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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지금 알아야 할 2025 F/W 트렌드 키워드 8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5. 08. 12

패션은 늘 계절을 한발 앞서간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미리 올 가을·겨울 트렌드를 살펴보자. 벌써 가을과 겨울이 기다려질지도 모른다.

겨울의 블루 

겨울 공기를 닮은 블루 컬러가 F/W 런웨이를 가득 채웠다. 그중 눈길을 끈 건 단연 가브리엘라허스트.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재단된 서슬 퍼런 슈트는 한겨울 바람처럼 매섭고 날카로운 인상을 남겼다. 니클라스스코브가드는 파도처럼 굽이치는 둥근 헴라인 드레스로 런웨이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하루노부무라타는 그러데이션 블루 드레스로 수채화 같은 풍경을 펼쳐 보였다. 그런가 하면 카시아쿠차르스카는 셔링 디테일의 입체적인 피스들로 블루 컬러에 깊이감을 더했다. 쇼는 쇼일 뿐, 한겨울 블루 컬러가 여전히 망설여진다면 백과 슈즈처럼 진입 장벽이 낮은 액세서리부터 시작해보자. 지루한 겨울 옷차림에 쿨한 바이브를 더하기에 이보다 좋은 컬러는 없을 테다. 

한쪽 어깨를 내려주세요 

완벽한 대칭이 미덕이던 시대는 지났다. 한쪽 어깨를 드러낸 원 숄더 디자인이 비대칭의 미학을 설파하며 당당히 무대에 올랐으니까. 먼저 루이비통은 반듯한 터틀넥 톱에 오버사이즈 스웨터를 겹쳐 입고, 어깨선을 흘러내리듯 연출해 여유로운 무드를 더했다. 산드라웨일은 컷아웃 디테일이 가미된 니트 스웨터로 어깨 라인을 강조했고, 더가먼트와 줄리아이레나타는 흐르듯 떨어지는 회색 원 숄더 블라우스에 슬랙스를 매치해 도회적인 분위기를 가득 채웠다. 아방가르드의 정수를 보여준 앤소피매드슨은 여성의 곡선미를 살린 섬세한 드레이핑의 드레스를 피날레에 세우며 트렌드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한쪽 어깨를 슬쩍 내리는 것이 그 어떤 직접적인 노출보다 더 세련된 방식이라고.

어텐션 플리즈, 벨트 



이번 시즌 키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벨트. 겹치고 꼬고 늘어뜨리는 건 물론 큼직한 장식을 더해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스타일의 중심에 섰다. 크리스토퍼에스버는 올 블랙 룩에 여러 개의 가죽 벨트를 둘러 분방한 매력을 강조했고, 질샌더는 크림색 니트 스웨터에 가죽 벨트를 길게 늘어뜨린 뒤 체인과 키 링으로 장식해 힙한 무드를 살려냈다. 벨트는 Y2K 스타일의 단골 아이템이기도 하다. 가죽 벨트와 스카프 조합으로 보헤미안적인 터치를 더한 이자벨마랑, 니트 스웨터와 스커트에 웨스턴풍의 버클 벨트를 겹겹이 둘러 록 시크 무드를 연출한 스키아파렐리가 대표적인 예다. 단정한 맥시 코트에 큼지막한 가죽 백팩 2개를 매달아 스타일 반전을 꾀한 페라가모의 벨트 룩도 흥미를 끌었다. 

강직한 더블브레스트 슈트 

재킷 앞섶을 이중으로 여미는 클래식한 더블브레스트 슈트가 올 시즌 여성복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유의 직선적인 실루엣은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의 몸에서 더 강렬한 존재감을 발한다. 화이트 셔츠에 차분한 베이지 톤 더블브레스트 슈트를 입고 클러치 백을 움켜쥔 채 시크하게 걷는 커먼스웨덴의 모델들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지방시와 스텔라맥카트니 역시 견고한 어깨 라인의 더블 재킷과 팬츠 룩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에 질세라 드리스반노튼은 칼라 깃을 바짝 세운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펜슬 스커트를 매치해 보다 유연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한편, 더블브레스트 형태를 변형한 전위적인 슈트로 파격을 선사한 오토링거도 있다. 단정함과 강인함을 모두 겸비한 더블브레스트 슈트는 오늘날 오피스 우먼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스타일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케이프 자락 휘날리며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계절. 담요처럼 어깨를 포근히 감싸는 무적의 케이프 코트가 다시 돌아왔다. 전통적인 망토 디자인부터 실용적인 슬릿 디테일과 구조적인 실루엣까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매력을 자랑한다. 대표적으로 캘빈클라인은 케이프를 두 겹 덧댄 듯한 오버사이즈 코트로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뒤이어 사카이는 케이프에서 영감을 받은 오버핏 무톤 재킷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남겼다. 브랜든맥스웰은 고급스러운 울 소재에 도트 패턴을 더한 케이프 코트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냈다. 보다 가벼운 소재와 디테일로 승부한 브랜드들도 눈에 띈다. 비대칭 소매의 판초 드레스로 스타일 품격을 끌어올린 록산다, 풍성한 플리츠 장식 케이프와 스커트를 한 벌로 구성해 우아함의 정수를 보인 MKDT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예다.  

캐치프레이즈! 티셔츠 

티셔츠는 오랫동안 디자이너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캔버스 역할을 해왔다. ‘조용한 럭셔리’와 미니멀리즘에 밀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슬로건 티셔츠가 트렌드 전면에 등장했다. 2017년,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긴 티셔츠로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만든 디올은 이번 시즌, 하우스를 대표하는 향수에서 따온 ‘J’adore(쟈도르)’ 티셔츠로 예술적 유산을 재해석했다. 성적 정체성과 인종 차별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아시시는 ‘Up yours(엿 먹어)’라는 도발적인 슬로건으로 사회적 억압과 권위에 저항했다. 유머러스한 접근도 눈에 띈다. 마크공은 관광지 기념 티셔츠의 대명사 ‘I ♥ NY(아이 러브 뉴욕)’를 차용한 ‘I ♥ Markgong money & boys(나는 마크공의 돈과 남자들을 사랑해)’ 문구의 티셔츠로 위트를 더했다. 이 외에도 ‘You can dance! Anywhere(어디서든 춤출 수 있어)’ 메시지를 담은 그래픽으로 발레코어 트렌드를 녹인 치카키사다와 ‘Knitting girl(뜨개질하는 소녀)’ 자수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각인시킨 스웨잉니트도 있다.  

힘 빼고 듭시다  

가방을 메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흥미로운 건, 힘없이 쥐거나 스트랩을 늘어뜨리는 무심한 연출이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 아이코닉 백의 원조, 펜디는 손끝에 힘을 뺀 채 가방을 축 늘어뜨리는 덤덤한 제스처로 새로운 백 애티튜드를 제안했다. 토리버치 역시 마찬가지다. 스트랩이 바닥에 끌려도 개의치 않는 듯한 쿨한 태도로 스타일에 여유를 더했다. 끌로에와 구찌, 조르지오아르마니는 백 핸들을 팔꿈치에 걸어 흔들거나, 백을 반으로 접어 가볍게 쥐는 여유로운 애티튜드로 시선을 모았다. 올 시즌엔 가방을 정직하게 메거나 내용물을 빼곡히 채울 필요가 없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애티튜드야말로 요즘 시대 정신이 깃든 백의 진짜 매력이니까.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퍼   

언제부터였을까, 패션 하우스가 윤리적 소비를 외치며 페이크 퍼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 기술력은 나날이 진화했고, 매해 겨울이면 ‘가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퍼 아이템들이 등장해 놀라움을 안긴다. 올 시즌엔 특히 야생의 기운을 머금은 강렬한 텍스처의 퍼 코트들이 런웨이를 호령했다. 엘리사브는 맹수의 위용을 담은 풀 퍼 코트로 쇼의 오프닝을 열었고, 시몬로샤는 생동감 넘치는 텍스처의 퍼 재킷과 스커트 셋업에 가죽 벨트를 더해 글래머러스한 무드를 연출했다. 얼굴 절반은 가릴 듯한 하이 네크라인의 퍼 코트로 대담한 실루엣을 완성한 마이클코어스, 셔츠와 베스트에 슬랙스와 하프 퍼 코트를 입어 젊고 파워풀한 루킹을 제안한 발렌티노, 쇼트 퍼 재킷을 원피스처럼 활용하는 과감함을 보인 프라다까지. 이쯤 되면 가짜와 진짜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FW패션키워드 #FW패션트렌드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니클라스스코브가드 더가먼츠 마크공 브랜든맥스웰 산드라웨일 스키아파렐리 아시시 앤소피매드슨 줄리아이레나타 지방시 치카키사다 카시아쿠차르스카 캘빈클라인 MKDT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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