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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은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시기다. 아이는 더 구조화된 환경에서 오랜 시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래 집단과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깊은 우정을 쌓기도 한다. 또 체계적으로 학습과 생활을 지도하는 교사와의 관계를 경험하며 사회화의 폭을 넓혀간다. 유치원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아이의 사회성은 한 뼘씩 성장하는 것이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료실에서 불안도가 높은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김 교수는 “걱정하는 것보다 막상 아이들은 학교에서 잘 지내지만, 예민하고 긴장을 자주 하는 아이라면 새학기증후군을 겪을 확률이 높다”며 “아이가 편하게 감정을 표현하도록 해 불안감을 읽으려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안, 말로 표현하게 하세요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는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할까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공부 진도를 잘 따라갈 수 있을까’를 많이 걱정합니다. 그런데 학교 적응에 더 중요한 것은 공부 자체보다는 ‘공부에 준비된 태도’입니다. 이를 ‘스쿨 레디니스’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능력, 놀다가 종이 치면 멈추고 자리로 돌아오는 능력, 시간표에 맞는 교과서를 꺼내는 능력,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는 능력 등을 말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학습 준비 능력들을 갖추면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습도 잘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치원은 자유롭게 놀 공간이 많지만, 학교는 책상과 의자가 있고 자기 자리가 정해져 있잖아요. 시간표대로 움직이면서 해당 시간에 해야 할 것도 있죠. 시간과 공간이 훨씬 구조화된 환경입니다. 유치원 때보다는 조금 더 자기 조절이 필요해지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막상 대부분의 아이는 초등학교에서도 잘 지냅니다. 요즘 같은 때 진료실에서 만난 아이들한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어떨 것 같아?” 하고 물어보면 걱정하는 친구들보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오히려 학부모님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마음, 아이들은 이제 형, 언니가 되어 즐겁게 학교에 다닌다는 마음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아이들이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처럼, 부모님들 역시 학부모 모임에서 동료 학부모와 잘 지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불안이라는 감정은 전염성이 높거든요. 저는 부모의 불안이 자녀에게 피부로 전해진다고 조언해줍니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따라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좀 더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면서 입학을 준비하세요.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겪기 쉬운 새학기증후군에는 어떤 증상이 있나요.
새학기증후군이란 새로운 학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기 시작 전 불안으로 다양한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불편하거나 힘든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요. 혹시 아이가 몸에 이상이 없는데 배나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면 새학기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밥을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등의 행동 변화도 새학기증후군 증상입니다.
입학을 앞두고 아이가 불안해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자신의 불안감을 말로 표현하게끔 유도해주세요. 예를 들어 ‘학교 갈 때가 다가오니 불편하구나’ ‘다른 아이들이 너를 안 좋게 생각할까 봐 걱정되는구나’ 이런 식으로요.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은 불안이라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압도되곤 합니다. 그런데 말로 불안감을 표현하면 자신의 불안을 이해하게 되고,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줄어들 수 있어요. 만약 아이가 감정 표현을 어려워한다면 부모님이 아이의 감정을 읽고 “이런 것 때문에 불안할 수 있겠다”고 말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또 다른 물리적인 방법은 없나요.
최근 블랙핑크 로제가 가방에 늘 넣고 다니는 아이템으로 스트레스 볼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불안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는 불안감을 낮출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아이에게 “그동안 잘해왔잖아” “그동안 해왔듯이 하면 돼”라고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불안감이 특히 높은 아이라면요.
불안감이 유달리 높은 아이들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입학 전 미리 학교 환경에 노출을 많이 시켜서 익숙해지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학교에 가서 교실은 이렇게 생겼고 급식실은 이렇게 생겼다는 걸 보여주고, 이 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듯 미리 마음 준비를 시키면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어요.
때론 지는 연습도 필요해
공부와 관련해 불안해하는 학부모들도 적잖은데요.공부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은 1년 동안 ‘학습하는 버릇’을 들이는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에요. 알림장을 챙기고, 숙제를 확인하고, 정해진 시간에 놀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시기죠. 아이가 숙제나 일과를 바로바로 챙기지 못한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훈련을 도와주면서 천천히 아이를 기다려주세요.
이런 불안감이 과한 사교육, 선행학습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 성향이나 상황에 맞추기보다는 다른 아이들을 따라 한다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이 이 정도 진도는 나갔으니까’ ‘다른 아이들이 모두 이 학원에 다니니까’라는 마음으로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이 문제죠. 아이가 과학 실험을 좋아한다면 과학 학원에 보내고, 영어가 부족하다면 영어의 기본을 다져줄 수 있는 학원에 보내는 식으로 맞춤형 사교육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평소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아이마다 다 다르잖아요.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아이가 인식할 수 있게 유도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너는 책 읽을 때랑 수학 문제집 풀 때 표정이 다르구나’ ‘이런 건 힘들어하지만 이런 건 잘하는구나’ 식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서요. 사람마다 성향과 적성이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해주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살면서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자신이 친구보다 못하는 것도 있고 잘하는 것도 있다는 걸 말해주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요즘은 ‘모든 걸 잘해내야 한다’는 완벽주의 학생도, 학부모도 많은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오히려 지는 연습이 필요해요. 인생에서 항상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받아쓰기도, 수학 문제 풀이도, 달리기도 계속 1등만 할 수는 없거든요. 평상시 부모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보드게임을 할 때 져주거나 이기기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지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날도 있고, 못하는 날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게 되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가 원만하게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별한 사회화 준비라기보다 기본적인 준비가 필요해요. 친구에게 인사하고, 친구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친구를 갑자기 만지거나 지나치게 다가가지 않는 태도들을 갖추는 거죠. 음식을 먹을 때 흘리지 않고, 입가에 음식이 묻었다면 닦는 등 자기 위생을 관리하는 행동도 친구 사귀는 데 중요해요.
유치원에서도 교우 관계를 맺는데, 그때와 달라지는 점은요.
유치원보다는 초등학교 때 더 깊이 연결되는 교우 관계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한 교실 안에 있어야 하고, 같이 지켜야 하는 규칙들도 많다 보니 더욱 조심스러운 사이기도 하고요. 학습이 시작되니 경쟁 관계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런 복잡미묘한 요소들이 유치원 시절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이죠.
학부모들이 교우 관계에 개입해도 될까요.
요즘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부모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서로 만나고 싶어도 부모들이 연락해야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따라서 학기 초에 열리는 학부모 총회는 꼭 참석하는 것이 좋아요. 저 역시 매년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이면 휴가를 내서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날 다른 학부모들과 연락처를 교환하고, 이를 통해 아이에게 어울려 노는 기회를 만들어주곤 합니다.
친구 수는 몇 명이 적당한가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릅니다. 한두 명의 친구를 깊이 사귀는 아이도 있고 반 친구들과 두루두루 활발하게 어울리는 아이도 있잖아요. 다만 한 명이라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 게 중요해요. 또 다른 친구들과 트러블이 없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반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에 보내거나, 학부모들끼리 연락해 따로 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의 성향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요.
친구들하고 모여서 놀 때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볼 수 있으면 좋아요. 직접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아이에게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는 방법도 있죠. 이때 중요한 건 아이가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취조하듯이 학교생활을 물어보는 행동은 금물입니다. 자연스럽게 간식을 먹거나 동네를 산책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와의 관계가 아이의 사회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저학년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공부 습관 역시 부모와의 관계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편안하게 잘 잡힙니다. 사회성도 마찬가지죠. 엄마, 아빠와의 관계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면 그걸 응용해서 아이들은 친구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습니다.
선생님은 내 편!
![초등학교 예비소집일과 입학일. 설렘과 긴장이 아이들 표정에 역력하다.](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67/aa/d7/f9/67aad7f91ac1d2738250.jpg)
초등학교 예비소집일과 입학일. 설렘과 긴장이 아이들 표정에 역력하다.
학교 선생님은 유치원 선생님보다 더 구조적인 환경에서 학습을 이끄는 분이에요. 학습뿐 아니라 인성과 관련된 부분도 지도하게 됩니다. 또 아이들끼리의 갈등을 중재하기도 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역할도 합니다.
아이에게 선생님과 어떻게 관계를 맺도록 이야기해주는 게 좋을까요.
선생님은 아이와 같은 편이라고 말해주면 좋습니다. 선생님도 학부모와 함께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같은 편이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점이 힘들고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편하게 말할 수 있잖아요. 부모님들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선생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아이가 선생님과 트러블이 있으면요.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아이와 선생님의 성향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때는 엄마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의 성향이 이러하니 이런 점을 잘 봐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고, 아이에게는 선생님의 성향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서 서로를 이해하도록 만들면 됩니다. 선생님의 역할 역시 아이를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학부모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학부모님들도 그 시절을 보내셨잖아요. 대부분의 아이는 특별한 문제없이 잘 큽니다. 그러니 아이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고 함께 지켜보면서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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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호영 기자 게티이미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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