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한옥마을
성북 예향재
맞춤형으로 가능한 진짜 ‘나만의’ 결혼
지난 5월 ‘북서울꿈의숲’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혜지 씨.
지난 5월 서울시 공공 예식장 ‘북서울꿈의숲’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혜지 씨는 당초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 마이웨딩 사업을 알게 됐다. 기존 예식 대비 금액도 저렴하고 자신의 취향대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신청 이후 다행히 대상자로 선정됐고, 그렇게 거행한 결혼식은 마음에 쏙 들었다. 최소 보증 인원이 적어서 가까운 이들만 초대해도 된다는 점도, 웨딩 홀의 조명에 따라 드레스를 택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동네잔치’ 같은 분위기가 최고였다고 한다. 김 씨는 “신부 대기실이 따로 없어 손님을 직접 맞았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고 추억이 됐다”며 “공공장소다 보니 동네 분들이 지나가다가 구경도 하고, 축하도 해주셨는데 정겹고 따뜻했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가 서울 마이웨딩 사업을 기획한 의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연스레 자리 잡은 스몰 웨딩 문화와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을 고려한 특색 있는 결혼식을 만들어가려는 것.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예식장 28곳 가운데 11곳이 하객 인원수를 100명 이하로 제한할 만큼 소규모로 운영한다. 이에 차미영 서울시 가족정책팀장은 “공공 예식장 특성상 야외 공간이 많고 일반 시민도 이용하기 때문에 적정 하객수를 100~150명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서울시 공공 예식장에서 결혼한 이 모 씨는 “가족과 친한 친구들만 모아 스몰 웨딩을 올리고 싶은 예비부부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라며 “민간에서 운영하는 한옥 웨딩이나 레스토랑 웨딩도 일반 웨딩 홀과 금액 차이가 크게 나지 않고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예비부부들이 공공 예식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저렴한 가격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공공 예식장 표준가격안을 마련해 품목별·수준별 비용을 공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꽃 장식, 비품운영비(의자·테이블 등), 피로연의 수준에 따라 ‘실속형’ ‘기본형’ ‘고급형’으로 구분된다. 꽃 장식은 조화, 생화 등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150만 원(조화)에서 350만 원(생화)까지 나뉘며 피로연 비용은 뷔페, 한상차림, 도시락 등 선택 옵션에 따라 1인당 5만 원에서 6만5000원 선이다.
‘깜깜이’ 결혼은 안녕, 투명한 비용 공개
만약 꽃 장식은 조화로, 피로연은 1인당 식대 5만 원인 실속형으로 진행하면 하객 100명을 기준으로 959만 원이 든다. 꽃 장식을 생화로 하고 피로연은 1인당 식대 6만5000원으로 예식을 올리면 동일 하객 기준으로 1321만 원이 소요된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 2월 발표한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의 평균 예식 비용은 1643만 원이다. 김 씨는 “선택지가 다양한 만큼 개개인이 상황에 맞춰 가격을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만큼 더 좋은 옵션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데, 꽃 장식 값이 비싸다는 점은 아쉬웠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예비부부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북서울꿈의숲, 서울한방진흥센터, 서울시립대학교 자작마루 등 인기 예식장을 중심으로 1일 2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같은 날 식을 올리는 예비부부들은 꽃 장식이나 비품 등을 공동 구매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북서울꿈의숲에서 두 커플이 식을 올릴 경우 각 커플당 비용을 약 300만 원(하객 100명 기준) 절감할 수 있다.
나아가 이전에 많게는 120만 원까지 들었던 공공 예식장 대관료를 올 7월부터 전액 무료로 전환했다. 뿐만 아니라 결혼식 1건당 최대 100만 원의 비품운영비 지원도 시작한다. 공공 예식장 비품비가 평균적으로 165만 원 정도 드는 것을 감안하면 4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올 7월부터 ‘서울시 출산 및 양육지원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웨딩업체 관계자는 “공공 예식장도 장소에 따라 비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무작정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 견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믿고 진행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마이웨딩 사업이 닻을 올린 지 이제 2년 차다. 서울시는 먼저 공공 예식장을 이용한 부부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운영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식사와 주차 공간의 체질 개선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이외 별도 시설이 운영하는 예식장 4곳을 제외하고,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24곳의 예식장 가운데 케이터링이 가능한 곳은 7군데뿐이다. 나머지는 도시락으로 피로연을 진행해야만 한다. 간소한 결혼식인 만큼 양보해야 할 부분이지만 멀리서 온 손님들을 보다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막을 순 없다. 이에 서울시는 예식장 인근 식당을 피로연 장소로 활용하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지점도 남아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예식장은 대부분 야외에다가 공공시설인 만큼 상황에 따라 예약이 갑자기 취소될 우려가 있다. 여의도 물빛무대(돔)는 비가 오는 경우 팔당댐 방류량에 따라 시설이 폐쇄될 수도 있다고 안내한다. 서울시립대학교 자작마루의 경우 시립대 학사일정에 따라 대관 가능일이 정해지는데, 학사일정은 매년 1월 발표가 난다. 이에 미리 원하는 날짜를 예약해도 확정은 1월 이후에 알 수 있다. 학사일정으로 취소될 경우 전액 환불하기는 하지만 다른 식장을 다시 잡아야 하는 것. 이에 서울시는 내년부터 서울여성플라자 등 외부 변수와 무관한 실내 예식장을 확충해 사업을 보완할 예정이다.
나아가 결혼식 상담센터에 상담 직원 외에 전담 요원을 배치해 초기 상담부터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모니터링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공공 예식장 이용자 만족도 조사도 실시해 그 결과를 결혼식 운영에 반영하고자 한다. 차 팀장은 “실시간 예식 중계가 가능한 영상 기기도 새롭게 설치하는 등 민간 예식장과 다름없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공공 예식장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테니 많은 예비부부의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마이웨딩 #나만의결혼식 #공공예식장 #여성동아
사진제공 서울마이웨딩 김혜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