나와요.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못 할 것 같은데 또 모르죠. 제가 무대 체질이라 관객이 주는 에너지로 ‘필’ 받으면 어떤 액션이 나올지 저도 저 자신을 알 수 없어요.



특히 좀비들이 파티를 하는 ‘네크로노미콘’ 곡이 강렬하죠.
맞아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7년 전에 ‘네크로노미콘’ 연습하다가 구토를 했었어요. 그 곡을 할 때 어떤 느낌이냐면 크로스핏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은 더 난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번 시즌 안무 감독님이 박자 쪼개기로 유명한 분인데, 그 감독님이 하기로 했단 소식 듣고 ‘죽었다’ 싶었죠. 역시나 예상이 적중했고, 더 멋있어졌어요. 감히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지만,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나 그래미 어워드 같은 시상식에서 선보여도 손색없을 만한 엄청난 안무가 나왔어요.

7년 전에는 핫팬츠를 입었는데 이번 의상은요.
지난번에는 배꼽티에 핫팬츠, 꼬리도 달았는데 이번에는 영화 ‘매트릭스’ 같은 느낌을 내보고 싶어요. 이제 곧 의상 피팅도 할 텐데, 대표님께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생각이에요.

‘매트릭스’ 같은 느낌이면 타이트한 스타일일 텐데 식단 조절을 해야겠어요.
저는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마르지 않기 위해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과 필라테스를 해요. 체지방률도 들으면 깜짝 놀라실걸요. 지금 4~5% 정도예요. 예전에 방송에서 만난 운동선수가 저는 기계체조에 적합한 몸이라고 하더라고요. 체질적으로 타고난 거라 친구들이 “너는 다이어트 안 해서 좋겠다”고 하는데, 저 같은 사람은 오히려 마른 몸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어요.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빠져서 빼빼 말라요. 안타깝게도 요즘은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다이어트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네크로노미콘’을 따라 해보세요(웃음).

전작 ‘렌트’에서는 김호영 배우가 물심양면으로 챙겨줬잖아요. 이번 공연에선 그런 동료가 있나요. 아니면 챙겨줘야 하는 입장인가요.
‘렌트’에 함께 출연했던 장지후 형을 연이어 만나 큰 의지가 되고요. 또 2017년에 함께했던 송나영 누나, 이경욱 형을 다시 만나 정말 반가웠어요. 예전에는 어딜 가나 막내였는데 지금은 형, 누나가 서너 명 정도 있고 다 동생들이에요. 저도 동생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연습 초중반이라 외우는 데 정신이 없네요. 다행히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작품 성격에 팀 분위기가 따라가는 것 같아요.

하긴 이번 작품 콘셉트가 B급 코미디 좀비죠. 조권 씨가 생각하는 B급은 무엇인가요.
음…. 어떤 코드와 코드 사이 같아요. B급, ‘병맛’이라는 게 이해하는 것과 이해가 안 되는 것 그 애매한 선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동명의 원작 영화도 공포스럽지만 코미디가 녹아 있는 작품이에요. 7년 전에 배우들과 다 같이 모여 영화를 봤어요. 그때도 ‘웃긴데 왜 여기가 웃긴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잔인한 장면을 오히려 대놓고 보여주니까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뮤지컬에서도 신체 장기를 소품으로 보여주고, 피를 뿌리고, 전기톱이 나오고 그래요. 저는 이런 신선하면서 웃긴 작품을 좋아해요. ‘이블데드’는 틀에서 벗어난 뮤지컬이에요.

데뷔 16년 차 아이돌 리더와 ‘깝권’ 사이

그동안 개성 강한 캐릭터에 연이어 도전해왔잖아요. 아무래도 팬들의 기대치가 계속 높아질 텐데 부담은 없나요.
부담 없어요. 그동안 ‘체스’ 같은 정극도 해봤고, ‘제이미’ ‘신흥무관학교’ 등 다양한 작품을 해왔어요. 다 다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제가 뮤지컬을 오랫동안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을 찾아 지금까지 왔어요. 제가 찾은 방법은 바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대에서 제 안에 잠재된 끼를 마음껏 펼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왔고 그 공통점이 화려한 퍼포먼스인 거죠. 저는 워낙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부담감은 없어요. 체력에 대한 부담만 있을 뿐, 사람은 하던 걸 해야 해요. 이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지나왔어요. 결론은 그래서 제가 다시 스캇이 된 겁니다. 하하.

‘깝권’이란 닉네임처럼 조권은 무대에 오를 때 행복한 천생 끼쟁이다. 2008년 ‘이 노래’로 데뷔한 발라드 그룹 2AM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올봄 서울과 부산 투어에 이어 대만 타이베이에서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또 조권은 2AM이 지난 2009년 발매한 싱글 2집의 타이틀곡 ‘친구의 고백’을 최근 솔로 버전으로 다시 선보이기도 했다.

바빠도 팀 활동에 애정을 지닌 조권은 아이돌 리더의 표본으로도 유명하다. 멤버가 공개 연애를 하겠다고 하면 리더인 조권은 어떤 반응일지 살피는 몰래카메라 영상은 지금도 아이돌 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팀이 해체된 다음 공개 연애를 해야지,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야무지게 정리한 것. 연습생 생활만 8년을 해온 조권이기에 가수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아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2AM 조권과 뮤지컬 배우 조권으로 따로 또 같이 활동하려면 계획을 잘 짜야겠어요.
맞아요. 쉽지 않아요. 진짜 쉽지 않은 일인데 99% 계획형인 사람으로서 바쁨에 감사하며 하나하나 하고 있어요. 최대한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으려 노력하고요. 이제 2AM 스케줄은 상반기에 음악 프로그램 하나 남았고 그 촬영까지 끝내면 완전히 ‘이블데드’에 올인하려 합니다. 지금도 거의 올인 수준이긴 하지만요. 제 스케줄로 피해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돌 리더의 정석으로서 공개 연애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나요.
공개 연애를 하지 말라거나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도 합니다만, 진지하게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왜냐면 세상 모든 사람이 제 연애사를 알 필요가 있을까요. 혹시나 헤어지면 또 헤어진다고 기사가 나잖아요.

그래서인가요. 최근에서야 예능 프로에서 오랫동안 사귄 여자 친구와 1년 전에 헤어졌다고 밝혔던데요.
제가 데뷔 16년 차예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인터뷰할 때 지금처럼 연애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저는 모태 솔로예요” 얘기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기도 했고, 또 제 연애가 뭐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요(웃음). 유명한 분과 만난 것도 아니고 평범한 연애였어요. 자연스럽게 말이 나온 자리에서 이런 연애와 이별을 해봤다, 편하게 얘기한 거였어요.

“이젠 하이힐에서 내려와도 될 것 같아요”

모두 소속사가 다르지만 완전체 활동에 대한 의지가 강한 2AM 멤버들.

모두 소속사가 다르지만 완전체 활동에 대한 의지가 강한 2AM 멤버들.

솔직함과 에너지 넘치는 태도가 조권 씨의 매력인 것 같아요.
MBTI가 유행한 이후로 선입견이 생긴 것 같아요. E(외향형)라고 종일 에너지가 넘치진 않아요. 저 지금도 배가 너무 고파서 에너지가 뚝 떨어졌어요(웃음). E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고, 힘이 들고 차분히 감성적일 때가 있어요. 반대로 I(내향형)도 밝고 사람 만나 즐거울 때가 있잖아요. 저는 E와 I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제 MBTI가 ENFJ인데, E지만 평소 되게 조용하고 내성적이에요. 방송인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신동엽 형이 대기실에서 말 한마디 없이 신문과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에너지가 떨어질 때는 어떻게 채우나요.
‘찐친’들을 만나 수다 떨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그래요. 또 반려견과의 산책이 저에게는 아무에게도 터치 받지 않고 힐링하는 시간이에요. 여행도 좋아하고요. 전 작품 끝나고도 친구들과 여행 다녀 왔어요. 스케줄 없을 때는 무조건 에너지를 비축해놔야 그렇게 모은 에너지를 대중 앞에 섰을 때 전해드릴 수 있어요. 마치 자동차에 기름 넣는 것처럼요.

그럼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이블데드’가 가장 걱정거리예요. 노래와 안무, 동선을 빨리 외워야 하거든요. 바뀐 부분이 많아서 새로운 작품을 하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조권 씨 활동 영상을 찾아보다가 조권 씨에게 고민 상담을 받으면 자존감이 올라갈 것 같단 댓글을 봤어요. 엄청난 칭찬 아닌가요.
그렇죠. 연예인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잖아요. 저나 호영이 형처럼 대중에게 밝은 이미지로 알려진 연예인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감사하고, 또 더욱 좋은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더 노력하게 돼요. 한편으로는 또 그런 칭찬을 받으면서 롱런하려면 스스로를 지켜내고 긍정의 에너지도 모아야 하니까 숙제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니까 잘해낼 것 같아요.
자존감이 저에게는 가장 큰 무기예요. 자존감이라는 건 가진 게 없어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거잖아요. 저는 저 자신을 아끼고 또 만족해요. 특히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만족하고 있어요. 그래서 하이힐을 신었을 때는 내려다볼 줄 알고, 하이힐에서 운동화로 갈아 신었을 때는 올려다볼 줄 아는 마인드가 생겼어요.

많은 분이 조권 씨를 하이힐로도 기억하죠.
제 일상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에 나가 하이힐 신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이후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산책하다가 마주치면 “왜 뾰족구두 안 신고 나왔냐”고, 멋있다고 긍정적으로 봐주세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제는 좀 높은 굽에서 내려와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하이힐 신는 남자’라고 알리기 위해 매번 챙겨 다니고 애썼다면 지금은 제 마음속에 좀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올여름 뮤지컬 공연 외 또 다른 계획이 있나요.
아직은 공개할 수 없는 스케줄들이 하반기까지 꽉 차 있어요. 그래도 ‘이블데드’ 끝나고 나면 잠깐이라도 여행 다녀오려고요. 최소 일주일이라도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야 또 열심히 달릴 수 있잖아요. 그것 외에는 당장 떠오르는 게 없네요. 작품 들어가면 어쩔 수 없어요. 열심히 해서 공연 올려야겠단 생각만 가득해요. 아,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분들에게 “조권이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들이 멋있다” “조권 멋있네”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웃음).

머릿속에 오로지 뮤지컬 공연만 있는 조권에게 실은 이 인터뷰가 두 번째 만남이라고 밝혔다. 2013년 조권을 처음 만났을 때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성공적인 뮤지컬 데뷔를 마친 뒤였다. 당시 조권은 아이돌의 뮤지컬 도전을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에게 “두고 보자”며 독기를 품었다. 그리고 그 자극을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덕분에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가 모였다”고 말하며 다시 연습실로 향하는 조권에겐 더 이상 독기가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으니까.


#조권 #이블데드 #2AM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출처 랑, 2017년 ‘네크로노미콘’ 뮤직비디오 캡처, 조권 SNS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