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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이를 위해 유튜브 은퇴했어요” 88만 유튜브 ‘진정부부’ 김민정·이루다

조지윤 기자

2024. 03. 26

각각 구독자 88만 명, 50만 명을 보유한 육아 유튜브 채널 ‘진정부부’와 ‘다정모녀’는 지난해 11월 모든 문을 닫았다. 엄마 김민정 씨와 딸 이루다 양을 만나 유튜브를 중단한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88만 구독자 ‘진정부부’ 김민정의 
아웃 오브 유튜브

88만 구독자 ‘진정부부’ 김민정의 아웃 오브 유튜브

원조 SNS ‘싸이월드’의 추억을 먹고 자란 세대가 하나둘 부모가 됐다. 이미 디지털 일기장에 익숙한 그들이 ‘육아’ 역시 SNS에 업로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국내 육아 관련 채널은 3400여 개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육아일기’ 해시태그도 1515만 건을 넘어섰다. ‘육아스타그램’은 무려 4563만 건에 육박한다.

무수한 육아 채널 가운데서도 88만 명의 ‘랜선 이모’ ‘랜선 삼촌’을 보유한 ‘진정부부’ 채널은 손꼽혔다. 오순도순한 가족 일상 브이로그가 주력 콘텐츠인데, 조회수 100만을 돌파한 영상만 110여 개로 누적 조회수는 3억9436만에 달한다. 엄마 김민정 씨와 아빠 이경진 씨의 신혼 시절부터 딸 이루다 양이 태어나던 순간, 처음 말을 했던 날 등 가족의 역사가 모두 담긴 보고이기도 하다. 유튜브 조회수로만 월 수익이 15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 외에도 김민정 씨와 루다가 둘이서만 요리 및 일상 콘텐츠를 올리는 ‘다정모녀’ 채널도 구독자 약 50만 명으로 인기가 높았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까닭은 이제 모든 유튜브 채널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루다가 태어난 2020년 2월부터 매주 꼬박꼬박 영상을 올리던 채널은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구독자 1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던 만큼 채널 운영 중단을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유를 듣고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를 위해서’. 이경진 씨는 영상에서 “유튜브를 하면서 루다가 점점 유명해지고, 놀이터를 가도 누가 알아보고 모든 관심이 아이에게 쏠릴 때가 있다”며 “아이의 인격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점을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5년간 난임을 겪으며 어렵게 얻은 소중한 아이를 위해 시작한 채널인 만큼 아이를 위해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누구라도 욕심이 생기기 마련. 하지만 단칼에 유튜브를 관두고 일상으로 돌아간 김민정 씨는 오로지 “루다가 평범한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 유튜브를 시작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처음 보는 어른들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가 낯설었을 텐데도 의연하게 촬영해준 루다도 함께였다.

88만 채널을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

루다가 과일 퓌레를 먹는 영상,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영상은 각각 조회수 1921만, 1137만을 기록했다.

루다가 과일 퓌레를 먹는 영상,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영상은 각각 조회수 1921만, 1137만을 기록했다.

인터뷰를 수락하실지 몰랐어요.
유튜브 채널을 닫은 직후에 인터뷰 제안이 많이 왔었어요. 이슈가 된 지 얼마 안 된 때여서 조심스러워 거절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잡지 촬영이면 루다와도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희가 또 언제 잡지에 나올 수 있겠어요(웃음).



루다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부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난임 기간이 오래되면서 남편과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이 길었는데 데이트 코스가 뻔했어요. 흔히 말하는 밥, 카페, 영화 코스요.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재미있는 활동들을 찾아보다가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첫 콘텐츠는 ‘먹방 ASMR’이었는데,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 남편이 먹방을 추천해주더라고요. 둘이서 여행 다녀온 영상도 편집해서 올렸고요. 임신을 알게 된 건 그 후였어요.

루다 출산부터 육아 과정을 모두 유튜브에 올리셨어요.
처음부터 육아 유튜브를 시작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희 부부가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린 만큼 출산은 꼭 기록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었기에 영상으로 남겼었죠. 영상 촬영을 하고 보니 아이가 커가는 모습도 기록용으로 남겨두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하루하루 조금씩 찍다 보니 어느새 매일 카메라를 들고 있었어요. 아무 계획 없이 시작했는데 찍다 보니까 언젠가 끝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남편 본업이 있는 가운데 육아도 하면서 유튜브 영상 촬영, 편집, 채널 관리까지 하니까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루다 태어나고 2년 동안은 하루에 3시간밖에 못 자는 날들이 이어졌고 남편이랑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얘기했죠. 아무리 오래 해도 루다가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만 하자고 채널 운영 초반부터 말을 나눴어요. 정말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죠.

사적인 이야기다 보니 채널 운영하시면서 걱정도 컸을 것 같아요.
초반에 ‘100일 아기 브이로그’ ‘오징어 게임 패러디’로 알고리즘을 탔을 때는 구독자가 하루에 1만 명씩 늘었어요. 그때는 되게 무서웠어요. 나는 모르지만 나를 아는 사람이 많은 길을 걸어간다는 게 공포로 다가오더라고요. 특히 무엇보다도 아이의 안전이 가장 걱정이었죠. 사진은 야외라도 아이만 크게 찍어 올리면 배경 노출이 거의 안 되는데 영상은 다르거든요. 아무리 배경을 블러 처리해도 노출이 불가피할 때가 있어요. 채널 운영 초반에는 이사 예정이어서 동네가 노출돼도 크게 상관없었는데 이사 가고 나니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요. 언젠가 루다가 자라서 학교에 가게 되면 혼자 돌아다닐 일도 생길 테니 말이에요.

유튜브를 중단하신 이유인가요.
그렇죠. 그뿐 아니라 당초 육아 콘텐츠를 제작할 때부터 “너무 오래는 하지 말자”고 늘 이야기했었어요.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스스로 원치 않는 순간이 올 수도 있고요. 또 아이에게 자아가 생기면서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이 오면 정말로 그만둬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아이 발달에 전혀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유치원 입학할 때까지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루다가 아니라 카메라를 보면서 촬영하고 있는 저희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 모습에 회의감이 들어서 채널 운영 중단을 더 앞당겼습니다.

아이를 위해 그만두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실제로 “수익이 높은데 왜 포기하냐” “차라리 유튜브로 돈을 많이 벌어서 아이에게 투자해줘라” “아이가 여유롭게 자라는 게 좋지 않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이런 말들은 모두 ‘언젠가’의 이야기예요. 지금의 루다는 금전적인 개념도 안 잡혀 있는데 당장 많은 돈을 버는 게 큰 의미가 없죠. 애초에 유튜브를 주 수입원으로 가져갈 생각이 없었기에 둘 다 원래 직업을 포기하지도 않았고요. 지금처럼 계속 본업 열심히 하면서 살아도 충분하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아이를 위해 시작했어도 채널이 잘되고 금전적으로 큰 이득을 얻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워낙 어렵게 얻은 아이기도 하고, 그런 만큼 저희 부부는 전적으로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옳다고 확신했어요.

다시 돌아가도 육아 유튜버

지난 3월 막 유치원에 입학한 
루다의 꿈은 ‘아이돌 요리사’.
난생처음 듣는 직업명에 
재차 물어보자 “노래하고 
춤도 추고 요리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3월 막 유치원에 입학한 루다의 꿈은 ‘아이돌 요리사’. 난생처음 듣는 직업명에 재차 물어보자 “노래하고 춤도 추고 요리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마주한 루다는 여느 다섯 살배기처럼 재기 발랄한 아이였다. 사진 촬영하다가 루다의 최애 곡인 영화 ‘겨울왕국’ OST ‘렛 잇 고’를 틀어주자 한참 동안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덕분에 그때 찍은 사진들은 모두 노래 부르느라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으로 가득하다. 인터뷰 중간에도 스튜디오를 바쁘게 쏘다니던 루다는 궁금한 것들을 계속 질문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하나하나 답해주는 김민정 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또래보다 말이 빨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까.

루다도 유튜브 채널을 인지하고 있나요.
지금보다 어릴 때는 유튜브 자체를 많이 안 보여줘서 아예 몰랐어요. 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더라도 그냥 인사해주는 걸로만 알았죠. 요즘에는 유튜브 채널을 인지하고 있어요.

루다는 어릴 때부터 카메라랑 함께한 시간이 많았는데 이에 따른 특징이 있을까요.
우선 카메라에 되게 익숙해요. 또 영상을 찍다 보니까 저희도 평소라면 한두 마디 하고 말 걸 열 마디를 하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레 아이도 부모의 말을 많이 듣고 또 대답하면서 상호작용을 훨씬 많이 하게 됐어요. 루다가 말문이 일찍 트인 편이기도 하고요.

육아 유튜브를 추천하신다고요.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예전에 찍은 루다 영상을 볼 때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냥 눈으로만 봤다면 놓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예쁜 모습들을 기록으로 남겨뒀으니까요. 루다와도 가끔 예전 영상을 보면서 그때의 여행이나 순간들을 추억해요. 루다가 “나 예전에 기린 봤잖아”라고 말하면 영상을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아이도 “나 기억나” “또 가고 싶어” 하면서 영상을 재미있게 보더라고요. 비단 아이뿐만 아니라 남편과 저의 가장 젊을 때 모습들을 남긴 것이니 둘에게도 의미가 깊고요. 루다 어릴 때 모습을 보면서 둘째 아이 자극도 오고요. 이제 이런 건 위험한 생각이지만요(웃음).

둘째 생각은 없으신가요.
전혀 없습니다. 예전 영상을 보면 루다가 너무 예뻐서 이렇게 귀여운 아가를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그런데 저희가 난임이었기 때문에 시험관시술을 다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요.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둘을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요. 무엇보다 루다가 동생을 원하지 않네요.

영상 찍는 것 말고 유튜브에 올릴 때의 이점도 있나요.
‘자식이 예쁘면 혼자 찍고 소장해서 보면 되지 왜 올리냐’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단순히 찍기만 하면 안 보게 돼요. 핸드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도 잘 안 보는 것처럼요. 하지만 채널로 올려두면 두고두고 보게 되더라고요. 또 양가 부모님들을 위해 시작한 것도 있어요. 루다는 2020년 2월에 태어났는데 그때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라서 가족들을 거의 못 만났어요. 그런데 유튜브로 루다를 볼 수 있으니 행복해하셨거든요. 채널 운영을 중단하면서 영상 내리는 것도 고민했는데 계속 올려둔 이유 중 하나기도 해요. 양가 부모님들이 루다 옛날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실 때마다 볼 수 있도록요.

육아 콘텐츠를 할 때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확실히 아이와 촬영하면 돌발 상황이 많아요. 남편과 둘이서 유튜브를 운영할 때는 생각한 대로 찍을 수 있었는데 아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더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어요.

육아법에 대해 조언하는 댓글도 많습니다. 어떻게 중심을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하나하나 다르듯이 아이들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잖아요. 저희 아이는 저희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루다를 잘 아는 만큼 루다에게 맞는 육아 방식도 저희가 알고 있고요.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은 물론 루다에게 애정이 있으시겠지만, 아이를 실제로 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직접 키우시지도 않기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간혹 댓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육아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아이는 부모가 제일 잘 아니까요.

88만 명의 ‘랜선 조카’에서 하나뿐인 ‘엄빠 딸’로

카메라 없는 삶은 어떤가요.
적어도 마음만큼은 훨씬 여유로워요. 여행을 가더라도 촬영이나 편집에 대한 압박 없이 편하게 떠날 수 있고요. 물론 재미있는 모습이 나올 것 같을 때는 카메라를 켜는데 개인 소장용이라서 편하게 찍어요. 밥 먹다가 밥풀이 묻은 얼굴 등 자연스러운 모습도 담을 수 있고요. 가끔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긴 하지만 1분도 안 되는 숏폼이라서 부담이 없습니다. 유튜브를 그만두고 나니 확실히 영상보다는 사진을 많이 찍게 되네요.

서서히 잊히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단칼에 자르듯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사라질 수 없겠지만 조금씩 일상에서 멀어지고 싶은 거죠. 루다가 평범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어요, 평범하게.

루다가 유튜버가 되고 싶다면 어떨 것 같나요.
막는다고 되는 일은 아닌 듯해요. 어느 날 아이 방문을 열었는데 혼자 촬영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많이 들었고요. 루다가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한다면 편집 기술이라거나 채널 운영 방법에 대해서 노하우를 전수해줄 것 같네요. 전적으로 루다의 의견에 달렸어요. 채널을 없애길 원한다면 없애고, 채널을 본인이 활용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고요.

SNS로 아이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선배 기록자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욕심을 버리고, 정말 자신과 아이를 위한 기록으로 생각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수익을 염두에 두거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서 시작하면 아무래도 아이에게 좀 더 압력을 가하게 될 거예요. 사람들은 육아 콘텐츠에서 아이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하죠. 그런 기대감에 맞추려고 자기도 모르게 아이가 특정 행동을 취하거나 말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거든요.
또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 콘텐츠인 만큼 채널 운영에 관해서 부부끼리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채널 운영을 계속할지, 그만둔다면 언제 그만둘지 등에 대해 충분히 얘기하며 합의점을 찾아야 하고요. 특히 아이를 섬세하게 관찰하면서 여느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가 됐든 빠르게 그만두셔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씀드려요. 아이를 위해서 시작한 채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아이가 원하지 않고 불편해한다면 바로 중단해야 합니다.

다시 루다가 태어나는 때로 돌아가도 유튜브를 하실 건가요.
네. 솔직히 악플을 보거나 할 때는 후회하기도 했지만, 루다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영상이 시간순으로 정리돼 있잖아요. 무엇보다 저희 가족이 함께 추억하기 좋고, 루다가 컸을 때 어린 시절을 돌아보기도 좋고요. 다시 돌아가도 꼭 할 거예요.


#진정부부 #다정모녀 #루다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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