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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여신, 문가영

김명희 기자

2024. 03. 26

본업은 배우인데, 출판계와 패션계가 그녀 때문에 뜨겁다. 독보적인 오라를 지닌 20대 여배우의 탄생.

열 살 때 단역으로 시작해 차곡차곡 존재감을 쌓더니, 보석 같은 스타로 성장했다. 배우 문가영(28)의 이야기다. 학습지 모델 등으로 활동하다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데뷔한 그녀는 단역, 조연을 거쳐 2020년 드라마 ‘여신강림’을 시작으로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사랑의 이해’ 등에서 잇달아 주연을 맡으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최근 그녀가 펴낸 산문집 ‘파타(PATA)’(위즈덤하우스)가 서점가를 강타했다. 예약 판매 첫날 2000부 판매고를 올리며 중쇄(추가 인쇄)에 들어간 것. 요즘 같은 불황에 하루 만에 추가 인쇄 돌입은 베스트셀러 작가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3월 18일 현재 ‘파타’는 알라딘 TOP100에 3주 연속 기록되는 등 각종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파타’ 구매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81.3%이며, 특히 20대 여성 비율이 45%에 달한다. 문가영이 젊은 여성 사이에서 탄탄한 팬덤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배역을 앞세워 날 드러내는 것이 익숙한 나에겐 글을 쓸 때조차 배역이 필요하다. 용기 없는 자신을 파타라고 하자”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파타(PATA)는 문가영이 이 책을 위해 내세운 페르소나다. ‘pata’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책의 맥락상 스페인어 ‘친구’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책에서 그녀는 “파타의 이야기는 모든 게 진실일 수도 있고, 모든 게 거짓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진실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어딜 가나 파타는 두 발로 땅을 디뎌본 적이 별로 없다. 번쩍 안아 들고 내려주지 않았던 어른들 때문에 일찍 그 눈높이에 익숙해졌다”는 대목에는 아역배우로 일찌감치 데뷔해 남다른 유년 시절을 보낸 스스로의 경험이 깊게 배어 있다.

그녀 역시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업 & 다운이 있었고, 슬럼프를 겪으며 더 단단해졌다. 아역 시절 다작을 하던 그녀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갑자기 키가 10cm 이상 자라는 바람에 원치 않게 일을 쉰 적이 있다. 아역을 하기에도,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기에도 애매한 조건이었기에 번번이 오디션 문턱에 걸렸던 것. 이 일이 계기가 돼 오히려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책에서 “파타 씨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요?”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그는 “조용히 기다렸어요”라고 답한다. 배우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게 가장 큰 위기일 수 있다. 기회가 오지 않을 땐 이번은 내 차례가 아니라 여기고, 남들이 자신에게 온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며 내게 기회가 올 순간을 대비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오랜 배우 경험과 독서로 다져진 내공

문가영이 출간한 에세이 ‘파타’.

문가영이 출간한 에세이 ‘파타’.

문가영은 독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물리학자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는 독일 유학 중 만나 결혼했다. 누구나 그렇듯 문가영의 많은 부분은 부모로부터 비롯됐다. 외국 생활 덕분에 독일어와 영어에 능숙하고,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 피아노, 첼로,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를 섭렵했다. 파타의 어머니는 “누구를 만나든 진심을 다해 대한다면 그 사람은 네 편이 되어줄 거야”라고 당부하는 선한 심성을 지녔고, 과학자인 아버지는 “순리가 무엇이냐”고 묻는 딸에게 “모든 것이 주어진 대로 질서 있게 흘러가는 거지.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고, 물은 기울어진 곳으로 조용히 흐르고…”라고 알려주면서도 “순리에 집중하지 마라, 중요한 건 흘러간다는 것이다. 흐름을 떠올려 봐”라며 지혜를 전한다. ‘PATA’에는 문가영이 어릴 때 아버지가 쓴, 딸을 향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육아 일기도 수록돼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집안 분위기 덕분에 문가영에겐 독서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녀는 유튜브 ‘책 읽어드립니다’에 출연해 단테의 ‘신곡’을 완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각이 많아지거나 우울할 때 책에서 답을 찾고 안정을 얻는다는 그녀는 자주 서점에 나가 신간을 확인하고,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독서 노트에 기록해 오래도록 음미한다고 말했다. 독서는 “누구를 만나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고, 적힌 활자 한마디가 오랜 시간 고민했던 나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주며, 기대하지 않았던 위로가 갑자기 튀어나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그녀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밝힌 적이 있으며, 독서 노트에는 미국 여권 운동가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등의 책을 기록해두기도 했다.

돌체앤가바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문가영.

돌체앤가바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문가영.

문가영의 여러 파타들 가운데 돌체앤가바나의 페르소나도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11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돌체앤가나바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된 그녀는 올 2월 밀라노에서 열린 2024 S/S 컬렉션에서 파격적인 시스루와 언더붑 패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일부에서는 “패션이냐, 외설이냐” “노출이 너무 대담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문가영이 의도적으로 과한 노출을 한 것이 아니라 돌체앤가바나를 비롯한 수많은 브랜드에서 제시한 이번 시즌 트렌드가 ‘naked dressing’이다. 보테가베네타와 스키아파렐리는 바지 대신 아주 짧은 브리프를 입는 팬츠리스 룩을, 에르메스와 릭오웬스는 브라톱을 패션쇼에서 메인으로 선보였고, 돌체앤가바나와 지방시 등은 시스루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특히 돌체앤가바나는 코르셋 위에 얇은 시스루 튤 드레스를 레이어드한 스타일을 통해 여성의 몸에 숨겨진 예술성을 재해석해냈다.

3월 11일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애프터 파티에서도 펜디의 그물망 장식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브라질 팝 스타 아니타를 비롯해 샤를리즈 테론, 엠마 스톤, 패리스 힐튼, 할리 베리, 멕 라이언 등 수많은 셀럽이 몸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드레스로 몸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밀라노에서 돌아온 문가영은 넷플릭스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다. 동명의 중국 웰메이드 멜로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배우 구교환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문가영 #파타 #돌체앤가바나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돌체앤가바나 문가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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