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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업 5년차, 효창동 건물주 된 안선영

최은초롱 기자

2023. 04. 10

1년 전 채널A ‘애로부부’ 하차 후 TV에서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안선영. 이제는 방송인보다 사업가로 더 분주한 그의 근황을 전한다. 

바로스코퍼레이션 대표 안선영.

바로스코퍼레이션 대표 안선영.

대한민국에서 방송인 안선영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2000년 MBC 공채 개그맨 출신인 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유쾌한 입담을 과시하며 인기를 누렸다. 30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도 차근차근 쌓아왔다. 출산 후에는 건강관리를 위해 독하게 운동을 시작해 ‘몸짱’ 아이콘으로 등극한 바 있다.

그리고 2017년 본격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예전에 비해 TV 출연은 줄었지만 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그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최근 들려온 가장 핫한 뉴스는 사업이 번창해 건물주까지 됐다는 것. 현재 그는 먹거리, 이너뷰티 아이템 화장품 등을 직접 만들고 유통하는 사업체 바로스코퍼레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가 안선영은 어떤 모습일지,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직접 만났다.

유쾌 발랄 사장님



“이게 얼마 만이에요. 2년 만인가요? 2021년에 표지 촬영하고 삼겹살에 소주 먹기로 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봤잖아요.”

악수도 아니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인사도 아니다. 두 팔 벌려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면서 안선영이 등장하자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던 스튜디오에 일순간 온기가 감돌았다. 촬영 스태프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고, 의상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에선 오랜 연예계 생활에서 쌓은 내공이 느껴졌다.



러브바자 수익금 중 일부로 교육비를 후원하고 있는 장학생들과 함께

러브바자 수익금 중 일부로 교육비를 후원하고 있는 장학생들과 함께

4월 10일이 창업 5주년이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최근에 예전 법무사 자료를 봤는데, 2018년 4월 10일에 ㈜바로스코퍼레이션으로 등록을 했더라고요. 그러니까 5주년이 되는 날이 올 4월 10일이죠. 제 꿈 중 하나가 CEO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거거든요. 지금은 창업 초기에 우왕좌왕했던 모습에서 약간 벗어나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인터넷에서 효창동 신사옥 건물 이전 뉴스를 봤어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지만, 너무 먼 곳만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해요. 저는 ‘드림 빅’보다 ‘에브리데이 스몰 윈’을 더 좋아해요. 매일매일 성취할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저 멀리 목표 끝에 있는 결과물도 결국 내 것이 될 거라고 믿어요. “도대체 홈쇼핑이나 공동구매로 물건을 얼마나 많이 팔아서 건물까지 지은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어요. 저는 반지하 월세방에 살던 20대에도 반드시 서울에 내 집 한 칸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로 모델하우스나 집 구경을 다녔어요. 창업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공유 오피스에 책상 하나 달랑 놓고 시작하면서도 ‘5년 안에 건물을 사고 사옥을 지을 것. 그리고 경단녀와 장애우를 반드시 직원으로 채용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목표 금액을 정확히 설정한 다음에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대출이 가능한 정도를 계산해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근처에 3~4층 규모의 사옥을 지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달라고 부동산에 요청했죠. 100군데 이상 답사를 다닌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을 만큼의 자산과 회사의 재무제표, 대출 가능한 신용 정도가 쌓일 때까지 매일 스몰 윈을 반복하면서 버텼어요. 그 기간이 3년 정도 돼요.

왜 효창동을 골랐나요.

프리랜서 방송인은 수입이 불안정해서 항상 불안감이 있어요. 방송이 없을 때를 대비해 예전에 숙명여대에서 국제 영어교사 자격증 테솔(TESOL)을 땄거든요. 백수가 되면 영어유치원에 취직이라도 할 생각이었어요. 당시 수업이 끝나면 다들 카페에 모여서 수다를 떨었는데 저는 혼자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이 동네 부동산은 어떨까, 이 동네에서 창업하면 어떨까 조사했어요. 제 부동산 투자 원칙이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곳을 고르는 거거든요. 효창동에서도 그런 곳을 찾았죠. 남산이나 한강 근처는 이미 땅값이 너무 올라서 접근조차 안 되겠더라고요. 효창공원 근처가 ‘딱’이다 싶었어요.

아직 완벽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안선영은 지난 5년 동안 ‘성공의 가능성’ 정도는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방송인은 얼굴이 곧 명함이고 이는 사업을 시작하는 처지에선 엄청난 특혜로 작용했다. 잘나가는 제조사 대표도 그의 이름 하나면 바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신분이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연예인이 뭐가 아쉬워 사업에 뛰어들겠냐” “방송이나 열심히 하지 뭐 하러 험한 일을 하려 하느냐” 등의 말도 숱하게 들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안선영은 “한 번도 톱스타였던 적이 없었기에 항상 스스로를 마케팅하고 세일즈해야 했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왕성히 활동하던 중 연기에 도전하고, 이어 라디오 DJ로 변신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안선영은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도전도 많이 하고 실패도 수없이 했다”고 회상했다.

무례한 사람에게도 여유 있는 모습으로 응수하는 단단함,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바닥을 짚고 일어설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는 20년 넘는 방송 생활에서 얻은 귀한 재산이다.

치열했던 방송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

유튜브 채널 ‘안서는 안선영’에서 17회 ‘러브바자’ 예고와 후기까지 자세하게 전했다.

유튜브 채널 ‘안서는 안선영’에서 17회 ‘러브바자’ 예고와 후기까지 자세하게 전했다.

회사 이름은 무슨 의미인가요.

아들 이름이 바로 서다 할 때 ‘서바로’예요. 아들 이름을 걸고 회사를 세운 거죠. ‘바로’가 고대 라틴어로 ‘태양’이라는 의미도 있거든요. 그래서 바로스코퍼레이션 BI는 핑크색 태양이에요. 아직 한국 사회에서 엄마나 주부는 희생의 아이콘 혹은 집안에서 2인자쯤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엄마는 가정의 태양이고 소비의 주체라고 생각해요. 가정의 건강과 행복의 중심에는 핑크색 태양인 여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사업의 메인은 무엇인가요.

일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어요. 먹거리와 이너뷰티,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공동 기획하고 자체 R&D와 플랫폼 유통을 담당하는 파트가 있고, 브랜드 홍보 대행과 스타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파트가 있어요. 마지막은 라이브 커머스 파트인데, 이번에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계획하던 것을 추진하게 됐어요. 라이브 방송 스튜디오를 4개나 만들었죠. 작은 방송국 수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안선영이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게 방송이잖아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거든요. ‘루키스’라고 바로스코퍼레이션 소속 쇼호스트도 10명 뽑았어요. 라이브 커머스 대행 에이전시는 검색만 해도 많이 찾을 수 있지만 SNS 홍보, 온라인 세일즈 등 토털 케어가 가능한 업체는 드물거든요. 벌써 방송 스케줄이 꽤 많이 잡혀 있어요.

상품 개발 스토리도 궁금해요.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고 발 빠르게 캐치해야 해요. 쉽게 말하면 스스로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고, 고객의 생각을 읽어야 하는 거죠. 설탕과 합성 첨가물 등 몸에 유익하지 않은 성분은 빼고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4가지 곡물을 담은 시리얼 ‘바로먹는 뮤즐리’는 파우치에 우유만 넣으면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출시 때부터 저처럼 바쁜 워킹맘에게 인기가 높았어요. 집에서 쉽게 구워 먹을 수 있는 완조리 생선을 찾다가, 부산 수산업협회장까지 직접 만나 미팅했고 그 결과 ‘비리지 않다’는 의미의 ‘안비’ 생선을 출시하게 됐어요. 안비에는 고등어, 삼치, 임연수 등이 있어요. 미팅을 위해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죠. 연예인이라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사업 면에서 무시하던 사람들도 바로스코퍼레이션이 지속적으로 R&D 성과를 내고 제품을 40개 이상 개발하고 상표 등록까지 하는 과정을 보면서 차차 인정해주시더라고요.

기부도 꾸준히 하고 계시던데요.

2007년 교회 앞마당에서 안 입는 옷이나 소품 등을 팔아 기부하는 ‘러브바자’를 시작했어요. 당시 포털사이트 악플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연예인이니까 악플도 줄이고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선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보람 있고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계속하고 있어요. 바로스코퍼레이션 홈페이지 주소가 lovebazaar.co.kr인 이유도 이 때문이죠.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5년 전부터 매년 한 명씩 선발해 온라인 러브바자의 수익 중 일부를 교육비로 지원하고 있어요. 상복이 없는 편인데, 기부를 오래 하니 나라에서 상도 주더라고요. 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받은 사람이에요(웃음).

팀워크 좋은 가족이 삶의 원동력

20년 이상 생방송을 매일 했다. 눈이 내리고 비가 와도 방송국으로 뛰어갔고, 가족이 다치거나 수술을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로 잃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티를 낼 수 없었다. 한 달에 소화하는 생방송은 평균 20개 이상. 그렇게 쉼 없이 열심히 달리다가 출산으로 경단녀가 되어버린 것이다. 방송인, 연예인 안선영이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했다. 출산 직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아직 살도 다 빠지지 않은 상태였기에 가장 먼저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운동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하기 싫은 운동을 악착같이 하면서 창업 아이템도 찾을 수 있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라서 싸우기도 하고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죠. 그래도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면서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 게 가족의 팀워크이기도 하니까. 절대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사업을 시작하고 바빠지면서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 바로는 어떤 아이인가요.

올해 드디어 초등학생이 됐어요. 저는 아직 한 번도 아이 등짝을 내리치거나 소리를 질러 본 적이 없어요. 아이가 어렸을 때 화를 내거나 떼를 쓰면 같이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대화로 풀려고 했어요. ‘언제든 엄마는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떼쓰거나 화내지 않고 말로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아이로 컸어요. 운동도 무척 좋아하고요. 선행학습은 안 시켰어요. 1학년인데 덧셈과 뺄셈을 겨우 해요. 하하. 아이에게 돈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차원에서 아이가 신발 정리를 하면 100원, 반찬 안 남기고 스스로 밥을 다 먹으면 500원 이런 식으로 착한 일을 하면 용돈을 줘요. 용돈은 주말에 정산하죠. 일이 바빠서 많이 챙겨주지는 못하지만, 아이 스스로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일과 가정을 동시에 돌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모든 워킹맘이 그렇겠지만,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이 밥 먹이고 등교시킨 뒤 그 길로 바로 헬스장에 가요. 눈으로는 문서를 검토하면서 50분 동안 유산소운동을 하죠. 출근해서는 계속 미팅과 회의가 이어져요. 수요일과 금요일은 아이가 학교에서 빨리 오는 날이라 집에서 아이를 기다렸다가 외부 미팅과 영업을 돌아요. 주말에는 라이브 커머스나 온라인 세일즈 쪽 업무를 봐요. 이 업무는 이제 막 시작하는 분야라 직접 대본부터 구성, 쇼호스트 배치까지 다 관여하거든요. 피부과나 미용실에 가려면 큰맘 먹고 시간을 내야 해요. 아이를 재우다가 옆에서 같이 잠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쩌다 운 좋게 잠들지 않으면 그때 한번 뷰티 디바이스나 마스크팩을 꺼내 피부 관리란 걸 해요(웃음).

충전이 필요할 땐 어떻게 하나요.

아이가 잠들면 남편한테 맡겨놓고 잠깐 밖으로 나와요. 단골 LP 바에서 싱글 몰트위스키 한 잔하면서 음악을 들어요. 다음 날 일정이 있으니 많이 마시지는 않아요. 기분 전환용이죠. 최근엔 집 근처에 코인 노래방이 생겨서 거기도 종종 가요. 같은 동네 사는 아이 친구 엄마와 주로 가는데, 술도 안 마시고 맨정신에 각자 5곡씩 목청 높여 부르죠. 이 해방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하하.

몸매 관리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카페인부터 끊으세요. 블랙커피는 달콤한 간식을 부르는 휘발유 같은 존재예요. 케이크를 커피 말고 맹물이랑 먹어봐요. 맛이 없을걸요. 떡이나 파스타도 마찬가지예요. 죽어도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카페인부터 끊고 물을 많이 마셔보세요. 아마 초반엔 저절로 살이 빠질 거예요.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그동안 책을 두 권 썼어요. ‘하고 싶다 연애’와 ‘하고 싶다 다이어트’요. 죽기 전에 책 열 권을 쓰는 게 목표예요. 올해도 책을 한 권 내려고 하는데, 가제는 ‘하고 싶다 이혼(해도 될까 결혼)’이에요. 결혼한 지 10년 정도 되니까 이제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50대가 되기 전에 한 권 더 그리고 환갑이 되기 전에 두 권을 더 쓰고, 운이 좋아 아흔 살까지 산다면 열 권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배우 윤여정 선생님을 무척 존경하는데, 제가 그분과 비슷한 나이가 됐을 때 선생님처럼 멋진 어른의 모습이면 좋겠어요.

#안선영 #사업가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제공 바로스코퍼레이션 
사진출처 유튜브 ‘안서는 안선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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