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2016 F/W 구찌 컬렉션에 스누피, 2017 S/S 컬렉션에는 도널드 덕이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하우스 브랜드들의 캐릭터를 활용한 레디 투 웨어가 대거 등장해 주목받았다. 캐릭터 패션의 선구자인 제러미 스콧 역시 수년간 자신의 레이블과 모스키노 컬렉션에 바비, 스폰지밥, 심슨, 파워퍼프걸 등 다양한 만화 캐릭터와 패션을 접목시켜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캐릭터 패션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단순히 레디 투 웨어에 국한되었던 아이템이 슈즈, 백, 주얼리 등 고가의 럭셔리 제품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매 시즌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남성복 컬렉션에 헬로키티가 등장했고, 한 달 만에 완판 신화를 기록했다. 구찌는 지난 시즌 월트디즈니 캐릭터 미키 마우스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해 3D 토트백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 시즌 크루즈 컬렉션에서는 쥐의 해를 기념해 레디 투 웨어, 슈즈, 핸드백, 액세서리 등 어마어마한 라인업으로 제대로 된 미키 마우스 컬렉션을 출시했다. 모스키노는 2020 뉴 이어 컬렉션의 주인공으로 자체 개발한 미키 마우스 패러디 캐릭터 ‘미키 랫’을 선보였고, 에트로는 워너브라더스와의 협업으로 톰과 제리 속 제리를 주인공으로 한 캡슐 컬렉션을 발표했다. 아이코닉한 페이즐리 캔버스 위에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앙증맞은 제리 덕분에 매출이 크게 올랐다는 후문. 마크제이콥스 역시 지난해 말 스누피와의 협업에 이어 영국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마그다 아처와 손잡고 티셔츠부터 휴대폰 케이스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여 SNS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로써 오늘날 패션계가 추구하는 것은, 어렵고 진지함은 잠시 넣어두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기분 좋은 유쾌함이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옷장 속에서 꺼내지 못한 캐릭터 아이템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꺼내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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