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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생 사용설명서 첫 번째 | 인생을 튜닝하다

“사람들이 제 음식을 맛보고 미소 지을 때 가장 행복해요”

쓰촨 요리 전문점 마라샹궈 오너 셰프 고영윤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2011. 11. 16

“사람들이 제 음식을 맛보고 미소 지을 때 가장 행복해요”


안재욱, 조성모, 김소연 등의 스타일링을 맡았던 고영윤씨(37)는 연예계에서 인정받는 코디네이터였다. 그는 2003년 중국에서 활동하던 안재욱으로부터 베이징에 문을 연 뷰티 숍의 관리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곳으로 건너갔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뷰티 숍이 미처 자리를 잡기 전에 중국 대륙에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퍼져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숍은 1년 반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고씨는 무슨 일을 하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기는 스타일. 그만큼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열심히 달려왔는데 하루아침에 ‘해야 할’ 일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는 인생을 재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한국에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워. 많은 것을 포기하고 중국까지 왔는데, 한 가지라도 이루고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코디네이터 명함 버리고 요리사 되다

그때 그의 머릿속을 스친 단어는 바로 ‘요리’였다.
“원래 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중국 음식에 색다른 매력을 느껴 배우기 시작했어요. 한 가지씩 배울 때마다 친구들을 불러 대접했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그는 중국 전통 요리를 가르치는 신둥팡요리학교에 들어갔다. 영하 20℃의 추운 겨울날, 교실이 더러워질까 봐 밖에 나가 얼어붙은 손을 불어가며 채 썰기 연습을 하고, 두 손으로 들기도 힘든 중국식 프라이팬에 모래를 넣어 볶음 요리를 연습했다. 초급부터 시작해 고급 코스까지 2년 여간 지독한 고생 끝에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중국 주재원 부인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문화센터 강사로 일하며 요리사로서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0년 한국에 돌아와 언니와 함께 종로구 통인동 작은 한옥을 개조해 중식당 ‘마라샹궈’를 열었다. 중국에 있는 동안 내내 머릿속으로 그렸던 스타일의 식당이었다. 가게 이름은 가장 자신 있는 메뉴인 마라샹궈(각종 채소와 해산물을 매운 고추와 함께 볶은 요리)에서 따왔다. 매콤한 쓰촨 요리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뿐 아니라 근처 중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중국인들까지 마라샹궈의 단골이 됐다. 이들로부터 한국에선 보기 드문 진짜 중국 음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맛보며 미소 지을 때 가장 행복해요.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중국 음식도 좋지만, 제 진짜 꿈은 본토의 맛을 살리는 요리사가 되는 거예요. 앞으로 쓰촨요리뿐 아니라 광둥요리 등 중국 각 지역의 요리를 소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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