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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rt & Culture

‘White Dream’ 음반 내고 12월 콘서트 여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글·구가인 기자 / 사진·디지엔콤 제공

2006. 12. 19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크리스마스 음반을 내놓았다. 음반 발매와 함께 연말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그를 만나 젊은 예술가이자 스무 살 청년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White Dream’ 음반 내고 12월 콘서트 여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3년 전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애국가를 부르던 가녀린 목소리의 열일곱 살 소년. 팝페라 테너 임형주(20)에게는 늘 ‘미소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의 실제 모습 역시 뽀얀 피부에 가녀린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소년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성숙한 모습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 턱밑의 거뭇한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그는 이미지 변신 중일까.
“하하, 아니요. 오늘 면도를 못해서 그래요. 제가 좀 귀차니스트라 면도하는 것조차도 잊을 때가 많아요. ‘미소년’ 이미지가 약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동안이라는 게 칭찬이긴 하지만 어려보이면 손해일 때도 있거든요.”
그의 나이도 이제 스무 살. 그사이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입지도 단단해졌다. 팝페라라는 장르가 생소하던 데뷔 초에 비해 많은 것이 변했다. 무엇보다 임형주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 그의 노래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덕분에 척박한 클래식 음반시장에서 그의 음반은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클래식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활동무대도 국내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 대만은 물론 미국과 유럽까지 넓어졌다.
“주위에서 친한 분들은 ‘넌 클래식 아티스트인데 어떻게 인기는 아이돌 스타 같냐’는 농담을 하세요. 그저 감사할 일이죠.”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바쁘게 보냈다. 지난 5월 디지털 싱글 음반을 냈고,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의 콘서트를 열었던 그는 지난 11월 말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음반 ‘White Dream’을 출시했다. 특히 이번 음반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EMI Classics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얼마 전 EMI에서 내놓은 ‘팝페라 스타’라는 음반에 참여했는데 동양인 팝페라 가수는 저 한명이었는데도 아시아에서 음반 판매량이 높았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EMI Classics에서 계약 제의를 받게 됐죠. 클래식하는 사람들은 EMI Classics 레이블을 ‘빨간 딱지’라고 부르는데 빨간 딱지를 달아야 성공한 거라고 할 정도로 파급력을 가져요. 마리아 칼라스나 사라 브라이트만 등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소속돼 있고, 한국인 중에는 정경화·장영주·장한나씨 등 몇 분이 계세요. 한국 성악가로서는 홍혜경씨 이후 두 번째고, 남자로서는 최초라고 해요. EMI Classics의 제의를 내심 기다리긴 했는데, 음반을 내게 되니까 ‘내가 벌써 이렇게 성공한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자신을 칭찬하는 데 인색한 편인데 이번에는 칭찬해줬어요.(웃음)”
또박또박, 명료하면서도 세련되게 끝나는 말투에는 자신감이 실려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마리아 칼라스의 음반을 듣고 매료돼 본격적으로 성악을 배우기 전까지 뉴스 앵커를 꿈꾸며 발음을 연습했고 중학교 때는 해외 패션지를 보며 학업 못지않게 트렌드 파악도 열심히 했을 만큼, 어릴 때부터 당당하고 세련된 것을 동경했다는 그는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제가 봐도 나이에 비해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없으면 무대에 서지 못해요. 특히 클래식 음악회의 경우 비평가나 기자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얼마나 하나 보자’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이 없으면 견딜 수 없어요. 무대에서만은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져야하죠.”

“어릴 땐 유명한 음악인이 되길 꿈꿨지만, 이젠 저 스스로 만족하며 음악하고 싶어요”
‘White Dream’ 음반 내고 12월 콘서트 여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중학 시절부터 국내 각종 성악대회에서 1위를 휩쓸어 ‘신동’소리를 들은 임형주는 예원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직후 홀로 미국에 건너가 줄리어드음대 예비학교를 다녔으며, 인터넷을 검색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메조소프라노로 활동 중인 웬디 호프만의 집을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세계지도를 제 방에 붙여주셨어요. 그러면서 ‘너는 세계적인 사람이 돼야 해’ 하셨는데 그때 우리나라가 정말 작다는 걸 실감했던 기억이 나요. 어릴 땐 위인전 읽기를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빌 게이츠는 제 우상이었어요. 왜 그렇게 성공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는데, 중학교 때도 친구들로부터 ‘너는 TV프로 ‘성공시대’를 준비하는 사람 같다’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모든 것에 열심이었어요.”
그렇게 꿈을 위해 달렸고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치르게 된 유명세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을까.
“데뷔하고 나서 한동안은 정말 좋았어요. 유명해지길 원했으니까요. 파티나 패션쇼에 참석하거나 왕이나 대통령같이 유명한 분들을 만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었고요. 그런데 요즘은 여자친구를 사귀고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그런 일상적인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있어요. 심지어 지하철이나 버스는 4년째 타본 적이 없죠.(웃음) 얼마 전엔 아주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운동복을 입고, 모자 눌러쓰고 밖에 나가서 아침에 출근하고 등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봤어요. 아침 10시와 11시 풍경이 무척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고, 새삼스레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누리지 못해 아쉬운데, 이런 얘길 하면 제 친구들은 제가 더 부럽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어떤 것을 얻기 위해선 다른 걸 포기해야 하나봐요.”
이탈리아 산펠리체 음악원에 재학 중인 그는 활동을 위해 올해 휴학을 하고 한국에서 주로 지냈다고 한다. 여가시간엔 중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나 심야영화를 보러 다니는 등 일상적인 일을 하며 보냈다는 임형주는 한국 음악가 중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친하다고.
“조수미씨는 만나면 정말 재밌어요. 저희 어머니보다 두 살 어리신데 전 누나라고 불러요.(웃음) 2003년 월드컵 1주년 평화 콘서트 때 처음 만나서 ‘선생님’이라고 불렀더니 ‘시집도 안 갔는데 무슨 선생님이냐’면서 누나라고 부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떻게 네 음반이 나보다 많이 나가냐’면서 농담도 하시고요. 그때 이후로 계속 만나고 있어요. 공연 때문에 만나거나 앙드레김 선생님 의상실에서 자주 만났죠.”
크리스마스 음반 ‘White Dream’을 낸 그는 12월에는 분당, 대구, 김해 등에서 연말 콘서트를 열고 내년 1월에는 바이에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방한 공연에 게스트로 초청돼 함께 전국투어를 다닐 예정이다. 경향신문 뉴스메이커 출판자문위원, 적십자 홍보대사 등 음악 외 활동도 활발히 하는 임형주는 이에 더해 내년 3월경에는 취학 전 음악영재를 위한 예술 아카데미도 열 예정이라고 밝힌다. 아직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다는 그에게 여자친구는 언제 사귀냐고 묻자 “음악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필수적이라 가능하면 빨리 사귀고 싶은데 자기애가 강하다보니 잘 안된다”며 웃는다. 그렇다면 스무 살 그가 현재 꾸고 있는 꿈은 뭘까.
“예전처럼 세계적인 음악인이나 유명한 사람을 꿈꾸는 건 아니에요. 이젠 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기가 떨어지고, 세계적인 대가로서 활동할 수 없다 해도 음악을 천직으로 여기고 순수하게 좋아하면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티스트 뿐아니라 음악 전문잡지 같은 것도 만들고 싶어요. 편집장하면 정말 잘할 거 같은데….(웃음)”

임형주의 송년음악회 White Dream
일시 12월27일 오후 8시 장소 경기도 분당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문의 02-3471-8882

김해 문화의전당 개관 1주년 콘서트
일시 12월3일 오후 6시 장소 경남 김해 문화의전당 마루홀
문의 055-320-1234·1222 www.gasc.or.kr

2006 임형주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대구)
일시 12월24일 오후 7시 장소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문의 1566-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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