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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가짜여서 더 잘 팔리는 ‘이것’

정세영 기자

2026. 01. 14

과감한 컬러와 실루엣,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가짜를 넘어 대세에 오른 페이크 퍼의 진화 과정 및 스타일링 공식을 소개한다.

가짜의 반격

진짜 퍼 같은 광택, 감각적인 색감, 극강의 보온성까지. 페이크 퍼 열풍이 매년 지속되고 있다. 2025년 겨울 시즌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패션 플랫폼 29CM는 페이크 퍼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0% 이상,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플러스는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른 추위로 빠르게 형성된 헤비 아우터의 수요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요즘 소비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크 퍼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혔던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동물 가죽과 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채식주의자이자 동물 애호가로 알려진 그의 행보에 여성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그는 현명한 가치관을 지닌 디자이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드리스반노튼, 조르지오아르마니 등도 스텔라 매카트니와 뜻을 같이하겠다고 발표하며 착한 패션에 동참했다.  

페이크 퍼를 논할 때 구찌를 빼놓을 수 없다. 구찌는 2018 S/S 컬렉션부터 퍼를 일절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구찌의 CEO 마르코 비차리는 ‘세계 소녀의 날’을 맞아 영국에서 열린 ‘2017 케링 토크’에 참석해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은 구찌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우리는 계속해서 동물과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퍼 프리에 진심을 보였다. 이에 패션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구찌는 그간 옷과 슈즈, 심지어 슬리퍼 안까지 리얼 퍼로 장식하며 모피에 남다른 사랑을 보여왔다. 심지어 당시 구찌의 메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모피를 활용한 스트리트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구찌는 “남아 있는 구찌의 모든 모피 제품을 경매 처분하겠다”며 “수익금은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과 이탈리아 동물보호단체인 LAV 등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샤넬, 디올 등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도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하며 퍼 프리 열풍에 불을 지폈다. 그렇다고 패션계가 모피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디자이너들은 모피를 대체할 소재 찾기에 몰두했고, 그 결과 신기술력으로 재탄생한 페이크 퍼를 비롯해 에코 퍼, 플리스 등이 적극 활용됐다. 드라마틱한 실루엣부터 눈부신 애시드, 형형색색의 컬러와 패턴까지. 과감한 시도와 실험을 거친 패션 하우스들은 2020년 본격적으로 ‘뉴 퍼’ 시대를 선포했다.  

런웨이 주인공으로 우뚝

2025 F/W 컬렉션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건 페이크 퍼였다. 매해 꾸준히 페이크 퍼를 선보였지만, 이번 시즌만큼 대담한 변주가 쏟아진 적은 드물었다. 블루, 레드, 옐로 등을 포인트 컬러로 활용하고, 칼라와 아웃포켓에만 트리밍을 더하는 등 페이크 퍼의 무한한 진화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페이크 퍼는 아우터와 만났을 때 그 매력이 배가된다. 풍성한 볼륨감으로 어깨에 툭 걸치기만 해도 멋과 따뜻함까지 챙길 수 있다. 2025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페이크 퍼는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거친 텍스처와 그러데이션이 거의 배제된 모습이었다. 보다 창의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재해석된 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우선 디올은 파워 숄더 퍼 볼레로를 레더 소재의 장갑,  스커트에 매치했다. 구조적 슈트와 인조 퍼의 조합으로 파워풀한 룩을 선보인 질샌더, 사자의 갈기처럼 거친 실루엣을 표현한 펜디 등의 모델들은 각양각색 페이크 퍼를 입고 런웨이를 누볐다. 



페이크 퍼를 패딩처럼 꼭 큰 덩어리로 걸칠 필요는 없다. 칼라와 소매 등에 트리밍된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줘도 충분하다. 후드나 네크라인에만 퍼를 장식한 보머 코트, 블루종 등을 선택하면 Y2K 레트로 무드를 자아낼 수 있다. 퍼 특유의 과도한 부피감을 정리하고 싶다면 심플한 화이트 티셔츠를 매치해 무게감을 덜어내자. 조거 팬츠와 캡을 활용하면 자유롭고 영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페이크 퍼를 가장 쉽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은 베스트다. 니트나 화려한 패턴의 원피스 위에 레이어드하면 여성스러우면서도 우아한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다. 하이넥 집업이나 심플한 액세서리, 청바지 등과 함께하면 과하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해 보인다.

페이크 퍼 특유의 와일드함이 부담스럽다면 에코 퍼를 추천한다. 페이크 퍼의 친환경 버전으로 불리는 에코 퍼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자연 유래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에코 퍼의 매력은 솜사탕처럼 포근한 질감이다. 귀엽고 보송보송한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우유를 한 방울 섞은 듯한 부드러운 계열의 컬러를 눈여겨볼 것. 이민지 스타일리스트는 “모가 짧고 곱슬거리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페이크퍼 #아우터 #겨울패션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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