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마닐라까지는 3시간 50분, 시차도 고작 1시간이다. 그래서 필리핀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여행지가 됐다. 2023년 필리핀을 찾은 관광객은 145만 명,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필리핀 여행 하면 많은 사람이 세부나 보라카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필리핀 정치·경제의 중심지 마닐라 역시 여행을 떠나기 좋은 도시다. 마닐라는 루손섬에 위치한 필리핀의 수도로 동양 무역의 거점 역할을 했다.
마닐라로 잠깐 떠나게 됐다고 주변에 이야기하자 치안에 대한 우려를 전해왔다. 실제로 외교부는 마닐라를 포함한 필리핀 대부분 지역을 여행 자제 구역으로 정해뒀다.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게 복합리조트다. 호텔과 수영장, 레스토랑과 쇼핑센터를 건물 안에서 이동할 수 있어 안전이 보장된다. 진정한 풀패키지 호캉스를 누리고 싶다면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가 적격이다.
11월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자정,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은 여행의 설렘과 낭만을 품은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북적거렸다. 29℃ 내외의 습한 공기가 이곳이 이국임을 실감케 했다. 어둠을 뚫고 엔터테인먼트 시티로 들어서자 화려한 불빛이 펼쳐졌다.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케 하는 빛나는 간판들이 번쩍였다. 그리고 마닐라만에 가까워지자 솔레어(Solaire)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솔레어는 프랑스어로 ‘태양’이라는 뜻이다.
2013년 문을 연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는 마닐라만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호인 엔리케 라존이 약 12억 달러(1조6000억 원)를 투자해 만든 곳이다. 그는 글로벌 항만 업체 인터내셔널 컨테이너 터미널 서비스와 리조트 그룹 블룸베리를 키워냈다.
솔레어 리조트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규모에 놀랐다. 2개의 타워에는 793개의 객실이 있다. 이 중 단 4개만 존재하는 ‘빌라’ 객실은 브루노 마스가 1박에 1000만 원이 넘는 숙박비를 내고 묵었다고 해서 이름을 떨쳤다. 객실 내부에 헬스장과 수영장이 딸린 그야말로 독채 별장인 셈.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스위트룸 객실도 마련돼 있다. 일반 객실의 숙박비는 12월 주말여행 기준 1박에 30만〜40만 원 선이다. 서울에 있는 5성급 호텔이 50만~60만 원을 호가하는 걸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인 셈이다.
블룸베리 측은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를 만들며 건물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에 공을 들였다. 마닐라만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사격장, 1700석 규모의 극장, 릴랙스를 위한 스파와 살롱까지.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즐거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루이비통, 프라다, 셀린 등 40여 개의 명품 브랜드 매장이 늘어선 리조트 내 쇼핑몰. 높은 층고를 자랑하며 시원하게 뚫린 공간 안에 줄지어 선 매장들은 웬만한 백화점 저리 가라다.
여행에서 식도락을 빼놓기는 어렵다. ‘마닐라 맛집’을 구글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솔레어 리조트 측은 관광객들을 위해 F&B에 공을 들였다. 리조트 관계자는 “모든 재료를 현지에서 공수해올 만큼 음식에 진심”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리조트 내에는 13개의 식당과 바가 있다. 그중에서도 3대장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인 피네스트라(Finestra), 일식당인 야쿠미(Yakumi), 중식당인 레드 랜턴(Red Lantern)이다.
이 중 야쿠미와 레드 랜턴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야쿠미의 경우 도쿄의 도요스 시장에서 매주 2번 신선한 식재료를 공수해 일본 현지에 버금가는 품질을 자랑한다. 중식당인 레드 랜턴은 베이징 덕과 딤섬으로 유명하다. 평일에는 1300페소(약 3만1000원), 주말에는 1700페소(약 4만 원)로 딤섬 무한 리필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페소는 필리핀의 화폐 단위로 1페소가 24원, 400페소가 1만 원 정도라고 기억해두면 감을 잡기 편하다. 여행에서 “이 집은 물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 안성맞춤인 한식당 ‘기와’와 깐부치킨도 솔레어 리조트에서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400km를 날아왔는데 리조트 안에만 있는 게 성에 차지 않는다면 시내 투어를 추천한다. 마닐라를 찾은 이들은 주로 인트라무로스(Intramuros) 지역을 관광한다. 스페인어인 인트라무로스를 직역하면 ‘벽 안’이라는 뜻이다. 현지에서는 ‘올드 마닐라’로 불리는 유서 깊은 공간으로 서울로 치면 사대문 안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다수의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필리핀도 제국주의에 의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포르투갈 항해사 마젤란이 세계 일주를 하는 과정에서 필리핀을 발견했고, 유럽에 처음 필리핀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곳이 무역 기지로 적합하다고 여겼던 스페인 정부는 16세기 말부터 필리핀을 지배했다.
1593년 만들어진 산티아고 요새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 군사기지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성벽을 따라 올라가면 파시그강과 마닐라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주인은 20세기 말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제2차세계대전 말에는 일본으로 바뀌었다.
산티아고 요새는 평화로운 공원처럼 느껴졌다. 현지 가이드는 산티아고 요새 내에 있는 지하 감옥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식민지 역사가 길었던 만큼 수많은 필리핀 사람은 수 세기 동안 억압을 견뎌야 했다. 화약과 무기 보관소로도 이용되었던 지하 감옥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살육의 장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희생당한 필리핀 사람들의 사진만이 남아 이곳을 지키고 있다. 난징 대학살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본은 필리핀에서도 학살을 자행했다. 학계는 마닐라 대학살로 민간인 12만5000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에 이순신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호세 리살(1861~1896)이 있다. 현지 가이드는 그를 “의사이자 발명가, 사업가이자 작가”로 표현하며 존경심을 내비쳤다. 부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이력을 자랑하는 리살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 식민 통치 철폐와 자치 정부 수립을 주장했다. 필리핀민족동맹을 조직해 스페인에 저항하던 그는 1896년 공개 처형됐다. 그의 동상이 있는 리살 공원 역시 시내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공간이다.
스페인은 필리핀에 저항 정신과 함께 가톨릭 문화를 이식했다.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 마닐라 대성당과 성 어거스틴 대성당이다. 마닐라 대성당은 1581년 건축됐다.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 건축물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다. 1607년 완성된 성 어거스틴 대성당은 그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필리핀에 살았던 스페인 귀족과 필리핀 상류층의 저택을 재현한 카사 마닐라(Casa Manila)에서는 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3층 건물의 중앙에는 스페인 중정식 정원 파티오가 재현돼 있고, 실내로 들어가면 과거 풍속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자리한다.
지인을 위한 기념품을 사려고 한다면 시내 관광을 마치고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 ‘아얄라 몰’ ‘SM 몰 오브 아시아’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맥도날드의 아성을 무너뜨린 필리핀 패스트푸드 전문점 졸리비 역시 리조트 내에는 없으므로 시내를 관광하는 김에 들르도록 하자.
‘크리스마스’는 많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단어다. 80%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는 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인과 보내는 날의 의미가 더 강하지만, 필리핀에서는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에 가깝다. 필리핀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관광객 입장에서도 필리핀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북위 14°로 연중 고온 다습한 기후를 유지하는 마닐라에서도 12월부터는 비교적 쾌적한 건기가 시작된다. 22~28℃ 정도의 적당한 기온이 유지되는 시기다.
필리핀에서는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한다. 특히 트리 점등식 행사가 홀리데이 시즌의 서막을 알린다. 솔레어 리조트도 매년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를 연다. 11월 4일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 입구엔 6m 높이의 트리 2개가 들어섰다. 그리고 ‘필리핀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레아 살롱가가 감미로운 캐럴을 들려줬다. 블룸베리 리조트를 운영하는 라존 일가는 점등을 알리는 리본을 끊었다.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 측은 특별 객실 패키지를 비롯해 다채로운 공연과 미식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마닐라 북동부 케손시티에 있는 솔레어 리조트 노스 역시 크리스마스 준비에 한창이었다. 올해 5월 문을 연 신상 호텔인 이곳은 38층 높이로 지어져 케손시티의 랜드마크가 됐다. 솔레오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가 공항 인근 복합리조트에 가깝다면 노스는 도심 속 특급 호텔이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 1920년대 뉴욕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게 하는 스카이(Sky) 바에서는 마닐라 시내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솔레어 리조트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미식 경험도 노스 내 필리핀 레스토랑 만야만(Manyaman)에서 했다. 만야만은 타갈로그어로 ‘맛있는’이라는 뜻으로 필리핀 전통 음식을 고급스럽게 재해석해 내놓는다. 타로 잎을 코코넛밀크와 함께 끓여낸 라잉은 바질 페스토를 연상시켰고, 타마린드로 신맛을 강조한 수프인 시니강은 태국 똠얌꿍에 버금가는 매력을 자랑했다. 만야만에는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도 많았다. 우리가 찌개를 하나 놓고 서로 나눠 먹는 것처럼 여러 음식을 시켜 조금씩 덜어서 먹는 게 중요한 식문화라고 한다.
충분히 먹고 마셨으니 이제는 릴랙스할 시간. 솔레어 리조트는 거대한 미술관이나 다름없다. 필리핀의 유명 예술가뿐만 아니라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까지 총 3000여 점의 컬렉션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대형 스타디움 규모의 리조트를 돌아다니며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700석 규모의 ‘더 시어터’에서는 매주 뮤지컬과 공연이 펼쳐진다. 11월 4일, 모든 좌석에서 자연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컨스텔레이션 음향을 갖춘 무대에는 트리 점등식을 마치고 온 레아 살롱가가 섰다. 그는 12월 31일 밤 이 무대에 한 차례 더 설 예정이라고 말했으니 뮤지컬 팬이라면 참고하자.
3박 4일 동안 솔레어 리조트를 속속들이 구경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한눈에 리조트 전체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만큼 솔레어는 휴식과 유흥, 미식과 문화가 섞여 있는 풀패키지 리조트다. 크리스마스와 신정 연휴를 결합해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마닐라의 따스한 태양 아래서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리조트 #여성동아
사진 제공 크레드
마닐라로 잠깐 떠나게 됐다고 주변에 이야기하자 치안에 대한 우려를 전해왔다. 실제로 외교부는 마닐라를 포함한 필리핀 대부분 지역을 여행 자제 구역으로 정해뒀다.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게 복합리조트다. 호텔과 수영장, 레스토랑과 쇼핑센터를 건물 안에서 이동할 수 있어 안전이 보장된다. 진정한 풀패키지 호캉스를 누리고 싶다면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가 적격이다.
이 안에 다 있다
마닐라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시티를 만들었다. 석양으로 유명한 마닐라만이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과 인접해 있어 교통 편의성도 갖췄다. 인스파이어와 파라다이스시티가 들어선 한국의 영종도와 유사하다. 현재 솔레어 리조트를 비롯해 디즈니+ 시리즈물 ‘카지노’를 촬영한 오카다 마닐라, 시티 오브 드림스 마닐라 등 많은 리조트가 엔터테인먼트 시티의 밤을 밝히고 있다.
11월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자정,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은 여행의 설렘과 낭만을 품은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북적거렸다. 29℃ 내외의 습한 공기가 이곳이 이국임을 실감케 했다. 어둠을 뚫고 엔터테인먼트 시티로 들어서자 화려한 불빛이 펼쳐졌다.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케 하는 빛나는 간판들이 번쩍였다. 그리고 마닐라만에 가까워지자 솔레어(Solaire)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솔레어는 프랑스어로 ‘태양’이라는 뜻이다.
2013년 문을 연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는 마닐라만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호인 엔리케 라존이 약 12억 달러(1조6000억 원)를 투자해 만든 곳이다. 그는 글로벌 항만 업체 인터내셔널 컨테이너 터미널 서비스와 리조트 그룹 블룸베리를 키워냈다.
솔레어 리조트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규모에 놀랐다. 2개의 타워에는 793개의 객실이 있다. 이 중 단 4개만 존재하는 ‘빌라’ 객실은 브루노 마스가 1박에 1000만 원이 넘는 숙박비를 내고 묵었다고 해서 이름을 떨쳤다. 객실 내부에 헬스장과 수영장이 딸린 그야말로 독채 별장인 셈.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스위트룸 객실도 마련돼 있다. 일반 객실의 숙박비는 12월 주말여행 기준 1박에 30만〜40만 원 선이다. 서울에 있는 5성급 호텔이 50만~60만 원을 호가하는 걸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인 셈이다.
블룸베리 측은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를 만들며 건물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에 공을 들였다. 마닐라만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사격장, 1700석 규모의 극장, 릴랙스를 위한 스파와 살롱까지.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즐거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루이비통, 프라다, 셀린 등 40여 개의 명품 브랜드 매장이 늘어선 리조트 내 쇼핑몰. 높은 층고를 자랑하며 시원하게 뚫린 공간 안에 줄지어 선 매장들은 웬만한 백화점 저리 가라다.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의 시그니처 레스토랑 야쿠미(왼쪽)와 래드 랜턴에서는 현지의 식재료를 공수해 음식을 선보인다.
이 중 야쿠미와 레드 랜턴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야쿠미의 경우 도쿄의 도요스 시장에서 매주 2번 신선한 식재료를 공수해 일본 현지에 버금가는 품질을 자랑한다. 중식당인 레드 랜턴은 베이징 덕과 딤섬으로 유명하다. 평일에는 1300페소(약 3만1000원), 주말에는 1700페소(약 4만 원)로 딤섬 무한 리필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페소는 필리핀의 화폐 단위로 1페소가 24원, 400페소가 1만 원 정도라고 기억해두면 감을 잡기 편하다. 여행에서 “이 집은 물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 안성맞춤인 한식당 ‘기와’와 깐부치킨도 솔레어 리조트에서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닐라에 새겨진 아픈 역사
16세기 말 스페인이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석조 요새, 발루아르테 데 산디에고.
1593년 만들어진 산티아고 요새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 군사기지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성벽을 따라 올라가면 파시그강과 마닐라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주인은 20세기 말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제2차세계대전 말에는 일본으로 바뀌었다.
리조트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마닐라 시내 투어를 추천한다. 마닐라 대성당, 카사 마닐라, 아얄라 몰 전경(위쪽부터).
한국에 이순신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호세 리살(1861~1896)이 있다. 현지 가이드는 그를 “의사이자 발명가, 사업가이자 작가”로 표현하며 존경심을 내비쳤다. 부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이력을 자랑하는 리살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 식민 통치 철폐와 자치 정부 수립을 주장했다. 필리핀민족동맹을 조직해 스페인에 저항하던 그는 1896년 공개 처형됐다. 그의 동상이 있는 리살 공원 역시 시내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공간이다.
스페인은 필리핀에 저항 정신과 함께 가톨릭 문화를 이식했다.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 마닐라 대성당과 성 어거스틴 대성당이다. 마닐라 대성당은 1581년 건축됐다.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 건축물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다. 1607년 완성된 성 어거스틴 대성당은 그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필리핀에 살았던 스페인 귀족과 필리핀 상류층의 저택을 재현한 카사 마닐라(Casa Manila)에서는 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3층 건물의 중앙에는 스페인 중정식 정원 파티오가 재현돼 있고, 실내로 들어가면 과거 풍속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자리한다.
지인을 위한 기념품을 사려고 한다면 시내 관광을 마치고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 ‘아얄라 몰’ ‘SM 몰 오브 아시아’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맥도날드의 아성을 무너뜨린 필리핀 패스트푸드 전문점 졸리비 역시 리조트 내에는 없으므로 시내를 관광하는 김에 들르도록 하자.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나라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크리스마스는 보다 특별한 명절이다. 마닐라 솔레어 엔터테인먼트 시티의 장식(위)과 솔레어 리조트 노스 루프탑에서 본 마닐라 시내 야경.
필리핀에서는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한다. 특히 트리 점등식 행사가 홀리데이 시즌의 서막을 알린다. 솔레어 리조트도 매년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를 연다. 11월 4일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 입구엔 6m 높이의 트리 2개가 들어섰다. 그리고 ‘필리핀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레아 살롱가가 감미로운 캐럴을 들려줬다. 블룸베리 리조트를 운영하는 라존 일가는 점등을 알리는 리본을 끊었다.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 측은 특별 객실 패키지를 비롯해 다채로운 공연과 미식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마닐라 북동부 케손시티에 있는 솔레어 리조트 노스 역시 크리스마스 준비에 한창이었다. 올해 5월 문을 연 신상 호텔인 이곳은 38층 높이로 지어져 케손시티의 랜드마크가 됐다. 솔레오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가 공항 인근 복합리조트에 가깝다면 노스는 도심 속 특급 호텔이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 1920년대 뉴욕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게 하는 스카이(Sky) 바에서는 마닐라 시내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인상적인 현지 음식을 제공하는 솔레어 리조트 노스의 만야만.
충분히 먹고 마셨으니 이제는 릴랙스할 시간. 솔레어 리조트는 거대한 미술관이나 다름없다. 필리핀의 유명 예술가뿐만 아니라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까지 총 3000여 점의 컬렉션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대형 스타디움 규모의 리조트를 돌아다니며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700석 규모의 ‘더 시어터’에서는 매주 뮤지컬과 공연이 펼쳐진다. 11월 4일, 모든 좌석에서 자연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컨스텔레이션 음향을 갖춘 무대에는 트리 점등식을 마치고 온 레아 살롱가가 섰다. 그는 12월 31일 밤 이 무대에 한 차례 더 설 예정이라고 말했으니 뮤지컬 팬이라면 참고하자.
3박 4일 동안 솔레어 리조트를 속속들이 구경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한눈에 리조트 전체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만큼 솔레어는 휴식과 유흥, 미식과 문화가 섞여 있는 풀패키지 리조트다. 크리스마스와 신정 연휴를 결합해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마닐라의 따스한 태양 아래서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리조트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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