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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반듯함 속 엉뚱한 매력 한성주

글 임윤정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2009. 10. 23

미스코리아와 아나운서를 거쳐 최근 방송인으로까지 다재다능한 끼를 발휘하고 있는 한성주. 그가 이번엔 ‘꿈에 투자하라’는 책을 내며 작가로 변신했다. 출판저작권료 전액을 기부하기 때문에 거창하게 말해 작가지, 실은 지금껏 해왔던 봉사활동의 연장선이다.

반듯함 속 엉뚱한 매력 한성주



한성주(35)를 만나기 위해 그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동 63빌딩 세미나장을 찾았다. 행사 내내 그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행사에 초대한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느라 거의 한 숨도 못 잤다는 그는 몸은 피곤해도 마음만은 행복한 듯 보였다. 질문을 던질 때마다 항상 ‘솔’ 톤을 유지하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곤란한 질문에는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상냥함 속에 깃들어 있는 당당함이 지금껏 다양한 변신을 거듭해온 비결이 아닐까.

출판저작권료 전액 기부, 나눔 통해 얻는 행복
이번에 출간된 ‘꿈에 투자하라’는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이 아니라 인생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그는 아나운서로 활동할 당시 경제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생활경제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여기에 개인적인 경험을 더해 인생 설계에 대한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반듯함 속 엉뚱한 매력 한성주

출판저작권료 전액을 기부해 어린이 농구단 ‘드림팀’을 지원하는 한성주.


“경제의 기본은 각자의 삶인 것 같아요.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인생에 목표의식이 없으면 무의미한 거잖아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 보고, 그 다음에 투자·재무 설계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본 거죠.”
사실 봉사라는 동기 부여가 없었다면 선뜻 책을 낼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생각해 낸 것이 책 출간이었다. 그는 이번 출판저작권료 전액을 자신이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복지단체 ‘사랑의 열매’에 기부해 어린이 농구단 ‘드림팀’을 지원한다.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해 줬어요. 그 덕분에 ‘드림팀’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이루어 가는데, 한 발짝 다가서게 된 것 같아 흐뭇해요. 조금만 용기를 내면 이렇게 크게 쓰일 수 있구나 새삼 깨닫게 됐어요.”

봉사는 자기 삶의 일부라는 한성주. 그는 지금껏 알게 모르게 좋은 일을 많이 해왔다. 노인과 어린이 단체,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해 식사나 청소를 돕는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를 주로 했다. 사실 연예인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해 왔던 일이다. 우리나라 최초 무료 유치원과 노인정을 세울 정도로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부모의 영향이 컸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부모를 따라다녔기 때문에 봉사를 일상처럼 받아들이며 자랄 수 있었다. 그가 가장 처음 했던 일은 인사하기였다. 노인정에서 어른들이 들어오고 나가면 문 앞에서 인사를 하면서 봉사의 참 의미를 배웠다.

반듯함 속 엉뚱한 매력 한성주

“봉사란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도, 청소하는 친구를 도와주는 것도 봉사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 것이 습관화되면 봉사단체를 찾아 자원봉사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기죠. 아이들은 재롱으로 봉사를 해요. 청소년은 육체로 할 수 있는 나이고요. 어른이 돼서는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어요.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사랑으로 봉사를 할 수 있어요.”
한성주는 ‘사랑의 열매’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1318 나눔 캠프’에서 청소년과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오든, 등 떠밀려 오든 캠프가 끝나면 한층 성장해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사랑을 나눌 수 없는 아이라면 머리가 지식으로 가득 찼다 한들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봉사 역시 배움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는 몸으로 하는 봉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눈을 맞추고 호흡을 같이 하면서 사랑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옷 입혀주고 씻겨주는 게 끝이 아니라 손길 하나하나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힘닿는 한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다. 문제는 체력이다. 30대는 20대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또 40대가 되면 30대인 지금보다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다. 그는 평소 건강관리 차원에서 승마·골프·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쁠 때는 틈틈이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특히 식사를 거르지 않고 챙겨 먹는다. 인스턴트 음식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야채와 물을 많이 먹고 비타민도 빼놓지 않고 챙겨먹는다. 이렇게 앞으로도 건강을 잘 챙겨서 꾸준히 사랑을 나누며 살고, 거기서 받은 사랑으로 버텨낼 것이다.



유쾌, 상쾌, 통쾌하게 사는 것이 인생 모토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엉뚱한 매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성주. 기존의 아나운서 이미지를 과감하게 떨쳐내고 기꺼이 자신을 망가뜨려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시청자에겐 낯설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렇듯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은 8년 동안의 재충전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쉬는 동안 오히려 더 바쁘게 살았다. 대학원에 다니고, 요리와 악기도 배웠다. 특히 꽃꽂이는 전문가 과정까지 수료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다가 아픈 사람을 자연으로 치유하는 원예치료를 알게 됐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삶의 여유도 찾게 됐다. 물샐틈없이 빡빡하게 살기보다는 이제 그는 가끔 실수도 저지르면서 느긋하게 삶을 즐기고 싶다.
“유쾌, 상쾌, 통쾌가 삶의 목표에요. 이젠 저도 좀 행복하고 싶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보는 주변 사람도 함께 행복하면 좋겠어요. 아나운서였기 때문에 지금 모습에 낯설어 하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그렇지만 사람마다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저를 불렀을 때는 저만의 쓰임이 있어서잖아요. 거기서 고고하게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예능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고 있다는 한성주. 그는 출판기념회에서 ‘드림팀’ 아이들과 함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에 맞춰 춤을 추는 깜짝 쇼를 보여주기도 했다. 소위 ‘시건방춤’으로 불리는 댄스를 섹시 웨이브로 소화했는데, 반응도 좋았다.
“사실 원래 농구팀과 미니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사정상 못하게 됐어요. 그래서 즉석에서 만든 공연이에요. 아이들이 엉덩이 실룩실룩거리는 동작을 재밌어 하는 거예요. ‘아 그래 이거 하자!’ 우리가 즐거워야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을까.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거잖아요. 사랑받은 만큼 보답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기특한 거니까 ‘가자!’ 막상 추고 나니 부끄럽네요. 몸치가 애 썼습니다.”
이날 그를 위한 깜짝 생일 파티도 이뤄졌다. 한성주는 서른 넘어가면서부터는 생일을 혼자 조용히 보내곤 했다. 더욱이 5년 전 생일 하루 전날 4대 독자 조카가 태어났다. 그때부터 집에서조차 찬밥신세가 됐다는 한성주. “오늘 대박을 맞았어요. 정말 감사해요.” 로또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입이 귀에 걸렸다.
“모든 장소에서 진심을 다하고 싶어요. 사람이 완벽할 순 없잖아요. 부족하지만 ‘저 사람이 저기서 좀 잘해 보려고 저러는 거구나’하고 한번 웃어주시면 좋을 것 같고, 또 지적을 해주시면 저 흘려듣지 않아요. 배워가는 과정이라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이처럼 끊임없이 샘솟는 열정으로 남다른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한성주. 그는 자신 안에 다른 어떤 재능이 잠재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사랑을 받고, 다시 그 사랑을 전할 수만 있다면 배우고, 키워서라도 많은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사랑을 나누면 행복이 두 배가 된다. 그래서일까. 한성주는 지금 행복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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