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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돌아온 그녀

‘요부’ 역할 맡아 5년 만에 연기활동 재개한 서갑숙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6. 09. 21

99년 성 고백서를 펴낸 이후 한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서갑숙이 5년 만에 시청자 곁으로 돌아왔다. SBS 대하사극 ‘연개소문’에서 신라시대 3명의 왕과 화랑의 우두머리 등 모두 8명의 남성을 노리개로 삼으면서 왕실을 좌지우지했던 미실 역할을 맡은 것. 서갑숙이 그간의 생활과 연기욕심을 들려줬다.

‘요부’ 역할 맡아  5년 만에 연기활동 재개한 서갑숙

7년 전 성에 관한 자전 에세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를 발간, 화제를 모은 뒤 2001년 SBS 드라마 ‘이 부부가 사는 법’을 마지막으로 TV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탤런트 서갑숙(45). 그가 5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SBS 100부작 대하사극 ‘연개소문’을 통해서다. 드라마 대본을 손에 쥐고 있는 서갑숙의 얼굴에 ‘난 요즘 행복해요’라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
“드라마는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난 7월 제 생일에 친정엄마, 두 딸과 함께 집에 있는데 출연섭외가 들어왔어요. 전화를 받고 몹시 흥분을 했죠. 그동안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것 같았어요. 마음속으론 비명을 질렀고요. 근사한 생일선물을 받은 거죠.”
그는 ‘나도 때론…’를 발간한 이후 방송 관계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설 자리를 잃었다. 방송에서 멀어진 그는 그동안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한 누드 에세이집 ‘뼈 연적 18’과 향기와 추억에 관한 책 ‘서갑숙의 추파’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 연기를 쉴 수밖에 없었던 지난 몇 년 동안 가슴에 휑한 찬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결국 제가 펴낸 책 때문에 본의 아니게 연기를 쉬었지만 그렇다고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아요.”

“배역 제의받고 시청자들이 옛 이미지 떠올릴까봐 긴장되긴 했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그가 맡은 역할은 신라시대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등 3명의 왕과 화랑의 우두머리인 세종 등 모두 8명의 남성을 노리개로 삼으면서 왕실을 좌지우지한 요부 미실이다.
“방송은 쉬었지만, 그동안 1년에 한두 편씩 연극무대에 섰어요. 사실 연기 자체는 큰 부담이 안되는데 미실이라는 인물을 통해 시청자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제 이미지를 계속 떠올리게 될까봐 많이 긴장되긴 해요. 하지만 이번 ‘연개소문’의 출연을 계기로 높은 산 하나를 힘겹게 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요.”
그는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고 한다. 대본을 받아 쥘 때의 가슴 떨림도, 대본을 외울 때의 흥분도 모두 자신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것.
“평소 맨얼굴로 다녔더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분장을 하니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좁쌀 같은 게 나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다시 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서 그런지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실에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미실 역할을 맡게 된 데는 성 고백서를 펴낸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부’ 역할 맡아  5년 만에 연기활동 재개한 서갑숙

서갑숙은 자신의 생일에 출연섭외 전화를 받고 근사한 생일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배역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사실 연기자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은 역이거든요. 이번 배역이 ‘성’과 관련있는 만큼 시청자들은 저와 미실의 공통점을 다시 찾으려고 하겠죠. 하지만 미실이란 인물이 성적인 존재로만 그려지지는 않아요. 제가 예전에 책을 통해 밝히고 싶었던 것도 사랑과 행복에 관한 진실한 담론이었는데 사람들은 저의 성 체험에만 관심을 쏟더라고요. 미실 또한 요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해요. 역사 속 미실은 왕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정치운영을 잘한 탁월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거든요.”
그의 방송재개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두 딸(고3·중3)이라고 한다. 97년 탤런트 노영국과 이혼한 그는 4년 전부터 두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저보다도 아이들이 더 즐거운 비명을 질렀어요. 큰딸은 ‘언젠가 엄마가 연기를 다시 하게 되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하는 눈치였는데 둘째는 ‘엄마가 예쁘게 화장도 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TV에 나갔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거든요.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던 모양이에요. 두 딸이 ‘엄마가 좋아하는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됐으니 최선을 다하라’면서 격려해주더라고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며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외로움을 달래줄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없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을 만나 밥이라도 먹어야 (남자)친구가 생길 텐데(웃음)…. 시골에서 살다보니 서울에 갈 일이 거의 없어요. 누굴 만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던 거죠. 시골생활은 단순하고 단조로운 편이에요. 전원생활이 사람의 욕심을 줄여주는데다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별로 없어서 그냥 맘 편하게 지내요. 외롭다거나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고요.”
주연은 아니지만 개성있는 배역을 맡아 복귀한 그가 시청자에게 멋진 연기를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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