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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아이 돌봄 플랫폼 대표가 말하는 ‘시터와 잘 지내는 법’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

2024. 04. 29

엄마들 사이에선 ‘3대가 덕을 쌓아야 좋은 (베이비)시터를 구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나와 맞는 시터를 모시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워킹 맘과 워킹 대디를 위해, 아이 돌봄 플랫폼을 9년간 운영하며 체득한 노하우를 담아 시터와 좋은 관계를 맺는 법을 정리했다. 

맞벌이가 디폴트값이 된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여성 고용률은 68%에 달한다. 이 중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의 비율은 절반을 넘는다. 겉으로는 많은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과 육아 2마리 토끼를 잡으며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워킹 맘의 마음은 왜 이렇게 복잡하기만 할까. 아이를 두고 출근길에 나서는 엄마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퇴사를 고민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걱정의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데, 시터와 함께하는 육아는 더구나 처음이다. 처음엔 어렵고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육아를 함께해줄 육아 파트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하는 부모로서 큰 힘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5060 엄마들의 선호 직업

과거 대중매체 속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모습으로 비쳤다. 이제는 아이들이 접하는 동화에서도 ‘엄마, 아빠가 모두 일터에 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견고하게만 느껴지던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3040 엄마가 스스로의 커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5060 선배 엄마들도 제2의 인생을 꾸려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녀 교육을 마치고 인생 2막을 여는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가 시간제 돌봄 일자리다. 주로 하루에 3~4시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하원한 아이를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돌본다. 큰돈은 아니지만 자녀 학원비 등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고, 업무 시간이 길지 않아 취미 생활과 자기 개발까지 병행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특히 티 없이 맑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갱년기의 공허함마저 잊을 수 있다며 만족하는 5060 시터가 많다.

9년간 아이 돌봄 플랫폼을 운영하며 만난 수많은 시터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한때는 커리어 우먼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전형적인 그 시절의 경력 단절 여성 모습이다. 자녀를 다 키우고 공허한 마음이 들던 차 시간제 시터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본인의 돌봄 활동 덕분에 후배 워킹 맘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데 힘이 돼주고 있다는 사실에 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30년 전의 스스로를 돕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히시기도 했다. 일하는 3040 여성과 다시 일을 시작하는 5060 여성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는 돌봄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내 아이를 낳아 성인까지 키운 시터가 많지만 이들도 “요즘 육아는 그때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아이 돌봄과 관련한 전문성을 기르고 싶어 하는 시터들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맘시터 원격평생교육원에서 배출한 시터 교육 수강생만 3만여 명에 달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육아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스스로 강의를 듣고 공부하며 요즘 부모와 아이들, 새로운 육아 지식까지 섭렵하려고 노력하는 시터가 다수다.

최근에는 맞벌이 가정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육아 조력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혼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고 있는 전업주부에게도 하루 1~2시간의 숨 쉴 구멍은 필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건강하게 돌봐야 아이와도 건강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쁜 자녀를 대신해 황혼육아에 뛰어든 조부모에게도 제대로 된 휴식이 필요하다. 육아 조력이 필요한 순간에 언제나 도움받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바로 우리 집 근처에 살고 있는 베이비시터다.

시터 67% ‘선생님’ 호칭 선호

엄마들 사이에선 ‘3대가 덕을 쌓아야 좋은 시터를 만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마음 맞는 시터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내 아이를 돌봐주는 육아 조력자이자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또 다른 가족인 시터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먼저 좋은 시터를 만나는 게 우선이다. (맘시터 같은) 시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플랫폼을 통해 공적 서류를 검토하는 것이 좋다. 주민등록등초본이나 학력 사항, 교사 자격증이나 건강확인증 등 정보를 확인하면 기본적인 신뢰도가 생긴다. 서류 검토 후 진행되는 면접은 시터와의 첫 느낌, 아이를 대면했을 때의 표정과 눈빛 등으로 우리 아이를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단계다. 면접을 통해 돌봄 스타일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번거롭더라도 최소 3~5명의 시터와 추가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육아 스타일과 인품이 훌륭하다고 판단했다면 그다음이 중요하다. 돌봄 계약 단계에서는 상호 간 협의를 미리 정확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시간이나 임금 등 근로 조건과 업무 범위, 유의 사항 등이 적힌 계약서를 작성해 나눠 갖는다. 시터가 돌봄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가족 소개나 아이의 성향, 생활 습관 등을 최대한 상세하게 전달하고, 꼭 해주었으면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 설명해야 추후 발생할 수도 있는 불편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만일 추가적인 업무 요청이 필요하다면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남편과도, 육아를 도와주는 조부모님과도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평생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시터와의 육아가 처음부터 편하고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은 잠깐 접어두는 게 좋다. 때때로 의견 차이 등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면 성숙한 자세로 대화해야 한다. 간혹 사소한 오해를 풀지 못해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를 본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돌봄 활동 시작 전, 꼭 지켜줬으면 하는 활동 규칙 3가지 정도를 정해서 시터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좋다. 계약서 등을 통해 글로 명시해두면 더 좋다. 내 마음에 꼭 맞는 100%의 사람은 없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3가지 사항을 정해 지켜달라고 요청한다면 서로 간의 트러블을 많이 줄일 수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것이 시터와 잘 지내는 첫걸음이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호칭 문제다. 기본적으로 베이비시터를 돌봄 분야의 전문가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2021년 맘시터 소속 1298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아이 돌봄 중 겪는 호칭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시터 회원의 46%는 현재 ‘선생님’이라 불리고 있으며, 이모님(32%), 시터님(8%)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응답자의 53%가 호칭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불편함을 느낀 호칭으로는 이모님, 아줌마, 할머니, 도우미, 여사님 등 다양한 표현이 존재했다. ‘앞으로 불리고 싶은 호칭’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무려 67%가 ‘선생님’이라고 응답했다는 점을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좋은 시터를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좋은 상대방이 되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선 자신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시터와 함께하는 육아가 보편화하고 있는 만큼 시터를 돌봄 전문가로서 존중하고 우리 아이와 편안한 시간을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한다면, 그 마음은 곧 우리 아이에게 양질의 돌봄으로 전달될 것이다. 부모가 먼저 시터를 존중하는 말투와 태도를 보여야 아이 역시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는 시터에 대해 아이가 느끼는 안정감과 신뢰에도 영향을 준다. 뻔하고 추상적인 말로 들리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를 낯선 시터에게 맡기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구나 시작은 어렵다. 하지만 일하는 부모가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해내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를 안정적으로 잘 돌봐줄 수 있는 육아 조력자가 필수인 시대가 됐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제 더 이상 육아는 개인의 몫, 가족의 연대 책임이 돼서는 안 된다.

#맘시터 #시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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