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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더 불안한 ‘엠폭스’의 모든 것

이경은 기자

2023. 05. 26

세계보건기구가 5월 11일 엠폭스 위기경보를 해제했다. 하지만 국내 엠폭스 감염은 여전히 증가세다. 잘 몰라서 더 불안한 엠폭스, 감염 경로부터 예방법까지 정리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오른쪽).  엠폭스의 주요 전파 경로는 사람 간 밀접 접촉이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오른쪽). 엠폭스의 주요 전파 경로는 사람 간 밀접 접촉이다.

4월 13일 엠폭스(MPOX·원숭이두창)의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관심에서 주의로 재격상됐다. 주의는 위기경보 총 4단계 중 두 번째 단계로, 일주일 내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잇따른 국내 감염에 대한 조치로 해석된다.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는 이전보다 커졌다. 2020년 1월부터 3년 4개월간 우리 사회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수영장·목욕탕과 숙박 시설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지금, 질병관리청과 의료진 자문을 통해 엠폭스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쳤다.

엠폭스 증상 
초기엔 뾰루지로

엠폭스는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평균 6~13일간의 잠복기 이후 증상이 발현된다. 발진이 나타나기 전인 전구기 증상은 몸살과 유사하다. 발열, 오한, 림프절 부종, 피로, 근육통 및 요통, 두통, 호흡기 증상(인후통, 코막힘, 기침) 등이다. 1~4일간의 전구기가 지나면 얼굴, 입, 손, 발, 가슴, 항문생식기 근처 등 특정 부위에 발진이 나타난다. 2022년 이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유행한 비풍토병 국가 사례에선 전구기 증상이 없거나 발진 후에 나타나기도 했다. 발진은 반점으로 시작돼 초기엔 뾰루지나 물집처럼 보일 수 있으며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엠폭스 환자는 증상이 경미하고 2~4주 후 완치돼 대증적인 증상 완화 치료만으로 충분하다. 5월 3일 질병관리청 브리핑에 따르면 국내 엠폭스 환자의 경우 진단부터 격리 해제까지 평균 11.9일이 걸리고 치명률은 1% 미만이다. 다만 면역 저하자, 8세 미만 소아, 습진 병력자, 임신부 및 모유 수유자에게 중증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엠폭스 상황은 
하루 1~5명꼴 꾸준히 증가

5월 15일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국내 엠폭스 확진자 수는 누적 75명이다. 5월 8~14일 확진된 15명은 3주 이내 해외여행 이력이 없어 국내 감염으로 추정된다. 엠폭스 국내 감염 사례는 4월 7일 처음 발견됐지만 5월에 접어들면서 하루 1~5명씩 확진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확진 환자 75명 중 69명은 국내 감염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11일(현지 시간) 엠폭스 유행이 진정세에 접어듦에 따라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10개월 만에 해제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일주일에 7000명 이상 발생하던 전 세계 엠폭스 확진자는 올해 4월 일주일에 100명 내외로 줄었다. 세계 추세와 달리 일본과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엠폭스 발생은 증가세다. 한국에서도 뒤늦은 국내 감염이 이어지는 이유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꼽기 어렵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늘어난 대륙 간 여행객과 예방접종 여부가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전염 상황이 심각했던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는 엠폭스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그간 예방접종을 실시할 정도로 전염이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 전파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엠폭스 어떻게 전파되나 
80% 이상 성관계로 옮아

엠폭스는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이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엠폭스는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이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는 “유증상 감염자와 피부, 성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되며 비말 전파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엠폭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물-사람, 사람-사람, 환경-사람 간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수영장 또는 대중목욕탕 등에서 전파된 사례나 연구 결과는 현재까지 없다.

그렇다면 확진자가 사용한 수건이나 침구류는 어떨까.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될 수 있지만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감염자의 수포에서 나온 진물이 같은 수건을 쓴 타인의 상처 속 점막까지 닿아야 전염되는데 이런 상황이 구현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엠폭스의 주요 전파 경로는 사람 간 밀접 접촉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엠폭스 환자도 대부분 남성이며 주로 모르는 사람과의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3일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52명의 확진자(발표일 기준) 중 최초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성 접촉이 있었던 경우는 50명, 익명의 사람과 성 접촉한 사례는 43명”이라고 발표했다. 전체 환자 52명 중 50명은 남성이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도 유사한 양상을 띤다. 통계에 따르면 엠폭스 확진자 중 성적 지향성을 확인한 3만 명의 84.1%가 남성 동성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방식을 확인한 1만8000건 중 82.1%는 성관계를 통한 전파 사례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지난해 5월 이후 아프리카 외 지역으로 번진 엠폭스의 초기 유행 진원지를 남성과 남성 간의 성관계(MSM)로 보고 있다”면서 “분명하게 통제되지 않을 경우 여성과 아이 등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너무 심해 정부도 역학 정보와 예방책을 명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확산세를 막고 과도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애매한 지침은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엠폭스 예방법 
모르는 이와 밀접 접촉 피해야

엠폭스 예방법은 간단하다. 국내 주된 감염경로인 성 접촉 등 밀접 접촉을 주의하는 것. 방대본은 5월 3일 “엠폭스는 성 접촉과 같은 밀접한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전파 특성이 있어 모르는 사람과의 밀접 접촉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손을 자주 씻고,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 등 점막 부위 접촉을 삼가는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예방법이다. 엠폭스도 백신이 있지만 일반인 대상 접종은 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높은 밀접접촉자와 치료 병상 의료진 등이 접종 대상이다.

엠폭스가 코로나19처럼 지역사회 전반의 전염병으로 퍼질 확률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직까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엄중식 교수는 “주된 전파 경로가 성 접촉을 비롯한 밀접 접촉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광범위하게 진행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엄 교수는 “전파 경로 특성상 임질, 매독 등 성 매개 감염병처럼 끊이지 않는 감염자를 만들 수 있다”며 토착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만큼 전파 속도가 빠르진 않아 하루 수만 명 단위 감염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여성이나 의료진 감염자가 나온 것으로 미루어 지역사회 전염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엠폭스 감염자와 접촉했거나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실거주지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고 방역 당국의 안내를 따라야 한다.

#엠폭스 #전염병 #밀접접촉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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