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버리를 입은 봉준호 감독, 올해의 베스트 드레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봉준호 감독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각본상을 시작으로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까지.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도 대단한 일인데,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이 모든 걸 해냈다. 한국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 봉준호 감독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 의상으로 봉준호 감독의 올 블랙 턱시도를 선택한 데는 이런 사심이 약간은 들어가 있다. 필자의 눈에는 봉준호 감독이 브리오니의 맞춤 턱시도를 입은 남우조연상 수상자 브래드 피트보다 멋져 보였다. 시상식이 끝난 후 봉준호 감독의 턱시도 브랜드를 확인해본 결과, 영국의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 버버리의 의상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분 수상이 전해지자, 버버리 측도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발 빠르게 축하 메시지를 업로드 했다.사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92년 만에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레드카펫 위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패션계의 거대한 흐름이 레드카펫 위에서도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조커’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비건 레더 혹은 베지터블 레더라는 동물 가죽 대용 신소재로 의류와 가방 그리고 구두 등을 제작하며 론칭 초기부터 환경에 대한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협업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 1월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부터 시작해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미국배우조합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5개의 시상식에 동일한 스텔라 매카트니의 턱시도를 입고 참석했다. 일종의 재활용인 셈. 물론 매번 셔츠와 타이는 다르게 연출해 변화를 줬다. 오랫동안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채식주의자의 최고 레벨이라 불리는 비건의 삶을 살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와 스텔라 매카트니의 만남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제인 폰다도 시얼샤 로넌도 재활용 패션

영화 ‘밤쉘’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호주 출신 배우 마고 로비는 샤넬의 아카이브에서 고른 빈티지 드레스를 자신의 체형에 맞게 리폼해 입고 레드카펫에 올랐고, 영화 ‘작은 아씨들’의 시얼샤 로넌은 다른 시상식에서 입었던 구찌의 드레스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제작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 위에 등장했다. 다만 이번 시상식에서 워스트 드레서로 언급되며 재활용도 좋지만 스타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제외하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베스트 드레서는 디올의 블랙 드레스를 입은 샤를리즈 테론과 디올의 금색으로 수놓은 드레스와 케이프를 선택한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일 정도로 디올의 약진이 돋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기생충’의 배우들이 대거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한국 디자이너의 이름이 레드카펫을 장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패션 종사자들에겐 아쉬움이 남는 대목임이 분명하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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