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도였던 강경준은 이화여대 앞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연예 관계자의 눈에 띄어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한다.
강경준(23)을 만나기 전, 조금 시끌벅적한 인터뷰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TV에서 보아온 그는 ‘귀여운 터프가이’. 현재 출연 중인 MBC 주말드라마 ‘누나’에서 큰돈을 벌어 집안을 일으킬 꿈을 꾸며 좌충우돌하는 건세가 그렇고, KBS ‘쇼 뮤직뱅크’에서 굵고 큰 목소리로 넉살 좋게 진행하는 MC 강경준 역시도 그리 보인다.
그런데 웬 걸. 낮고 작은 음성에, 정면을 피해 아래를 향하는 눈빛에는 쑥스러움이 어려있다. 실제 외모도 화면으로 보던 것과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183cm로 키가 크긴 하지만 그다지 큰 덩치는 아니다. 가느다란 턱 선에 긴 속눈썹이 도드라진 옆모습은 되레 예쁘기까지 하다.
“2년 전 MBC 청춘시트콤 ‘논스톱5’로 데뷔를 했는데 그때 같이 출연한 이정·이민우·타블로·조정린·홍수아·구혜선 씨 등이 작다보니 저만 유난히 크게 보였던 거죠(웃음). 그동안 극중에서 맡은 역할의 성격도 실제와 차이가 있어요. 원래 저는 낯을 많이 가리고, 조용한 걸 좋아하거든요.”
강경준은 섬세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그는 미술고등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고, 대학에서 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했다. 그런데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
“이화여대 앞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서빙을 했는데 어느 날 한 프로덕션 관계자가 절 보고는 한번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당시 한참 삶이 무료하다고 생각하던데다 뭘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때라 전화를 드렸죠. 모델 일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강경준은 “안성기 선배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후 이어진 연기자 생활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고 한다.
“방송일 하면서 친구가 많아졌어요. 그전까진 친구가 딱 네 명뿐이었거든요. 그만큼 마음을 많이 닫고 살았어요. 그런데 제가 먼저 여니까, 상대방도 마음을 열어주더라고요. 물론 몇 번 상처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관계들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지금도 “연기는 여전히 어렵고 시청률이 좋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위축된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지난해 출연한 MBC 일일연속극 ‘맨발의 청춘’의 작가 조소혜씨가 세상을 뜨고 드라마가 조기종영한 일은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맨발의…’은 조소혜 작가가 주인공으로 강경준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사적인 자리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는데 저를 두세 번 보시더니 느낌이 좋다면서 캐스팅을 결정하셨어요. 저를 염두에 두고 50부까지 쓰셨다는데, 그게 30부를 끝으로 조기종영됐죠. 그 뒤 갑작스레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시자 그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그렇게 되신 것 같아 많이 힘들었어요.”
한동안 휴식기를 가진 그는 현재 주말드라마 ‘누나’에 출연 중이다. 촬영장 분위기를 묻자 “연기를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선생님(선배 연기자)들이 항상 뭔가를 가르쳐주시려고 하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죠. 특히 박근형·오현경 선생님은 후배 연기자들에게 정말 열정적으로 하나하나 신경 써서 가르쳐주세요. 또 강남길 선생님과 같은 방을 쓰고 있는데 극중 인물의 성격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둘째 아들 콤플렉스 갖고 있어, 사춘기 시절 부모에게 반항하다 가출 시도하기도
그는 연기자인 동시에 20대 사업가이기도 하다. 올초 지인들과 함께 시작한 레포츠 사업이 꽤 잘되고 있다며 은근슬쩍 자랑도 한다.
“맘에 맞는 친구들이 모여서 레포츠 사업을 시작했어요. 여름에는 스킨스쿠버와 웨이크보드,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강습을 하고 관련상품도 판매하는데 꽤 규모가 커졌어요. 함께하는 친구들이 인맥이 풍부하고 전문 지식이 많아서 생각보다 쉽게 성장했죠. 저는 인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아요(웃음).”
“돈을 벌기보다는 스스로 즐기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할 만큼 여행과 운동을 좋아한다는 강경준은 사업을 통해 여자친구를 얻기도 했다. 현재 사귀고 있는 그의 여자친구가 자신의 회사에서 여는 강습을 듣던 ‘고객’이었다는 것. 그보다 한 살 어린 여자친구는 서울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현재 치의학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지금 사귄 지 아홉 달 정도 됐는데 열심히 연애 중이에요. 올해 스키장에서 강습을 하다가 만났어요. 저도 별로 말을 안 하는 편인데 그 친구는 정말 조용해요. 둘이 만나면 오히려 제가 더 떠드는 편이죠.”
여자친구와 함께 맞췄다는 커플링을 보이며 살짝 입이 벌어진다. 그 모습에 아직 말랑말랑한 소년의 느낌이 배어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런 말랑함보다는 “검정색의 느낌을 풍기는” 강한 인상이면 좋겠다고 한다.
“악역처럼 강한 인상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제 인상이 악역 같진 않대요. 그리고 아직 어려서 그런 포스(힘)가 안 느껴지나봐요(웃음). 제가 직접 작품을 고르는 편인데 딱 봐서 이건 강하다 싶은게 좋아요. 그런데 막상 연기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제대로 된 악역을 맡진 못했지만 그가 맡은 역 중엔 아웃사이더들이 많다. 자연인 강경준에게도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는지 묻자, 둘째 아들 콤플렉스가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형이 한명 있는데 장남이 항상 우선인 집안에서 살다보니 둘째라서 서러운 게 많았어요. 만날 형이 입던 옷 물려 입고, 신던 거 신고… 네 살 터울이라 힘으로도 안되고, 게다가 형이 공부를 너무 잘하니까 저는 아무리 해도 티가 안 나더라고요(웃음). 예능 쪽으로 가게 된 것도 형과 다른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몰라요.”
그러면서 사춘기 시절 부모에게 반항하다가 가출 아닌 가출을 한 사연도 들려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담배를 피웠어요. 그걸 어머니한테 들켰는데 너무 화가 나셔서 ‘집에서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시에는 그런 상황들이 서러워서 ‘나갈 테니 잡지 말라’고 하고는 친구 집에서 보름 넘게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 사진이 인쇄된 종이가 학교 근처 곳곳에 붙어 있더라고요. ‘사람을 찾습니다’ 이런 거…(웃음). 약간 창피하기도 하고 해서, 결국 집으로 돌아갔죠.”
미술고등학교 재학 시절 “서양화와 달리 먹도 갈고 안료도 녹여가며 직접 색을 만드는 등 정성들여 조몰락거리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동양화를 전공했다”는 그는 앞으로의 연기생활 역시 그 과정들을 즐기며 찬찬히 나아가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연기 목표에 대해 묻자, ‘오래도록 연기하는 연기자’가 되는 것을 꼽는다.
“소심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저는 뭐든 막 덤비는 타입은 아니에요. 물론 발전이 좀 더뎌질 수도 있는데 저는 급하게 가고 싶지 않아요. 배우로서 좀 천천히 가도 좋다고 보고, 꼭 거쳐야 할 과정은 놓치지 않고 밟아가고 싶어요. 꿈이요? 안성기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연기자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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